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죄의식은 괜찮지만 모든 불행이 자기 때문이라고 믿는 습관적 죄책감은 정신병과 관계 있을 수 있어 비이성적인 죄책감이 생기면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모든 게 자기 잘못처럼 느껴질 수 있다. / 사진 : GETTY IMAGES BANK거의 누구나 때때로 죄책감을 느낀다. 죄책감은 삶의 일부이며 어느 정도까지는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에 유익할 수 있다. 그러나 항상 죄의식에 빠져 있으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죄의식이 정상이고 건강할까? 그리고 고질적인 죄의식에 시달린다면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근본적으로 죄의식은 다른 사람의 불행이 자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그것이 자기 탓이라고 믿을 때 회한과 슬픔의 감정으로 나타난다. 이 같은 죄의식의 원인은 부모님에게 자주 연락하지 못하는 것부터 배우자 몰래 바람을 피우는 것까지 다양하다. 죄의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건강하고 적절한 죄의식과 해롭고 비이성적인 죄의식이다.
유쾌하지는 않지만 적절한 죄의식은 우리의 사회적 행동 조절에 도움이 된다. 정당한 이유에서 비롯되는 죄의식은 개인의 도덕적 잣대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신호다. 이상적으로는 이런 죄의식이 실수를 범하거나 반복하지 않도록 도움을 준다.
적절한 죄의식은 나쁜 행동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예컨대 흡연이 가족에게 해롭다는 죄의식에서 그들을 위해 금연을 결심할 수도 있다. 건강한 수준의 죄의식은 우리의 잘못을 회피하지 않고 그에 대해 사과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습관적인 죄책감은 평범한 상황까지 자신이 초래한 재앙처럼 느끼게 만들 수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살펴보기에 앞서 애초에 죄의식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생각해 보자. 마음챙김 명상으로 습관적인 죄의식을 줄일 수 있다. / 사진 :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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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식은 타고난다?
죄의식 메커니즘은 사회적 한도·법규와 관련됐으며 주변 사람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막는다. 이 같은 죄의식은 어린 시절 부모·교사·신앙·사회를 통해 우리에게 주입된다.
여러 두뇌촬영 연구에서 수치심과 죄의식을 포함해 그와 관련된 도덕성 개념과 자의식 감정을 탐구했다. 두 감정의 핵심적인 차이점은 수치심의 경우 보통 다른 사람의 존재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죄의식은 상대가 없어도 우리 정신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아무도 지켜보는 사람이 없더라도 몸에 해로운 음식을 즐기는 데 죄의식을 느낄 수 있다.
이 같은 측면에서 죄책감은 흔히 뇌의 변연계에서 일어나는 감정이다. 단기적이고 즉각적인 충동의 충족 외에는 별로 고려하지 않는 경향을 띤다. 이런 점에서 죄책감은 이성적 사고의 형성과 자제력의 행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뇌의 전두엽을 압도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 케이크 조각을 해치운 뒤 전두엽이 살아나 죄책감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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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식 반응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인간은 저마다 다르며 나름의 방식으로 죄책감을 경험하고 그에 반응한다. 우리의 가치관, 도덕적 잣대의 성격 그리고 우리의 감정 처리방식이 모두 특정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결정한다.
음식점에서 웨이터에게 주는 팁에 관해 두 번 다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 반면 기분 상하지 않았는지 끝없이 고민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 돈이 소득의 전부면 어쩌지? 돌아가서 사과해야 할까?”
이 같은 끝없는 죄책감은 ‘죄책감 경향(guiltproneness)’이라고 불린다. 죄책감 경향을 겪는 사람들은 자신의 (그리고 타인의) 감정에 강한 유대감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대부분의 경우 심리적 적응력이 남들보다 우수해 반사회적 행동을 피하며 통상적으로 대인관계 능력이 뛰어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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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적인 죄의식
무엇보다도 죄의식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만성화할 수 있는 확산경향의 감정이다. 습관적으로 죄의식을 갖는 사람은 그런 적도 없는데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쳤다고 공연한 걱정을 하기 쉽다.
죄의식은 ‘자동적 사고(automatic thought)’의 형태로 표출될 수 있다. 한 개인이 상황을 잘못 판단해 상대방이 마음의 상처나 고통을 받았다고 단정하고는 자신이 내린 성급한 결론의 논리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사고방식이다. 죄의식에 시달리는 사람은 ‘상황을 침소봉대(catastrophising, 사소한 일을 최악의 상황으로 판단)’하거나 또는 ‘과잉일반화(한 가지 상황에서 갖가지 나쁜 결과를 상상)’ 경향을 띤다.
건강하지 않은 죄책감은 낮은 자존감에서 비롯돼 자신이 어떤 식으로든 결과에 책임이 있다고 가정하는 왜곡된 자의식 과잉을 낳는다. 습관적 죄책감 환자는 자신의 인생에서 만나는 어떤 불행이든 자기 탓으로 돌린다.
거의 끊임없는 비이성적 죄책감은 불안·우울증, 불쾌감(dysphoria, 끊임없는 불만족) 그리고 강박신경증(OCD) 같은 정신병과 관계 있다. 강박적인 죄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부담을 준다고 믿을 수 있다. 그들은 사실 그렇지 않은 데도 자신이 항상 잘못한다고 느낄 수 있다.
죄의식을 방치하면 집중력과 생산성 저하, 침울함, 스트레스, 수면부족을 유발한다. 나아가 대인관계, 일상적인 행동 그리고 전반적인 인생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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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식을 극복하는 5가지 방법
1. 마음챙김 명상을 한다. 마음챙김은 마음의 평온을 얻고 죄책감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전향적인 수련법이다. 마음챙김 명상에선 호흡에 집중하는 방법으로 현재의 순간에 주의를 기울이면 몸과 마음이 차분해진다. 명상할 때는 조용한 곳을 찾아 심호흡을 하고 떠오른 생각과 감정에 주목하면서 판단하려 하지 말고 저절로 지나가도록 한 뒤 다시 호흡에 집중한다.
2. 자신이 좋아하는 긴장 이완법을 떠올린다. 좋아하는 음악, 책에 몰입하거나 밖에 나가 활동 하거나 신선한 공기를 쐰다.
3. 전향적으로 행동한다. 자신의 죄의식이 정당하다고 느끼면, 이성적인 사고를 통해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늦지 않게 변화를 주고, 수정하고, 사과하고 마무리 짓는다.
4. 실수와 잘못에서 배운다. 자학하지 말라. 끊임없이 과거의 잘못을 되새김질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5. 완벽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한다. ‘완벽한’ 해결책을 찾으려다 헤어나기 힘든 정신적인 감옥에 갇힐 수 있다. 대신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해법을 받아들이고 객관적인 사고방식을 유지한다.
죄책감을 해소하는 마법의 특효약은 없다. 그리고 정당한 죄의식이라면 그대로 두는 편이 더 건강하다. 대신 그것을 받아들여 앞으로 더 긍정적으로 행동하기 위한 교훈으로 삼는 편이 유익하다.
- 마크 윈우드
※ [필자는 영국 건강보험사 AXA PPP 헬스케어의 심리 서비스 국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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