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자연을 흠모하는 이방인들은 발리 우붓으로의 발길을 주저하지 않는다. 거대한 발리 섬의 중앙 고원지대로 향하는 길목, 우붓은 푸른 바다 대신 아기자기한 예술가의 길목과 숲이 어우러지고, 화산지대와 산정호수로 연결되는 관문에 들어서 있다. 우붓에서는 한적한 뒷골목이 탐스럽다. 부띠끄숍들과 작은 갤러리들이 거리 곳곳을 단장한다.우붓에서는 남쪽 발리의 분주한 풍경보다는 한적한 골목길이 탐스럽다. 비키니 대신 펑퍼짐한 요가 바지들이 느린 템포로 거리를 활보한다. 우붓은 오랜 기간 문화, 예술의 아지트였다. 자연과 예술에 감명 받은 유럽의 미술가들이 수십 년 전부터 몰려들었고 골목 곳곳에 소규모의 갤러리들을 만들어냈다. 명상을 하며 요가를 배우고, 숲속 쿠킹클래스에 참가하는 느린 템포의 삶들이 우붓에서는 일상처럼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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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템포로 연결되는 삶의 골목들
‘뿌리 사렌 아궁’으로 불리는 왕궁은 우붓의 랜드마크이자 여행자들의 집결지다.우붓의 랜드마크는 ‘뿌리 사렌 아궁’으로 불리는 왕궁이다. 왕궁이라고 해서 거창한 규모는 아니다. 우붓의 마지막 왕이 1900년대 초반까지 거주했던 삶터는 이방인들의 만남의 장소로 열려 있다. 왕궁 건너편은 우붓시장으로 아기자기한 기념품들이 시장 골목을 채우고 있다.
우붓의 문화적 단상은 시장 통을 벗어나 골목길로 연결된다. 잘란 하노만 길을 걷노라면 예쁜 부띠끄숍들이 길목을 단장한다. 코끼리 조각이 지켜선 대문을 열면 배낭여행자들의 게스트하우스로 연결되고, 자전거를 타고 나서는 이방인들은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책을 시작한다. 골목, 사람, 가게들이 온통 우붓의 향취를 자아내는 오브제가 된다. 번화가를 벗어나 길 모퉁이 골목을 들어서는 일, 우연히 발견한 숍에서 낯선 작품들과 조우하는 일들이 우붓을 거니는 소소한 재밋거리다.
바뚜루 호수에서 낚시를 즐기는 주민들. 호숫가마을에는 현지인들의 정겨운 모습이 담겨 있다.우붓으로의 여행은 예술의 뒷골목에 웅크린 자연의 속살을 탐닉하는데 방점이 찍힌다. 우붓에서 북쪽으로 30㎞ 산악지대인 낀따마니는 반전의 땅이다. 활화산이 열리고 산정호수가 광활한 자태를 드러낸다. 호수 주변으로는 호수에 기대 살아가는 완연한 발리 사람들의 일상이 낱낱이 드러난다. 화산토가 어우러진 낀따마니 일대는 질 좋은 발리 커피를 잉태하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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낀따마니, 화산과 호수에 기댄 마을
낀따마니 언덕에서 바라본 바뚜루산과 바뚜루호수는 화산에 얽힌 사연을 지니고 있다.낀따마니는 바뚜르산과 바뚜르 호수 일대를 통칭한다. 해발 1717m의 바뚜르산은 20여 차례나 폭발한 전력을 지닌 활화산이다. 바뚜르 호수는 화산 분화구가 침몰하며 형성된 호수로 지름이 13㎞에 달한다. 낀따마니 언덕에서 구름을 등지고 산과 호수를 바라보는 아득한 조망은 감동의 일부일 뿐이다.
비좁은 호숫가길을 따라 마을 깊숙히 내려서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한가롭게 낚시를 하는 촌부들의 일상을 지나치면 호숫가 마을 사람들의 삶터가 고스란히 나타난다. 아이들은 호수에 몸을 던지고, 마을 절반 크기의 사원이 들어서 있고, 골목 사이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는 평화로운 광경이다.
우붓의 골목에서 만나게 되는 코끼리 조각상.외딴 발리의 산정호숫가 마을에서 그들만의 의식을 지켜보는 것은 색다른 볼거리다. 종교와 축제가 결합된 다양한 행사는 발리 사람들의 일상에 가깝다. ‘오달란’ 등 마을 사원의 창립일 날 치러지는 축제 때는 주민들은 전통의상으로 곱게 차려입고 잔치에 참석한다.
우붓에서 낀따마니를 잇는 길목인 뜨가랄랑 마을에는 계단식 논이 촘촘히 펼쳐져 있다. 우리네 남해의 다랭이 논을 닮았다. 낀따마니 고원지대에서 자전거를 타고 발리의 농촌마을로 내려서는 일, 아융 강의 급류에서 래프팅에 도전하는 일 역시 우붓 일대의 액티비티로 놓칠수 없는 아이템이다.
우붓에서 차량으로 두시간 남짓 남쪽으로 달리면 발리의 바다다. 숱한 발리의 바다 중 가슴에 남는 해변은 짐바란이다. 아침 무렵 햇살을 머금은 짐바란 해변은 고깃배가 너울거리는 아득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짐바란 남서쪽,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의 배경이 된 기암괴석의 빠당빠당 비치 역시 놓칠 수 없다. 100m 수직 절벽 위 울루와뚜 사원은 파도의 아우성을 받아내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 전통 의상을 차려 입고 마을 축제에 참가하는 우붓의 여인들.파도치는 수직절벽위에 아슬아슬하게 들어선 울루와뚜 사원. - 발리 우붓(인도네시아)=글·사진 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여행메모 가는 길: 인천에서 가루다 인도네시아항공, 대한항공 직항편이 운항중이다. 여행지간 이동 때는 쁘라마 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우붓 안에서의 이동 때는 자전거나 스쿠터가 요긴하게 사용된다.
음식: 관광객 대상 식당에 비해 현지인들이 찾는 음식점이 가격도 싸고 맛도 탁월하다. ‘와룽’은 현지인들이 찾는 백반집 같은 곳으로 진열장에 생선튀김, 국, 밥 등을 골라먹는 빠당 푸드를 맛볼 수 있다. 여기에 발리식 아이스티인 ‘에스떼’ 정도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기타 정보: 우붓 도심 인근에 게스트하우스가 밀집해 있다. 전원 속에 들어선 풀 빌라 등 고급 숙소들도 두루 갖춰 취향에 맞게 하룻밤이 가능하다. 인도네시아 대부분이 이슬람교를 믿지만 발리 주민들의 종교는 힌두교가 주를 이루고 있다.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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