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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신임 사장은 증권사 샐러리맨 출신이다. 지난 89년 신영증권에 입사해 증권맨에서 대한민국 가치투자의 선도주자인 신영자산운용 사장에 오르기까지 그의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다. 지난 6월5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신영자산운용을 찾아 허남권 사장을 만났다.
지난 89년 신영증권에 입사해 증권맨에서 대한민국 가치투자의 선도주자인 신영자산운용 사장에 오르기까지 허남권 사장의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다.
지금으로부터 30년이 다 된 시절 이야기다. 1980년 1월 100포인트로 출발한 코스피는 1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1989년, 드디어 1000포인트를 돌파했다. 1000포인트 돌파한 이후 최고의 직장은 단연 증권사였다. 대학을 졸업한 우수한 인재들이 앞다퉈 증권사로 몰렸다. 고려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했던 허남권(54) 신영자산운용 사장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무려 4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신영증권에 입사했다.

어렵게 증권사에 들어왔지만 증권맨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명색이 애널리스트인데 롤러코스터 같은 장세에 주식 예측은커녕 소문에만 의존해 테마주만 쫓아가기 일쑤였다. 어디가서 증권맨이 직업이라고 얘기하기 부끄러울 정도였다. 3년치 연봉을 몽땅 날리고서야 정신이 퍼뜩 들었다. 도대체 ‘주식 한 주의 가치라는 게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생겼다. 그때부터 기업 가치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시행착오를 겪은 그는 장고 끝에 다수가 하지 않는 주식 투자법을 자신이 먼저 갈고 닦아보기로 했다. 당시만 해도 기업 정보가 귀했다. 근무지였던 서울 강남지점에서 기업들의 보고서 자료가 비치된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오가려니 시간과 비용이 만만찮게 들었다. 그렇게 독학으로 기업의 수익가치 등 개념에 눈을 떴다. 마침내 7년 차 대리 시절이던 1995년, 그는 신영증권 자회사 신영자산운용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합류 후 그는 ‘많이 벌기보다는 항상 벌어야 한다’는 투자원칙을 세웠다. 항상 벌기 위해서는 가치투자가 답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가치투자는 기업의 가치에 비해 충분히 싼 가격으로 주식을 사서 차익을 남기고 매도하는 투자방법이다. 허 사장은 신영의 가치투자 운용방식으로 ‘신영마라톤’, ‘신영고배당’ 펀드를 만들었고, 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신영자산운용의 대표 상품이 됐다. 결과적으로 그의 투자는 옳았다. 신영자산운용과 펀드수퍼마켓에 따르면, 저평가 가치주에 투자하는 신영마라톤펀드는 지난 2002년 설정 이래 누적 수익률이 500%가 넘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박스피 장세에서도 최근 5년간 누적 수익률(6월16일 기준)이 71%다. 2003년 선보인 고배당 기업에 투자하는 신영고 배당펀드는 640%를 넘는 누적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5년간 신영고배당펀드 누적수익률은 81%나 된다.

꾸준한 수익을 낸 덕분에 지금도 투자자들의 돈이 신영으로 몰리고 있다. 신영자산운용은 중소형사이지만 운용자산 규모는 대형사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신영자산운용의 주식형 펀드 운용자산은 현재 4조7000억원이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일임 자산까지 포함하면 무려 12조 원에 달한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그는 지난 2000년 최고투자책임자(CIO) 자리에 올랐고, 2014년에는 CIO를 겸직하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리고 부사장으로 지낸 지 3년 만인 지난 5월26일, 그는 3년 임기의 신영자산운용 사장직에 올랐다.
 사장이면서 최고투자책임자(CIO) 겸직
10년 전 주식운영본부장 시절의 허남권 사장. 일찍부터 가치투자의 중요성을 알고 분석하고 연구해왔다.
취임 후 일주일이 지난 6월5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신영자산운용 허 사장의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직함이 바뀐 것 이외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다만 투자자와 직원들을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더 커졌다”고 겸손해 했다. 허 사장은 그동안 담당했던 CIO를 계속 맡기로 했다. 그는 운용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투자 운용 철학을 이어가는 것이라는 소신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는 “17년간 CIO로 지낼 수 있었던 것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라며 “투자자들의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CIO를 맡아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상승 랠리가 이어지면서 시장에서는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넘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진다. 6월 14일 코스피 지수는 장중 2387.29포인트를 찍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올 들어 지난 6월16일까지 코스피 지수는 335포인트(16%)가 올랐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코스피 지수가 3200포인트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 크레디리요네증권(CLSA)은 2022년 코스피 지수가 4000포인트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 사장은 앞으로 코스피 지수가 3000포인트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했다. 허 대표는 “올 들어 코스피 지수 상승률은 2007년 이후 최대치”라며 “코스피 상승 랠리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이같이 생각하는 첫째 이유는 아직까지 한국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주가가 그 회사 1주당 수익의 몇 배가 되는가를 나타내는 지표) 11배로 미국(17배), 필리핀(17.8배), 인도네시아(15.5배)보다도 낮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사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엔 가이드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1월부터 6월7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7조9478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이 유력시되던 5월 초부터 2개월간 3조 3000억원 이상 순매수했다.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최근 한 달간 코스피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6조2159억원으로 직전 달보다 29.3% 증가했다. 허 사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되는 것도 코스피지수 상승세에 큰 호재가 될 것”이라며 “여기에 글로벌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수출 비중이 큰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라고 설명했다. 코스피 PER가 미국의 절반만 돼도 3000포인트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부의 스튜어드십 코드도 상승랠리를 이끄는 요인으로 꼽는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 투자가가 투자 기업의 의사 결정 과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수 있도록 한 의결권 행사 지침을 말한다. 기관 투자가가 투자 기업에 배당을 더 하라고 압박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 상장사는 ‘짠물 배당’으로 전세계 투자자 사이 악명이 높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 상장사들의 배당 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은 19.3%다. 한국 상장사의 순이익이 100만원이라면 1년 동안 19만3000원의 배당을 받는다는 뜻이다. 유럽연합(81.4%) 미국(53.8%) 일본(35.2%) 등 선진국은 물론 대만(62.5%)보다 낮은 수준이다.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이 주가 끌어올려
여기에 늘어나는 상장사 기업 수익도 배당주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인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통계를 보면 코스피 상장법인의 현금 배당액은 2014년 15조4948억 원에서 지난해 21조7807억원을 기록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주요 경제 공약들이 주주가치 제고와 소액주주들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이슈들이 많은 만큼 이는 곧 기업들의 배당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지배구조가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허 사장은 “앞으로 한국의 폐쇄적인 기업문화, 소액주주와의 소극적 소통과 같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면 한국 증시는 상승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3000포인트를 언제 넘어설지를 따지기보다는 앞으로 상승 랠리가 이어질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지주사나 배당주 투자가 장기적으로 유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지주회사의 지분가치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대기업의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상황에서 소액주주의 반대 없이 대주주 지분을 늘리려면 배당을 확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6월16일 종가 기준으로 LG 주가는 최근 한 달 동안 9.3%, SK는 8% 올랐다. 국내 주식시장의 큰 손인 국민연금은 올해 초부터 지주사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국민연금은 주요 그룹의 지주사인 SK, GS, 한진칼의 지분을 지난해 말 대비 1~2%포인트 가량 높였다. SK 지분은 지난해 말 7.4%에서 8.4%로 늘었다.

그는 배당주 투자자라면 배당 측면에서 우선주가 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어 주가가 보통주보다 낮지만, 보통주보다 더 많은 배당을 받을 수 있어 주요 기업 배당성향 강화의 최대 수혜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배당률은 금리보다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552개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1.80%로 연 1.5% 안팎인 정기예금 금리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연 1.7% 안팎)보다 높다. 주가가 제 자리를 유지해도 예금보다 낫다는 의미다. 성적도 괜찮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고배당 종목에 투자하는 국내 48개 배당주 펀드는 올 들어 지난 6월16일까지 15%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같은 기간 중소형주 펀드는 10%, 일반 주식형펀드 13%다.

그는 앞으로 중소형주도 눈여겨볼 종목이라고 강조한다. 새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만큼 중소형주가 수혜를 입을 수 있어서다. 신영자산운용은 오는 7월 성과보수형 중소형주 펀드를 출시한다. 신영자산운용에서 출시하는 첫 중소형주 펀드이자 허 사장이 취임 후 내 놓는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사진 김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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