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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는 내 세금 (4) 법인세율 인상 논란] “실제 내는 돈 적다” VS “글로벌 인하 추세에 역행”

[나도 모르는 내 세금 (4) 법인세율 인상 논란] “실제 내는 돈 적다” VS “글로벌 인하 추세에 역행”

납부한 법인세 공제해주는 항목 많아 … 높은 법인세율 탓에 법인세수 줄 수도
내년부터 소득세 명목 최고세율이 42%로 2%포인트, 법인세 최고세율이 25%로 3%포인트 높아진다. 이른바 초고소득자와 대기업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취약계층과 중소기업 지원에 활용하는 문재인 정부의 ‘부자증세’ 시대가 본격 열리는 것이다. 소득세·법인세 명목 최고세율 인상뿐 아니라 대주주 주식 양도차익 과세 강화, 상속·증여세 신고세액공제 단계적 축소, 각종 대기업 세액공제 축소 등도 추진된다. 정부는 8월 2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올해 정기 국회에 제출할 소득세법, 법인세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 13개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개정안은 22일까지 입법예고한 뒤 8월 말 차관·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9월 1일 정기국회에 넘겨질 전망이다.

현재 한국의 법인세율은 최고 22%다. 지방세를 합하면 24.2%다. 이론적으로 100억원을 번 경우 24억2000만원을 세금으로 낸다는 얘기다. 실제론 그렇지 않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각종 감면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한국은 1965년 ‘조세감면 규제법’을 제정한 이후 기업에 각종 조세 지원을 해왔다. 기업의 성장과 투자를 뒷받침하는 차원이다. 조세감면규제법은 1999년 ‘조세특례제한법’으로 이름을 바꿔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쉽게 말해 원래 받아야 할 세금이지만 기업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깎아준 돈이라 보면 된다. 이렇게 기업에 지원한 전체 공제감면액이 2015년 9조6219억원이다. 2015년 전체 법인 세액이 약 45조원인 걸 고려하면 적지 않은 액수다. 2012년 9조 4918억원에 달했다가 차츰 줄었지만 2015년 다시 9조원 중반대로 늘었다. 가장 비중이 큰 건 외국납부세액공제다. 2007년 6884억원에서 지난해 3조946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한국은 기업의 국내외 소득을 모두 합산해 법인세를 매긴다. 그런데 해외에 진출한 기업은 해당 국가에서도 법인세를 내야 한다. 이렇게 해외에서 납부한 법인세를 공제해주는 개념이다. 이중과세인 만큼 당연히 돌려줘야 할 돈이라고 봐야 한다.

소득세든 법인세든 조세 감면제도는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직접 지원하는 건 예산의 한계 때문에 쉽지 않은 반면 감면 제도는 그런 부담 없이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선거 때마다 표를 노린 감면 공약이 난무하는 이유다. 법인세율 인상을 주장하는 쪽에선 이런저런 명목으로 세금을 깎아주다 보니 한국 기업이 실제로 지는 법인세 부담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근거는 평균실효세율이다. 평균실효세율은 법인의 총부담세액을 과세표준으로 나눈 값이다. 세액공제 및 감면 혜택을 뺀 실제 법인세 부담 정도를 뜻한다. 2015년 평균실효세율은 16.1%다. 평균명목세율 19.9%보다 3.8%포인트 낮다.
 법인세 평균실효세율은 낮은 편
평균실효세율은 평균명목세율과 비슷하게 변동해왔는데 1994년 28.5%로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그러나 최근엔 둘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1998년 이전에는 2%포인트 이하였지만 최근에는 4%포인트 내외다.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더 큰 혜택을 보는 세율역전현상도 관측된다. 법인세는 누진구조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과세표준 값이 커질수록 실효세율도 증가한다. 그러나 과표 1000억원 초과 구간을 넘어가면 오히려 실효세율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과표 500억원 초과~1000억원 이하 법인의 실효세율은 18.8%지만 1000억원 초과~5000억원 이하 법인의 실효세율은 18.7%다. 5000억원 초과인 경우엔 실효세율이 16.4%로 크게 줄어든다. 외국납부세액공제, R&D 비용 세액공제 등에서 높은 공제감면을 적용 받았기 때문이다.

법인세율 인상을 주장하는 쪽에선 증가하는 복지 재원을 확보하고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이명박 정부 때 법인세율을 낮췄지만 고용 증가와 투자 확대 같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적었다는 점도 덧붙인다. 학계의 연구도 이런 논리에 힘을 보탠다. 법인세율을 1%포인트 낮추면 투자가 0.05% 정도 증가한다는 게 일반적인 연구 결과다. 법인세가 투자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미미하다는 의미다.

기업이 ‘사내에 남겨둔 이익’을 뜻하는 사내유보금도 빼놓을 수 없는 공격 포인트다. 실제로 금융위기 이후 한국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큰 폭으로 늘었다. 이 많은 현금을 쌓아두고선 투자도 안 하고, 임금 인상에도 인색했다는 논리다.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는 쪽에는 애초에 사내유보금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이 부분에선 반대 측의 논리가 더 타당한 측면이 있다.

만약 기업이 사내유보금을 전혀 투자하지 않고 현금으로만 쥐고 있다면 사내유보금과 보유 현금이 일치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오히려 대다수 기업은 이윤이 나지 않는 현금의 비중을 가능하면 줄이려고 한다. 이런 오해 때문에 학계에선 사내유보금을 ‘법인세를 내고 남은 돈이 다양한 자산 형태로 다시 투자됐다’는 의미에서 세후재투자자본(稅後再投資資本)으로 바꿔 쓰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반대 측의 또 다른 논리는 ‘지속적으로 법인세율을 낮추는 글로벌 경쟁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위기를 겪은 일부 국가만 법인세율을 인상했고, 나머지는 세율을 낮추거나 유지하는 추세다. 2014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지방세 포함) 비중(3.2%)이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8%)보다 높다. 이런 상황에서 세율을 더 올리는 건 무리라는 주장이다. 또한 법인세율은 기업이 투자입지를 결정할 때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이명박 정부 때 최저한세율 오히려 올라
이명박 정부 때 최고세율을 낮췄다지만 반대로 기업에 부담을 주는 입법도 많이 했기 때문에 인하 효과를 제대로 못 봤다는 주장도 한다. 예를 들어 최고세율은 낮췄지만 최저한세율을 높였고, 일부 투자세액 공제율도 낮췄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저한세율이 오르긴 했다.

최저한세제도(AMT)는 1991년부터 시행됐다. 법인이나 개인사업자가 각종 조세 감면을 받더라도 최소한의 세금은 부담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예를 들어 22%의 법인세율을 적용받는 기업이 각종 감면 혜택을 받아 유효세율(16%)이 최저한세율(17%) 밑으로 내려갔다면 최저한세율을 기준으로 법인세를 내도록 하는 것이다. 2015년 기준으로 대기업의 4.2%, 중소기업의 95.8%가 이 제도의 적용을 받았다.

그럼에도 법인세율 인상을 주장하는 쪽에선 여전히 기업의 세 부담이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사회보장기여금을 예로 든다. 국민연금보험료·건강보험료·고용보험료 등이 여기에 포함되는데 한국은 GDP 대비 사회보장기여금 비중이 5%대로 OECD 평균보다 낮다. 특히 고용주가 부담하는 비중은 3%로 OECD 평균(5.2%)이나 독일(6.5%)·일본(5.8%) 등과 격차가 큰 편이다. 세금만 적게 내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기여도가 낮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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