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환경단체, 납탄 사용으로 사체 먹는 멸종 위기 동물들이 중독되는 경우 많다고 지적해 미국에선 1991년 물새 사냥용 납탄 사용을 금지했지만 사격 스포츠용 탄환 등은 널리 사용된다. / 사진 : I22.COM미국 캘리포니아 주가 납 추방 운동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곧 미국에서 사냥용 납탄 사용을 완전히 금지하는 첫 주가 될 것이다. 납탄에 맞은 동물의 사체를 먹고 납중독에 걸릴 수 있는 캘리포니아 콘도르(큰 독수리의 일종) 같은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납은 질량이 높고 가단성이 우수해 오랫동안 탄환 제조에 사용됐다. 총기·탄약 산업 조합인 미국 사격스포츠재단(NSSF)에 따르면 미국에선 모든 탄환의 95%가 납 성분으로 제조된다.
미국의 일부 주는 메추라기나 꿩, 뇌조 등의 새를 사냥하는 지역에서 납탄 사용을 제한한다. 다른 주들은 납으로 만든 낚시추와 낚시바늘 사용을 금한다. 예를 들어 뉴햄프셔 주에서는 모든 담수 낚시에 특정 크기의 납추와 납바늘을 사용할 수 없다. 특히 그곳에서 지난해 6월 발효된 규정은 1온스(약 28g) 이하의 납추와 납바늘 사용과 판매를 금한다. 한편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구리나 강철 같은 독성이 덜한 대안 탄환을 사냥에 사용토록 하는 법안을 2013년 통과시켰다. 납탄 사냥의 전면 금지는 2019년 발효된다.
미국에서 납을 둘러싼 논쟁이 시작된 지 25년이 넘었다. 1991년 미국 어류야생생물관리청(FWS)은 물새 사냥용 탄환에서 납 사용을 금지했다. 그러나 미국 야생동물보건센터(NWHC)에 따르면 고지대 사냥이나 사격 스포츠용 탄환 또는 낚시추와 바늘에서 납은 계속 널리 사용됐다. 환경단체와 과학자, 의사,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수년 동안 환경보호국(EPA)에 사냥이나 오락을 위한 탄환과 산탄 제조에 납 사용을 제한하도록 요청했다. 그들은 페인트와 휘발유 같은 다른 제품에선 납이 거의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2008년 캘리포니아 주 관리들은 주의 상징 동물인 캘리포니아 콘도르가 날아다니며 먹이활동을 하는 지역에서 납탄 사냥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활동 범위가 캘리포니아 주만이 아니라 애리조나·유타 주까지 포함되는 캘리포니아 콘도르는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크고 희귀한 조류에 속한다. 캘리포니아 콘도르의 주된 사인이 납중독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자 애리조나·유타 주정부의 관리들은 콘도르 지역에서 사냥하는 사냥꾼에게 대체 탄환을 제공함으로써 자발적인 납탄 사용 제한을 유도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임기의 마지막 조치 중 하나로 납탄과 납을 사용한 낚시 도구 금지 명령을 발동했다. 동물과 물고기의 납중독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그에 따라 FWS 청장은 지난 1월 19일 국립공원과 야생생물 보호구역 등 연방 소유지에서 독성 납 사용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을 발표했다.
그러나 바로 6주 뒤 도널드 트럼프 신임 정부에서 새로 임명된 라이언 징크 내무장관은 취임 당일 그 규정을 폐지했다. “이해당사자들과 의미 있는 소통이나 협의, 조율 없이 발표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미국 총기협회(NRA)와 NSSF 같은 총기 사용권리 옹호단체들이 트럼프 정부에 그 규정을 즉시 폐지하라고 촉구한 결과였다. 동물 사체를 먹는 콘도르의 주된 사인이 납중독으로 밝혀지면서 사냥용 납탄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 사진 : AP-NEWSIS총기 사용권리 옹호단체와 사냥단체는 그 규정이 야외활동을 즐기는 국민을 겨냥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NSSF 수석 부대표인 로렌스 킨은 뉴스위크에 오바마 정부의 조치에 문제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스포츠 애호가들, 자연보호 단체들과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의 임기 마지막 날에 발표됐다는 사실은 그 규정에 정치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각 주에서도 그 규정을 불쾌하게 생각한 사람이 많았다. 오바마 정부가 지방 정부와 협의 없이 하향식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유타 주 야생생물 보호관리국장이자 납·어류·야생동물보건 실무그룹 책임자인 그레그 시언은 오랜 전통을 무시한 처사였다고 주장했다. 사냥과 낚시 시즌을 설정하고 그와 관련된 방법과 수단을 규정하는 것은 전통적으로 주정부의 몫이었다.
주정부와 지방정부는 사냥을 즐기는 주민에게 불필요한 제한을 가하는 데 반대한다. 그들은 현지 동식물 서식지에 가해지는 위협을 조사한 뒤 지역사회에 기반한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시언 국장은 뉴스위크에 “미국 전체에 획일적인 규정을 발표하면서 ‘무조건 따르라’는 것은 과학에 근거한 정책이 아니다”고 말했다. “우린 제한적인 조치엔 동의하지만 ‘미시시피 주에서 납중독으로 죽은 독수리가 발견됐으니 미국 전체에 납탄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고 말하는 것은 지지할 수 없다.”
NSSF 수석 부대표인 킨 같은 사람들은 납 사용 금지로 탄환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며 그 규정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납 사용에 관한 두려움이 과학에 근거한 것인지, 또는 납이 동물과 사람에게 건강 위험 요인이 되는지에 대한 생각은 누구에게 묻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한편 환경운동가, 과학자, 공중 보건 전문가들은 납탄이 환경에 해로우며 납은 사람과 동물에 유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오바마 정부의 조치가 야생생물에 미치는 납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작지만 중요한 걸음이라고 생각했다. 납탄이 수백 개의 작은 조각으로 부서져 사체를 먹는 동물이 삼키기 쉽고 소비자용 육류 가공에도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납탄이 사냥터 인근 지역의 납 수준을 크게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생물다양성센터의 환경보건 담당 간부인 조나선 에번스는 더 안전하고 비용효율적인 대안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납 대신 다른 금속으로 만든 탄환이나 낚시추·바늘로 바꿔도 비용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냥이나 낚시와 관련된 다른 경비(교통비 등)를 고려하면 그 정도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의 납탄 사용 금지 지지자들은 다른 주도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에번스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가 아니라면 수년 전에 납이 퇴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 미셸 고먼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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