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자동차 경주의 미래는 3D 프린팅
F1 자동차 경주의 미래는 3D 프린팅
시즌 당 80%가 교체되는 자동차 부품의 생산 속도가 승패 좌우… 부품 제작에 드는 막대한 노동과 시간 줄일 수 있어 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 원(F1)에선 랩타임(트랙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과 무엇보다 중요한 출발 위치(starting grid)가 몇 분의 1초 차이로 갈린다. 이처럼 아슬아슬한 자동차 경주에서는 트랙 안팎에서의 속도가 승패를 좌우하는 주요 변수다.
수십억원짜리 F1 레이스카를 움직이는 기술이 빛의 속도로 발전하지만 주요 부품의 설계와 제작에는 몇 일, 몇 주 때로는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 팽팽 돌아가는 자동차 경주 스케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기업 맥라렌의 기술센터(Technology Center)에는 그들이 자부하는 3개 축이 있다. 레이싱·자동차·응용기술이다. 자동차와 응용기술은 일반 도로주행차·헬스케어·에너지·사물인터넷 기술 등 다양한 분야로 뻗어 나갔지만 레이싱 유산은 맥라렌 브랜드의 모든 측면에 깊게 뿌리내려 있다.
최근 IB타임스가 영국 서리의 워킹에 자리 잡은 세련되고 공상과학 같은 맥라렌 본사를 찾아갔을 때 대변인은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의 핵심은 레이싱이다”고 말했다. 그런 레이싱 정신은 공급망까지 뻗어 있다.
“오늘날 최대의 도전과제 중 하나는 가장 짧은 시간에 아이디어를 레이스 트랙에서 사용되는 실제 부품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맥라렌 레이싱의 닐 오틀리 디자인·개발팀장은 말했다(맥라렌 내에서는 아일톤 세나와 미카 하키넨 같은 전설적인 F1 레이서들이 활약했던 팀의 전성기 때 30년에 걸쳐 컨스트럭터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여러 차례 일궈낸 중요한 인물이다).이런 배경에서 3D 프린팅이 주목 받고 있다. 맥라렌의 워킹 본사에선 매주 6000개 정도의 부품이 생산되는데 견본 테스트, 파손된 부품의 교체, 레이스 전 마지막 순간에 최종 완성차의 성능개선을 위한 것이다. F1은 ‘시제품 스포츠(prototype sport)’나 다름없다. 챔피언십 한 시즌에 걸쳐 차마다 무려 80%의 부품이 교체된다.
이처럼 급변하는 환경에선 다른 팀에 비해 조금이라도 우위를 확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시간이 결정적인 변수이기 때문에 콘셉트·설계·제작 간 지연시간을 최소화하는 3D 프린팅 기술은 F1 엘리트에겐 거부하기 힘든 카드다.
지난 4월 7일 맥라렌 레이싱은 3D 프린팅 목록을 추가로 공개했다. 최근 생산시간 단축을 위해 유명 3D 프린팅업체 스트라타시스와 체결한 파트너십의 결과였다. 현재 진행 중인 2017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맥라렌 혼다 자동차들의 시제품과 주요 부품에 스트라타시스의 열용 해적층법(FDM)과 폴리젯 프린팅 기술이 적용된다. 한편 지난 4월 16일 바레인 그랑프리에는 스트라타시스의 유프린트 SE 플러스(uPrint SE Plus) 프린터가 사상 최초의 트랙사이드 3D 프린터로 모습을 드러냈다.3D 프린팅 기술을 채택하는 레이스팀은 물론 맥라렌뿐이 아니다. 페라리가 지난 1월 그 기술을 논의했고 2014년에는 레드불 레이싱의 대변인이 “3D가 분명 F1의 미래”라고 호언했다.
그런 거창한 주장 외에도 맥라렌은 실제로 영국 본사에 자체 제작 목적으로 약 14억4000만원 상당의 3D 프린팅 장비를 들여놓았다. 하지만 3D 프린터를 이용해 더 큰 부품들(대표적으로 F1 자동차 차대와 서스펜션의 주요 부분)을 만들어 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핏스톱(레이스 중 정비 목적의 정차) 프린터’는 사이즈 제약으로 인해 더 작고 비중 낮은 부품들만 생산할 수 있다. 더 큰 장치들은 모두 영국에서 모니터가 이뤄진다. 뒷날개 플랩도 분명 시선을 사로잡고 인상적인 볼거리지만 “장기적인 생산방식으로 선택한 날개제작 방법이라기보다는 단기적 성능향상을 위한 편법”이라고 오틀리 팀장은 해명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레이서의 안전이다. 3D 프린트 탄소섬유는 사용 가능하고 맥라렌에서 활발히 생산되지만 용도가 제한적이다. 부품을 만들 때 전문가들이 그 소재를 특정한 방식으로 엮지 않으면 충격을 받을 경우 쭈그러지기 때문이다. 가장 두드러진 부분이 노즈콘(nose cone,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원추형 앞부분)과 서스펜션 암(suspension arm, 차체와 바퀴를 연결하는 부품)주위다. 서스펜션 암은 시속 320㎞의 속도로 질주할 때 날개와 타이어 접지력으로 생기는 엄청난 하방 압력을 이겨내야 한다.
스트라타시스의 응용 엔지니어 매트 존스는 “트랙을 돌 때 부품이 받는 부하에 좌우된다”며 “대다수 작은 부품은 부하가 약해 견뎌내기 쉽다”고 IB타임스에 말했다.
현재의 3D 프린팅 기술로 그 정도 정확성을 기하기는 어렵지만 더 큰 부품 개발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건 아니다. 존스 엔지니어는 “(맥라렌 팀이) 전통적인 공정으로 만들 수 없는 부품을 탄소섬유로 제작해 자동차에 사용할 수 있는 시제품 제조 기법이 많다”며 “따라서 3D 프린트로 더 큰 부품들을 제작해 차에 사용하는 건 아니지만 새 디자인 개발에는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맥라렌 레이싱에는 매주 6000개 부품의 제작에 드는 막대한 노동과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능력이 승리에 필수적이다. 그에 따라 3D 프린팅이 전 세계 비밀 레이싱 실험실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게 될 가능성이 크다.
- 올리버 크래그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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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원짜리 F1 레이스카를 움직이는 기술이 빛의 속도로 발전하지만 주요 부품의 설계와 제작에는 몇 일, 몇 주 때로는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 팽팽 돌아가는 자동차 경주 스케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 기업 맥라렌의 기술센터(Technology Center)에는 그들이 자부하는 3개 축이 있다. 레이싱·자동차·응용기술이다. 자동차와 응용기술은 일반 도로주행차·헬스케어·에너지·사물인터넷 기술 등 다양한 분야로 뻗어 나갔지만 레이싱 유산은 맥라렌 브랜드의 모든 측면에 깊게 뿌리내려 있다.
최근 IB타임스가 영국 서리의 워킹에 자리 잡은 세련되고 공상과학 같은 맥라렌 본사를 찾아갔을 때 대변인은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의 핵심은 레이싱이다”고 말했다. 그런 레이싱 정신은 공급망까지 뻗어 있다.
“오늘날 최대의 도전과제 중 하나는 가장 짧은 시간에 아이디어를 레이스 트랙에서 사용되는 실제 부품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맥라렌 레이싱의 닐 오틀리 디자인·개발팀장은 말했다(맥라렌 내에서는 아일톤 세나와 미카 하키넨 같은 전설적인 F1 레이서들이 활약했던 팀의 전성기 때 30년에 걸쳐 컨스트럭터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여러 차례 일궈낸 중요한 인물이다).이런 배경에서 3D 프린팅이 주목 받고 있다. 맥라렌의 워킹 본사에선 매주 6000개 정도의 부품이 생산되는데 견본 테스트, 파손된 부품의 교체, 레이스 전 마지막 순간에 최종 완성차의 성능개선을 위한 것이다. F1은 ‘시제품 스포츠(prototype sport)’나 다름없다. 챔피언십 한 시즌에 걸쳐 차마다 무려 80%의 부품이 교체된다.
이처럼 급변하는 환경에선 다른 팀에 비해 조금이라도 우위를 확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시간이 결정적인 변수이기 때문에 콘셉트·설계·제작 간 지연시간을 최소화하는 3D 프린팅 기술은 F1 엘리트에겐 거부하기 힘든 카드다.
지난 4월 7일 맥라렌 레이싱은 3D 프린팅 목록을 추가로 공개했다. 최근 생산시간 단축을 위해 유명 3D 프린팅업체 스트라타시스와 체결한 파트너십의 결과였다. 현재 진행 중인 2017 월드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맥라렌 혼다 자동차들의 시제품과 주요 부품에 스트라타시스의 열용 해적층법(FDM)과 폴리젯 프린팅 기술이 적용된다. 한편 지난 4월 16일 바레인 그랑프리에는 스트라타시스의 유프린트 SE 플러스(uPrint SE Plus) 프린터가 사상 최초의 트랙사이드 3D 프린터로 모습을 드러냈다.3D 프린팅 기술을 채택하는 레이스팀은 물론 맥라렌뿐이 아니다. 페라리가 지난 1월 그 기술을 논의했고 2014년에는 레드불 레이싱의 대변인이 “3D가 분명 F1의 미래”라고 호언했다.
그런 거창한 주장 외에도 맥라렌은 실제로 영국 본사에 자체 제작 목적으로 약 14억4000만원 상당의 3D 프린팅 장비를 들여놓았다. 하지만 3D 프린터를 이용해 더 큰 부품들(대표적으로 F1 자동차 차대와 서스펜션의 주요 부분)을 만들어 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핏스톱(레이스 중 정비 목적의 정차) 프린터’는 사이즈 제약으로 인해 더 작고 비중 낮은 부품들만 생산할 수 있다. 더 큰 장치들은 모두 영국에서 모니터가 이뤄진다. 뒷날개 플랩도 분명 시선을 사로잡고 인상적인 볼거리지만 “장기적인 생산방식으로 선택한 날개제작 방법이라기보다는 단기적 성능향상을 위한 편법”이라고 오틀리 팀장은 해명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레이서의 안전이다. 3D 프린트 탄소섬유는 사용 가능하고 맥라렌에서 활발히 생산되지만 용도가 제한적이다. 부품을 만들 때 전문가들이 그 소재를 특정한 방식으로 엮지 않으면 충격을 받을 경우 쭈그러지기 때문이다. 가장 두드러진 부분이 노즈콘(nose cone,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원추형 앞부분)과 서스펜션 암(suspension arm, 차체와 바퀴를 연결하는 부품)주위다. 서스펜션 암은 시속 320㎞의 속도로 질주할 때 날개와 타이어 접지력으로 생기는 엄청난 하방 압력을 이겨내야 한다.
스트라타시스의 응용 엔지니어 매트 존스는 “트랙을 돌 때 부품이 받는 부하에 좌우된다”며 “대다수 작은 부품은 부하가 약해 견뎌내기 쉽다”고 IB타임스에 말했다.
현재의 3D 프린팅 기술로 그 정도 정확성을 기하기는 어렵지만 더 큰 부품 개발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건 아니다. 존스 엔지니어는 “(맥라렌 팀이) 전통적인 공정으로 만들 수 없는 부품을 탄소섬유로 제작해 자동차에 사용할 수 있는 시제품 제조 기법이 많다”며 “따라서 3D 프린트로 더 큰 부품들을 제작해 차에 사용하는 건 아니지만 새 디자인 개발에는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맥라렌 레이싱에는 매주 6000개 부품의 제작에 드는 막대한 노동과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능력이 승리에 필수적이다. 그에 따라 3D 프린팅이 전 세계 비밀 레이싱 실험실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게 될 가능성이 크다.
- 올리버 크래그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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