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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미니 냉전’

한반도의 ‘미니 냉전’

핵 가진 북한을 미국이 어떻게 하면 봉쇄하고 억제할 수 있을까?
미-북 대치국면이 냉전보다 더 복잡한 한 가지 이유가 바로 이 같은 중국의 역할이다. 인공기 뒤에 비친 북한 주민들. / 사진 : DITA ALANGKARA-AP-NEWSIS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문제는 쉬 해결되지 않을 듯하다. 지난 9월 초 북한은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으며 또 한 번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소식은 미국과 아시아 우방들이 다행히 어리석은 대응 전략을 내놓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냉전시대를 경험했던 사람들에게는 귀에 익은 봉쇄와 억제 전략이다. 앞으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처럼 제 발등을 찍는 실수를 하지 않고 또는 중국의 방해를 받지 않고 이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가장 최근의 흐름을 살펴보자. 북한의 최근 미사일 실험 이후 남한과 일본은 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북한의 핵 확장을 억제하는 강력한 대북 제재안의 결의에 앞장섰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북한이 미국이나 우방을 공격한다면 “대대적인” 대응조치로 맞설 것이라고 단어를 신중히 선택해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올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 국방부는 대통령이 검토하도록 여러 군사적 옵션을 보고했다. 그러나 민감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 소식통은 선제적 타격은 여전히 최후의 옵션이라고 말했다.

많이 듣던 소리 아닌가? 미니 냉전이라고 부를 만하다. 북한은 옛 소련과 다르다. 제국주의적 야심은커녕 그만한 힘도 없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 전략이 궁극적으로 옛 소련을 와해시킨 것과 달라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제프리 베이더는 말한다. 오바마 정부의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아시아 정책을 담당했던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이다.
“북한이 작다고 해서 미국의 대북 전략이 궁극적으로 옛 소련을 와해시킨 것과 달라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진은 한국전쟁 지도를 바라보는 군인들. / 사진 : LEE JIN-MAN-AP-NEWSIS
트럼프 대통령의 냉전식 전략에는 공공연하고 실질적인 군사적 압박이 포함된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미사일방어 시스템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아름답고 새로운” 하드웨어를 현지에 더 많이 배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스텔스 전투기와 핵 잠수함들이다. 중화기의 배치는 미국이 얼렁뚱땅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에 보여주려는 취지다. 같은 의도에서 미국 고위 군사 당국자들은 아시아의 어떤 주요 우방이 위협을 받을 경우 온갖 반격 옵션이 모두 준비돼 있다고 아시아 주요 우방들을 안심시켰다.

봉쇄전략은 또한 훨씬 더 대규모의 경제적 압력을 포함한다. 유엔안보리는 지난 11일 어느 때보다 강력한 대북 제재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북한에 대한 유류 공급을 제한하고, 북한의 섬유제품 수출을 금지하고, 북한 해외 노동자 신규 허가를 금지하고, 외국 금융기관에 예치된 북한 자산을 동결하고, 공해상에서 의심스러운 북한 선박의 검색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 같은 봉쇄계획에는 적지 않게 구멍이 뚫려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원유 수출의 전면 금지가 무산됐다. 북한은 연간 600만 배럴에 가까운 석유를 수입하는데 거의 모두 중국에서 들여온다. 제재가 먹히려면 중국이 송유관 밸브를 잠가야 하는데 그 여파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지금도 식량과 일자리 부족으로 인해 북한을 탈출하는 난민의 증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석유공급을 전면 중단할 경우 새로운 난민 물결이 밀어닥칠 수 있다.

석유공급을 차단하면 또한 북한 내 정정 불안을 유발해 김정은 정권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 중국은 국경 불안정을 원치 않지만 한반도에서의 전쟁도 바라지 않는다. 베이더 연구원의 말마따나 “중국에겐 군사대결보다 제재가 더 나은 옵션”이다.

미-북 대치국면이 냉전보다 더 복잡한 한 가지 이유가 바로 이 같은 중국의 역할이다. 또 하나의 중대한 차이점은 냉전시대엔 미국이 모스크바와 종종 대화를 했다는 점이다. 양 진영은 긴장 국면을 완화하고(예컨대 1961년 쿠바 미사일 위기), 각국의 핵무기 규모 같은 장기적인 전략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협상을 했다. 각자 상대국의 수도에 대사관을 뒀으며 대화 채널이 거의 항상 열려 있었다.

평양과는 그렇지 않다. 미국과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양국간 공식 외교관계가 없었다. 일정 기간 외교활동을 한 적이 있었지만(가장 최근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정부에서 실패로 끝난 ‘6자 회담’) 대부분 거의 대화가 없었다. 트럼프는 지난 9월 초 “대화는 답이 아니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우방들이 대화를 시작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 그는 최근 한국 문재인 대통령의 ‘유화’ 정책을 비판해 미국 국가안보팀의 원성을 들었다. 문 대통령의 유화책은 일정 부분 대선 유세 중 대북 대화 확대를 촉구한 데서 나온 것이다. 트럼프는 북한과 위기가 고조되는 동안 우방을 비판했을 뿐 아니라 한미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하겠다고 위협했다. 민감한 사안이라며 익명을 요구한 한 트럼프 보좌관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핵프로그램을 자신의 안전을 보장하는 최상의 보험으로 간주한다. 최근 남한 뉴스 프로그램에 등장한 김정일. / 사진 : AHN YOUNG-JOON-AP-NEWSIS
트럼프 정부의 몇몇 당국자는 결국에는 북한과 얼굴을 마주하는 직접 대화가 효과적일지 모른다고 사석에서 말한다. 그리고 트럼프도 가끔씩 김정은과 일대일 대화에 열려 있다고 말해 왔다.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트럼프 정부 일각에선 외교 채널이 가동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베이더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중국을 통해서든(베이징 정부를 개입시키는 취지에서) 또는 직접적이든 딜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완전 비핵화의 대가로 미국과 우방들이 북한을 외교적으로 정식 승인하고 모든 제재를 해제하고 북한 경제에 직접 투자하고 평화조약을 체결해 한국전쟁의 정전협정을 마침내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북한이 그런 제의에 동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정은은 핵프로그램을 자신의 안전을 보장하는 최상의 보험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과 대치국면을 끝내기 위해 성의 있고 대담한 노력을 보이면 중국과 러시아에 포괄적인 봉쇄전략에 동참하도록(그것을 위반하지 않고) 압력을 넣을 수 있다. 그에 따라 베이더 연구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국 정부가 도덕적으로 우위에 서고” 반대로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이 거북해지면서 대북 제재의 이행을 방해하기가 더 힘들어지게 된다.

백악관이 그런 전략을 추구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후 8개월 동안 믿기 어려울 정도로 예측 불가능한 행보를 보였다. 그것은 누구보다도 대통령이 민주당 측과 연방 부채 상한에 합의한 데 놀란 공화당 의원들이 잘 안다.

트럼프의 한 보좌관 말마따나 “‘모든 옵션’은 군사행동뿐 아니라 외교적 수단도 테이블에 올라 있다는 의미다.”

- 빌 파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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