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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의 날개를 단 전기차

매의 날개를 단 전기차

수직으로 열리는 ‘팰컨 윙’ 도어 가진 테슬라 모델 X, 타기는 편하지만 협소한 주차 공간에선 거추장스러워
영국에서 시판 중인 테슬라 모델 X의 기본가격은 1억1500만원이다.
돈이 많으면 공간이 넓어진다. 은행 잔고가 넉넉하면 도시 길모퉁이에서 주차전쟁에 시달릴 필요 없이 교외로 나가 정원과 전용 주차장 있는 큰집에서 살 수 있다. 아이를 등교시킬 때 버스 차선을 가로막지 않으면서 차를 세우고 하차시킬 수 있는 널찍한 주차공간이 있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우버 차량은 출입이 금지된 공항 장기 주차장에서 더 큰 공간을 빌릴 수도 있다. 공연장에서 전망 좋은 자리, 술집에서 전용 공간, 축구장에서 박스석을 얻을 수도 있다. 좁은 공간밖에 없더라도 주차 고민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길 수도 있다.무엇보다 크고 아름다운 ‘팰컨 윙’ 도어가 달린 전기차 테슬라 모델 X를 구입할 수 있다. 문이 위쪽·바깥쪽으로 올라가는 광경은 장관이며 일단 완전히 열리면 둘째·셋째 열의 좌석 공간이 확 트인다. 안전시트를 장착한 부모들로선 더 없이 편리하며 성인도 우아하게 올라탈 수 있다.

문이 활짝 열리면 2열과 3열의 좌석에 탑승하기가 더 없이 편하다.
그러나 이 차에는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다. 공간 문제는, 고층의 주차타워에선 수평·수직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시간 문제의 경우, 이 문제를 극복하려면 특정 위치에서 얼마나 문을 열 수 있는지 모델 X에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일반 도로의 과속방지턱에서 에어서스펜션(air suspension, 압축공기의 탄성을 이용한 스프링으로 차체를 떠받치는 현가장치)을 올리도록 가르치듯이, 문도 같은 주차공간을 방문할 때마다 같은 폭으로만 열리게 할 수 있다. 출퇴근길의 기차역에선 편리하지만 무작위로 방문하는 상점에선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 가지 문제가 해결되면 분명 이 문들은 종종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킨다. 그리고 그런 문제는 습관처럼 몸에 밴 자동차 문 여는 동작을 머리에서 지우고 우리의 공간인식이 바뀔 때까지 계속 되풀이 될 것이다.

문 이야기는 이쯤 해두고 모델 X의 다른 점은 어떨까? 사실, 이제부턴 그것 말고는 무엇 하나 나무랄 데 없다. 테슬라의 세단형 모델 S를 몰아본 사람은 모델 X에 금방 익숙해질 것이다. 두 모델 모두 배터리 팩 가득한 똑같은 차대·전기모터·제어장치를 공유하며 계기판, 인테리어, 대형 대시보드 터치스크린도 거의 동일하다.

성능도 모델 S와 대체로 같다. 이 2400㎏ 6인승 차가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르다는 뜻이다. 우리가 시승한 90D 버전의 제로백(0→100㎞ 가속 시간)은 4.8초, 최고속도는 시속 250㎞다. 조심스럽게 운전하면 한 번 충전 후 주행거리가 488㎞라고 테슬라는 주장하지만 다양한 환경에 맞닥뜨리는 현실에선 실제로는 400여㎞에 더 가깝다고 본다.그 이상을 원할 경우, 더 큰 배터리 팩을 장착한 P100D 버전이 있다. 최고로 빠른 슈퍼카 빼고는 모두 기죽을 만한 성능을 뽐낸다. 제로백이 2.9초에 불과하며 추월 상황에서 72~105㎞, 가속 시간은 1.4초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540㎞라지만 운전자에 따라 말 그대로 큰 편차를 보일 듯하다.

하지만 수동으로 제어하지 않고 문을 열 만큼 공간이 항상 넉넉한 건 아니다.
대다수 전기차 특히 고성능 테슬라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공상과학 영화 같은 유쾌한 소음을 뿌리면서 차량들 사이를 빠져나가는 모델 X의 능력은 엄청난 만족감을 준다. 엔진 출력이 강화된 골프 카트를 운전할 때처럼 모델 X의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얼굴에 미소가 절로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루디크러스 스피드(Ludicrous Speed)’ 고속주행 모드를 켠 상태의 최상급 P100D는 쇼킹 그 자체지만 90D도 탑승자들에게 현기증을 주지 않으면서 드라이빙의 재미를 느끼게 할 만큼 충분한 성능을 자랑한다.

모델 X의 승차정원은 버전에 따라 달라진다. 표준형인 약 1억2800만원짜리 90D는 5인승이다. 약 430만원을 추가해 2-2-2 대형을 만들면 6명, 약 570만원짜리 2-3-2 디자인은 7명까지 탈 수 있다. 대부분 7인승을 가장 실용적인 옵션으로 여기겠지만 우리는 6인승 시승차가 좋았다. 중앙 통로가 있는 전용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둘째 열의 고정되지 않은 독립형 좌석 사이의 공간 덕분이다. 두 버전 모두 가장 뒤쪽의 두 좌석을 사용하지 않을 때 접어 바닥에 눕혀놓을 수 있다.

셋째 열 뒤의 트렁크는 처음에는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이중바닥을 들어내면 일주일 치 식품이나 소규모 가족의 주말 여행 가방은 너끈히 넣을 수 있다. 그리고 전기 모터가 재래식 엔진보다 훨씬 작은 전기차의 특성상 앞쪽에 또 다른 수납 공간이 있다. 추가로 며칠 치 식량을 아무 문제 없이 실을 수 있다.

1억2800만원이라는 가격을 가볍게 언급하고 넘어간데 놀란 독자들도 있을 성싶다(실제로 모델 X 시승 동영상을 촬영하는 동안 우리에게 접근했던 대다수의 사람이 약 7100만원 정도의 가격을 예상했다). 그러나 그 비싼 가격은 얼리어답터 클럽에 가입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다. 도로를 달리는 테슬라가 전보다 더 많아졌지만 여전히 첨단(그리고 계속 진화 중인) 기술로 무장한 보기 드문 사치품이다.

참고로 모델 X에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자율주행 시스템을 장착할 수도 있다. 고속도로 주행 중 가속·조향·제동 장치를 조작하는 시스템이다(운전대에서 손을 떼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기만 하면 된다).

‘완전 자율주행 기능’도 있다. 710만원짜리 오토파일럿에 약 430만원을 더 들이면 카메라가 추가되며 훗날 소프트웨어가 완비되고 완전 자율주행을 허용하는 법이 발효되면 자동차 스스로 운전할 수 있다. 차내에선 더 큰 에어필터와 생물무기 방어 모드(Bioweapon Defense Mode)를 주문할 수 있다. 차내에 양압(positive pressure, 공기가 외부로 향하도록 대기압보다 약간 높은 압력)을 형성해 거의 모든 형태의 오염 유입을 차단하는 기능이다. 이런 옵션들을 모두 선택하면 90D 가격이 약 1억5700만원을 뛰어넘을 수 있다. 레인지 로버에 견줄 만한 가격이다.하지만 정말 비싸도 상관없다. 테슬라는 올해 1분기 약 2만5000대를 출고해 자체 자동차 공급 신기록을 수립했다. 연간 10만 대 판매 목표를 향해 순항하며 지난해 기록을 69% 초과했다. 그 2만5000대 중 모델 X가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모델 S와 X의 판매 증가에서 생기는 수익으로 테슬라는 최신형·최저가 차량인 모델 3를 제작하고 있다. 미국에는 올 후반, 영국에는 내년 출시될 전망이다. 가격은 약 4000만원 선으로 알려졌으며 BMW 3 시리즈와 아우디 A4 소유주들의 귀가 솔깃해질 것이다. 성공할 경우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순간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만인을 위한 전기자동차의 탄생이다.

모델 X의 널찍한 앞 유리창을 통해 햇빛이 쏟아져 들어온다(왼쪽). 모델 X(오른쪽)의 천장이 더 높지만 분명 옆의 모델 S와 한 가족이다.
그때까지는 모델 X와 독특한 문으로 만족해야 한다. 이 자동차가 잉글랜드 중부 코번트리보다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더 어울린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공간이 넓어야 진면목을 드러낸다. 고성능 다리를 쭉 뻗고 우주선 문을 열어젖힌다. 낯선 주차장에선 허둥대지만 탁 트인 도로에선 탁월한 성능을 뽐낸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어리둥절해 하지만 신기술에 정통한 사람들은 찬양하고 열광한다. 안전시트를 장착한 부모들은 탐내지만 참을성 없는 밀레니엄 세대에게는 지나치게 스마트한 브랜드 명이 감점 요인이다.

모델 S는 자동차 신시대의 새벽을 고했다. 현 시대의 미묘한 감수성이 섞인 먼 미래였다. 외양과 움직임은 일반 자동차와 비슷했다. 그것이 대체로 변화에 거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산업에서 가장 저항을 최소화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모델 X의 외양·느낌·움직임은 그런 미래를 예술가가 표현한 듯하다. 여전히 전기가 석유를, 터치스크린이 단추를 대신하고 아무런 기술 없이 ‘워프 드라이브’(공상과학 영화 등에서 초광속 이동을 가능케 하는 항법장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똑같이 기본적인 레시피지만 예술가의 기교(그리고 자만심) 일부가 그대로 살아 있다.

- 알리스테어 찰턴 아이비타임즈 기자
 [박스기사] 우리의 평가 - 테슬라 모델 X
도어와 자만심(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자가 진단한 자만심)은 편의성·스타일 그리고 경이로움을 주지만 때로는 더 복잡한 문제를 안겨준다. 그런 불편을 감수하고 모델 X에 공간을 열어주면 분명 스톰트루퍼(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제국군) 같은 스타일 속에 특별한 뭔가를 감추고 있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이제 포드를 뛰어넘어 승승장구한다. 레인지로버 가격대의 예산을 보유하고 색다른 뭔가를 구입하고자 하는, 첨단기술·첨단기기에 열광하는 얼리어답터들에게 모델 X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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