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숨막히는 미세먼지와의 전쟁] 미세먼지 유탄에 대혼란 빠진 기업들
[산업계, 숨막히는 미세먼지와의 전쟁] 미세먼지 유탄에 대혼란 빠진 기업들
규제 강화 불 보듯, 자동차·에너지·화학·건설업계 초긴장.. .미세먼지 잡을 대책 마련 분주
한반도 상공을 뒤덮은 미세먼지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엔 서울의 공기 질이 중국 베이징보다 나쁜 것으로 조사되면서 시민들에겐 공포 수준이다. ‘중국산이냐 국내산이냐’ 미세먼지 주원인을 두고 정부와 기업, 환경단체의 논란이 거센 가운데 많은 전문가는 온전히 중국 탓만 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국내 화력발전소와 제철소에서 뿜어 나오는 연기, 자동차 배기가스 등 국내 발생 원인부터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는 규제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산업계 발등에 불똥이 떨어졌다. 한반도의 공기질이 심각하게 나빠지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전국 미세·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횟수는 130회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72%나 늘었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도 올 1분기 초미세먼지 농도 평균치(32㎍/㎥)가 최근 3년 새 가장 나쁜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통계청이 조사·발표한 ‘2016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은 환경 문제 중 ‘황사, 미세먼지 유입’에 대한 불안이 79.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한국의 공기 질은 중국보다 심각하다. 2016 OECD 보고서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 BLI)’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38개 회원국 중 28위를 차지했는데 특히 대기오염 분야에서는 38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한반도 대기오염 문제가 향후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OECD는 2060년까지 대기오염으로 인한 초과 사망자 수가 한국의 경우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보건영향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10만 명당 미세먼지 사망자는 27명이었다. 일본 17명, 미국 18명, 캐나다 12명으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치다. 그동안 정부는 국내 미세먼지의 주된 원인이 중국 때문이라고 강조해 왔다. 편서풍 지대에 위치한 한반도는 중국 대기질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자료에 의하면 한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가운데 순수 국내 요인은 20~53%이고 중국 등에서 유입된 외부 요인이 47%에서 최대 80%까지다. 중국의 산업화로 인해 대기오염물질이 급증한 것은 사실이다. 2014년 중국의 석탄 및 기름, 가스 소비량은 2007년에 비해 각각 25%, 41%, 154% 늘었다. 이 때문에 한·중 협력을 통해 외부적 요인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뤄왔다.
그러나 국내 발생 요인부터 차단하는 게 순서라는 주장이 최근 들어 거세지고 있다. 이기영 서울대 교수(보건대학원)는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한반도 내에서 배출되는 국산 미세먼지가 첫째이고, 여기에 얼마가 됐든 중국에서 흘러오는 수입산 배출먼지가 둘째”라고 말했다. ‘중국발 영향’이 구체적으로 수치화할 수 없는 부분인데도 이를 항상 주요인으로 지목하면서 정작 국내 대책 마련에는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미세먼지 발생원은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으로 구분된다. 흙먼지, 바닷물에서 생기는 소금, 꽃가루 등은 자연적인 미세먼지 발생원이다. 인위적 발생원은 공장 등에서 화석연료를 태울 때 생기는 매연, 자동차 배기가스, 건설현장 등에서 발생하는 먼지, 소각장 연기 등이다. 수도권의 경우 오래된 경유차의 미세먼지 발생량이 많고, 전국적으로 보면 발전소와 제철소 등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2013년 국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자료에 따르면 미세먼지 배출원에 대한 28개 분류항목 중 제철제강업에서 4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 중 입자의 크기가 10마이크로미터(㎛, 100만 분의 1m) 미만이면 미세먼지(PM10), 2.5㎛ 미만이면 초미세먼지(PM2.5)로 구분한다. 미국 환경보건단체 보건영향연구소(HEI)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29㎍(마이크로그램)/㎥으로 세계보건기구 권장 기준(10㎍/㎥)의 3배나 된다.
하지만 국내의 대기오염물질배출허용 기준은 상당히 느슨하다. PM2.5와 PM10의 배출 허용 총량 규제치가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2016년에 석탄 화력발전소에 중금속 배출허용 기준을 추가로 적용하고 환경설비를 개선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석탄 화력발전소에 PM2.5 및 PM10의 배출허용 총량을 규제하고 2017년에는 중금속 배출허용기준을 추가로 적용했다. 중국도 2015년 8월 대기오염방지법을 전면 개정했는데, 관련 위법행위 종류를 90개 이상 열거해 놓았다. 이 때문에 “국내 미세먼지 발생 허용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기영 교수는 “미세먼지 대책에 환경부만 나서선 안된다”며 “에너지 발전 과정이나 디젤 차량 등 교통 부문에서 배출되기 때문에 환경 정책뿐 아니라 교통 정책, 에너지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별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발표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실효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정부도 최근 각종 규제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새로운 규제가 나오게 되면 산업계 전반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미세먼지 유탄’을 맞아 가장 분주한 곳은 자동차업계와 정유업계다. 정부가 경유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보고 경유세를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5월 중순쯤 연구용역 2차 중간보고 후 6월쯤엔 공청회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경유에 붙는 세금이 최대 90% 인상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돈다. 당장 경유차가 생계수단인 전국버스연합회와 전국화물연합회, 전국개별화물연합회 등 7개 운송사업자 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경유세 인상이 결국 ‘서민 증세’로 이어진다는 볼멘소리다. 이들은 “국내 미세먼지 발생은 중국과 계절적 영향 외에도 충남지역 석탄발전소 등 다양한 곳에 원인이 있음에도 정부는 가장 손쉬운 방법인 경유 세금 인상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유세 인상 여부를 놓고 미세먼지를 잡으려는 환경부와 산업경쟁력 저하를 우려하는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 의견도 제각각이다. 반면 전기버스, 전기트럭 등 전기상용차 시장에는 좋은 소식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내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한 전기버스를 5월 25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개최하는 박람회 ‘현대 트럭&버스 메가 페어’에서 최초로 공개한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1회 충전 주행거리 250㎞의 1t 전기트럭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1t 트럭 시장 진출을 알렸다.
친환경적인 액화석유가스(LPG) 자동차에 대한 규제가 풀릴지도 관심이다. 현재 정부는 LPG를 서민연료로 보고 택시나 렌터카, 장애인·국가유공자·독립유공자 차량에만 적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LPG차 규제가 풀리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인기 차량도 LPG차 출시가 가능해 자동차 시장의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당장 규제를 푸는 데 반대하고 있는 게 변수다. 정유업계도 LPG차가 늘어나면 휘발유와 경유 소비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LPG차 규제 완화에 부정적이다.
건설업계에도 역시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각종 규제가 건설현장과 노후 건설기계, 시멘트·레미콘·골재 제조공장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4월 초 서울·인천·경기 등 지자체와 공동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공공부문 발령’ 방침을 발표하면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경우 차량 2부제에 더해 공공 건설현장과 대기배출 사업장의 운영시간을 단축·조정하는 방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공공부문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민간현장으로의 확산은 시간문제다.
화력발전소에 대한 규제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석탄 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국내 발전4사(한국남동발전·한국동서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는 굴뚝 미세먼지 자동 실시간 측정 기술 및 장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회 정책토론에 참여한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에너지정책학)는 “석탄 화력발전소 내에 미세먼지 배출량 측정 장비가 없어 이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확한 측정이 이뤄지면 제철소, 정유회사 등 모든 기업이 미세먼지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환경의 질에 대한 개선 요구는 정부 내 경제부처나 기업의 반대, 로비 또는 국민 생활에 대한 불편함을 이유로 좌절돼 왔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금이 역설적으로 미세먼지 오염도를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의견이다. 특히 이참에 원자력발전과 석탄발전 우선으로 가동되던 국내 전력 시장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발전소 원료 종류별로 전력을 공급하는 순위를 결정할 때 경제성만 따지던 관행에서 벗어나 이제는 환경과 안전까지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관련 법안이 만들어진 데다 새 정부 역시 탈(脫)원전·석탄을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부와 산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특히 LNG 발전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조용성 고려대 교수(에너지환경정책기술대학원)는 7차 전력 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기 석탄발전소가 예정대로 건설시 그에 따른 투자비와 연간 운영비, 대기오염물질 배출에 따른 환경비용을 추산했다. 그 결과 각 발전소가 2035년까지 운영됐을 때 예상되는 총비용은 약 265조원이며 그 가운데 환경비용은 50% 가량인 약 120조원으로 추정했다. 조 교수는 “석탄발전소를 LNG 혹은 태양광, 풍력발전소로 대체했을 때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분석한 결과 석탄발전만 운영했을 때보다 비용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미세먼지 대책의 컨트롤타워 격으로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대책 특별기구를 신설해 임기 내에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감축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미세먼지 환경기준을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수준,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고 산업단지, 화력발전소, 공항·항만 등 미세먼지 집중배출지역은 대기오염특별대책 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산업용 중심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위해 석탄 화력발전을 줄인다는 전략이다. 신규 건설 전면 중단, 30년 이상 된 노후 발전기 10기 조기 폐쇄, 건설 중인 발전소 중 공정률 10% 미만인 9기 건설 원점 재검토, 모든 발전소에 저감장치설치 의무화 및 배출허용기준 선진국 수준 강화 등을 ‘특단의 조치’로 제시했다. 특히 미세먼지가 심각한 봄철에는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 가동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방침이다. 봄철은 전력 사용량이 높지 않아 LNG 발전으로 전력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유차는 줄이고, 노후 경유차는 조기폐차 또는 교체하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도 제시했다. 경유차 감축 및 노후 경유차 교체 촉진, 친환경차 보급 확대 지원 강화, 노선버스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임기 내 압축천연가스(CNG)로 전면 교체, 대형 경유화물차, 건설장비에 미세먼지·이산화질소 동시 저감장치 설치 의무화 및 보조금 지원제도 시행 등이다. 특히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공공기관의 친환경차 구입 의무를 현행 50%에서 70%로 높이고, 미세먼지 과다 발생 차량을 대상으로 거둔 부담금을 친환경 차량 구매자에게 지원하는 ‘친환경차 협력금 제도’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공장 등 배출원에 대해선 배출기준과 총량규제, 배출부과금을 강화할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관련 공약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총량제 사업장 410개소 중 모니터링이 실시된 사업장은 61개소, 15%에 불과했다. 총량관리 규제 모니터링 인력을 늘려 단속 점검을 강화하고 대상 시설의 실시간 굴뚝감시체계 설치도 의무화하겠다”고 말했다. 또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장관급 의제로 다뤄지고 있는 한·중 미세먼지 협력 논의를 정상외교의 핵심 의제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또 동북아 6개국 환경협정을 통해 미세먼지 이동에 대한 다자, 양자 간 정보공유와 공동연구 강화를 통해 주요 배출원별 저감 대책과 기술도 공유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재원 조달 등 구체적인 실천방안이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수도권 미세먼지 주요 배출원은 자동차인 만큼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줄이려면 노후경유차 운행제한 제도(LEZ), 녹색교통 진흥지역 등을 도입해 교통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환경차 구입 보조금 확대, 전기차 충전 인프라 조기 구축 등에 대한 재원마련 방법에 대해 언급이 없는 점도 지적사항이다. 재정낭비를 막으려면 비용과 효과 분석을 통해 효과가 없는 정책은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반도 상공을 뒤덮은 미세먼지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엔 서울의 공기 질이 중국 베이징보다 나쁜 것으로 조사되면서 시민들에겐 공포 수준이다. ‘중국산이냐 국내산이냐’ 미세먼지 주원인을 두고 정부와 기업, 환경단체의 논란이 거센 가운데 많은 전문가는 온전히 중국 탓만 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국내 화력발전소와 제철소에서 뿜어 나오는 연기, 자동차 배기가스 등 국내 발생 원인부터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는 규제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산업계 발등에 불똥이 떨어졌다. 한반도의 공기질이 심각하게 나빠지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전국 미세·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횟수는 130회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72%나 늘었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도 올 1분기 초미세먼지 농도 평균치(32㎍/㎥)가 최근 3년 새 가장 나쁜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통계청이 조사·발표한 ‘2016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은 환경 문제 중 ‘황사, 미세먼지 유입’에 대한 불안이 79.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한국의 공기 질은 중국보다 심각하다. 2016 OECD 보고서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 BLI)’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38개 회원국 중 28위를 차지했는데 특히 대기오염 분야에서는 38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한반도 대기오염 문제가 향후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OECD는 2060년까지 대기오염으로 인한 초과 사망자 수가 한국의 경우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보건영향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10만 명당 미세먼지 사망자는 27명이었다. 일본 17명, 미국 18명, 캐나다 12명으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치다.
‘국산 미세먼지’에 규제 강화 예고
그러나 국내 발생 요인부터 차단하는 게 순서라는 주장이 최근 들어 거세지고 있다. 이기영 서울대 교수(보건대학원)는 “우리나라 미세먼지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한반도 내에서 배출되는 국산 미세먼지가 첫째이고, 여기에 얼마가 됐든 중국에서 흘러오는 수입산 배출먼지가 둘째”라고 말했다. ‘중국발 영향’이 구체적으로 수치화할 수 없는 부분인데도 이를 항상 주요인으로 지목하면서 정작 국내 대책 마련에는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미세먼지 발생원은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으로 구분된다. 흙먼지, 바닷물에서 생기는 소금, 꽃가루 등은 자연적인 미세먼지 발생원이다. 인위적 발생원은 공장 등에서 화석연료를 태울 때 생기는 매연, 자동차 배기가스, 건설현장 등에서 발생하는 먼지, 소각장 연기 등이다. 수도권의 경우 오래된 경유차의 미세먼지 발생량이 많고, 전국적으로 보면 발전소와 제철소 등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2013년 국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자료에 따르면 미세먼지 배출원에 대한 28개 분류항목 중 제철제강업에서 4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 중 입자의 크기가 10마이크로미터(㎛, 100만 분의 1m) 미만이면 미세먼지(PM10), 2.5㎛ 미만이면 초미세먼지(PM2.5)로 구분한다. 미국 환경보건단체 보건영향연구소(HEI)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29㎍(마이크로그램)/㎥으로 세계보건기구 권장 기준(10㎍/㎥)의 3배나 된다.
하지만 국내의 대기오염물질배출허용 기준은 상당히 느슨하다. PM2.5와 PM10의 배출 허용 총량 규제치가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2016년에 석탄 화력발전소에 중금속 배출허용 기준을 추가로 적용하고 환경설비를 개선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석탄 화력발전소에 PM2.5 및 PM10의 배출허용 총량을 규제하고 2017년에는 중금속 배출허용기준을 추가로 적용했다. 중국도 2015년 8월 대기오염방지법을 전면 개정했는데, 관련 위법행위 종류를 90개 이상 열거해 놓았다. 이 때문에 “국내 미세먼지 발생 허용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기영 교수는 “미세먼지 대책에 환경부만 나서선 안된다”며 “에너지 발전 과정이나 디젤 차량 등 교통 부문에서 배출되기 때문에 환경 정책뿐 아니라 교통 정책, 에너지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별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발표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실효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정부도 최근 각종 규제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새로운 규제가 나오게 되면 산업계 전반에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희비 엇갈리는 자동차·에너지 산업
친환경적인 액화석유가스(LPG) 자동차에 대한 규제가 풀릴지도 관심이다. 현재 정부는 LPG를 서민연료로 보고 택시나 렌터카, 장애인·국가유공자·독립유공자 차량에만 적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LPG차 규제가 풀리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인기 차량도 LPG차 출시가 가능해 자동차 시장의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당장 규제를 푸는 데 반대하고 있는 게 변수다. 정유업계도 LPG차가 늘어나면 휘발유와 경유 소비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LPG차 규제 완화에 부정적이다.
건설업계에도 역시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각종 규제가 건설현장과 노후 건설기계, 시멘트·레미콘·골재 제조공장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4월 초 서울·인천·경기 등 지자체와 공동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공공부문 발령’ 방침을 발표하면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경우 차량 2부제에 더해 공공 건설현장과 대기배출 사업장의 운영시간을 단축·조정하는 방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공공부문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민간현장으로의 확산은 시간문제다.
화력발전소에 대한 규제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석탄 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국내 발전4사(한국남동발전·한국동서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는 굴뚝 미세먼지 자동 실시간 측정 기술 및 장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회 정책토론에 참여한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에너지정책학)는 “석탄 화력발전소 내에 미세먼지 배출량 측정 장비가 없어 이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확한 측정이 이뤄지면 제철소, 정유회사 등 모든 기업이 미세먼지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에너지정책 개혁 ‘골든타임’ 활용해야
조용성 고려대 교수(에너지환경정책기술대학원)는 7차 전력 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기 석탄발전소가 예정대로 건설시 그에 따른 투자비와 연간 운영비, 대기오염물질 배출에 따른 환경비용을 추산했다. 그 결과 각 발전소가 2035년까지 운영됐을 때 예상되는 총비용은 약 265조원이며 그 가운데 환경비용은 50% 가량인 약 120조원으로 추정했다. 조 교수는 “석탄발전소를 LNG 혹은 태양광, 풍력발전소로 대체했을 때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분석한 결과 석탄발전만 운영했을 때보다 비용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박스기사] 문재인 정부 미세먼지 대책은 - 중국과 미세먼지 논의, 정상외교 핵심 의제로
우선 산업용 중심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위해 석탄 화력발전을 줄인다는 전략이다. 신규 건설 전면 중단, 30년 이상 된 노후 발전기 10기 조기 폐쇄, 건설 중인 발전소 중 공정률 10% 미만인 9기 건설 원점 재검토, 모든 발전소에 저감장치설치 의무화 및 배출허용기준 선진국 수준 강화 등을 ‘특단의 조치’로 제시했다. 특히 미세먼지가 심각한 봄철에는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 가동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방침이다. 봄철은 전력 사용량이 높지 않아 LNG 발전으로 전력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유차는 줄이고, 노후 경유차는 조기폐차 또는 교체하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도 제시했다. 경유차 감축 및 노후 경유차 교체 촉진, 친환경차 보급 확대 지원 강화, 노선버스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임기 내 압축천연가스(CNG)로 전면 교체, 대형 경유화물차, 건설장비에 미세먼지·이산화질소 동시 저감장치 설치 의무화 및 보조금 지원제도 시행 등이다. 특히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공공기관의 친환경차 구입 의무를 현행 50%에서 70%로 높이고, 미세먼지 과다 발생 차량을 대상으로 거둔 부담금을 친환경 차량 구매자에게 지원하는 ‘친환경차 협력금 제도’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공장 등 배출원에 대해선 배출기준과 총량규제, 배출부과금을 강화할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관련 공약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총량제 사업장 410개소 중 모니터링이 실시된 사업장은 61개소, 15%에 불과했다. 총량관리 규제 모니터링 인력을 늘려 단속 점검을 강화하고 대상 시설의 실시간 굴뚝감시체계 설치도 의무화하겠다”고 말했다. 또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장관급 의제로 다뤄지고 있는 한·중 미세먼지 협력 논의를 정상외교의 핵심 의제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또 동북아 6개국 환경협정을 통해 미세먼지 이동에 대한 다자, 양자 간 정보공유와 공동연구 강화를 통해 주요 배출원별 저감 대책과 기술도 공유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재원 조달 등 구체적인 실천방안이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수도권 미세먼지 주요 배출원은 자동차인 만큼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줄이려면 노후경유차 운행제한 제도(LEZ), 녹색교통 진흥지역 등을 도입해 교통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환경차 구입 보조금 확대, 전기차 충전 인프라 조기 구축 등에 대한 재원마련 방법에 대해 언급이 없는 점도 지적사항이다. 재정낭비를 막으려면 비용과 효과 분석을 통해 효과가 없는 정책은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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