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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한 현상금 사냥꾼 사무스의 귀환

섹시한 현상금 사냥꾼 사무스의 귀환

닌텐도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 시리즈 ‘메트로이드’, 13년만에 3DS용 신작으로 리메이크돼
‘메트로이드: 사무스 리턴즈’는 사무스 아란의 활약상을 그린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 사진 : NINTENDO
‘메트로이드’는 닌텐도의 게임 타이틀 가운데서도 아주 특이했다. 예를 들어 ‘마리오’나 ‘커비’ 또는 ‘애니멀 크로싱’ 등은 전부 우리에게 친밀하고 훈훈함을 느끼게 해준 게임이었다. 그러나 은하계를 누비는 섹시한 현상금 사냥꾼 사무스 아란의 활약상을 그린 ‘메트로이드’는 언제나 불길하고 적대적인 느낌이 강했다.

닌텐도는 수년 동안 여럿이 함께 게임에 참여하며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애썼지만 ‘메트로이드’는 유독 고독한 일인 게임으로 인기 높았다. 플레이어는 방대한 외계에서 혼자 싸우는 사무스를 조종하며 고독한 탐험을 이어갔다. 그 세계에선 사무스 자신을 제외한 모든 존재가 적이었다.

또 ‘메트로이드’는 전통적인 횡스트롤 게임이었다. 화면이 좌우로만 움직이며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캐릭터는 다수의 적을 돌파한 뒤, 보스와 대적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 마지막 편 ‘메트로이드: 제로 미션’이 나온 지 13년이 지났다. 그동안 이 시리즈는 우리 기억에서 서서히 멀어져 갔다. 마치 사무스가 마지막 남은 메트로이드를 전부 다 해치운 것 같았다.

그러나 그토록 오랜 세월이 지난 뒤 올해 3분기가 되자 닌텐도는 기습적으로 팬들에게 희소식 두 가지를 동시에 터뜨렸다. 닌텐도 스위치용 ‘메트로이드 프라임 4’와 3DS용 ‘메트로이드: 사무스 리턴즈’의 개발을 발표했다. 오랫동안 침체됐던 시리즈가 갑자기 대대적으로 복귀한다는 뜻이다.

‘메트로이드 프라임 4’는 레트로 스튜디오가 개발한 ‘메트로이드’ 일인칭 게임의 전통을 이어가는 반면 ‘메트로이드: 사무스 리턴즈’는 게임보이 타이틀 ‘메트로이드 2: 사무스의 귀환’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메트로이드 프라임 4’는 발매까지 수년이 걸릴 예정이지만 ‘메트로이드: 사무스 리턴즈’는 지난 9월 중순 시판됐다.

그동안 게이머들은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 3DS가 클래식 ‘메트로이드’ 게임에 완벽하게 어울릴 듯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메트로이드: 사무스 리턴즈’가 발매되면서 팬들은 실제로 그렇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메트로이드: 사무스 리턴즈’는 ‘캐슬바이나’ 시리즈(일본에선 ‘악마성 드라큘라’로 불렸다)로 잘 알려진 스페인의 게임 제작사 머큐리스팀이 개발했다. ‘메트로바니아’ 장르(‘메트로이드’와 ‘캐슬바니아’로 합성한 용어로 2D 횡스크롤 플랫폼에서 던전 탐색을 중심으로 하는 액션게임의 총칭)의 대표 게임이 ‘메트로이드’였기 때문에 이번 신작에서 머큐리스팀의 합류는 환상적인 조합을 이뤘다고 볼 수 있다.

머큐리스팀이 과연 ‘메트로이드: 사무스 리턴즈’의 개발사로 적합한지 의심한 사람들은 게임을 실제로 해보면 생각이 달라질 게 분명하다. ‘메트로이드’ 시리즈 원작의 감각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해 멋지게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사실 원작에선 게임보이의 제약 때문에 무대 세팅이 빈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머큐리스팀은 세팅을 처음부터 완전히 다시 구축했다. 그 결과물은 신비로운 주제에 고대 이집트와 아즈텍 문화의 영향을 가미함으로써 ‘메트로이드’에서 잘 알려진 이질적인 느낌을 절묘하게 포착했다.

게다가 안경 없이 3차원 영상을 즐길 수 있는 3DS의 오토스테레오스코픽(autostereoscopic) 효과는 행성 SR388의 모든 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메트로이드: 사무스 리턴즈’는 ‘메트로이드’ 기본 특징을 살려 2D 횡스크롤 맵에서 외계인 메트로이드를 쓰러뜨리는 것이 목표다. 플레이어는 파워 슈트를 입은 사무스 아란이 돼 다양한 곳을 탐험한다. 팬들은 이 새로운 게임의 도입부, 사운드트랙, 시각적 디자인만 봐도 곧바로 예전 게임과 똑같은 익숙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막상 게임을 시작하면 머큐리스팀이 여러 방법을 동원해 이 시리즈의 핵심 게임플레이를 현대화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파워 슈트를 입은 사무스 아란을 조종해 은하계의 여러 신비로운 곳을 탐험하며 사악한 외계인 메트로이드를 처지해야 한다. / 사진 : NINTENDO
예를 들어 사무스가 메트로이드를 처치하는 주요 무기는 ‘암 캐논’인데 시리즈의 전편과 달리 사무스는 공격 자세를 취한 뒤 사방을 자유롭게 돌아가며 적을 조준할 수 있다. 움직임이 그만큼 자유롭다는 얘기다. 3DS 게임기의 L버튼을 누른 상태로 슬라이드 패드를 움직이면, 움직인 각도를 따라 암 캐논이 조준된다. 이전의 2D 계열 작품에서는 L버튼을 누르면 암 캐논을 대각선 방향으로만 조준할 수 있고 그 상태에서 이동이 가능했지만, 새 게임에선 360°의 부드러운 각도로 조준할 수 있으며 버튼을 누르는 동안은 정지 상태가 된다. 또 L버튼을 누른 상태에서는 암 캐논의 조준 궤도가 빛으로 그려지며, 조준 지점에 적이 있으면 그 빛이 붉게 빛난다.

그외 새롭게 도입된 요소로는 ‘밀리 카운터’가 있다. 적이 돌진해올 때 X버튼을 누르면 근접 공격으로 그 적을 튕겨내어 빈틈을 만드는 반격 기술이다. 밀리 카운터 직후 빔을 쏘면 적에게 강력한 샷을 날릴 수 있으며, 적에 따라서는 ‘레탈 스트라이크’나 ‘오버 블래스트’ 기술까지 연계할 수 있다.

사무스에게 특정 능력을 부여하는 기술로 이번 신작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요소는 ‘에이온 어빌리티’다. 전투나 긴급 상황 대처는 물론, 일반적인 진행과 탐색에도 용이하게 사용되는 특별한 능력이다. 십자 버튼으로 4가지 에이온 어빌리티 각각을 대기시킨 뒤 A버튼을 눌러 실행할 수 있으며, 사용할 때마다 ‘에이온 게이지’가 줄어든다. 첫 번째 능력은 주변 지형을 탐색해 숨은 통로의 위치를 찾거나 맵의 표시 범위를 확장할 수 있고, 두 번째는 전기 보호막을 슈트에 둘러쳐 공격을 무효화하고 닿는 적을 마비시킬 수 있다. 세 번째 능력은 암 캐논에서 개틀링 건을 다루듯 속사포를 발사할 수 있고, 마지막은 사무스를 제외한 모든 것의 시간을 늦추고 무너지는 블록 또는 빠르게 움직이는 장애물을 지나갈 때 사용할 수 있다.
사무스가 메트로이드를 처치하는 주요 무기는 ‘암 캐논’이다. 신작에선 전편과 달리 사무스가 공격 자세를 취한 뒤 사방을 자유롭게 돌아가며 적을 조준할 수 있다. / 사진 : YOUTUBE
게임의 구성은 전작과 같다. 게임 런타임 12~15시간 동안 사무스가 처치할 메트로이드의 수가 한정돼 있다. 메트로이드는 각 지역에 골고루 분산 배치돼 있고 플레이어는 제단에서 기생 외계인을 특정 수만큼 처치해야 새로운 지역으로 진출할 수 있다.

이 게임은 외계 세계를 탐험하면서 새로운 능력을 전부 다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원점으로 되돌아간다. 구식 기술이지만 팬들은 여전히 신선하게 느낄 수 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처치해야 할 메트로이드가 40개로 최소한 40차례 보스와 전투를 벌어야 한다. 따라서 게임 후반부에 가면 전투가 너무 많다는 느낌이 든다. 게임 런타임을 보면 싸움을 반복하는 것이 이해는 가지만 머큐리스팀은 각 전투의 차별화에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물론 불길이나 얼음에 휩싸인 메트로도 있고, 일부 전투는 다양한 방에서 여러 단계에 걸쳐 치러지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런 사소한 변화는 게임의 재미를 지속시키기에 충분한 자극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새로운 요소가 더 많이 소개되고 플레이어가 너무 막강해졌다고 느낄 때는 이미 게임이 막바지에 이르고, 사무스가 최강의 능력을 가졌다는 느낌은 금방 사라진다. 하지만 그로써 그 다음의 도전이 더욱 기대된다.

우리의 평가

메트로이드: 사무스 리턴즈 ★★★★


머큐리스팀은 오래 기대되던 ‘메트로이드’ 시리즈의 신작을 제작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이 게임으로 증명했다. 다른 제작사였다면 예전 그대로의 ‘메트로이드’를 다시 만들었겠지만 ‘캐슬바니아’를 개발했던 머큐리스팀은 ‘메트로이드’ 시리즈에 새로운 능력과 더 자유로운 움직임, 수준 높은 애니메이션, 미스터리와 미지의 존재로 가득찬 풍요로운 외계 디자인을 도입해 현대적 감각을 불어넣었다. 이번 신작은 ‘메트로이드’ 시리즈가 아직 생명력이 있는지 알아보는 시험을 무난히 통과했다. 다만 이 시리즈의 특장점으로 꼽히는 보스와의 전투가 다소 시시하다는 점이 아쉽다. 머큐리스팀은 다음편에서 그 부분을 보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신작으로 그럴 능력이 있다는 점은 충분히 입증됐다.

- 벤 스키퍼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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