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불멸의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오히려 주어진 시간 최대한 활용할 수도 사후에 어떤 유산을 남기고 싶은지에 초점을 맞추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긍정적인 동기 유발로 전환할 수 있다. / 사진 : GETTY IMAGES BANK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건강 걱정부터 중년의 위기까지 노화와 죽음에 관한 생각은 신경증 같은 두려움을 안기는 경우가 잦다. 그러나 과연 그게 전부일까? 우리는 인간으로서 불가피한 죽음에 대한 인식을 연구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모두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언젠가는 죽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긍정적인 효과도 가져다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당연하겠지만 지금까지 죽음의 인식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부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췄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자각이 우리 삶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을 말한다. 예를 들어 심리학에선 ‘공포 관리 이론(terror management theory)’이 지배적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죽음의 불가피성에 대한 인식은 실존적 두려움과 불안을 불러일으키며, 이를 부정하는 방편으로 우리는 국가나 종교 등의 초월적인 개념에 집착하거나 자신과 유사하고 가까운 사람에게 집중하며 외부인에겐 더 공격적인 경향을 갖게 된다. 요컨대 죽음에 대한 공포는 사람들의 마음이 안으로 회귀하도록 만들어 타인을 향한 관용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우리는 다른 사람의 작은 잘못에도 가혹하게 처신하고 편견에 집착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러나 오랜 세월에 걸쳐 다른 여러 분야에서 이뤄진 연구 결과는 그와는 다른 설명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불안과 우울, 스트레스와 같은 부정적 감정보다 개인의 강점과 미덕 등 긍정적 심리에 초점을 맞추는 ‘긍정 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은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 같은 긍정적인 개념을 제시한다. 고난과 고통을 겪으면서 오히려 정신적으로 더 단단해지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이론이다. 나도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두렵겠지만 이 이론에 따르면 그런 생각을 통해 심리적으로 더 강인해질 수 있다.
우리는 최근 학술지 ‘OMEGA: 저널 오브 데스 앤 다잉’에 발표한 연구에서 18~80세 356명을 대상으로 죽음에 대한 인식에 관해 조사했다. 그들은 죽음을 향한 다양한 태도를 묘사하는 89가지 서술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지 표시했다. 예를 들어 ‘죽음의 두려움이 내 삶을 지배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 ‘사후에 내가 우리 세계를 위해 훌륭한 일을 한 인물로 기억되고 싶다’ ‘내가 늙기도 전에 죽을까 두렵다’ 등이 그런 서술에 포함됐다.
아울러 조사 결과가 경험의 긍정적 측면이나 부정적인 측면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응답자가 건강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하는지, 조직과 사회의 규칙을 얼마나 철저히 따르려고 애쓰는지도 조사했다.
응답자 중 일부는 부정적인 측면을 강하게 드러냈다. 죽음을 심하게 두려워하거나 죽음에 대한 개인적인 취약함을 인식하면서 무력함을 느끼거나 죽음을 인정하기를 거부하려는 경향이 거기에 포함됐다. 그런 부정적인 측면이 강하게 나타나는 사람일수록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려 하고 조직과 사회의 규칙에 따르기를 거부하는 경향을 보였다. 더 많은 위험을 부담하려고 하는 사람은 무엇을 어떻게 하든 궁극적으로 자신이 죽음을 맞는다고 느끼기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또 규칙을 따르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은 불가피한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고 싶어 하기 때문인 듯했다.
아울러 나이가 적을수록, 또 학력이 낮을수록 죽음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그들에게 반드시 나쁜 소식만 있는 건 아니었다. 예를 들어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건강에 관한 높은 관심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이 죽음의 불예측성을 낮추기 위한 건강 유지 노력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흥미롭게도 우리는 죽음에 대한 생각의 긍정적인 면도 일부 발견했다. 그중 하나는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외면하기보다는 인간의 불가피한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였다. 그런 태도가 우리의 한정된 삶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도울 수 있다.
또 우리는 죽음과 관련된 ‘유산 인식’도 확인했다. 죽음에 대한 자각의 한 형태로 사후 뭔가를 남겨야 한다는 필요성을 가리킨다. 자신이 사후에 남기는 유산을 통해 죽음을 초월하려는 의도다. 그런 의식이 고도로 창의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유산을 남겨야 한다는 필요성은 절망감을 줄이고 목적의식을 높여 죽음을 효과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연구에서 유산 인식은 건강을 유지하고 영적인 성장(삶에 목적이 있다고 믿는 것이 대표적이다)을 추구하는 것과 관련 있었다.
다시 말해 죽음을 초월하기 위한 방편으로 자신의 유산을 미래 세대에 전달하려는 사람은 자신의 건강에 스스로 책임을 지고 내적 성장에 가치를 둘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예술가들이 좋은 예다. 그들은 다른 사람처럼 죽으면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창의적인 유산을 통해 사후에도 계속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창작 활동이든, 가족 부양이든, 가문의 역사를 계승하는 일이든,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이든, 유산을 남기려고 노력하는 것은 노화와 죽음을 더 잘 수용할 수 있는 방편이 될 수도 있다.
아울러 그런 유산은 유족에게도 도움이 된다. 좀 더 기본적인 차원에서 설명하자면 사후에 유산을 남길 수 있다는 의식은 더 많은 성취를 이루고, 건강을 유지하며, 매 순간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원만한 대인 관계를 유지하도록 해주는 이상적인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물론 우리의 연구 결과는 전부 상관관계를 바탕으로 제시된 것이다. 유산을 남기려고 노력함으로써 더 큰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순 없다. 그에 따라 현재 발표를 위해 동료 평가 중인 우리의 최근 연구 프로젝트는 무작위로 10명을 선정해 일대일 면담을 통해 그들의 죽음에 대한 인식을 깊이 있게 조사했다. 이 연구 결과는 우리가 첫 연구에서 내린 결론을 재확인해 줬다. 아울러 유산 인식이 죽음과 관련된 불안감의 관리에 도움이 되며, 그것이 삶의 의미를 찾는 노력에서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추가적인 증거를 제공한다.
따라서 앞으로 자신의 죽음을 떠올릴 때 사후에 어떤 유산을 남기고 싶은지에 초점을 맞추면 두려움을 긍정적인 동기 유발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 마크 맥더모트, 우나 매큐언 아이비타임즈 기자
※ [필자 마크 맥더모트는 영국 이스트런던대학의 건강심리학 교수이며, 우나 매큐언은 이스트런던대학의 임상심리학 박사과정 연구원이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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