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총리는 오랫동안 독일을 통치해 왔지만 개인적인 생활은 독일인에게도 거의 알려지지 않아 메르켈 총리는 1998년 요아힘 자우어와 재혼했다(왼쪽). 2007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독-러 정상회담에 푸틴 대통령은 애견 코니를 데려가 메르켈 총리를 불안하게 만들었다.독일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4선 연임이 유력시된다. 또다시 4년을 총리 관저에서 지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유럽 최대 경제를 자랑하는 독일의 지도자임에도 세계 대다수, 심지어 독일인도 그녀 개인에 관해선 거의 모른다.
기독민주당(CDU) 소속인 메르켈 총리는 격동의 시기였던 지난 12년 동안 독일을 잘 이끌었다는 평을 듣는다. 첫 임기에서 그녀는 사민당(SPD)과 대연정을 꾸리면서 서유럽 대다수 국가들보다 뒤진 독일 경제를 되살리려고 애썼다.
자유민주당(FDP)과 연정을 구성한 두 번째 임기에서 메르켈 총리는 금융위기와 씨름해야 했다. 금융기관을 살리고 그리스의 부채 위기를 다루는 동시에 독일을 불황에서 탈출시켰다. 다시 SPD와 대연정을 꾸린 현 임기에선 독일 경제가 유럽의 정상에 확고히 자리 잡도록 했고,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수십만 명의 난민과 이주자들을 받아들였다. 메르켈 총리는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독일의 권력 서열 1위였지만 그녀 개인의 삶은 많은 사람에게 수수께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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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장벽 붕괴 때 사우나에 있었다”
동독에서 태어난 메르켈은 자유를 맘껏 누리지 못하고 성장하면서 옛 소련 지배 아래의 생활에 익숙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1989년 11월 9일 목요일 완전히 뒤바뀌었다. 거의 30년 동안 독일을 동-서로 분단했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이다.
좀처럼 자신의 일정을 바꾸지 않는 메르켈 총리는 장벽이 무너진 그 목요일 밤, 예정대로 사우나를 했다고 몇 년 전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순간 변화의 기운을 느끼려는 많은 동독인이 역사의 현장으로 몰려들었지만 메르켈은 친구와 사우나를 즐겼다는 뜻이다. 메르켈은 “며칠간 긴장감이 돌았다. 나는 무엇인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TV를 통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것이라는 발표를 들었다. 그러나 당시 나는 매주 목요일 사우나를 즐겼고, 그날이 바로 목요일이었다”고 돌이켰다.
당시 35세의 물리학자였던 메르켈은 “만약 장벽이 열렸다면 다시 닫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기다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녀는 무너진 장벽을 넘어가 맥주를 한 잔 마신 후 다시 집으로 돌아가 다음날 출근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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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가린 남편
지금은 누구나 잘 아는 ‘메르켈’이라는 이름은 첫 결혼에서 얻었다. 1977년 앙겔라 카스너는 23세의 나이로 동료 물리학도였던 울리히 메르켈과 결혼했다. 그러나 5년 뒤 두 사람은 이혼했다.
그 후 1998년이 돼서야 그녀는 지금의 남편인 요아힘 자우어와 재혼했다. 세계 지도자들의 배우자는 대개 이목을 피하지만 자우어는 그 점에서 더욱 철저하다. 그는 양자물리학자로서 자신의 연구와 관련된 경우에만 인터뷰에 응한다.
2005년 메르켈이 총리에 처음 취임했을 때도 그는 취임식에 가지 않고 그 뒤에 열린 사적인 행사에만 참석했다. 그는 대규모 정상회의나 세계지도자들이 베를린을 방문하는 주요 행사에서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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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메르켈
메르켈 총리는 국정 수행에서 증거에 기초한 분석으로 잘 알려졌다. 그 대부분은 과학자 출신이라는 배경에서 나온다. 그녀는 라이프치히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다음 양자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메르켈은 연구 과학자가 됐을 때 동독 과학원 이론화학 분야의 홍일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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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메르켈?
대다수 학생에게 대학 생활은 재미있고 신나는 시절이다. 하지만 메르켈은 동독 비밀경찰의 ‘밀정’이 될 뻔했다. 라이프치히대학에서 그녀는 조교수가 되고 싶어 했다. 그러나 그 자리를 얻으려면 동료들을 정탐해 동독 비밀경찰 스타시에 보고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메르켈은 자신이 비밀을 잘 지키지 못하는 성격이라 스파이가 될 수 없다며 조교수 자리 제안을 거부했다. 그녀가 내린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였다. 만약 그녀가 동독 비밀경찰의 밀정 노릇을 했다면 정치인이 되는 것은 꿈도 못 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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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공포증
메르켈은 개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아주 무서워한다. 1995년 그녀는 개에 물린 적이 있다. 그 이후로 개를 두려워한다. 이런 공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났을 때 잘 드러났다.
2007년 메르켈 총리가 러시아를 방문해 남부 휴양도시 소치에서 독-러 정상회담을 가졌을 때 푸틴 대통령은 회담장에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의 애견 ‘코니’를 동반했다. 메르켈 총리는 당연히 겁을 집어먹고 불안해 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녀를 위협하려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그 사건은 그가 동료 지도자를 당황하게 만들기 위해 자주 동원하는 책략의 사례로 지적됐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와 푸틴 대통령의 관계는 유럽의 안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동독 출신인 메르켈 총리는 러시아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다.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소속 장교로 동독에서 근무했던 푸틴 대통령도 완벽한 독일어를 구사한다. 두 지도자의 이 같은 ‘동독 커넥션’이 다른 세계 지도자들에게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른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앙겔라 메르켈’ / 매슈 크보트럽 지음 / 임지연 옮김 / 한경 BP 펴냄 / 2만원2005년 독일 총리에 선출된 앙겔라 메르켈은 12년 동안 자국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막강한 힘을 발휘해왔다. 영국 코벤트리대학 정치학과 교수가 쓴 책‘앙겔라 메르켈’은 무명 정치인에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 우뚝 서기까지의 과정을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저자는 지금껏 영어권에서 인용되지 않았던 독일어 자료와 기록보관서를 토대로 그녀의 사생활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역사를 생동감 있게 엮어냈다.
- 조던 바트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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