print

우버의 ‘난폭운전’ 이제 그만

우버의 ‘난폭운전’ 이제 그만

직원 처우, 임원들의 부도덕한 행위 등 법규 무시하며 계속 질주하면 실리콘밸리에서 외면당할 수도
트래비스 칼라닉 CEO는 우버 사이트에 “나의 근본적인 환골탈태와 성장이 필요하다”고 올렸다.
바로 1년 전만 해도 우버(승차공유 서비스)는 IT 업계의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전능한 오즈의 마법사로 군림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커튼이 걷히며 ‘양철 나무꾼(Tin Man)’에 주먹을 휘두르고 도로시에 노골적으로 추근대면서 미친 듯이 질주하는 성난 취객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우버는 현재 많은 문제에 봉착해 있으며 곧 망가진 핵원자로처럼 녹아내려 실리콘밸리 심장부에 커다란 구덩이를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버는 우리에게 온디맨드(수요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스템) 교통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신종 서비스는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시장은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과정이 우버 없이 진행될 수도 있다.

우버가 겪는 곤경의 핵심에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런 문제가 지난 2월 단적으로 드러났다. 엔지니어로 일했던 수전 파울러가 우버의 터무니없는 여직원 처우와 전반적인 기능마비를 비난하는 블로그를 개설했다. “모든 관리자가 서로 싸우거나 직속 상사 자리를 빼앗기 위해 어떻게든 깎아 내리려 애쓸”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고 그녀는 썼다.

그런 비난을 하는 사람이 파울러만은 아니었다. 며칠 뒤 IT 업계의 전설 미치 케이퍼와 직장문화 전문가 프리다 케이퍼 부부가 우버 이사회에 공개서한을 보냈다. 우버의 초창기 투자자였던 케이퍼 부부는 파울러의 블로그 기고문에 대한 우버의 시큰둥한 반응을 못마땅하게 여겼으며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버의 ‘파멸적인 문화’에 환멸을 느꼈다. 그들은 “우리가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실망과 좌절을 느꼈기 때문”이라며 “내부적으로 조용히 회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노력이 막다른 골목을 만난 느낌”이라고 썼다.

한 주 뒤 트래비스 칼라닉 CEO가 우버 택시를 이용하던 중 운전기사에게 호통치는 모습이 비디오에 잡혔다. 기사는 우버가 택시요금을 계속 내려 수입이 줄었다고 용감하게 불평했다. “당신 때문에 파산하게 생겼다”는 기사의 말에 칼라닉 CEO가 폭발했다. 블룸버그 통신이 그 동영상을 입수해 공개한 뒤 칼라닉 CEO는 또 다시 사람들 앞에 서서 공개 사과하는 너무나도 낯익은 장면을 연출해야 했다. 그는 우버 사이트에 “나의 근본적인 환골탈태와 성장이 필요하다”고 올렸다. 하나 마나 한 소리다.

우버의 부정적인 측면이 계속 까발려진다. 우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슬림 입국 금지 조치 후 공항으로 몰려든 시위대와 어긋난 행보를 보인 뒤 ‘우버 삭제(#DeleteUber) 운동으로 궁지에 몰렸다(일부 추산에 따르면 ‘우버 삭제’ 해시태그 확산 후 며칠 사이 20만 명이 앱을 삭제했다). 그 6개월쯤 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공투자펀드(Public Investment Fund)로부터 35억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이 같은 움직임은 우버가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고 동성애자 남성을 감금하는 정부와 생각이 통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우버의 한 투자자는 경제전문지 포춘에 그 거래를 두고 “칼라닉 CEO가 어떤 인물인지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그는 외부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구글 모기업 알파벳은 우버를 기술 도둑으로 몰아간다. 우버는 지난해 오토라는 회사를 6억8000만 달러로 추정되는 가격에 인수했다. 오토는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다. 현재 웨이모로 불리는 알파벳 산하 자율주행차 자회사 출신들이 상당수 오토에서 일한다. 알파벳은 이들 중 일부가 웨이모의 기술 데이터를 빼돌렸다고 주장하며 우버를 상대로 사용금지 소송을 진행 중이다.

우버는 자율주행차 서비스의 도입에 미래가 달려 있다고 종종 공언해 왔다. 물론 그런 성가신 인간 운전 기사들과 수입을 나누지 않기 위해서다. 알파벳이 승소할 경우 우버는 상당 부분 처음부터 다시 기술을 개발하거나 거금을 주고 다른 데서 기술을 사들여야 한다.

우버가 자율주행차의 불확실한 미래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그때까지는 16만 명의 소속 기사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칼라닉 CEO의 비디오가 보여주듯이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운전 기사들은 우버 앱의 요금 정산에 팁이 포함되기를 원하지만 우버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우버는 미국 기사들이 직원 복리후생을 요구하며 제기한 소송에도 맞서 싸워 왔다. 운전 기사들이 올릴 수 있는 소득에 관한 과장 광고를 둘러싼 소송에선 2000만 달러에 합의를 봤다. 경쟁사 리프트는 우버의 기사 처우를 풍자하는 광고를 내보내 왔다. 우버 기사를 끌어들이는 한편 양심적인 이용자들을 겨냥해 기사 처우가 좋은 회사를 더 많이 이용해야 한다고 유혹하려는 노림수다.

전략적으로 칼라닉 CEO가 이끄는 경영진은 계속 과욕을 부리는 실수를 하는 듯하다. 우버이츠(UberEats, 음식배달서비스)에서 팔라펠(중동지방 음식)을 주문한 사람이 있는가? 우버에서 누가 심리스(Seamless, 음식배달 서비스)와 경쟁하는 게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가? 칼라닉 CEO는 자율주행차 도입을 위해 오토를 인수했을 뿐 아니라 지난 2월에는 비행 자동차 개발을 위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 과학자를 영입했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항상 중국에 진다는 말을 즐겨 한다. 우버는 아무런 준비 없이 중국시장에 뛰어들어 그의 말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지난해 여름 우버는 중국판 우버 디디 추싱(이하 디디)과 딜을 했다. 디디 지분 17.5%를 넘겨받고 10억 달러를 투자 받는 대가로 중국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궁극적으로 세계시장에서 우버를 꺾으려는 디디의 포석일까? 미국인들이 더는 어느 지역으로 ‘우버’한다고 하지 않고 ‘디디’한다고 말하는 날이 오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 발작을 일으킬 것이다.

우버가 자율주행차의 미래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물론 성가신 인간 운전 기사들과 수입을 나누지 않기 위해서다.
그뿐 아니라 우버의 재무실태도 문제다. 우버는 비공개 기업이지만 일부 실적이 유출됐다. 우버가 지난해 3분기 8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지난해 적자가 30억 달러에 달한다는 추측도 있다. 우버 같은 회사를 경영하는 데는 돈이 많이 든다. 이용 고객을 늘리려면 기사를 더 많이 고용하고 보수를 더 많이 줘야 한다. 따라서 규모의 경제효과가 통하지 않는다. 아직도 리프트, 기존 택시, 그리고 GM 자회사 메이븐 같은 후발업체들의 도전을 받기 때문에 가격결정력이 거의 없다. 우버는 운영과 확장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번번이 민간투자를 유치하며 회사 평가액을 700억 달러 선까지 끌어올렸다. GM을 뛰어넘는 평가액이다. 그것이 정말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이처럼 높은 평가액이 망령처럼 우버를 따라다니며 괴롭힐지 모른다. 우버는 창업 8년째로 전례상 기업공개(IPO)의 최적기를 맞았지만 칼라닉 CEO는 IPO에 부정적인 태도로 유명하다. 그런 태도로 공개시장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는 독불장군 같은 이미지를 연출하려 하지만 실제 문제는 우버의 재무실적이라는 수군거림이 들린다. 현 투자자들이 만족할 만큼 높은 평가액에 IPO를 실시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소문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우버는 수렁에 빠진 셈이다. 초등학교 6학년 수준 이상의 수학이 가능한 사람에게서는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된다.

우버가 멈춰설 경우 열성 고객 기반이 구해주지는 않을 듯하다. 우버에는 고객을 잡아두는 장치가 없다. 충성고객 우대 프로그램도, 사회관계적 구성요소도 없다. 우버는 이용자와 기사 간의 유대 형성을 막는다. 다른 경쟁 서비스 대신 우버를 이용하는 데서 자긍심을 얻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들은 원하는 가격에 원하는 곳으로 우리를 계속 실어다 주는 동안까지만 우버를 이용할 것이다. 더 나은 서비스나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다른 누군가가 나타나면 갈아 타게 된다.

우버의 몰락에 수반되는 후폭풍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벤처캐피털 업체로부터 케이퍼 같은 개인과 마이크로소프트·시티그룹 같은 기업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이 투자에 참여했다. 우버는 주로 실리콘밸리 안팎에 고용인원이 1만1000명에 달한다(운전 기사 제외). 그리고 요즘 2억5000만 달러를 들여 새 사무공간을 마련하는 중이다. 우버의 몰락이 실리콘밸리의 자부심에 남기는 상처는 미국 민주당이 최근 느끼는 고통에 버금갈지도 모른다.

우버는 짧은 기간에 경이적인 업적을 올렸다. 온디맨드 교통의 신시장을 창조하고 규정 짓고 지금껏 지배해 왔다. 그 과정에서 도시 교통의 미래에 관한 우리의 사고방식과 오늘날 우리의 일하는 방식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 회사다. 칼라닉 CEO와 경영진의 그런 업적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버는 결함 있는 회사로 드러났다. 그들에게 반면교사가 될 만한 기업의 비극을 찾으려면 1980년대 드렉셀 버넘 램버트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칼라닉은 초등학생이었다(믿거나 말거나 그의 나이 40세다). 램버트는 투자의 전설 마이크 밀켄 아래서 금융의 한 항목으로서 정크본드(고위험 고수익 채권)를 규정 짓고 정의했다.

그것은 월스트리트와 비즈니스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램버트는 슈퍼스타였다.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실적을 강요하는 비뚤어진 문화를 갖고 있었다. 그에 따라 직원들이 아찔한 위험을 감수하며 결국에는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에 이르렀다. 2년도 안 되는 사이에 월스트리트 피라미드의 꼭대기에서 파산 기업으로 굴러떨어졌다. 밀켄은 증권사기죄로 잡혀 들어갔다. 램버트가 창조한 시장은 여전히 살아 있다. 오늘날 정크본드는 램버트 없이 1조 달러 시장을 형성한다.

케이퍼 부부는 우버의 문화를 뜯어고쳐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만들라고 칼라닉 CEO에게 압력을 넣고 있다. 우버가 약속을 지켜 애플이나 아마존 같은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우버의 결함이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종종 칼라닉 CEO의 회사가 2010년대판 램버트 같다는 느낌이 갈수록 강해진다.

- 케빈 메이니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AI에 외치다, “진행시켜!”… AI 에이전트 시대 오나

2한국에도 중소도시의 새로운 기회가 올까

3로또 1146회 1등 당첨번호 ‘6·11·17·19·40·43’,…보너스 ‘28’

4“결혼·출산율 하락 막자”…지자체·종교계도 청춘남녀 주선 자처

5“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진정성 있는 소통에 나설 것”

650조 회사 몰락 ‘마진콜’ 사태 한국계 투자가 빌 황, 징역 21년 구형

7노르웨이 어선 그물에 낚인 '대어'가…‘7800t 美 핵잠수함’

8'트럼프의 입' 백악관 입성하는 20대 女 대변인

9주유소 기름값 5주 연속 상승…“다음주까지 오른다“

실시간 뉴스

1AI에 외치다, “진행시켜!”… AI 에이전트 시대 오나

2한국에도 중소도시의 새로운 기회가 올까

3로또 1146회 1등 당첨번호 ‘6·11·17·19·40·43’,…보너스 ‘28’

4“결혼·출산율 하락 막자”…지자체·종교계도 청춘남녀 주선 자처

5“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진정성 있는 소통에 나설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