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2030 주요 내용과 의미] 1년짜리 예산의 한계에서 벗어나려 했다
[비전 2030 주요 내용과 의미] 1년짜리 예산의 한계에서 벗어나려 했다
초장기 재정계획 바탕으로 미래 사회 비전 제시... 단기적이고 편협한 이해관계 벗어나 중장기적 공공의 이익 지향 2006년 8월 30일, 정부중앙청사에서 ‘비전 2030: 함께 가는 희망한국’이 대통령, 국무총리, 감사원장, 국무위원, 국정과제위원회 위원장, 청와대 비서실, 여당 정책위의장 그리고 민간 전문가 등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발표됐다. 활력 있는 경제, 안전하고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그리고 안정되고 품격 있는 국가라는 3대 목표 아래 성장동력 확충, 인적자원 고도화, 사회복지 선진화, 사회적 자본 확충, 능동적 세계화를 5대 전략으로 삼았다. 2030년까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4만9000달러(2005년 불변가격 기준)로 늘리고 GDP대비 공공사회지출 규모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21%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유럽의 선진 복지국가 수준의 경제력과 사회 발전 그리고 이에 걸맞은 재정 구조를 만들어 내고자 한 것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공공사회지출은 GDP의 10.4%다. 세부적으로는 수출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추진하고 국내시장을 개방해 경쟁을 촉진하며, 저출산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공보육, 장기노인요양보험, 기초 노령연금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사회적 상향이동을 위해 어린이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늘려 고용과 복지 향상을 동시에 추구했다. 근로 동기를 부여하고 근로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근로장려세제(EITC)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 밖에 군복무 기간 단축, 학년 조정 등을 통해 생애 근로기간을 늘리는 계획, 자원봉사 활성화, 부정부패 해소 등도 포함된 체계화된 포괄적 종합 처방전이었다.
비전 2030 추진 시 추가 재원소요는 해당기간 총 GDP의 2% 수준으로 전망했다. 비전 2030에 따른 새로운 제도 도입 초기인 2006년부터 2010년까지는 GDP 대비 0.1%, 이후 2011년부터 2030년은 연평균 GDP 대비 2.1%가 추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경상금액기준으로 계획기간 중 1600조 원이 추가 소요되는 것을 뜻한다. 이를 기간별로 보면 2006~2010년 4조원 수준, 2011~2020년 300조원 수준에서 2021~2030년에는 130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소요재원에 대한 조달방안으로는 2010년까지는 세출구조조정, 비과세·감면축소 및 세정합리화와 투명성 제고 등을 통해 증세 없이 추진하되, 2011년 이후에는 추가재원 조달방안에 대하여 국민적 논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1000조원이 넘는 숫자에 다들 경악했지만, 비전 입안자들은 이를 ‘선제적 투자’ 개념으로 이해했다. 비전 2030 같은 체계화된 계획 없이 저출산고령화 사회를 맞이하면, 그보다 더 많은 사회경제적 비용이 발생하고, 경제와 복지는 끝도 없이 추락할 것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실제 시간이 지나 비전 2030이 추구하던 국가경쟁력 강화와 저출산·고령화와 양극화를 극복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좌·우를 떠나 모든 정부들이 달성해야 하는 정책목표가 됐다. 또 합리적 자원배분은 정권의 이념과 상관없이 국가경영의 정도이다. 따라서 정권변화에 따라 이름과 형식은 달리하고 있으나, 비전 2030에 담긴 정책 중 상당수가 후임 정부에 의해 계승되고 있다. 그리고 복지예산이 SOC예산을 비롯한 경제 분야 예산의 규모를 크게 넘어서는 선진국형 재정구조도 한국에서 실현되고 있다.
비전 2030은 기존 정부가 정권을 넘어선 장기 발전계획을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에도 과거에는 장기 국가발전계획이 존재했다. 개발 시기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장기 경제발전계획에 의한 국가주도 경제개발이다. 1962년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으로 시작된 발전계획은 경제기획원을 중심으로 전 부처가 매달려 5년 마다 작성되었고, 이는 국가정책의 나침반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94년 12월 김영삼 대통령이 과거 권위주의 정부의 상징이라며 경제기획원을 폐지하면서 5개년 발전계획 작성도 중지시켰다. 장기 발전계획은 오랜 동면 후에 2006년 8월 노무현 정부에서 비전 2030으로 부활했다. 비전 2030은 경제기획원의 후신인 기획예산처 주도로 모든 부처와 국책연구기관이 동원돼 만들어졌다. 과거 5개년 계획을 빼닮았다. 그러나 두 가지 면에서 과거 발전계획과 다르다. 첫째, 비전 2030은 5년이 아니라 25년을 내다보는 초장기 경제 사회 발전계획이었다. 둘째, 비전과 정책목표를 재정전략과 연계시켜 놓았다. 과거 한국의 5개년 경제사회발전계획도 그랬고, 슈뢰더 총리 시절 독일의 비전 2010 같은 성공적인 해외 국가발전계획도 대부분 재정계획이 동반되지 않은 미래 발전 청사진이었다. 반면 비전 2030은 초장기 재정계획이라는 측면이 강한 미래사회 비전을 제시했다.
왜 그랬을까. 비전 2030은 1년짜리 예산편성의 불합리성을 극복하려는 시도였다. 노무현 정부가 2004년에 도입한 예산 총액배분자율편성제도(톱다운 방식의 예산사전배분제)와 5년 단위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준거점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다. 비전 2030 역시 5년 단위 국가재정운용계획과 연계되는 것을 전제로 짜인 장기재정계획이었다. 장기 플랜을 세우다 보니 계획기간 중 최대 1600조원이라는 추가재정 소요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는 비전 2030은 종합부동산세에 이은 제2의 ‘세금폭탄’으로 언론과 야당인 한나라당으로부터 융단폭격을 받는 빌미가 됐다.
국가발전계획은 필연적으로 장기적인 재정운용방식을 요구한다. 반면 1년을 단위로 재원을 배분하는 기존의 예산편성에서는 각 부처의 예산요구가 상향식으로 종합화된다. 중장기적인 계획과 전략을 기초로 재원을 배분하기 어렵다. 나무는 보되 숲을 보지 못하는 위험성이 큰 것이다. 또 미래에 지속적으로 확대될 지출에 대한 예측 없이 현재의 필요에 의해 재원을 배분하게 된다. 인구고령화와 같은 사회 변화로 고정적인 지출이 증대하게 되면 만성적인 재정적자가 불가피하다. 기존 예산 편성방식은 장기적인 시각을 결여한 예산제도로 장기사업의 지속성을 저해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OECD 국가들을 중심으로 중장기 재정운용계획과 이에 따른 장기 톱다운 예산편성을 도입하는 등 예산제도에 변화를 주는 추세다. 독일이 일찌감치 1969년에 중기재정계획과 다년도의 예산제도를 도입했다. 스웨덴도 1994년에 복수예산 제도라는 이름의 4년 단위 중장기 재정운용계획과 그에 따른 톱다운 방식의 예산제도를 도입한 게 그 예다. 기존의 1년 단위로 재정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3~5년의 중기적인 시각이나 7~10년의 장기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예산의 계획기간을 늘리고자 하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와 ‘국민 개개인의 민생 해결’에도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미래’와 ‘전체 대한민국의 발전’도 고민해야 한다. 개별이익을 모두 만족시켜 줘야하는 민주정치의 덕목이지만, 그 총합이 항상 공익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장기적 시계에서 경제사회계발계획을 짜고, 이에 기초해 합리적인 재정배분을 시도한 노무현 정부의 비전 2030은 의미가 크다. 단기적이고 편협한 이해관계를 벗어나 중장기적 시계에서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을 세우고 이를 실현시키고자 했다는 점에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다만 한계도 있었다. 어렵게 수립한 장기계획이 정치적 지지를 받기에는 추진과 발표 시점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국가의 장기 미래 비전은 집권 후 짜기 시작하는 게 아니라 미리 계획을 짜고 국민에게 제시한 다음 이를 기반으로 공약을 만드는 게 이상적이다. 비전 2030은 대통령 선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발표돼 정책 추진동력이 충분치 않았다. 이로 인해 정치권으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우호적이지 않은 언론과 비전 자체에 대한 냉담한 여론이 더해져 폐기됐다.
향후 장기 재정기획을 운용하기 위해선 현재의 기획재정부에서 기획 기능을 분리하고 사회분야 기획 기능을 강화한 가칭 ‘경제사회발전 기획위원회’ 같은 참모조직을 신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 기획재정부가 과거 기획예산처의 기획 기능을 흡수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장기적 기획 기능을 단기적 현안에 영향을 많이 받는 기획재정부가 감당하기는 어렵다. 기획 기능이 작동한다고 하더라도 경제부처인 기획재정부의 틀 내에서는 사회비전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위원회는 장기적 시계에서 국가비전을 고민하고 합리적 전략을 모색하며, 중장기 정책 대안과 재정소요를 예측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정당 그리고 우리 사회는 지속적인 집단 학습의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물론 대통령과 집권당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미래비전과 관련 세부 정책들이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진영논리나 과도한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합리적인 경제사회발전기획과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면 그 진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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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내다본 종합 처방전
비전 2030 추진 시 추가 재원소요는 해당기간 총 GDP의 2% 수준으로 전망했다. 비전 2030에 따른 새로운 제도 도입 초기인 2006년부터 2010년까지는 GDP 대비 0.1%, 이후 2011년부터 2030년은 연평균 GDP 대비 2.1%가 추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경상금액기준으로 계획기간 중 1600조 원이 추가 소요되는 것을 뜻한다. 이를 기간별로 보면 2006~2010년 4조원 수준, 2011~2020년 300조원 수준에서 2021~2030년에는 130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소요재원에 대한 조달방안으로는 2010년까지는 세출구조조정, 비과세·감면축소 및 세정합리화와 투명성 제고 등을 통해 증세 없이 추진하되, 2011년 이후에는 추가재원 조달방안에 대하여 국민적 논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1000조원이 넘는 숫자에 다들 경악했지만, 비전 입안자들은 이를 ‘선제적 투자’ 개념으로 이해했다. 비전 2030 같은 체계화된 계획 없이 저출산고령화 사회를 맞이하면, 그보다 더 많은 사회경제적 비용이 발생하고, 경제와 복지는 끝도 없이 추락할 것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실제 시간이 지나 비전 2030이 추구하던 국가경쟁력 강화와 저출산·고령화와 양극화를 극복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좌·우를 떠나 모든 정부들이 달성해야 하는 정책목표가 됐다. 또 합리적 자원배분은 정권의 이념과 상관없이 국가경영의 정도이다. 따라서 정권변화에 따라 이름과 형식은 달리하고 있으나, 비전 2030에 담긴 정책 중 상당수가 후임 정부에 의해 계승되고 있다. 그리고 복지예산이 SOC예산을 비롯한 경제 분야 예산의 규모를 크게 넘어서는 선진국형 재정구조도 한국에서 실현되고 있다.
비전 2030은 기존 정부가 정권을 넘어선 장기 발전계획을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에도 과거에는 장기 국가발전계획이 존재했다. 개발 시기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보이는 가장 큰 특징은 장기 경제발전계획에 의한 국가주도 경제개발이다. 1962년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으로 시작된 발전계획은 경제기획원을 중심으로 전 부처가 매달려 5년 마다 작성되었고, 이는 국가정책의 나침반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94년 12월 김영삼 대통령이 과거 권위주의 정부의 상징이라며 경제기획원을 폐지하면서 5개년 발전계획 작성도 중지시켰다. 장기 발전계획은 오랜 동면 후에 2006년 8월 노무현 정부에서 비전 2030으로 부활했다.
단기 예산편성은 정책 지속성 저해
왜 그랬을까. 비전 2030은 1년짜리 예산편성의 불합리성을 극복하려는 시도였다. 노무현 정부가 2004년에 도입한 예산 총액배분자율편성제도(톱다운 방식의 예산사전배분제)와 5년 단위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준거점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다. 비전 2030 역시 5년 단위 국가재정운용계획과 연계되는 것을 전제로 짜인 장기재정계획이었다. 장기 플랜을 세우다 보니 계획기간 중 최대 1600조원이라는 추가재정 소요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는 비전 2030은 종합부동산세에 이은 제2의 ‘세금폭탄’으로 언론과 야당인 한나라당으로부터 융단폭격을 받는 빌미가 됐다.
국가발전계획은 필연적으로 장기적인 재정운용방식을 요구한다. 반면 1년을 단위로 재원을 배분하는 기존의 예산편성에서는 각 부처의 예산요구가 상향식으로 종합화된다. 중장기적인 계획과 전략을 기초로 재원을 배분하기 어렵다. 나무는 보되 숲을 보지 못하는 위험성이 큰 것이다. 또 미래에 지속적으로 확대될 지출에 대한 예측 없이 현재의 필요에 의해 재원을 배분하게 된다. 인구고령화와 같은 사회 변화로 고정적인 지출이 증대하게 되면 만성적인 재정적자가 불가피하다. 기존 예산 편성방식은 장기적인 시각을 결여한 예산제도로 장기사업의 지속성을 저해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OECD 국가들을 중심으로 중장기 재정운용계획과 이에 따른 장기 톱다운 예산편성을 도입하는 등 예산제도에 변화를 주는 추세다. 독일이 일찌감치 1969년에 중기재정계획과 다년도의 예산제도를 도입했다. 스웨덴도 1994년에 복수예산 제도라는 이름의 4년 단위 중장기 재정운용계획과 그에 따른 톱다운 방식의 예산제도를 도입한 게 그 예다. 기존의 1년 단위로 재정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3~5년의 중기적인 시각이나 7~10년의 장기적인 시각을 바탕으로 예산의 계획기간을 늘리고자 하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와 ‘국민 개개인의 민생 해결’에도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미래’와 ‘전체 대한민국의 발전’도 고민해야 한다. 개별이익을 모두 만족시켜 줘야하는 민주정치의 덕목이지만, 그 총합이 항상 공익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장기적 시계에서 경제사회계발계획을 짜고, 이에 기초해 합리적인 재정배분을 시도한 노무현 정부의 비전 2030은 의미가 크다. 단기적이고 편협한 이해관계를 벗어나 중장기적 시계에서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을 세우고 이를 실현시키고자 했다는 점에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다만 한계도 있었다. 어렵게 수립한 장기계획이 정치적 지지를 받기에는 추진과 발표 시점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기획 기능 강화한 별도 위원회 검토할 만
향후 장기 재정기획을 운용하기 위해선 현재의 기획재정부에서 기획 기능을 분리하고 사회분야 기획 기능을 강화한 가칭 ‘경제사회발전 기획위원회’ 같은 참모조직을 신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 기획재정부가 과거 기획예산처의 기획 기능을 흡수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장기적 기획 기능을 단기적 현안에 영향을 많이 받는 기획재정부가 감당하기는 어렵다. 기획 기능이 작동한다고 하더라도 경제부처인 기획재정부의 틀 내에서는 사회비전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위원회는 장기적 시계에서 국가비전을 고민하고 합리적 전략을 모색하며, 중장기 정책 대안과 재정소요를 예측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정당 그리고 우리 사회는 지속적인 집단 학습의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물론 대통령과 집권당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미래비전과 관련 세부 정책들이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진영논리나 과도한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합리적인 경제사회발전기획과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면 그 진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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