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사 통상임금 놓고 6년 평행선] 재계 “신의성실 원칙 적용해야” VS 노조 “상여 포함 소급 지급해야”
[기아차 노사 통상임금 놓고 6년 평행선] 재계 “신의성실 원칙 적용해야” VS 노조 “상여 포함 소급 지급해야”
기업의 어려운 경영환경 고려해야... 대법원,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소송은 파기환송 6년을 끌어온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의 결론이 조만간 나온다. 2011년 기아차 노조 조합원 2만7459명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2014년에는 조합원 13명의 이름으로 4억8000만원의 대표소송도 제기했다. 1심 선고는 8월 17일 오전 10시에 이뤄질 예정이다.
소송의 쟁점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신의성실의 원칙이 인정되는지 여부다. 노조 측의 ‘미지급 임금을 소급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회사 측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주장에 대해 법조계는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기존 판례에 비춰 보면 기아차의 상여금은 통상임금 기준인 고정성·일률성·정기성의 원칙을 모두 충족하기 때문이다. 고정성은 추가 조건 없이 지급됐는지, 일률성은 모든 노동자에게 고루 지급됐는지, 그리고 정기성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지급됐는지를 두고 판단한다. 기아차 상여금은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1심 판결이 노조에 유리하게 나와도 고려해야 할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바로 신의성실의 원칙을 어느 선까지 적용할 것이냐다. 2013년 대법원은 갑을오토텍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렸다. 당시 대법원은 ‘노동자의 통상임금 확대 청구로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발생한다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기 때문에 미지급된 통상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시했다. 신의성실의 원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해야 한다’는 민법 제2조 1항에 근거한다.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건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국 기업 대부분에서 정기상여금은 그 자체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전제 아래에서, 임금 협상시 노사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제외 여부를 합의해왔다”고 지적했다. 갑을오토텍 판결에서 대법원은 ‘근로자 측에서 기업이 예측하지 못한 이유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더해 노사가 합의한 임금 수준을 너무 초과하면 안 된다’고 명시했다. 기업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으면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근로자 측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어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결이었다. 대법원은 갑을오토텍 건을 파기환송했다.
기아차는 재판부에 지난 수 십년 간 노사가 진행해온 임금협상을 참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아차는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라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해왔다. 이는 비단 기아차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내 기업이 임금협상에서 진행해온 관행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노조와 임금 협상시 상여금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전제하고 그만큼 매년 임금 인상률을 높게 설정해왔고, 심지어 노조가 소송을 제기한 지난 6년 간에도 협의를 통해 임금 상승폭을 높여왔다”고 말했다. 지금 기아차 노동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노사 상호의 신뢰 아래 결정해왔다는 것이다. 신의성실의 원칙에는 노사 간 신의도 포함된다. 노조가 이를 알면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 기아차의 주장이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하게 되면 약 3조원의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인 2조4615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올해는 상황이 더 악화했다. 상반기 동안 벌어들인 돈은 7868억원으로 연간으로 계산해도 통상임금 부담액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기아차가 1심 판결에서 패소하면 2007년 이후 10년 만에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선다.
기아차를 둘러싼 경영 환경도 만만치 않다. 올해 상반기 중국 시장에서 판매실적이 55% 감소했다. 미국 판매도 전년 대비 10% 줄었다. 미국과의 한·미 FTA 재협상에 들어가면 국산 자동차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여기에 통상임금 소송 결과까지 부정적으로 나오면 기아차가 입는 타격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기아차는 영업이익 적자 전환, 유동성 위기 심화, 인건비 상승 등으로 글로벌 경쟁 도태는 물론 당분간 재무상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기아차 만의 부담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아차 협력업체만 수천 곳에 이른다. 한국노동연구원은 통상임금에 고정 상여금이 포함되면 산업 전반의 노동비용이 14조6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인건비 부담에 따른 일자리 감소는 완성차 업계에서 1만801명, 부품 업계를 포함하면 2만30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 상황과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한국GM이나 현대중공업 등의 사례보다 기아차 상황이 더 열악하다”며 “법원의 판결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도 중소제조업체 126개사를 대상으로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더해야 할지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결과 신규 채용을 줄이겠다는 응답이 65.1%, 기존 고용을 줄이겠다는 응답이 19.8%를 차지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통상임금 판결의 영향으로 완성차 및 부품사에서만 2만3000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제 인총연합회는 더욱 강하게 반발했다. 경총은 2013년 12월 갑을오토텍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통상임금 소급분 포함시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약 38조 5500억원에 이르며, 매년 8조8600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으로 최대 41만8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총 관계자는 “통상임금 문제는 기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계 전체, 국가 경쟁력 하락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특히 중국의 사드보복 여파와 한·미 FTA 재협상 등 외부적 위기상황에 통상임금 문제까지 더해진다면 한국 경제 전반에 위기가 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통상임금: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급여를 말한다. 통상임금은 연장근로·야간근로·휴일근로·유급휴가에 지급하는 가산금과 퇴직금 계산의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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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의 쟁점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신의성실의 원칙이 인정되는지 여부다. 노조 측의 ‘미지급 임금을 소급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회사 측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주장에 대해 법조계는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기존 판례에 비춰 보면 기아차의 상여금은 통상임금 기준인 고정성·일률성·정기성의 원칙을 모두 충족하기 때문이다. 고정성은 추가 조건 없이 지급됐는지, 일률성은 모든 노동자에게 고루 지급됐는지, 그리고 정기성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지급됐는지를 두고 판단한다. 기아차 상여금은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해마다 임금 인상률 높게 설정했는데…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건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국 기업 대부분에서 정기상여금은 그 자체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전제 아래에서, 임금 협상시 노사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제외 여부를 합의해왔다”고 지적했다. 갑을오토텍 판결에서 대법원은 ‘근로자 측에서 기업이 예측하지 못한 이유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더해 노사가 합의한 임금 수준을 너무 초과하면 안 된다’고 명시했다. 기업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으면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근로자 측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어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결이었다. 대법원은 갑을오토텍 건을 파기환송했다.
기아차는 재판부에 지난 수 십년 간 노사가 진행해온 임금협상을 참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아차는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라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에서 제외해왔다. 이는 비단 기아차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내 기업이 임금협상에서 진행해온 관행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노조와 임금 협상시 상여금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전제하고 그만큼 매년 임금 인상률을 높게 설정해왔고, 심지어 노조가 소송을 제기한 지난 6년 간에도 협의를 통해 임금 상승폭을 높여왔다”고 말했다. 지금 기아차 노동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은 상여금이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노사 상호의 신뢰 아래 결정해왔다는 것이다. 신의성실의 원칙에는 노사 간 신의도 포함된다. 노조가 이를 알면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 기아차의 주장이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하게 되면 약 3조원의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인 2조4615억원을 웃도는 수치다. 올해는 상황이 더 악화했다. 상반기 동안 벌어들인 돈은 7868억원으로 연간으로 계산해도 통상임금 부담액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기아차가 1심 판결에서 패소하면 2007년 이후 10년 만에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선다.
기아차를 둘러싼 경영 환경도 만만치 않다. 올해 상반기 중국 시장에서 판매실적이 55% 감소했다. 미국 판매도 전년 대비 10% 줄었다. 미국과의 한·미 FTA 재협상에 들어가면 국산 자동차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여기에 통상임금 소송 결과까지 부정적으로 나오면 기아차가 입는 타격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기아차는 영업이익 적자 전환, 유동성 위기 심화, 인건비 상승 등으로 글로벌 경쟁 도태는 물론 당분간 재무상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총 “산업계 38조 부담, 일자리 감소”
대한상공회의소에서도 중소제조업체 126개사를 대상으로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더해야 할지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결과 신규 채용을 줄이겠다는 응답이 65.1%, 기존 고용을 줄이겠다는 응답이 19.8%를 차지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통상임금 판결의 영향으로 완성차 및 부품사에서만 2만3000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제 인총연합회는 더욱 강하게 반발했다. 경총은 2013년 12월 갑을오토텍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통상임금 소급분 포함시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약 38조 5500억원에 이르며, 매년 8조8600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으로 최대 41만8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총 관계자는 “통상임금 문제는 기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계 전체, 국가 경쟁력 하락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특히 중국의 사드보복 여파와 한·미 FTA 재협상 등 외부적 위기상황에 통상임금 문제까지 더해진다면 한국 경제 전반에 위기가 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통상임금: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급여를 말한다. 통상임금은 연장근로·야간근로·휴일근로·유급휴가에 지급하는 가산금과 퇴직금 계산의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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