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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7) 스트라티오] ‘프렌치 테크 티켓(프랑스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따낸 첫 한국 스타트업

[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7) 스트라티오] ‘프렌치 테크 티켓(프랑스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따낸 첫 한국 스타트업

세계 최초 휴대용 분광기 선보여... 근적외선 이미지 센서 개발에 도전
지난 5월 15일 서울 서초구의 스트라티오 한국 사무실에서 만난 이제형 대표가 개발에 성공한 휴대용 분광기 링크스퀘어로 비아그라의 진품 여부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확인하고 있다. / 사진·전민규 기자
그는 ‘최초’라는 타이틀을 많이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 창업가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세계 첫 ‘휴대용 분광기 제조’다. 분광기는 특정 물질에 빛을 비추면 나타나는 ‘분광지문’을 파악해 물질을 분별하는 기구다. 보통 1억원이 넘는 고가의 기기다. 이런 기기를 60g 무게에 500달러(약 56만원)짜리 ‘링크스퀘어’라는 휴대용 기기로 선보였다. 지난 3월 그는 또 다른 ‘최초’ 기록을 세웠다. 프랑스 정부가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스타트업을 프랑스로 유치하는 프로그램 ‘프렌치 테크 티켓’ 시즌2에서 한국 스타트업으로는 처음 선정된 것이다. 100여 개 나라에서 1220개 스타트업이 도전했고, 이 중 70개 스타트업만 선정됐다. 휴대용 분광기 제조 스타트업 스트라티오 이제형(39) 대표 이야기다. 이 대표는 “프렌치 테크 티켓에 선정되면 1년 동안 프랑스 정부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게 된다. 특히 유럽 진출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의약품·식품·지폐의 진위 여부 가리는 기술 보유
분광기는 일반인은 평생 한 번 보기도 힘든 전문가를 위한 기기다. 사람의 눈으로는 구별하기 어려운 물질 성분을 확인하는 기기다. 예를 들면 비아그라 약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지폐의 표면에 있는 화약약품을 조사해 위조지폐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다. 과일 표면에 농약이 있는지, 혹은 과일의 당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 다양한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현재 우리가 개발한 링크스퀘어로는 위조지폐 여부와 위스키·약품의 진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링크스퀘어의 성능을 보여주기 위해 비아그라 진품과 가짜 판별법을 기자 앞에서 시연했다. 기자의 눈에는 진짜와 가짜를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똑같이 보였다. 그는 “비아그라 진품은 여전히 비싸서 가짜가 판치는 약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분광기에 가짜 비아그라를 올려놓으니 5~7초 후 분광기와 연동이 되어 있는 스마트폰 앱에 ‘Counterfeit(가짜)’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분광기는 전문가용 기기지만, 가격과 휴대성만 좋으면 일상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이 기기와 함께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도 함께 선보였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는 “다양한 분야에서 휴대용 분광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kit)도 공개했다. 엔지니어들이 이 키트를 활용해 좋은 서비스를 만들고 이 서비스를 우리의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휴대용 분광기를 이용한 서비스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다.

스트라티오는 이와 별개로 근적외선 이미지 센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근적외선은 사람의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영역 너머에 있는 빛이다. 이 대표는 “이른바 ‘방산 기술’로 불릴 정도로 글로벌 기업이나 가질 수 있는 어려운 기술이다. 내년까지 근적외선 이미지 센서를 링크스퀘어에 적용하는 게 목표인데, 우리의 모든 기술력을 쏟아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근적외선 이미지 센서가 적용되면 링크스퀘어는 고도의 분석이 가능해진다.

이미지 센서는 대기업 외에는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다. 그럼에도 그가 이렇게 자신감을 드러내는 이유는 함께 일하는 팀원들 때문이다. 이 대표는 서울과학고, 서울대 전기공학과, 스탠퍼드대 대학원 석사·박사를 마치고 2013년 1월 스트라티오를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했다. 얼마 후 서울에도 사무실을 열면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 5월 15일 그를 한국 사무실에서 만난 것은 한국에서 강연과 비즈니스 미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스트라티오에는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 총 15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스탠퍼드대 대학원 출신들이다. 이 대표는 “좋은 팀원들을 꾸린 덕분에 미국과 한국의 다양한 벤처캐피털(VC)이 우리의 기술력을 인정했다. 지금까지 70억원 정도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말했다. 미국국립과학재단의 기술 기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페이즈(Phase) I, 알케미스트 액셀러레이터, 케이큐브 벤처스 같은 유명 VC가 이들의 기술력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 이미지 센서에 관련된 6개의 특허를 한국과 미국에 출원을 했고, 이 중 한 개는 미국에 등록돼 있다.

그는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제품이 양산됐기 때문에 매출은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20억원 정도다. 미국과 한국 그리고 유럽에서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그가 한국과 미국 외에도 유럽 시장 공략을 공언할 수 있는 것은 ‘프렌치 테크 티켓’ 시즌2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정된 40개 나라의 70개 스타트업은 프랑스 정부로부터 다양한 행정·재정적 지원을 받게 된다. 우선 프랑스 전역에 위치한 41개 창업센터 내 전용 오피스에 무료로 입주할 수 있다. 1년 동안 각 프로젝트당 4만5000 유로(약 5500만원)의 펀딩을 받고, 프랑스 체류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이 대표는 “가장 매력적인 것은 프랑스 정착을 위한 정착 지원 패키지를 받는 것”이라며 “프랑스 정부가 전 세계 스타트업 유치를 위해 많은 것을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5년 동안 프랑스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비자를 받았다.
 한국·미국 이어 유럽 시장 공략
이 대표는 ‘프렌치 테크 티켓 행사가 열리는 데 스트라티오도 지원하면 좋을 것 같다’는 사무국의 전화를 받고 이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1~3차까지 치열한 경쟁을 뚫고 70개 팀에 선정이 됐다. 프랑스 진출을 기회로 유럽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프랑스 정부가 언론과의 인터뷰나 관련 전문가를 많이 소개해주기 때문에 유럽 진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 때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인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에서 높은 연봉을 받으며 컨설턴트로 일했다. 대학원 졸업 후에는 다양한 글로벌 기업의 입사 제안을 받기도 했다. 그런 좋은 환경에서 굳이 창업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대학원에서 창업가 전문 교육을 받으면서 내가 왜 교수나 기업만 선택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나만의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창업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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