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막말 폭탄’에도 안심할 수 있는 이유
대통령의 ‘막말 폭탄’에도 안심할 수 있는 이유
지성과 이성 겸비한 장성 출신 3인방이 트럼프 곁을 든든하게 지키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제임스 매티스가 대통령 당선인을 대신해 뉴저지 주 베드민스터를 방문했을 때 그의 측근들은 충격을 받았다. 해병대 퇴역장성인 매티스가 신정부에 국방장관으로 들어갈까 고려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친구인 피터 로빈슨이 매티스에게 물었다. “이봐, 도널드 트럼프라고?”
해병대 전역 후 3년 동안 매티스는 스탠퍼드대학 후버 연구소에 틀어박혀 독서삼매경에 빠져 지냈다. 운동화와 청바지 차림에 배낭을 매고 캠퍼스를 돌아다녔다. 해병대 출신 퇴역 대령 게리 앤더슨에게 “지난 수십 년 래 미군이 낳은 가장 뛰어난 전투 지도자”로 불린 매티스는 스탠퍼드대학 동료 로빈슨의 말마따나 “나이든 대학원생”처럼 보였다. 그는 그런 생활에 변화를 줄 생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전화 한 통으로 모든 게 바뀌었다.
다른 두 명의 저명한 퇴역장성도 비슷한 전화를 받았으며 그들도 제의를 수락했다. H. R. 맥매스터 국가안보 보좌관과 당초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신정부에 합류했던 존 켈리 신임 비서실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나의 장군들”이라고 부른다. 당사자들은 그런 호칭을 다소 거북하게 받아들인다고 동료들은 말한다.
대통령감이 아니라는 지적을 많이 받는 예측 불가능한 지도자가 이끄는 혼란스런 정부가 들어선 지 6개월. 요즘엔 당초 친구들 다수가 제기했던 회의론이 가라앉으면서 세 사람 모두의 친구인 엘리엇 코언 존스홉킨스대학 역사학 교수 표현처럼 “안도감”이 확산됐다. “어른이 해야 할 일을 어른들이 맡았다. 이 정부에 정말로 필요한 사람들이다.”
미국의 주요 우방들, 그리고 심지어 일부 적성국에까지 그런 느낌이 널리 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요즘 북한 핵위기가 고조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호전적인 ‘말 폭탄’에 우방과 적국 모두 기겁하는 상황이다. 이 기사에 등장하는 다른 많은 사람처럼 익명으로 뉴스위크 인터뷰에 응한 중국 외교관은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 중국 정부는 다른 많은 나라처럼 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막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티스·맥매스터·켈리의 임명으로 “다소 마음이 놓였다.” 모두 “지적이고 합리적이라고 평가 받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그 외교관은 말했다. 북핵 위기에 관해 미국 정부와 거의 끊임없이 소통하는 미국 주요 우방국의 대사는 더 직설적이다. “그들이 없으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상상하기 어렵다.”
미국 군대의 장교는 모두 대통령의 명령에 따른다. 매티스·맥매스터·켈리도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든 그들의 서비스가 이젠 필요 없다고 말할 수 있으며 제각기 군말 없이 물러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백악관에선 대통령과 ‘그의’ 장성들 관계가 더 미묘할 수 있다. 대통령은 정치나 국가안보에 아무런 경험도 없다. 거기에 세 명의 장성에 수반되는 폭넓은 존경심뿐 아니라 진중하고 지적이라는 평판까지 더해진다. 이는 협상의 달인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나도 잘 이해하는 것을 그들이 보유한다는 의미다. 지렛대, 대통령을 움직이는 영향력이다.
정권 초기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은 브리핑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백악관이 공표한 ‘입금금지 조치’의 실패로부터 여태껏 어떤 중대한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한 데 이르기까지 이번 정부의 무능은 놀라울 정도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장성들 중 하나라도 물러나게 될 경우 그런 일들은 대수롭지 않게 보일 것”이라고 세 사람 모두를 잘 아는 전 오바마 정부 각료가 말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현 정부가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며 “이들 중 하나라도 개인 사정(예를 들면 질병 등)이 아닌 다른 사유로 물러날 경우 정말로 악재가 된다”고 말했다. 그것은 “미치광이들이 실권을 잡게 된다”는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석 전략가인 스티브 배넌과 그의 충성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금은 영화 ‘세븐 데이스 인 메이(Seven Days in May)’의 시나리오를 우려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강경파 장성들이 평화를 추구하는 대통령을 몰아내려 쿠데타 음모를 꾸미는 유명한 냉전 시대 영화다). 대신 워싱턴의 기성 정계와 세계 각지의 미국 우방들은 코언 교수의 조크대로 요즘엔 영화 ‘어 퓨 굿 맨’에 나오는 잭 니컬슨의 대사를 사실상 토씨만 바꿔 되풀이한다. “그쪽 장벽에 그 친구들을 원한다. 그쪽 장벽에 그 친구들이 필요하다.”
특히 미국 정부가 북한에서 재앙을 막으려 애쓰는 지금 상황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북한 정권은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핵무기 개발을 향해 거침없이 전진한다. 북한 정부가 괌 주변으로 미사일을 쏘겠다고 엄포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도 똑같은 ‘말 폭탄’으로 응수하는 사이 한 워싱턴 주재 동아시아 외교관은 매티스와 맥매스터뿐 아니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상황을 진정시키는 존재감”에 찬사를 보낸다. “그들은 당황하지 않으며 그들의 발언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정확하고 사실적이다.”
지난 8월 초 매티스와 맥매스터는 보좌관들과 함께 대북 군사적 대응 방안을 체계적으로 검토했다. 예컨대 뉴스위크 취재에 따르면 북한 미사일을 무력화할 수 있는 사이버 공격 가능성도 그중 하나였다. 당시 여러 소식통이 선제공격의 위험성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인식시키는 중이라고 전했다. 새로운 한국전쟁의 잠재적 희생자에 대한 미국 국방부의 과거 추산(100만 명 사망)이 여전히 유효한지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생길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쟁은 예측 불가능하다. 단지 위험을 평가해 억제 방안을 모색하는 방법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런 위험을 이해하는 듯하다고 장성들은 믿는다. 미국 국가안보회의(NSC)의 한 보좌관 말마따나 그의 발언이 가끔씩 “불 같지만 이 문제에 관한 의사결정이 충동적이지는 않을 듯하다. 대단히 심사숙고할 것이다.” 매티스·맥매스터·켈리가 등장하기 오래 전부터 1950년대 조지 C. 마샬부터 2000년대 초 콜린 파월에 이르기까지 퇴역 장성들은 오랫동안 백악관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이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장성 출신 3인방이 대통령 귀를 잡고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모두 저마다 전사와 학자로서 눈부신 명성을 누린다. 코언 교수는 2004년 이라크에 나가 있던 매티스를 방문할 때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중 특히 평단에서 호평 받는 책 한 권”을 가져갔다고 한다. 장군은 선물을 받은 뒤 “15분 동안 그 책을 라마디 현지에서 갖고 있던 것을 포함해 자신이 소유한 다른 2종과 비교했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미국 국방대학(National War College)에서 국제안보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지만 친구인 코언 교수의 말처럼 “한순간도 공부를 멈춘 적이 없었다.” 약 7000권에 달하는 개인 소장도서를 상당수 기부하고 자신의 부하 해병대원들이 배치되기 전 추천도서 목록을 작성해 건네주기도 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직무유기(Dereliction of Duty)’의 저자다. 린든 존슨 정부 시절 베트남에서 미국의 군사적 의사결정에 얼마나 큰 결함이 있었는지 꼼꼼하게 조사해 신랄하게 비판한 책이다. 그의 노스캐롤라이나대학 박사논문이 이 책의 출처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대통령이 들으려 하든 않든 항상 최선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책의 핵심적 교훈이라며 그것이 “거의 매일”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자기 임무의 근간을 이룬다고 말한다.
켈리 비서실장은 조지타운대학에서 국가안보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령 시절 워싱턴 D.C.의 국방대학에서 2년간 수학했다. 미군에서 선택 받은 엘리트 요원만이 거치는 코스다. 트럼프 정부 장군들의 유대감과 그들이 가진 세계관은 이라크전 경험의 공유에서 비롯된다. 켈리는 당시 매티스 장군 아래 부사단장으로 복무하면서 상관이던 매티스 장군이 얼마나 냉철하고 단호할 수 있는지를 목격했다. 초기 바그다드 진격작전 중 켈리의 휘하 연대장이 나시리야를 신속히 점령하지 못해 애먹고 있었다. 그는 그 지휘관에게 매티스 장군과의 면담을 권했다. 매티스 장군은 그가 망설이는 이유를 들은 뒤(여러 가지 요인 중 지쳤다는 것도 있었다) 즉시 그를 해임했다.
나시리야는 함락됐고 곧 바그다드까지 점령했다. 매티스 장군은 그 뒤 자신의 전차와 포대를 본부로 보낸 뒤 현지의 이라크 군사 지도자들을 방문했다. 그는 그들에게 “나는 싸우러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포를 가져오지 않았다. 그러나 내 눈에 눈물을 흘리며 간청하건대 나를 엿 먹이면 모두 죽여 버릴 것이다.”
매티스 국방장관과 켈리 비서실장 모두 노동자 계급 가정 출신으로 베트남전 중 해병대에 입대했다. 젊은 시절 워싱턴 주 풀먼에서 성장한 매티스 국방장관은 행실을 바로잡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으며 해병대에서 목표에 집중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그는 한창 군생활을 하던 중 부모님 댁을 방문해 거실에서 신문을 읽을 때의 일을 돌이켰다. 곁에 앉아 있던 모친이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뭐가 그렇게 우스워요?” 매티스 국방장관이 물었다. “아냐, 아들아. 네가 철창 신세를 지지 않게 돼 너무 기뻐서 그렇단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일찍이 군경력에 초점을 맞췄다. 고등학교는 명문 ‘밸리 포지 밀리터리아카데미’를 나온 뒤 육군 사관학교에 진학했다. 1991년 제1차 걸프전 중부대 지휘관으로 전차 9대만 이끌고 이라크 탱크 28대를 23분 만에 격파하는 사이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73 이스팅 전투로 불리는 이 싸움은 현재 미국 육군사관학교 교재에도 실렸다. 15년 뒤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라크 탈아파르 반군 진압작전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이 작전은 그 전쟁 막판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장군이 이끈 ‘병력증강’의 모델이 됐다.
켈리 비서실장은 미국 국경 남쪽의 전체 미군 병력을 이끄는 남부사령부 사령관으로 해병대 경력의 정점을 찍었다. 그 임무를 맡는 동안불법 이민자들로 인해 제기되는 안보 위험에 민감해졌다(이런 부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필한 듯하다). 그리고 국경 개방과 불법체류자 보호도시(sanctuary cities)를 지지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멸시를 숨기지 않는다.
그의 경력은 또 다른 면에서 눈길을 끈다. 이라크 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투 중 아들을 잃은 미군 내 최고위 인사라는 사실이다. 당시 29세의 해병대 장교였던 그의 아들 로버트 켈리는 2010년 아프가니스탄 상인(Sangin)에서 지뢰를 밟아 즉사했다. 2014년 아버지 켈리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린 금성장(전사자 상징) 가족 모임의 연사로 나섰다. 그는 이라크에서 트럭 폭탄 공격으로부터 경찰서를 지키던 중 희생된 해병대원 2명의 영웅적 행동에 관해 연설했다. 해병대 정신을 찬양하는 그의 연설은 깊은 감동을 안겨줬으며 연설자도 청중과 마찬가지로 금성장 부모였다는 점에서 울림이 더 컸다.
3명의 장군 중 매티스 국방장관이 최고 선임자다. 페트레이어스 장군의 뒤를 이어 중동지역 미군을 총괄하는 중부군 사령관으로 재임 중 2013년 물러났다. 그 조치는 군대 전체에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그것을 오바마 정부의 불신임 투표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매티스 국방 장관은 위험한 핵협상 문제에서 백악관이 이란에 굴복했다고 여겨 갈수록 불만이 쌓여갔다. 해병대 전역 후 오바마 정부 외교정책을 조용히 비판하던 그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졌다. 2014년 워싱턴 D.C.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잔인할 정도로 솔직하게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시리아·이라크·리비아 사태 악화의 여파로 부상하기 시작한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문제를 두고 “부시 대통령과 그의 외교정책 보좌관들은 무슨 일에든 책임을 회피하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에서 “골칫거리”를 물려받았다고 말할 때마다 오바마 옹호자들은 발끈하지만 그런 주장을 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은 아니었다. 매티스 국방장관도 오래 전에 그런 말을 했다. 지금은 매티스 국방장관이 그 골칫거리의 대책을 마련하는 핵심인물이라는 데 많은 사람이 놀란다. 그는 ‘트럼프만은 안 된다’는 진영에는 속하지 않았지만 트럼프의 강세가 뚜렷해진 2016년 공화당 예비선거에 참여하라는 보수파 전략가 빌 크리스톨의 간청은 예의상 검토했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난색을 표했지만 한 측근에 따르면 매티스가 베드민스터에서 대통령 당선인을 만났을 때 “어떤 선거공약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하자 트럼프는 “문제 없다”고 답했다. “그런 문제는 신경 쓰지 말라”며 그의 우려를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가 국방장관에 오른 뒤 갈수록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는 취임 초반 트럼프 정부의 중동정책 리셋(재설정)을 이끌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권이 자국 국민에게 또다시 화학무기를 살포한 뒤 시리아 비행장 폭격을 지지했다. 그 뒤 맥매스터 보좌관과 함께 요르단·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만안 지역 아랍국가 등 중동의 미국 전통 우방들과 관계 강화에 힘썼다. 둘 다 시리아 내전과 이란 핵협상에 대한 오바마의 정책방향에 비판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아프가니스탄 주둔 병력 수준을 일일이 관리하던 오바마 정부와는 반대로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결정을 일임한다. 그와 맥매스터 보좌관은 요즘 북한에 신경 쓰지 않을 때는 미국의 전반적인 대 아프가니스탄 전략의 검토에 깊숙이 개입한다.
매티스는 국방장관으로서 대체로 백악관과 충돌을 피해 왔다. 그래도 충동적으로 치고 들어오는 대통령에게 옆구리를 받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의 대 카타르 경제봉쇄를 지지한다는 트윗을 띄웠다. 미국이 테러리스트로 간주하는 단체에 카타르가 자금을 댄다는 주장 때문이었다. 그러자 매티스 국방장관은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공군기지가 중동 내 미국의 작전에 필수불가결한데 사우디의 경제봉쇄 조치로 크게 지장을 받게 된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용히 귀띔했다. 카타르 고립 정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지는 그것으로 끝났다.
앞으로는 미군에 트랜스젠더 지원자들을 받지 않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을 때 매티스 국방장관도 놀랐다. 그는 해병대 장성 시절 그 문제에 관한 오바마 정부의 입장을 받아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을 내리기 전에 ‘내 장성들’과 상의했다고 주장했지만 매티스 국방장관은 그런 적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국방부는 대통령의 트윗을 따르기보다는 군통수권자의 공식 지시를 기다릴 것이라고 대변인이 밝혔다(대통령이 고집한다면 매티스 국방장관이 이 문제에 관해 지시를 따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반대할지 모른다고 보좌관들은 말한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매티스 국방장관처럼 백악관 내 권력다툼을 피할 만큼 운이 따르지 않았다. 8월 초 배넌 수석전략가의 월권 시도에 맞서야 했다. 배넌 고문은 대통령의 캠페인 공약을 이행하도록 하려 한다고 지지자들은 말한다. 그는 경제 문제에선 보호주의를 표방한다(맥매스터 보좌관은 이 같은 입장이 주요 우방들과 마찰을 유발한다고 본다). 외교정책에선 아프가니스탄 같은 지역에 대한 미국의 개입에 극도로 회의적인 국가주의자다(맥매스터·매티스·켈리 모두 아프가니스탄을 포기하면 9·11테러 공격을 유발했던 탈레반·알카에다 간 동맹이 재현될 위험이 있다고 본다).브라이트바트 뉴스를 비롯해 ‘대안우파(alt-right, 미국 주류 보수주의의 대안으로 제시된 우익의 한 부류로 온라인으로 백인우월주의와 반유대주의를 전파하는 세력)’ 백인 국가주의 운동에 영합하는 사이트의 배넌 추종자들은 맥매스터 보좌관이 트럼프에게 대선 승리를 가져다 준 공약들을 저지한다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혼란스럽고 끝없는 다른 나라의 전쟁을 피하고 통상 파트너들에게 강경하게 대처하고, 이란 협상에서 발을 빼는 정책들이다. 이란 문제에서 맥매스터 보좌관에 대한 공격은 특히 진실을 호도한다. 배넌 고문 진영은 맥매스터 보좌관이 이란 협상의 유지를 선호한다며 친이란파의 증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란과 맺은 핵협상은 여러 모로 보나 사상 최악이었다”는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리고 중동 지역 내 이란의 영향력 행사는 “피해를 유발하고 안정을 해친다”는 점을 강조한다. 미국 정부는 3개월 뒤 이란이 협정을 잘 준수하는지 다시 판단해야 한다. 유럽의 주요 우방들은 미국의 협정 파기를 원치 않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럴 경우 유럽 우방들 간에 외교상 많은 혼선이 빚어진다는 사실을 맥매스터 보좌관은 알고 있다. 배넌 고문은 “그런 문제를 모르는 듯하다”고 맥매스터 보좌관의 측근은 말했다.
이런 사소한 문제는 오래 가지 않을 듯하다. 켈리의 비서실장 취임과 북핵 프로그램의 고조되는 위기로 장성들의 권위 기반이 확고해지고 있다. 그런 변화는 지난 7월 말 확연히 드러났다. 앤서니 스카라무치 신임 공보국장이 기자 인터뷰에서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막말을 퍼부은 뒤 켈리 비서실장이 그의 해임을 요구했다. “켈리는 그를 자질 부족이며 트럼프와 대통령직에 망신을 준 인물로 간주했다”고 백악관의 소식통은 전했다. 그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이런 구태는 끝내야 한다. 내 방식대로 하지 못하면 역할을 맡지 않겠다.”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였고 과거 대통령의 뉴욕시 재계 친구였던 스카라무치는 퇴출됐다.
켈리 비서실장은 또한 맥매스터 보좌관과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인사권을 줘야 한다고 대통령에게 말했다. 다음날 맥매스터 보좌관은 배넌 고문 충성파 직원 4명을 솎아낼 수 있었다. 지금껏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를 받던 사람들이었다. 그중 NSC 선임 정보국장이던 에즈라 코언-워트닉(31)에게는 다른 정보기관 동료들도 거의 노골적으로 경멸을 드러냈다. 그의 경험미숙이 한 가지 원인이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존 켈리가 비서실장에 취임하는 날 배넌은 암흑기를, 맥매스터 보좌관은 호시절을 만났다”고 말했다.
그런 점을 강조하려는 듯 트럼프 대통령은 배넌 고문과 대안우파의 공격을 중단시키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맥매스터 장군과 나는 잘 협력한다”며 “그가 나라를 위해 계속적으로 노력하는 데 감사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에서 세 장성들에게 호시절이 찾아 왔지만 언제나 그런 건 아니다. 미국에 “큰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며 북한이 지난 8월 5일 발동된 유엔 제재조치를 비난하면서 더 많은 핵·미사일 시험을 실시하겠다고 위협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폭발했다. 8월 8일 북한이 계속 미국을 위협할 경우 “불길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수위 높은 발언에 당시 베드민스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있던 맥매스터·매티스·켈리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대경실색했다. 백악관 측근들에 따르면 아무도 그런 발언을 예상하지 못했다. 맥매스터 보좌관과 매티스 국방장관은 틸러슨 국무장관과 함께 불안해 하는 우방들을 달래려 애썼다. 전쟁이 임박하지 않았으며 북한은 아니라고 해도 미국은 아직 외교에 몰두한다고 강조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의 측근은 “트럼프 대통령이 때때로 감정을 분출하리라는 건 이젠 익히 알려졌다”고 말했다. “희소식은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언제나 장군들의 말에 귀 기울인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정신 나간 소리를 할지 모르지만 미친 짓은 하지 않으리라는 의미다.”
그러나 가장 필요한 순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장군들 말을 항상 경청하리라 생각하느냐고 묻자 소식통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낸들 어찌 알겠소.”
- 빌 파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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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전역 후 3년 동안 매티스는 스탠퍼드대학 후버 연구소에 틀어박혀 독서삼매경에 빠져 지냈다. 운동화와 청바지 차림에 배낭을 매고 캠퍼스를 돌아다녔다. 해병대 출신 퇴역 대령 게리 앤더슨에게 “지난 수십 년 래 미군이 낳은 가장 뛰어난 전투 지도자”로 불린 매티스는 스탠퍼드대학 동료 로빈슨의 말마따나 “나이든 대학원생”처럼 보였다. 그는 그런 생활에 변화를 줄 생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트럼프의 전화 한 통으로 모든 게 바뀌었다.
다른 두 명의 저명한 퇴역장성도 비슷한 전화를 받았으며 그들도 제의를 수락했다. H. R. 맥매스터 국가안보 보좌관과 당초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신정부에 합류했던 존 켈리 신임 비서실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나의 장군들”이라고 부른다. 당사자들은 그런 호칭을 다소 거북하게 받아들인다고 동료들은 말한다.
대통령감이 아니라는 지적을 많이 받는 예측 불가능한 지도자가 이끄는 혼란스런 정부가 들어선 지 6개월. 요즘엔 당초 친구들 다수가 제기했던 회의론이 가라앉으면서 세 사람 모두의 친구인 엘리엇 코언 존스홉킨스대학 역사학 교수 표현처럼 “안도감”이 확산됐다. “어른이 해야 할 일을 어른들이 맡았다. 이 정부에 정말로 필요한 사람들이다.”
미국의 주요 우방들, 그리고 심지어 일부 적성국에까지 그런 느낌이 널리 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요즘 북한 핵위기가 고조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호전적인 ‘말 폭탄’에 우방과 적국 모두 기겁하는 상황이다. 이 기사에 등장하는 다른 많은 사람처럼 익명으로 뉴스위크 인터뷰에 응한 중국 외교관은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 중국 정부는 다른 많은 나라처럼 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막막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티스·맥매스터·켈리의 임명으로 “다소 마음이 놓였다.” 모두 “지적이고 합리적이라고 평가 받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그 외교관은 말했다. 북핵 위기에 관해 미국 정부와 거의 끊임없이 소통하는 미국 주요 우방국의 대사는 더 직설적이다. “그들이 없으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상상하기 어렵다.”
미국 군대의 장교는 모두 대통령의 명령에 따른다. 매티스·맥매스터·켈리도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든 그들의 서비스가 이젠 필요 없다고 말할 수 있으며 제각기 군말 없이 물러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백악관에선 대통령과 ‘그의’ 장성들 관계가 더 미묘할 수 있다. 대통령은 정치나 국가안보에 아무런 경험도 없다. 거기에 세 명의 장성에 수반되는 폭넓은 존경심뿐 아니라 진중하고 지적이라는 평판까지 더해진다. 이는 협상의 달인 트럼프 대통령이 너무나도 잘 이해하는 것을 그들이 보유한다는 의미다. 지렛대, 대통령을 움직이는 영향력이다.
정권 초기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은 브리핑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백악관이 공표한 ‘입금금지 조치’의 실패로부터 여태껏 어떤 중대한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한 데 이르기까지 이번 정부의 무능은 놀라울 정도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장성들 중 하나라도 물러나게 될 경우 그런 일들은 대수롭지 않게 보일 것”이라고 세 사람 모두를 잘 아는 전 오바마 정부 각료가 말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현 정부가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며 “이들 중 하나라도 개인 사정(예를 들면 질병 등)이 아닌 다른 사유로 물러날 경우 정말로 악재가 된다”고 말했다. 그것은 “미치광이들이 실권을 잡게 된다”는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석 전략가인 스티브 배넌과 그의 충성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금은 영화 ‘세븐 데이스 인 메이(Seven Days in May)’의 시나리오를 우려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강경파 장성들이 평화를 추구하는 대통령을 몰아내려 쿠데타 음모를 꾸미는 유명한 냉전 시대 영화다). 대신 워싱턴의 기성 정계와 세계 각지의 미국 우방들은 코언 교수의 조크대로 요즘엔 영화 ‘어 퓨 굿 맨’에 나오는 잭 니컬슨의 대사를 사실상 토씨만 바꿔 되풀이한다. “그쪽 장벽에 그 친구들을 원한다. 그쪽 장벽에 그 친구들이 필요하다.”
특히 미국 정부가 북한에서 재앙을 막으려 애쓰는 지금 상황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북한 정권은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핵무기 개발을 향해 거침없이 전진한다. 북한 정부가 괌 주변으로 미사일을 쏘겠다고 엄포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도 똑같은 ‘말 폭탄’으로 응수하는 사이 한 워싱턴 주재 동아시아 외교관은 매티스와 맥매스터뿐 아니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상황을 진정시키는 존재감”에 찬사를 보낸다. “그들은 당황하지 않으며 그들의 발언은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정확하고 사실적이다.”
지난 8월 초 매티스와 맥매스터는 보좌관들과 함께 대북 군사적 대응 방안을 체계적으로 검토했다. 예컨대 뉴스위크 취재에 따르면 북한 미사일을 무력화할 수 있는 사이버 공격 가능성도 그중 하나였다. 당시 여러 소식통이 선제공격의 위험성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인식시키는 중이라고 전했다. 새로운 한국전쟁의 잠재적 희생자에 대한 미국 국방부의 과거 추산(100만 명 사망)이 여전히 유효한지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생길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쟁은 예측 불가능하다. 단지 위험을 평가해 억제 방안을 모색하는 방법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런 위험을 이해하는 듯하다고 장성들은 믿는다. 미국 국가안보회의(NSC)의 한 보좌관 말마따나 그의 발언이 가끔씩 “불 같지만 이 문제에 관한 의사결정이 충동적이지는 않을 듯하다. 대단히 심사숙고할 것이다.”
부시의 전쟁 오바마의 골칫거리
매티스 국방장관은 미국 국방대학(National War College)에서 국제안보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지만 친구인 코언 교수의 말처럼 “한순간도 공부를 멈춘 적이 없었다.” 약 7000권에 달하는 개인 소장도서를 상당수 기부하고 자신의 부하 해병대원들이 배치되기 전 추천도서 목록을 작성해 건네주기도 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직무유기(Dereliction of Duty)’의 저자다. 린든 존슨 정부 시절 베트남에서 미국의 군사적 의사결정에 얼마나 큰 결함이 있었는지 꼼꼼하게 조사해 신랄하게 비판한 책이다. 그의 노스캐롤라이나대학 박사논문이 이 책의 출처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대통령이 들으려 하든 않든 항상 최선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책의 핵심적 교훈이라며 그것이 “거의 매일”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자기 임무의 근간을 이룬다고 말한다.
켈리 비서실장은 조지타운대학에서 국가안보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령 시절 워싱턴 D.C.의 국방대학에서 2년간 수학했다. 미군에서 선택 받은 엘리트 요원만이 거치는 코스다. 트럼프 정부 장군들의 유대감과 그들이 가진 세계관은 이라크전 경험의 공유에서 비롯된다. 켈리는 당시 매티스 장군 아래 부사단장으로 복무하면서 상관이던 매티스 장군이 얼마나 냉철하고 단호할 수 있는지를 목격했다. 초기 바그다드 진격작전 중 켈리의 휘하 연대장이 나시리야를 신속히 점령하지 못해 애먹고 있었다. 그는 그 지휘관에게 매티스 장군과의 면담을 권했다. 매티스 장군은 그가 망설이는 이유를 들은 뒤(여러 가지 요인 중 지쳤다는 것도 있었다) 즉시 그를 해임했다.
나시리야는 함락됐고 곧 바그다드까지 점령했다. 매티스 장군은 그 뒤 자신의 전차와 포대를 본부로 보낸 뒤 현지의 이라크 군사 지도자들을 방문했다. 그는 그들에게 “나는 싸우러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포를 가져오지 않았다. 그러나 내 눈에 눈물을 흘리며 간청하건대 나를 엿 먹이면 모두 죽여 버릴 것이다.”
매티스 국방장관과 켈리 비서실장 모두 노동자 계급 가정 출신으로 베트남전 중 해병대에 입대했다. 젊은 시절 워싱턴 주 풀먼에서 성장한 매티스 국방장관은 행실을 바로잡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으며 해병대에서 목표에 집중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그는 한창 군생활을 하던 중 부모님 댁을 방문해 거실에서 신문을 읽을 때의 일을 돌이켰다. 곁에 앉아 있던 모친이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뭐가 그렇게 우스워요?” 매티스 국방장관이 물었다. “아냐, 아들아. 네가 철창 신세를 지지 않게 돼 너무 기뻐서 그렇단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일찍이 군경력에 초점을 맞췄다. 고등학교는 명문 ‘밸리 포지 밀리터리아카데미’를 나온 뒤 육군 사관학교에 진학했다. 1991년 제1차 걸프전 중부대 지휘관으로 전차 9대만 이끌고 이라크 탱크 28대를 23분 만에 격파하는 사이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73 이스팅 전투로 불리는 이 싸움은 현재 미국 육군사관학교 교재에도 실렸다. 15년 뒤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라크 탈아파르 반군 진압작전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이 작전은 그 전쟁 막판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장군이 이끈 ‘병력증강’의 모델이 됐다.
켈리 비서실장은 미국 국경 남쪽의 전체 미군 병력을 이끄는 남부사령부 사령관으로 해병대 경력의 정점을 찍었다. 그 임무를 맡는 동안불법 이민자들로 인해 제기되는 안보 위험에 민감해졌다(이런 부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필한 듯하다). 그리고 국경 개방과 불법체류자 보호도시(sanctuary cities)를 지지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멸시를 숨기지 않는다.
그의 경력은 또 다른 면에서 눈길을 끈다. 이라크 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투 중 아들을 잃은 미군 내 최고위 인사라는 사실이다. 당시 29세의 해병대 장교였던 그의 아들 로버트 켈리는 2010년 아프가니스탄 상인(Sangin)에서 지뢰를 밟아 즉사했다. 2014년 아버지 켈리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린 금성장(전사자 상징) 가족 모임의 연사로 나섰다. 그는 이라크에서 트럭 폭탄 공격으로부터 경찰서를 지키던 중 희생된 해병대원 2명의 영웅적 행동에 관해 연설했다. 해병대 정신을 찬양하는 그의 연설은 깊은 감동을 안겨줬으며 연설자도 청중과 마찬가지로 금성장 부모였다는 점에서 울림이 더 컸다.
3명의 장군 중 매티스 국방장관이 최고 선임자다. 페트레이어스 장군의 뒤를 이어 중동지역 미군을 총괄하는 중부군 사령관으로 재임 중 2013년 물러났다. 그 조치는 군대 전체에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그것을 오바마 정부의 불신임 투표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매티스 국방 장관은 위험한 핵협상 문제에서 백악관이 이란에 굴복했다고 여겨 갈수록 불만이 쌓여갔다. 해병대 전역 후 오바마 정부 외교정책을 조용히 비판하던 그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졌다. 2014년 워싱턴 D.C.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잔인할 정도로 솔직하게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시리아·이라크·리비아 사태 악화의 여파로 부상하기 시작한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문제를 두고 “부시 대통령과 그의 외교정책 보좌관들은 무슨 일에든 책임을 회피하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에서 “골칫거리”를 물려받았다고 말할 때마다 오바마 옹호자들은 발끈하지만 그런 주장을 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은 아니었다. 매티스 국방장관도 오래 전에 그런 말을 했다.
‘미친 짓은 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가 국방장관에 오른 뒤 갈수록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는 취임 초반 트럼프 정부의 중동정책 리셋(재설정)을 이끌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정권이 자국 국민에게 또다시 화학무기를 살포한 뒤 시리아 비행장 폭격을 지지했다. 그 뒤 맥매스터 보좌관과 함께 요르단·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만안 지역 아랍국가 등 중동의 미국 전통 우방들과 관계 강화에 힘썼다. 둘 다 시리아 내전과 이란 핵협상에 대한 오바마의 정책방향에 비판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아프가니스탄 주둔 병력 수준을 일일이 관리하던 오바마 정부와는 반대로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결정을 일임한다. 그와 맥매스터 보좌관은 요즘 북한에 신경 쓰지 않을 때는 미국의 전반적인 대 아프가니스탄 전략의 검토에 깊숙이 개입한다.
매티스는 국방장관으로서 대체로 백악관과 충돌을 피해 왔다. 그래도 충동적으로 치고 들어오는 대통령에게 옆구리를 받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의 대 카타르 경제봉쇄를 지지한다는 트윗을 띄웠다. 미국이 테러리스트로 간주하는 단체에 카타르가 자금을 댄다는 주장 때문이었다. 그러자 매티스 국방장관은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공군기지가 중동 내 미국의 작전에 필수불가결한데 사우디의 경제봉쇄 조치로 크게 지장을 받게 된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용히 귀띔했다. 카타르 고립 정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지지는 그것으로 끝났다.
앞으로는 미군에 트랜스젠더 지원자들을 받지 않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을 때 매티스 국방장관도 놀랐다. 그는 해병대 장성 시절 그 문제에 관한 오바마 정부의 입장을 받아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을 내리기 전에 ‘내 장성들’과 상의했다고 주장했지만 매티스 국방장관은 그런 적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국방부는 대통령의 트윗을 따르기보다는 군통수권자의 공식 지시를 기다릴 것이라고 대변인이 밝혔다(대통령이 고집한다면 매티스 국방장관이 이 문제에 관해 지시를 따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반대할지 모른다고 보좌관들은 말한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매티스 국방장관처럼 백악관 내 권력다툼을 피할 만큼 운이 따르지 않았다. 8월 초 배넌 수석전략가의 월권 시도에 맞서야 했다. 배넌 고문은 대통령의 캠페인 공약을 이행하도록 하려 한다고 지지자들은 말한다. 그는 경제 문제에선 보호주의를 표방한다(맥매스터 보좌관은 이 같은 입장이 주요 우방들과 마찰을 유발한다고 본다). 외교정책에선 아프가니스탄 같은 지역에 대한 미국의 개입에 극도로 회의적인 국가주의자다(맥매스터·매티스·켈리 모두 아프가니스탄을 포기하면 9·11테러 공격을 유발했던 탈레반·알카에다 간 동맹이 재현될 위험이 있다고 본다).브라이트바트 뉴스를 비롯해 ‘대안우파(alt-right, 미국 주류 보수주의의 대안으로 제시된 우익의 한 부류로 온라인으로 백인우월주의와 반유대주의를 전파하는 세력)’ 백인 국가주의 운동에 영합하는 사이트의 배넌 추종자들은 맥매스터 보좌관이 트럼프에게 대선 승리를 가져다 준 공약들을 저지한다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혼란스럽고 끝없는 다른 나라의 전쟁을 피하고 통상 파트너들에게 강경하게 대처하고, 이란 협상에서 발을 빼는 정책들이다. 이란 문제에서 맥매스터 보좌관에 대한 공격은 특히 진실을 호도한다. 배넌 고문 진영은 맥매스터 보좌관이 이란 협상의 유지를 선호한다며 친이란파의 증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란과 맺은 핵협상은 여러 모로 보나 사상 최악이었다”는 입장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리고 중동 지역 내 이란의 영향력 행사는 “피해를 유발하고 안정을 해친다”는 점을 강조한다. 미국 정부는 3개월 뒤 이란이 협정을 잘 준수하는지 다시 판단해야 한다. 유럽의 주요 우방들은 미국의 협정 파기를 원치 않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럴 경우 유럽 우방들 간에 외교상 많은 혼선이 빚어진다는 사실을 맥매스터 보좌관은 알고 있다. 배넌 고문은 “그런 문제를 모르는 듯하다”고 맥매스터 보좌관의 측근은 말했다.
이런 사소한 문제는 오래 가지 않을 듯하다. 켈리의 비서실장 취임과 북핵 프로그램의 고조되는 위기로 장성들의 권위 기반이 확고해지고 있다. 그런 변화는 지난 7월 말 확연히 드러났다. 앤서니 스카라무치 신임 공보국장이 기자 인터뷰에서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막말을 퍼부은 뒤 켈리 비서실장이 그의 해임을 요구했다. “켈리는 그를 자질 부족이며 트럼프와 대통령직에 망신을 준 인물로 간주했다”고 백악관의 소식통은 전했다. 그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이런 구태는 끝내야 한다. 내 방식대로 하지 못하면 역할을 맡지 않겠다.”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였고 과거 대통령의 뉴욕시 재계 친구였던 스카라무치는 퇴출됐다.
켈리 비서실장은 또한 맥매스터 보좌관과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인사권을 줘야 한다고 대통령에게 말했다. 다음날 맥매스터 보좌관은 배넌 고문 충성파 직원 4명을 솎아낼 수 있었다. 지금껏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를 받던 사람들이었다. 그중 NSC 선임 정보국장이던 에즈라 코언-워트닉(31)에게는 다른 정보기관 동료들도 거의 노골적으로 경멸을 드러냈다. 그의 경험미숙이 한 가지 원인이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존 켈리가 비서실장에 취임하는 날 배넌은 암흑기를, 맥매스터 보좌관은 호시절을 만났다”고 말했다.
그런 점을 강조하려는 듯 트럼프 대통령은 배넌 고문과 대안우파의 공격을 중단시키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맥매스터 장군과 나는 잘 협력한다”며 “그가 나라를 위해 계속적으로 노력하는 데 감사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에서 세 장성들에게 호시절이 찾아 왔지만 언제나 그런 건 아니다. 미국에 “큰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다”며 북한이 지난 8월 5일 발동된 유엔 제재조치를 비난하면서 더 많은 핵·미사일 시험을 실시하겠다고 위협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폭발했다. 8월 8일 북한이 계속 미국을 위협할 경우 “불길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수위 높은 발언에 당시 베드민스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있던 맥매스터·매티스·켈리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대경실색했다. 백악관 측근들에 따르면 아무도 그런 발언을 예상하지 못했다. 맥매스터 보좌관과 매티스 국방장관은 틸러슨 국무장관과 함께 불안해 하는 우방들을 달래려 애썼다. 전쟁이 임박하지 않았으며 북한은 아니라고 해도 미국은 아직 외교에 몰두한다고 강조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의 측근은 “트럼프 대통령이 때때로 감정을 분출하리라는 건 이젠 익히 알려졌다”고 말했다. “희소식은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언제나 장군들의 말에 귀 기울인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정신 나간 소리를 할지 모르지만 미친 짓은 하지 않으리라는 의미다.”
그러나 가장 필요한 순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장군들 말을 항상 경청하리라 생각하느냐고 묻자 소식통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낸들 어찌 알겠소.”
- 빌 파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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