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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논란 끊이지 않는 셀트리온 왜?

공매도 논란 끊이지 않는 셀트리온 왜?

지배구조, 사업 역량·방식, 실적에 의구심 여전...서정진 회장 “공매도와 그만 싸우겠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9월 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2017 셀트리온 임시 주주총회’ 참석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날 주주총회를 거쳐 코스피 이전 상장을 결정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3년 4월 16일 오전 10시, 셀트리온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언론사에 연락했다. 이 회사가 긴급 회견을 자청한 것은 이 때가 두 번째였다. 첫 번째는 2011년 10월 중순, 유력 경제매체가 분식회계설을 보도한 직후였다. 급하게 빌린 여의도 한 증권사 지하강당에서 회사는 기사 내용을 조목조목 해명하거나 반박했다. 이날 회견에 나선 이는 김형기 수석 부사장(현 셀트리온 사장)이었다. 2013년 4월, 이유도 모른 채 여의도 63빌딩 기자회견장에 모인 기자들 앞에 나타난 사람은 서정진 회장이었다. 단순한 경영 현안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짐작하게 했다.

“저는 오늘 중대 결심을 발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회견장이 술렁댔다.

“셀트리온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 제약회사로 발돋움시키기 위해 제가 가진 것을 포기하고자 합니다. 계속되는 투기세력의 의혹 제기와 공격에 맞설 수 있는 굳건한 회사로 만들기 위해 글로벌 제약사를 대상으로 회사 매각 작업을 진행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서정진 회장, 2013년에 해외 매각 선언하기도
‘폭탄선언’이었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자가면역치료용 바이오시밀러(항체 바이오 복제약)인 ‘램시마’가 유럽 승인을 앞둔 시점이었다. 서 회장은 승인 획득 직후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등 1조7000억원 가치의 지분을 모두 해외 대형 제약사에 매각하겠다고 했다. 10년 동안 힘겹게 일군 기업의 경영권을 내놓기로 갑자기 결심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한마디로 말해, 악성 루머와 허위 소문 유포로 이익을 얻으려는 공매도 세력과의 싸움에 지쳤다는 것이었다. 서 회장은 “지난 2년 동안 투기적 공매도에 따른 주가 영향을 방어하기 위해 수천억원의 주식을 매수하는 등 적극 대처했다”며 “그러나 금융 시스템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투기세력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한탄했다.

이후 이 일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는 대로다. 서 회장은 지분 매각 의사를 철회했다. 애초부터 팔 의도가 없었던 건지, 그럴 생각은 있었지만 마음이 바뀐 건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어쨌든 셀트리온은 2015년 초 유럽 시장에 램시마를 출시, 안착시켰다. 올해 초에는 미국 시장에도 내놓고 공략 중이다. 올해 초 유럽에 출시한 제2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항암제)는 유럽 전역으로 판매망을 확대하고 있다. 2018년 하반기나 2019년 상반기쯤 미국 시장에 진입할 전망이다. 3호 ‘허쥬마’는 2018년 내 유럽, 2019년 내 미국 시장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승인과 출시·판매가 이어지면서 2008년 837억원대에 불과하던 매출은 지난해 6706억으로 증가했다. 올해 1조원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도 있다. 보수적인 이들도 8000억원대 후반~9000억원대 초반을 내다보고 있다.

셀트리온이 이렇게 질주했지만 공매도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일부 외국계 투자자들은 올 들어서도 꾸준히 공매도 물량을 내놓고 있다. 다만 옛날처럼 회사가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이슈가 되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런데 10월 중순 모건스탠리의 기업 분석 리포트 하나가 다시 공매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셀트리온 주가가 7일 연속 상승, 14만원대에서 19만원대로 치솟은 상황에서 제니퍼 김(Jennifer Kim) 애널리스트는 ‘비중 축소(Underweight)’ 의견과 함께 목표 주가를 8만원으로 제시했다. 리포트 발간 시점의 주가 대비로는 반 토막에도 못 미치는 가격을 제시한 셈이었다.

리포트 때문인지, 오버슈팅(기업가치 대비 단기 급등)에 대한 경계심리 탓인지, 다음날(10월 19일) 주가는 9% 가까이 빠졌다. 그러나 그로부터 3일 간의 연속 상승과 그 이후 등락을 고려하면 이 리포트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반 토막 리포트’에도 셀트리온 내부 분위기는 담담해 보인다. 과거와는 좀 달라진 듯하다. 시각이 다른 어쩌겠느냐, 실적과 성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말이 흘러나온다.

지난 9월 29일 셀트리온의 이전 상장을 결정하는 주주총회에서 서정진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제 공매도와 싸우는 것은 그만합시다. 해외 시장에서 내 별명이 ‘공매도’일 정도로 그동안 공매도 투사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도 성장했으니 다 제자리로 올 것이라고 보고 실적으로 주가를 견인하겠습니다.”

사람들은 궁금해한다. 많은 기업 가운데 왜 유독 셀트리온이 오랫동안 공매도 타깃이 되고 있을까. 서 회장은 왜 공매도에 유달리 민감하게 반응했을까. 그리고 모건스탠리가 목표주가 8만원을 제시한 근거는 타당한 것일까.

2011년은 셀트리온 창업 10년차에 접어든 해였다. 그때까지도 셀트리온은 의심의 대상이었다. 그 배경에는 회사의 지배구조, 그리고 여기서 파생한 실적 불신이 자리잡고 있었다.

개발, 승인, 시장 개척 등 어느 것 하나 만만찮은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불과 10여년 역사의 셀트리온이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비관적 견해도 한몫했다. 시장 일각에서 생각하는 서 회장은 ‘사기꾼’이었고, 셀트리온은 ‘버블(거품)기업’이었다. 서 회장은 회사 지배구조와 사업방식을 ‘우리만의 독특한 모델’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독특하다기보다는 의문스럽다고 여겼다.

셀트리온은 램시마를 모두 계열회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에 팔았다. 계열사를 상대로 매출을 올린 것이다.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바이오시밀러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셀트리온으로부터 매입한 바이오시밀러를 해외 제약사 등 글로벌 유통망에 공급한다. 그러다 보니 사업 초창기에는 해외 유통망으로 팔려나가는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는 해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수천억원어치의 재고가 쌓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두 회사는 지분관계가 전혀 없었다. 서정진 회장이 각각의 회사를 직접 지배하는 구조였다. 두 회사가 내부거래를 제거하는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연결을 하면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로 넘긴 바이오시밀러 가운데 아직 외부 유통망에 판매되지 않은 물량은 고스란히 매출 실적에서 빠진다.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 상장 결정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언젠가 터질 사기극”이라고 했다. “사실상의 분식회계”라는 혹평도 있었다. 실제로 셀트리온은 몇 차례 매출 부풀리기 의혹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배구조나 거래구조와 관련해 셀트리온의 회계처리가 공식적으로 문제된 적은 없었다. 테마섹(싱가포르 국부펀드), JP모건, 오릭스 등 해외 금융회사들이 1조원가량의 자금을 셀트리온 또는 셀트리온헬스케어에 투자하면서도 이를 문제 삼은 적은 없었다.

서 회장은 세계적 투자회사들의 깐깐한 검증을 거쳐 독특한 모델과 성공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가 유달리 공매도에 민감했던 것은 이런 자부심에 상처를 줄 정도로 공매도 물량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매도 세력이 회사에 대한 루머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며 확산시키고 있다고 서 회장은 판단했다.

루머와 공매도가 지속된 이유 가운데는 셀트리온의 역량에 대한 불신도 있었다. 합성의약품은 화학물질의 분자구조를 결합해 만든다. 임상기간도 짧고 비용도 적게 든다. 오리지널 합성의약품을 복제한 것을 제네릭(카피약)이라고 부른다. 바이오 의약품은 합성의약품과는 차원이 다르다. 생물 세포를 배양해 개발한 신약이다. 임상기간이 수년에 이를 정도로 길고, 개발에 수천억원이 들어가기도 한다. 이런 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도 오리지널 바이오약품 못지않게 개발·생산·승인·품질유지가 까다롭다. 전문가들은 “세포주 개발에서부터 임상까지 5년~7년 동안 오리지널 의약품과 안전성·약효가 동등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며 “돈을 많이 들이고도 개발을 중단하는 사례도 꽤 있다”고 말한다. 바이오시밀러가 이처럼 신약 개발에 버금가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글로벌 제약사와 해외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품목이다 보니 셀트리온의 역량에 대한 불신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2011년 이후 테마섹 등이 거액을 투자하긴 했지만 국내외 일각에서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했다. 어디 한번 두고 보자는 식이었다. 지배구조에서 기인한 회계처리, 즉 실적에 대한 믿음 부족, 사업 역량에 대한 의심이 사그라들지 않다 보니 공매도는 계속됐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셀트리온 주가에 찬물
그 사이 셀트리온그룹은 빠르게 성장했다. 2008년 셀트리온 매출은 1000억원에 못 미쳤다(837억원). 그런데 3년 만인 2011년 매출은 2790억원으로 증가했다. 2014년에는 4000억원대로 올라섰다(4719억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08억원→1786억원→2015억원으로 늘었다. 이 같은 실적의 95% 이상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그렇다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성적표는 어땠을까. 셀트리온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2008년~2012년까지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영업적자 행진이었다. 영업현금흐름은 당연히 마이너스였다. 2012년 영업적자는 223억원이었는데, 영업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939억원이나 됐다. 셀트리온으로부터 넘겨받은 재고자산 증가분 2982억원이 영업현금흐름에 악영향을 미쳤다. 2013년에는 영업에서 393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500억원이었다. 이 수치에는 재고 증가분 2528억원의 영향이 컸다. 선급금 증가분도 1171억원이나 됐다.

그러나 2015년부터 유럽·미국 등에 대한 제품 출시가 잇따르면서 유통마케팅사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실적도 탄탄대로를 달렸다. 2016년에는 셀트리온 매출도 앞질렀다. 2015년 4023억원에서 2016년 7577억원으로 매출이 확 늘었다. 영업 이익도 1119억원에서 1786억원으로 증가했다. 셀트리온이 소폭 줄어들 때 셀트리온헬스케어는 60%나 증가한 것이다. 영업현금흐름도 플러스(2015년 320억원, 2016년 304억원)로 돌아섰다.

셀트리온은 지난 9월 말 주총을 열고 코스피 이전 상장을 결정했다. 양호한 실적과 코스피 이전 이후의 기대감(코스피 200지수 편입), 과거 공매도 물량의 숏커버링(공매도 주식을 갚기 위해 다시 사들임) 등이 맞물리며 셀트리온 주가는 지난 9월 중순부터 뚜렷한 상승세를 탔다. 11만원 후반대 주가가 10월 중순 19만원 초반대로 치솟았다. 10월 10일부터 7거래일 연속으로 주가가 오르는(14만4400원→19만2100원)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런데 10월 18일 모건스탠리가 찬물을 끼얹는 리포트(제니퍼 김 애널리스트)를 냈다. 사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5월 이후 여러 차례 리포트를 내면서 셀트리온 목표주가를 8만원으로 고정시켜 놓고 있다. 당시 셀트리온 주가는 9만원~10만원대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이후 지금까지 1년 반 동안 주가가 8만원까지 내려간 적은 없었다. 그런데도 워낙 오랫동안 공매도에 시달린 기업이라 그런지, 공매도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번 리포트에서 지적한 내용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램시마(미국 시장 제품명 인플렉트라)의 미국 시장 침투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 부분이다. 그 근거로 램시마의 오리지널 의약품인 레미케이드(존슨앤존슨) 판매가 미국 시장에서 올해 1.3% 밖에 줄지 않았다는 사실을 들었다. 리포트는 레미케이드 대비 35%인 램시마의 할인율을 더 낮춰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미국 시장에서 레미케이드의 평균판매가격(ASP) 대비 램시마의 현재 할인율은 35%가 아닌 10%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램시마 미국 시장 유통판매사인 화이자는 램시마 가격을 큰 폭으로 내리지 않아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앞으로 화이자가 가격 경쟁력으로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선택할 경우, 할인율을 더 높일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
 램시마의 미국 성적표 아직은…
셀트리온이 애초 목표로 한 램시마의 올해 말 미국 점유율은 10%였다. 3분기 말 현재 1.7% 수준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화이자가 가격을 덜 낮춰서라기보다는 존슨앤존슨의 방어 전략이 제대로 먹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사(私)보험사들과 독점 계약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서는 화이자가 존슨앤존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연방독점금지법 위반, 바이오의약품 가격경쟁 및 혁신법(BPCIA) 위반 혐의)한 상태다. 업계 전문가들은 “존슨앤존슨의 독점 계약이 대부분 1년짜리인데 화이자의 소송을 감안하면 계약 만료 시점에 재계약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의사들이 바이오시밀러 처방에 대해 보수적이라는 존슨앤존슨의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하는 분위기다. 예를 들어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 50% 가까이 올라간 램시마 처방 데이터를 고려할 때 미국 의사들이 바이오시밀러 자체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내년 미국 사보험 의약품 목록 리스트에 램시마가 등재될 수 있느냐 여부가 점유율 상승 가능성을 정확하게 짚을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존슨앤존슨 같은 오리지널 의약품 회사들이 의사에게 제공하는 인센티브, 보험사에게 주는 리베이트, 그리고 사보험 약품 리스트에 램시마가 빠져있는 상황 등 불리한 경쟁 여건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을지 여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예상보다 저조한 램시마의 미국 시장 성적은 앞으로 달라질까. 전문가들은 아직 판단하기 이르지만 비관적으로 보진 않는다. 램시마가 유럽 시장에 출시된 첫 해(2015년) 시장점유율은 10%가 안 됐다. 그런데 지금은 50% 수준까지 육박해있다. 램시마가 유럽에 입성했을 때 사람들은 과연 유럽에서 이 제품이 팔리겠느냐는 의문을 가졌다. 셀트리온은 해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미국 시장은 좀 다를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셀트리온 내부에서는 리포트에 별로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회사와 애널리스트 간 시각에 차이가 있을 뿐, 리포트가 공매도 투자자들을 의식했거나 주가에 악영향을 주려는 의도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실적으로 회사 실력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 필자는 국제경제와 금융시장을 분석하는 미디어&리서치 ‘글로벌모니터’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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