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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미래가 불안한 이유

애플의 미래가 불안한 이유

검색 엔진, 소셜 미디어, 온라인 상거래 사업, 클라우드 서비스 없어 미국 기업가치 톱5 중 데이터 경쟁력 가장 떨어져
애플파크는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로 운영된다. 이 새로운 보금자리의 완공이 애플 쇠퇴의 서곡이 될까?
미국의 대표 IT 기업들이 기업가치에서 세계 톱5를 차지했다.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애플,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페이스북이 1~5위를 휩쓸었다. 특히 세계 1위인 애플의 시가총액은 8000억 달러(약 895조원)에 이른다. 2위인 알파벳은 6830억 달러, 3위 MS는 5382억 달러, 4위 아마존은 4791억 달러, 5위인 페이스북은 4462억 달러로 집계됐다.

하지만 2025년이 되면 그중 적어도 한 회사는 세계 기업가치 톱5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어느 회사일까? 아마도 비행접시 우주선과 도넛을 합쳐 놓은 것 같은 50억 달러짜리 새 보금자리로 이전하기 시작한 회사가 아닐까?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에 신사옥 애플파크를 짓고 막 입주를 시작했다.

애플의 기업 전망을 전적으로 ‘대형 건축 콤플렉스(the edifice complex)’에 비춰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대로 재미는 있다. ‘기업의 향후 전망은 사옥의 웅장함에 반비례한다’는 가설을 가리킨다. 몇 년 전 벤처 투자계의 큰손 마크 앤드리슨은 기업이 쇠퇴하는 조짐을 10가지로 요약해 제시했다. 그중 일곱 번째가 ‘지나치게 웅장한 신사옥에 거액을 쏟아붙는 행위’였다. 1세기가 훨씬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백화점 체인 시어스를 보라. 1970년대 시카고에 세계 최고층(108층) 빌딩 시어스 타워를 지었지만 지금은 자본잠식으로 파산 위기에 몰렸다. 윌리스 타워로 이름이 바뀐 그 마천루에 남아 있는 시어스 직원은 아무도 없다. 웅장한 사옥의 무상함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그보다는 애플이 기업가치 세계 최고 회사 톱5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믿을 만한 좀 더 심오한 이유가 있다. 데이터를 말한다. 전문가들이 자주 지적하듯이 데이터는 이른바 ‘새로운 석유’다. 미래엔 데이터를 가장 많이 가진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다.

데이터는 기업의 기계학습 소프트웨어를 더욱 똑똑하게 만들어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마존의 상품 추천 엔진이나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이 끊임없이 스스로 진화하는 것을 생각해 보라. 그러면 그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해 기계학습 소프트웨어가 더욱 높은 수준으로 발전한다. 그 결과 그 기업은 다른 회사들과 격차를 더 크게 벌릴 수 있다. 현재 세계 톱5 기술 대기업의 시가총액을 합친 액수가 영국 국내총생산(GDP)보다 훨씬 많은 이유다.

그 기업들은 표면상 주력 사업이 서로 다르다. 애플은 하드웨어, 알파벳은 검색 엔진, MS는 소프트웨어, 아마존은 소매업, 페이스북은 소셜 미디어다. 그러나 실제로 보면 그들은 단 한 가지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한다. 데이터 확보다. 소비자가 그들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할 때마다 그들은 소비자의 데이터를 수집해 더 똑똑해진다. 따라서 그들은 소비자와 세계 전반에 관한 새로운 종류의 데이터를 더 많이 축적해야 미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

애플 다음으로 기업가치가 높은 알파벳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데이터 수집 서비스망을 거느린다. 우선 세계 인구가 현재 무엇에 관심을 갖는지 보여주는 실시간 뉴스 자막 역할을 하는 구글 검색(세계 전체 사용자 검색의 90%를 차지한다)부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지난 5월 구글 트렌드는 ‘리처드 닉슨’ 검색이 급증한 현상을 나타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측근의 러시아 내통 의혹을 수사하던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했고 그 여파로 특별검사가 임명된 것을 생각하면 탄핵 직전 하야한 닉슨 전 대통령이 왜 그토록 사용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는지 이해가 갈만하다.

거기에다 구글의 크롬 브라우저, G메일, 구글 닥스(문서 도구), 유튜브, 구글 지도, 구글 캘린더, 사진, 안드로이드(세계 스마트폰의 80%에서 운영체제로 사용되며 그 엄청난 사용자에 관한 데이터를 전부 추적한다)도 있다. 그 모든 서비스를 통해 알파벳은 데이터를 폭풍 흡입한다. 혹등고래가 한입에 천문학적인 숫자의 크릴새우를 빨아들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알파벳은 구글 검색, 크롬 브라우저, G메일 등을 통해 천문학적 수량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 사진 : YOUTUBE
그 다음 페이스북은 구글이 잘 모르는 당신의 다른 측면에 정통하다. 사회적 상호작용을 말한다. 따라서 페이스북은 당신의 성격에 관해 많이 안다고 할 수 있다. 실사용자가 약 20억 명이다. 거기다 와츠앱(모바일 메신저)과 인스타그램(사진-동영상 공유 소셜 미디어)만이 아니라 오큘러스의 가상현실(VR)로 할 수 있는 모든 것까지 더해보라. 페이스북은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뉴스 서비스 업체도 지향한다. 따라서 거기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는 수십억 건의 클릭과 ‘좋아요’, 공유를 통해 각종 사건과 대중 정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한편 아마존은 소비자 습관에 관해 어떤 회사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한다. 또 아마존은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의 아마존 웹서비스(AWS)를 통해 넷플릭스 같은 고객 대기업과 수많은 스타트업이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 수 있다. 현재 아마존은 인공지능(AI) 알렉사를 기반으로 하는 기기를 소비자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개인 도우미로 만들고 있다. 그 과정에서도 아마존은 소비자의 삶에 관해 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그렇다면 MS는 어떤가? 나머지 4개 기업보다 따분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컴퓨터 운영체제 윈도, 문서 프로그램 MS 오피스, 서버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세계의 기업 활동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MS의 파워포인트가 없으면 기업의 모든 활동이 중단될 수 있다. 그런 소프트웨어를 통해 MS는 우리가 어떻게 일하는지에 관해 구글을 제외한 어떤 경쟁업체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그러모은다.

자, 이제 애플을 보자. 물론 우리는 애플의 하드웨어를 좋아한다. 소비자는 아이폰과 맥북, 아이패드를 계속 구입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런 애플의 기량이 약간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전엔 아이폰 신모델이 나오면 사람들이 엄청나게 흥분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쩐지 시들하다. 올가을 선보일 아이폰8에 대한 기대가 쉐보레의 카마로 신모델이 나올 때처럼 무덤덤해졌다.

더 중요한 사실은 애플이 나머지 4대 기업과 경쟁할 때 데이터 수집 면에서 수세에 몰린다는 점이다. 애플의 핵심 사업인 아이폰과 iOS 운영체제는 세계 스마트폰의 약 20%를 차지할 뿐이다. 구글이 스마트폰 사용자의 나머지 80%에서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뜻이다. 애플은 검색 엔진도, 소셜 미디어도, 그럴 듯한 온라인 상거래 사업도, 클라우드 서비스도 없다. 애플의 생산성 향상 소프트웨어는 전부 MS와 구글보다 뒤진다. 애플이 개발한 ‘시리(Siri)’는 존 말코비치를 동원한 광고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우리의 디지털 AI 비서가 되기 위한 경쟁에서 아마존의 알렉사와 구글의 음성 서비스에 밀렸다.
애플의 ‘시리’는 디지털 AI 비서로서 아마존의 알렉사와 구글의 음성 서비스에 밀렸다. / 사진 : AP-NEWSIS
한편 VR 부문에선 페이스북, 구글, MS가 투자를 계속 늘리며 애플보다 한참 앞선 듯하다. 한때 미디어 소비 습관에 관한 엄청난 데이터를 수집했던 애플의 아이튠스도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 아마존 스트리밍 서비스, 또는 구글의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 기술적으로 뒤처졌다.

애플은 데이터 수집의 거의 모든 측면에서 패배했다. 게다가 기계학습의 시대에 데이터는 승자와 패자 사이의 격차를 무자비하게 벌려 놓는다. 그 결과 앞으로 애플이 알파벳·아마존·MS·페이스북을 따라잡기는 힘들 듯하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리 모두가 필요로 하는 멋진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것은 효자 사업이 될 것이다. 자동차나 냉장고를 파는 것이 수익성 좋은 사업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기계학습의 미래를 개척하는 문제에선 톱5 중 4개 회사가 애플보다 더 유리한 입장이다.

그런데 애플은 지금 직원 1만2000명을 애플파크로 이동시키고 있다. 강철과 유리로 된 280만㎡의 오피스 공간 ‘더 링’, 4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카페테리아, 10만㎡의 요가 센터와 피트니트 센터를 갖춘 초고층 테크 시설이다. IT 전문 잡지 와이어드는 그 요가 센터를 두고 이렇게 묘사했다. ‘캔자스 주의 채석장에서 구입한 돌로 덮혀 있으며 애플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가 좋아했고 결혼식까지 올렸던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한 호텔을 장식한 돌처럼 보이도록 만들기 위해 진바지가 그러듯이 일부러 풍파에 노출된 듯 낡아보이게 만들었다.’

잘 나가던 모든 회사가 호화 사옥을 지은 뒤 쇠락했다고 말할 순 없다. 그러나 그런 경우가 눈에 띌 정도로 잦은 건 분명하다. 3차원 그래픽 및 애니메이션을 위한 고성능 워크스테이션을 생산하는 실리콘 그래픽스는 전성기에 거대한 사옥을 지었지만 2003년 떠오르는 회사 구글에 그 건물을 매각했다. 인기 커뮤니티 사이트였던 마이스페이스는 2008년 로스앤젤레스의 호화 빌딩을 사옥으로 쓰려고 3억5000만 달러에 12년 임대 계약을 체결했지만 곧 페이스북 열풍이 불면서 추락했다. AOL 타임워너는 2000년 뉴욕 한가운데서 거대한 사옥을 짓다가 곧바로 최악의 합병이라는 평을 들으며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비운을 맞았다.

물론 애플은 머리가 비상한 인재로 가득한 회사다. 그들이 다른 기업을 멀찌감치 따돌릴 멋진 새 기기를 또다시 만들어내 우리를 놀라게 할지 모른다. 애플이 보유하는 약 2600억 달러의 현금은 예를 들면 제너럴 일렉트릭이나 AT&T, 또는 맥주회사 안호이저-부시 인베브를 인수하기에 충분할 정도다.

그러나 애플의 거대한 신사옥이 사양길로 접어드는 회사의 기념비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케빈 메이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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