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영토 넓히는 토종 호텔 브랜드
글로벌 영토 넓히는 토종 호텔 브랜드
롯데호텔·호텔신라 등 국내 토종 호텔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줄고 면세점 매출마저 떨어지자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진출 전략도 차별화하고 있다. 미얀마 양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일본 니키타에 이어 필리핀 팔라완과 베트남 하노이·다낭까지…. 국내 토종 호텔 브랜드의 해외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2010년 모스크바 상륙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6개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호텔은 올 하반기에 미얀마 양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일본 니키타에 호텔·리조트를 오픈한다. 2018~2019년 사이엔 러시아 사마라와 중국 옌타이·선양·청두에도 호텔사업을 확장한다. 호텔신라는 세컨드 브랜드인 ‘신라스테이’로 내년 상반기 베트남의 하노이와 다낭에 진출한다. 2006년 중국 쑤저우의 진지레이크 신라호텔 오픈 이후 12년 만이다. 임피리얼 팰리스와 한진, 이랜드도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섰다.
토종 호텔기업이 해외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호텔 공급 과잉으로 인한 업계 불황,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보복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급감 등 국내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유통시설과 결합한 집적화와 철저한 현지화, 위탁경영 시스템을 통한 초기 투자비 절감과 손실 예방, 국내의 해외여행 수요 유치 등 각 브랜드마다 진출 전략도 차별화하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에 가장 활발한 기업은 롯데호텔이다. 롯데호텔이 한 해에 해외에서 호텔을 3개 개관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우선 9월1일 미얀마 최대의 경제 중심지 양곤에 ‘롯데호텔 양곤’의 문을 연다. 위탁경영 방식으로 운영될 롯데호텔 양곤은 러시아(모스크바)·베트남(하노이·호찌민)·미국(뉴욕·괌)·우즈베키스탄에 이은 롯데호텔의 7번째 해외체인호텔이다. 4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오픈하는 이 호텔은 객실 343실이 마련된 호텔동과 객실 315실을 갖춘 서비스아파트먼트로 이뤄져 있다. 매일 1회 대한항공 직항편이 운항되는 양곤 국제공항과 7.6㎞ 거리로 차량으로 약 20분 소요돼 접근성이 뛰어나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도 9월 호텔을 오픈한다.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으로 154개 객실 규모다.
12월에는 일본 니가타 현에 ‘롯데 아라이리조트’를 개장한다. 2015년 6월 당시 18억엔(185억원)에 아라이리조트를 사들여 그동안 주요 시설 개조공사를 진행해 왔다. 257실의 호텔 4동과 리프트 4개, 곤돌라 1개, 슬로프 11개의 스키장과 온천·수영장 등을 갖춘 복합 스키 리조트다. 낮은 기온에서 눈이 내려 뽀송뽀송한 상태인 ‘파우더 스노’라 불리는 최상의 설질과 12월 말에서 이듬해 5월까지의 긴 스키 시즌이 장점이다. 롯데호텔의 해외 시장 진출은 줄줄이 오픈 예정이다. 러시아 사마라에 내년 완공을 목표로 5성급 호텔을 준비하고 있는데 190여 객실로 예상된다. 현재 중국 옌타이에 300객실 5성급 규모의 호텔을 리모델링 중이며, 선양과 청두에도 2019년 오픈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호텔신라는 비즈니스호텔 브랜드 ‘신라스테이’를 앞세워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섰다. 2018년 상반기 중 베트남 하노이와 다낭 등 2곳에 신라스테이를 오픈할 예정이다. 호텔신라가 베트남 진출을 결정한 것은 관광지로서 하노이와 다낭이 각광받고 있을 뿐 아니라 해외 출장객을 비롯해 국내 기업의 비즈니스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베트남 진출은 호텔을 새로 짓거나 인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100% 위탁경영하는 것”이라며 “시중에 나도는 중국 시안 진출은 베트남 진출 성과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라·롯데 외 로컬 체인들도 해외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은 국내 토종 호텔 브랜드 최초로 필리핀 팔라완에 진출한다. 팔라완 지역의 호텔·리조트 중 최대 규모로 지난 6월 착공해 오는 2019년 하반기에 준공할 예정이다. 임피리얼 팰리스 팔라완 리조트는 호텔 367실, 풀빌라 49실을 비롯해 레스토랑과 바·연회장·워터파크·스파 등 부대시설이 들어선다.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은 현재 일본 후쿠오카에 임피리얼 팰리스 시티 호텔을 직접 운영 중이며, 오사카에도 체인 호텔을 오픈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한진도 지난 6월2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월셔 그랜드 호텔이 자리한 월셔 그랜드 센터를 오픈했다. 2014년 본격적인 재건축에 착수해 자금만 10억 달러 이상 투입된 월셔 그랜드 센터는 335m 높이로 미국 서부 지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상층부는 호텔이, 저층부에는 오피스 공간이 자리한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켄싱턴 호텔도 사이판에 3개, 중국 구이린에 1개의 호텔을 운영 중이다. 켄싱턴 호텔에 따르면 켄싱턴 호텔 사이판·PIC·코럴오션골프리조트 등의 객실 평균 가동률은 90%에 육박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사이판 여행에 나선 국내 여행객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호텔들이 해외로 영토를 넓히는 이유는 국내 호텔 시장이 포화에 이르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지난해 서울 시내 관광호텔 수는 348개로 2014년 233개에 비해 2년 만에 100개 이상 늘어났다. 그러나 사드 배치 보복에 따라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감소하면서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만 안주할 경우 정치적인 요인 등으로 관광객이 줄어들면 타격이 막대하기 때문에 시장 다변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또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위상 강화를 통해 현지인들의 국내 모객으로 이어지는 효과도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만큼 각 브랜드별로 차별화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롯데호텔은 최근 러시아 동부권과 동남아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호텔롯데 모스크바는 객단가와 객실점유율이 유럽 전체에서 톱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상트페테르부르크 호텔도 모스크바의 성공 사례 덕에 오픈했으며, 최근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에서도 호텔을 운영해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말했다.
롯데호텔의 전략은 ‘뭉쳐서 뜬다’로 요약된다. 호텔과 유통매장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진출하면서 브랜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베트남 하노이가 대표적이다. 2014년 롯데호텔이 진출한 이후 그해 9월 ‘롯데센터 하노이’를 개점했다. 2020년엔 하노이시 떠이호구 신도시 상업지구에 쇼핑몰·백화점·마트·시네마 등이 들어서는 ‘롯데몰 하노이’도 선보일 계획이다. 롯데호텔 측은 “호텔 브랜드를 앞세워 상류층에게 인지도를 쌓은 후 관련 유통 브랜드가 그 지역에 입점하고 있다”며 “여러 계열사의 동반 진출을 통해 현지에서 롯데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2007년엔 호텔 상륙에 앞서 롯데백화점 러시아 모스크바 점을 개점했다. 현재 호텔 오픈을 추진 중인 중국의 선양과 청두 역시 2013~2014년에 롯데백화점이 개장한 곳이다. 선양에도 대형 복합단지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유통과 호텔을 앞세워 중국의 ‘2선(線) 도시’에서 대도시로 포위해 들어가는 전략을 세웠다”며 “브랜드 파워가 약한 한국 기업의 전통적 중국 진출 방식”이라고 말했다.
호텔신라는 신라스테이 브랜드를 앞세운 위탁경영 시스템 전략이다. 브랜드 사용 권한과 호텔 경영을 전담한 운영수수료를 받는 시스템이다. 호텔신라는 2006년 중국 쑤저우의 ‘진지레이크 신라호텔’과 20년 위탁운영 계약을 체결하며 처음 해외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베트남 신라스테이는 표면적으로 4성급 비즈니스호텔이지만 국내 보다 상위 브랜드 호텔 규모로 준비 중이다. 특히 호텔신라는 지난해 국내 주요 비즈니스호텔 중 유일하게 신라스테이가 첫 흑자를 기록하면서 해외 진출에도 자신감에 차 있다. 국내에서의 위탁경영 노하우를 동남아 시장에 적용하겠다는 전략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전통적인 호텔업은 부동산 가격, 높은 인건비 비중 탓에 고비용·저효율 사업이었지만 위탁경영 시스템을 통해 저비용·고효율 사업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며 “위탁경영방식을 통해 대규모 직접투자에 따르는 예상치 못한 위험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건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특히 한·중 간의 정치적 상황이 발목을 잡고 있다. 롯데호텔은 2014년 8월 옌타이의 디벨로퍼 예다과기원과 호텔 위탁경영 계약을 맺고 중국 지역 첫 번째 호텔 오픈 계획을 세웠다. 계약 체결 당시 밝혔던 오픈 목표는 2017년 6월. 하지만 중국 디벨로퍼 측 사정으로 오픈 시기는 2018년 3월로 한 차례 늦추어졌고, 공사 진척이 미진해 이마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선양에 조성 중인 ‘선양롯데월드’ 역시 중국 당국이 소방시설 미비를 지적하면서 공사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롯데호텔 측은 “중국 내 사업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변동 요인이 상당히 많다”며 “선양과 청두 지역의 오픈 시기도 아직은 미정”이라고 말했다. 롯데호텔은 미국 뉴욕, 괌, 베트남 등 3곳 해외법인의 적자 행진도 풀어야할 과제다.
호텔신라는 후발주자로서 확장성이 더딜 수밖에 없다. 2006년 쑤저우 신라호텔 오픈 이후 12년 만에 베트남에 진출하지만 이미 롯데호텔이 2013년 호치민, 2014년 하노이에 진출해 자리를 잡고 있어 경쟁이 불가피하다. 최근 베트남이 글로벌 호텔 체인 브랜드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위탁경영 방식의 한계도 존재한다. 특성상 현지 디벨로퍼의 제안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호텔신라가 중국 시안, 동남아 타 지역에 대한 진출 계획을 섣불리 내놓을 수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호텔업계에선 “해외 시장 진출 시기를 못 박지 말고 질적 성장을 꾀하는 방향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롯데호텔도 투자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직접투자와 함께 브랜드를 빌려주는 위탁경영으로 사업모델을 전환 중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해외 호텔 사업이 시작 단계인 만큼 초기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이익실현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토종 호텔기업이 해외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호텔 공급 과잉으로 인한 업계 불황,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보복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급감 등 국내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유통시설과 결합한 집적화와 철저한 현지화, 위탁경영 시스템을 통한 초기 투자비 절감과 손실 예방, 국내의 해외여행 수요 유치 등 각 브랜드마다 진출 전략도 차별화하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에 가장 활발한 기업은 롯데호텔이다. 롯데호텔이 한 해에 해외에서 호텔을 3개 개관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우선 9월1일 미얀마 최대의 경제 중심지 양곤에 ‘롯데호텔 양곤’의 문을 연다. 위탁경영 방식으로 운영될 롯데호텔 양곤은 러시아(모스크바)·베트남(하노이·호찌민)·미국(뉴욕·괌)·우즈베키스탄에 이은 롯데호텔의 7번째 해외체인호텔이다. 4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오픈하는 이 호텔은 객실 343실이 마련된 호텔동과 객실 315실을 갖춘 서비스아파트먼트로 이뤄져 있다. 매일 1회 대한항공 직항편이 운항되는 양곤 국제공항과 7.6㎞ 거리로 차량으로 약 20분 소요돼 접근성이 뛰어나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도 9월 호텔을 오픈한다.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으로 154개 객실 규모다.
12월에는 일본 니가타 현에 ‘롯데 아라이리조트’를 개장한다. 2015년 6월 당시 18억엔(185억원)에 아라이리조트를 사들여 그동안 주요 시설 개조공사를 진행해 왔다. 257실의 호텔 4동과 리프트 4개, 곤돌라 1개, 슬로프 11개의 스키장과 온천·수영장 등을 갖춘 복합 스키 리조트다. 낮은 기온에서 눈이 내려 뽀송뽀송한 상태인 ‘파우더 스노’라 불리는 최상의 설질과 12월 말에서 이듬해 5월까지의 긴 스키 시즌이 장점이다.
롯데호텔, 올해만 해외서 3개점 오픈
호텔신라는 비즈니스호텔 브랜드 ‘신라스테이’를 앞세워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섰다. 2018년 상반기 중 베트남 하노이와 다낭 등 2곳에 신라스테이를 오픈할 예정이다. 호텔신라가 베트남 진출을 결정한 것은 관광지로서 하노이와 다낭이 각광받고 있을 뿐 아니라 해외 출장객을 비롯해 국내 기업의 비즈니스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베트남 진출은 호텔을 새로 짓거나 인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100% 위탁경영하는 것”이라며 “시중에 나도는 중국 시안 진출은 베트남 진출 성과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라·롯데 외 로컬 체인들도 해외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은 국내 토종 호텔 브랜드 최초로 필리핀 팔라완에 진출한다. 팔라완 지역의 호텔·리조트 중 최대 규모로 지난 6월 착공해 오는 2019년 하반기에 준공할 예정이다. 임피리얼 팰리스 팔라완 리조트는 호텔 367실, 풀빌라 49실을 비롯해 레스토랑과 바·연회장·워터파크·스파 등 부대시설이 들어선다.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은 현재 일본 후쿠오카에 임피리얼 팰리스 시티 호텔을 직접 운영 중이며, 오사카에도 체인 호텔을 오픈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한진도 지난 6월2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월셔 그랜드 호텔이 자리한 월셔 그랜드 센터를 오픈했다. 2014년 본격적인 재건축에 착수해 자금만 10억 달러 이상 투입된 월셔 그랜드 센터는 335m 높이로 미국 서부 지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상층부는 호텔이, 저층부에는 오피스 공간이 자리한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켄싱턴 호텔도 사이판에 3개, 중국 구이린에 1개의 호텔을 운영 중이다. 켄싱턴 호텔에 따르면 켄싱턴 호텔 사이판·PIC·코럴오션골프리조트 등의 객실 평균 가동률은 90%에 육박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사이판 여행에 나선 국내 여행객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롯데 ‘유통과 시너지’ 신라 ‘위탁경영’ 전략
동시다발적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만큼 각 브랜드별로 차별화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롯데호텔은 최근 러시아 동부권과 동남아 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호텔롯데 모스크바는 객단가와 객실점유율이 유럽 전체에서 톱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상트페테르부르크 호텔도 모스크바의 성공 사례 덕에 오픈했으며, 최근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에서도 호텔을 운영해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말했다.
롯데호텔의 전략은 ‘뭉쳐서 뜬다’로 요약된다. 호텔과 유통매장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진출하면서 브랜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베트남 하노이가 대표적이다. 2014년 롯데호텔이 진출한 이후 그해 9월 ‘롯데센터 하노이’를 개점했다. 2020년엔 하노이시 떠이호구 신도시 상업지구에 쇼핑몰·백화점·마트·시네마 등이 들어서는 ‘롯데몰 하노이’도 선보일 계획이다. 롯데호텔 측은 “호텔 브랜드를 앞세워 상류층에게 인지도를 쌓은 후 관련 유통 브랜드가 그 지역에 입점하고 있다”며 “여러 계열사의 동반 진출을 통해 현지에서 롯데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2007년엔 호텔 상륙에 앞서 롯데백화점 러시아 모스크바 점을 개점했다. 현재 호텔 오픈을 추진 중인 중국의 선양과 청두 역시 2013~2014년에 롯데백화점이 개장한 곳이다. 선양에도 대형 복합단지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유통과 호텔을 앞세워 중국의 ‘2선(線) 도시’에서 대도시로 포위해 들어가는 전략을 세웠다”며 “브랜드 파워가 약한 한국 기업의 전통적 중국 진출 방식”이라고 말했다.
호텔신라는 신라스테이 브랜드를 앞세운 위탁경영 시스템 전략이다. 브랜드 사용 권한과 호텔 경영을 전담한 운영수수료를 받는 시스템이다. 호텔신라는 2006년 중국 쑤저우의 ‘진지레이크 신라호텔’과 20년 위탁운영 계약을 체결하며 처음 해외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베트남 신라스테이는 표면적으로 4성급 비즈니스호텔이지만 국내 보다 상위 브랜드 호텔 규모로 준비 중이다.
정치 상황에 취약, 내실 경영 꾀해야
그러나 여건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특히 한·중 간의 정치적 상황이 발목을 잡고 있다. 롯데호텔은 2014년 8월 옌타이의 디벨로퍼 예다과기원과 호텔 위탁경영 계약을 맺고 중국 지역 첫 번째 호텔 오픈 계획을 세웠다. 계약 체결 당시 밝혔던 오픈 목표는 2017년 6월. 하지만 중국 디벨로퍼 측 사정으로 오픈 시기는 2018년 3월로 한 차례 늦추어졌고, 공사 진척이 미진해 이마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선양에 조성 중인 ‘선양롯데월드’ 역시 중국 당국이 소방시설 미비를 지적하면서 공사가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롯데호텔 측은 “중국 내 사업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변동 요인이 상당히 많다”며 “선양과 청두 지역의 오픈 시기도 아직은 미정”이라고 말했다. 롯데호텔은 미국 뉴욕, 괌, 베트남 등 3곳 해외법인의 적자 행진도 풀어야할 과제다.
호텔신라는 후발주자로서 확장성이 더딜 수밖에 없다. 2006년 쑤저우 신라호텔 오픈 이후 12년 만에 베트남에 진출하지만 이미 롯데호텔이 2013년 호치민, 2014년 하노이에 진출해 자리를 잡고 있어 경쟁이 불가피하다. 최근 베트남이 글로벌 호텔 체인 브랜드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위탁경영 방식의 한계도 존재한다. 특성상 현지 디벨로퍼의 제안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호텔신라가 중국 시안, 동남아 타 지역에 대한 진출 계획을 섣불리 내놓을 수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호텔업계에선 “해외 시장 진출 시기를 못 박지 말고 질적 성장을 꾀하는 방향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롯데호텔도 투자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직접투자와 함께 브랜드를 빌려주는 위탁경영으로 사업모델을 전환 중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해외 호텔 사업이 시작 단계인 만큼 초기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이익실현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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