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5000년 전의 유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성한 의식의 일부였을 가능성 커 고대 인류의 식인 관습은 단지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알려졌다. / 사진 : MARTIN MEISSNER-AP-NEWSIS고고학자들은 인간이 수천 년 동안 식인 행위를 해왔다는 사실을 오래 전부터 알았지만 그들이 인육을 먹은 이유를 확실히 밝힐 순 없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를 통해 1만5000년 전 지그재그형 자국이 새겨진 인간의 뼈 한 점에서 식인 관습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약 30년 전 영국 서남부 서머셋에 있는 고프 동굴에서 발굴된 유골을 새로 정밀 조사한 결과 일부 구석기 시대의 인류는 신성한 의식의 일부로서 식인 행위를 했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가 발견된 것이다.
먼저 2015년 인류학자·고고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고프 동굴에서 발굴된 인간 유골에서 식인 흔적을 발견했다. 그들은 “뼈의 손상 부위를 조사한 결과 살을 발라내고, 뼈를 탈구시키고, 씹고, 부드러운 뼈를 으스러뜨리고, 뼈를 쪼개 골수를 뺀 확실한 증거를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두개골을 변형시킨 흔적도 드러났다. 일부 두개골은 잔 형태로 바뀌어 있었다. 해골 잔을 사용해 마시거나 먹는 것이 의식의 일부였을 것으로 추정됐다.
영국 자연사박물관의 인류학자 겸 고생물학자인 실비아 벨로 박사가 이끈 연구팀은 그 후 식인 의식과 관련된 또 다른 증거를 발견했다. 지난 8월 같은 지역에서 예전에 발굴된 다른 고대 인류 유골 중에서 연구팀은 지그재그형의 자국이 새겨진 오른팔 뼈를 찾아냈다.
최신 영상 기술을 사용하면 유골이 발견된 30년 전과는 다른 정밀한 방식으로 뼈를 조사할 수 있다. 최근 학술지 플로스 원에 발표된 새 연구에서 그들은 그 뼈를 더 자세히 검토했다. 지그재그형 자국의 정밀한 사진을 통해 연구팀은 그 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그 자국은 살점을 발라 먹은 후 골수를 빼내려고 깨뜨리기 전에 새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동굴인이 인육 먹기를 잠시 중단하고 뼈에 자국을 새긴 뒤 다시 먹었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하는 증거였다. 벨로 박사는 “그들이 인육 먹기를 잠시 멈추고 뼈에 자국을 새겼다는 것은 그 행위가 의식의 일부라는 점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영국 서머셋 고프 동굴에서 발굴된 구석기 시대 인류의 뼈에서 식인 흔적이 발견됐다. / 사진 : SILVIA M. BELLO동굴인이 뼈에 자국을 새긴 이유와 그 의식의 목적은 밝혀지지 않았다. 벨로 박사는 동료에게 먹힌 고대인이 존경 받는 위치에 있었던 듯하다고 추정했다. 아니면 이런 식인 행위가 기억을 보존하는 방식이었을 수도 있다. 파푸아뉴기니, 인도 아고리 부족 등의 식인 관습 연구를 바탕으로 벨로 박사는 그 의식이 장례식의 일부였다고 믿는다. 그러나 증거가 너무 빈약해 뼈에 자국을 새긴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다.
게다가 이 연구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고프 동굴에서 발견된 100여 점의 뼈 중에서 지그재그형 자국이 새겨진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따라서 연구팀은 그 가설을 입증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그 자국은 동굴인 중 한 명이 인육을 먹다가 지루해져 별 의미 없이 새겼을 수 있다. 그러나 벨로 박사는 잔으로 사용한 두개골 같은 이전의 증거를 기초로 볼 때 그럴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고 말했다. 고프 동굴에서 고대인 6명의 뼈가 100여 점 발굴됐다. 하지만 해골 잔은 3개만 발견됐다. 벨로 박사는 현장에서 더 많은 유골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하지만 1만5000년이 흐르는 동안 유골의 다수가 다른 곳으로 옮겨졌거나 손상됐을 수 있다고 본다.
벨로 박사팀은 DNA 분석을 통해 유골로 남은 6명이 친척 관계인지, 지그재그형 자국이 새겨진 팔 뼈가 그들 중 한 명의 것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 세부 사항은 식인 행위의 목적을 파악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벨로 박사는 “그들이 누구였는지 더 자세히 알고 싶다”고 말했다. “식인 대상이 외부인인지 집단 내부의 일원인지 궁금하다.” 그녀는 잔으로 만들어진 두개골이 같은 곳에서 발견된 다른 뼈조각의 주인에게 속하는 것인지, 또는 지그재그형의 자국이 새겨진 팔 뼈의 주인 것인지도 알고 싶어 한다.
아울러 연구팀은 식인 행위의 증거가 발견된 유럽 다른 지역의 구석기 시대 유골과 그 자국이 새겨진 뼈를 비교하기를 원한다. 영국 브라이턴대학의 고고학자 제임스 콜 교수는 다른 유사한 유골을 찾는 것이 이 고대인을 이해하는 열쇠라고 말했다. 식인 관습을 연구하는 콜 교수는 최근 인간의 살점이 특별히 영양가가 높지 않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이번의 새 연구는 식인 행위 자체가 의식의 성격이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식인 행위엔 사회적·문화적 관습이 깊이 스며들어 있다”고 말했다. 어쩌면 식인 행위가 현대 영국의 ‘식후 한 잔’과 비슷한 고대 의식이었을지 모른다는 뜻이다.
- 한나 오스본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인트론바이오, 신규 엔도리신 신약후보물질 3종 美 특허 출원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박보영, 매일 아침 '이것' 확인해…왜?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론 머스크 미국에서 추방? 트럼프의 대답은[오늘M7]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이번엔 될까" MG손보, '정상 매각' 재시동...인수자 찾기 '산 넘어 ...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항생제 사업에 힘싣는 JW중외제약…왜?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