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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의 디지털 인문학] 인간은 동물과 다른 특별한 존재인가

[김경준의 디지털 인문학] 인간은 동물과 다른 특별한 존재인가

인간을 이해하는 유형의 출발점은 ‘인간을 동물과 같은 반열에 놓을 것인가, 아니면 완전히 다른 특별한 존재로 구별할 것인가’이다. 대표적으로 종교는 본질적으로 인간을 신의 피조물이자 신을 지향하는 존재로 보기 때문에 동물과는 구별되는 독특한 존재로 인식한다. 이와 달리 다윈의 진화론은 근본적으로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은 없다고 보며, 사회생물학은 진화의 개념에 사회문화적 특성까지도 포함해 전개했다.

현생 인류의 지구상 출현은 약 200만년 전으로 추정되고, 사람과 침팬지는 대략 500만년 전에 분화됐다. 불을 다루게 되면서 음식이 부드러워지고 영양분 섭취량이 많아지면서 두뇌용적이 늘어나 대략 20만년 전에 출현한 호모 사피엔스의 두뇌 용적은 1600㏄까지 커졌다. 3만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날 무렵 구석기시대가 시작됐고, 1만년 전의 신석기 시대에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시작된 원시농경으로 문명시대가 열린다.

인류가 탄생하기 이전에도 시간은 존재한다. 137억년 전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했고, 45억년 전 태양과 지구가 형성된 데 이어 35억년 전 지구상 최초의 생물이 나타났다. 기나긴 우주의 역사에서 찰나와 같은 인류 문명의 역사를 과학자 칼 세이건은 ‘이 세계는 어마어마하게 늙었고, 인류는 너무나도 어리다’고 표현한다. 그가 우주 역사를 1년으로 변환해 ‘에덴의 용’에서 소개한 우주력을 보면 실감난다. 우주의 역사를 1년으로 보았을 때 인간이 구석기시대 벽화를 그린 후 1분, 농업을 시작하고 문명시대로 진입한 지 40초가 지났을 뿐이다. 하지만 이 짧은 시간에 인류는 석기시대에서 청동기·철기시대를 거쳐서 산업혁명·정보혁명에 이어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태양계 밖의 우주를 탐험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1만년 전 문명이 시작돼 인간은 삶의 조건이 동물과는 확연히 구별되기 시작했지만 과학적 지식은 부족한 상태에서 인간을 동물과는 구별되는 특별한 존재라는 믿음이 생겨나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런 배경에서 고대부터 18세기까지 세계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강력한 프레임이었던 대부분의 종교는 공통적으로 인간과 초월자의 관계를 설정하고 인간을 비록 부족하지만 신과 같은 속성을 지니는 존재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러나 자연과학적 지식이 확장되면서 인간이 동물과 공유하는 속성을 다양하게 발견하게 된다. 특히 찰스 다윈이 1859년 출간한 [종의 기원]에서 펼친 진화론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결국 인류는 하등생물의 후손이다…(중략)…그리고 처음부터 누군가가 우리를 그 자리에 데려다 놓은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바닥에서 시작해 그 자리로 오르게 되었다는 사실은 먼 미래에는 더욱 고귀한 운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게 한다…(중략)…물론 인간은 다양한 고귀한 품성을 지녔다. 가장 타락한 자에게도 동정을 보이고, 인간뿐만 아니라 보잘것없는 생물에도 자비심을 보인다. 뿐만 아니라 태양계의 구조와 운동을 통찰하는 신과 같은 지적 능력을 지녔다. 그러나 모든 숭고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몸의 뼈 마디마디에는 비천한 기원을 나타내는 지울 수 없는 도장 자국이 새겨져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찰스 다윈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

당시 사회적 논란이 되었던 진화론에 대해 토마스 헉슬리와 윌리암 윌버포스 주교가 벌인 논쟁의 진위는 불분명하지만 유명한 에피소드로 지금도 회자된다. 과학적 지식에 충실했고 스스로를 ‘찰스 다윈의 불독’이라고 부를 정도로 진화론을 적극 지지했던 헉슬리와 진화론의 적(敵)으로 명성을 날리던 영국국교회 윌버포스 주교 간의 논쟁이 1860년 옥스퍼드 대학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벌어졌다. 윌버포스가 “당신 조부모 중 어느 쪽이 유인원과 친척이냐”며 조롱하자, 헉슬리가 “과학적 토론을 하면서 상대를 조롱하는 데 자신의 재능과 영향력을 사용하는 인간보다는 차라리 유인원을 조부모로 택하겠다”고 되받았다.

겉으로 보기에 인간은 언어와 도구 사용 등에서 동물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특징을 가진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이 동물행동학을 통해 다른 동물들에게도 광범위하게 발견되면서 이들 특징은 정도의 차이지 유무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영국의 동물학자 제인 구달의 침팬지 행태 연구가 대표적이다. 젊은 시절 아프리카 여행 중 저명한 고생물학자로서 케냐 나이로비 자연사 박물관장을 역임하던 루이스 리키와의 만남을 계기로 1960년부터 탄자니아 곰비 국립공원의 침팬지 집단을 수십년 간 관찰했다. 경계심 많은 침팬지들에게 집단의 일원으로 인정받아 일종의 스킨십인 털고르기까지 해줄 정도로 친밀해지면서 집중 관찰한 결과 침팬지들이 사냥을 벌이고 다른 동물의 고기를 먹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나뭇가지를 개미구멍에 쑤셔 넣는 도구로 사용해 흰개미를 잡아먹는다는 사실에서 도구의 제작과 사용은 인간만의 특성이라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렸다. 당시 이를 확인한 후원자 루이스 리키가 “그렇다면 우리는 인간을 다시 정의하던가, 도구를 다시 정의하던가, 아니면 침팬지를 인간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한 언급은 유명하다. 또한 침팬지들이 집단 내부의 권력투쟁을 벌이면서 동족을 죽이는 사례를 발견해 겉보기에 평화로워 보이는 침팬지도 실제로는 잔인한 측면이 있으며 인간과 유사한 공격적 본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렸다. 그녀는 말했다. “침팬지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우리 인간을 닮았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생물가족의 일원이면서 고도의 지능을 가진 독특한 존재이다. 생물학적 메커니즘은 친척인 미생물과 동일하지만 작은 뇌 속에 우주의 원리를 담을 수 있는 지능으로 도구를 만들어 협력하고, 높은 수준의 추상적 사유를 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농경생활로 자연적 제약을 벗어나기 시작해 기계를 발명해 육체적 능력을 비약적으로 확장시킨 인간은 20세기 후반 컴퓨터를 발명해 정신적 능력도 확장시켰다. 오늘날에는 인공지능으로 인지능력을 확장시키고 생명공학으로 수명을 연장하면서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호모 데우스’로 진화하고 있다. 인간이 과거에 신의 고유영역으로 간주해온 영역으로 역량을 확장하면서 인간의 본질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는 역설적 상황이 21세기 들어서 확산되는 인문학 재조명의 한가지 배경이다.



※ 필자는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1세기 글로벌 기업과 산업의 변화를 이해하면서 인문학에 대한 조예가 깊어 이론과 경험을 겸비한 융합형 경영전문가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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