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 집권 체제로 세계 리더십 노린다
일인 집권 체제로 세계 리더십 노린다
시진핑 2기 출범 … 남-남 협력과 기후변화 대책 강조한 그의 일대일로 구상은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외향적 중국 국가주석,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겸하는 시진핑은 최근 국가 최고지도자로 재신임 받았다. 이제 중국 공산당은 그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국제개발과 기후변화 같은 문제에서 미국의 리더십 결여로 생긴 공백을 능숙하게 이용함으로써 세계 무대에서 권위적인 강대국으로 굴기하겠다는 비전이다.
시 주석은 지난 10월 18~24일 개최된 제19차 중국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국가주석으로 재선출됐다. 지도부 개편에 초점을 맞춘 이 대회는 그의 일인 집권 체제를 굳히면서 ‘시진핑 2기’를 열었다.
이번 대회에서 채택된 정책 선언을 보면 내부적으로 권력을 공고히 다진 그가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미래에 대한 공산당의 자신감을 더욱 북돋울 것이라는 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시 주석의 권력 강화는 국내만이 아니라 중국의 대외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에너지와 기후 분야에서 그런 점이 두드러질 것이다.
5년마다 열리는 당대회는 중국 공산당의 권력 최상층 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재편하는 행사다. 이번엔 기존의 상무위원 7명 중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를 제외한 5명 전원이 교체됐다. 그 자리가 시 주석의 측근으로 채워졌다는 뜻이다.
시 주석은 이미 지난해 10월 열린 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에서 ‘핵심 지도자’로 인정 받았다. 과거 중국 공산당 지도자였던 마오쩌둥·덩샤오핑·장쩌민에게만 부여됐던 호칭이다.
아울러 이번 당대회는 공산당 당장(당헌)에 ‘시진핑 신시대의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라는 용어를 새로 삽입해 시 주석을 마오쩌둥·덩샤오핑과 같은 반열에 올렸다. 시 주석은 이번 당대회 개막 연설에서 ‘신시대’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했다. 그의 ‘신시대’ 비전은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키우려는 열망을 바탕으로 한다.
권력 기반을 확고히 다져 2기를 출범시킨 시 주석은 새로 부여받은 형식적인 5년 임기를 넘어 장기적으로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 강화를 추진할 수 있다. 시 주석이 3기까지 장기 집권할 수 있다고 내다보는 분석가가 많다. 그러기 위해선 국가주석의 5년 연임만 허용한 중국 헌법인 공산당 당장의 개정이 필요하다. 그가 가진 중국 공산당중앙위원회 총서기,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은 임기 제한이 없다.
이제 시 주석은 막강한 권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대외 정책 의제를 추진할 수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일대일로’ 구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향적인 외교정책 접근법을 규정한 ‘미국 우선주의’와는 대조적으로 시 주석의 일대일로 구상은 매우 외향적인 전략이다.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를 중국과 통합시키고 더 폭넓은 개발과 발전을 도모하는 정책을 지향한다. 그 폭은 실로 광활하다. 중국 국영·민영 기업의 상업적 활동을 전 세계로 확장하겠다고 약속한다.
일대일로 구상은 국제질서의 재편을 위한 중국의 첫 수가 될 수 있다. 특히 이 구상이 이번 당대회에서 채택된 공산당 당장에도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개별 정책을 당장에 포함시키는 전례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조치는 일대일로 구상을 중국의 비전을 실현하는 전략의 중심으로 삼겠다는 시 주석의 비전을 말해준다. 그가 당대회 연설에서 강조한 ‘인류운명공동체’ 형성에 필수적인 조치다. 중국이 개도국들의 지지를 받아 세계 리더십에서 중심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일대일로 구상은 대외원조 예산과 국영금융 체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신개발은행(NDB, 브릭스 은행의 후신) 등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다국적 기구의 막대한 재정으로 뒷받침된다. 이처럼 일대일로 구상은 중국이 국익을 강화하고 모든 산업 기반을 동원해 남-남 개발을 이끌겠다는 글로벌 정치적·경제적 의제를 추진하는 데 핵심 요소다.
글로벌 리더십과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이런 포괄적인 노력은 기후변화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 잘 반영돼 있다. 중국은 기후변화에 맞서는 세계적인 노력을 이끄는 리더십을 보여주려 한다. 미국이 뒷걸음질치며 생긴 공백을 중국이 메우겠다는 열망을 잘 보여준다.
사실 중국은 내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중국의 정책입안자들과 기술 전문가들이 그 해결책을 찾고 있다). 아울러 국제사회는 중국의 그런 노력에서 투명성이 보장될지 우려한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중국의 리더십 추구는 특히 대담한 발상이다.
다른 한편으로 시 주석은 공산당이 중국 사회를 다시 장악하기를 기대한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반부패 운동에 박차를 가했다(2013년 이래 관리 130만 명 이상을 처벌했다고 주장한다). 절실한 일이긴 하지만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
시 주석은 공격적인 소셜미디어 검열을 통해 공공적 표현의 통제도 강화했다. 그뿐이 아니라 ‘사회신용’ 시스템도 도입할 계획이다. 소셜미디어 활동부터 신용가치까지 국민의 모든 면을 평가하는 제도다. 특히 이 시스템은 대학 진학, 직장 내 승진, 주택 구입을 위한 신용 대출까지 많은 부분에서 중국인 각각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민간 부문의 통제도 강화하고 나섰다. 특히 중국의 번창하는 IT 부문을 대상으로 지분을 요구하고 당 세포 조직의 투입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싸우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경제성장을 추진하려는 다른 개도국들은 중국의 메시지를 환영한다. 중국이 수십 년에 걸쳐 지속적이고 인상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고 제조·IT 부문의 세계적인 중심지로 부상한 것이 다른 개도국들의 매력적인 모델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현실에다 공동 관심사에서 다른 국가들을 도우려는 관대한 제안,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으로 중국은 자연스럽게 세계의 개도국을 이끌고 있다.
중국의 최고 지도부는 기후정책이 대외관계의 기본이며, 청정 에너지 개발과 남-남 협력(중국과 다른 개도국 사이)이 일대일로 구상에 필수적이라고 천명했다. 따라서 파리 기후협정에서 미국이 탈퇴하면서 중국은 국제 지배구조의 중요한 시험대인 기후 문제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대체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시 주석의 추진력이 강해지면서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더 자신있게 목소리를 낼 것이다. 그에 맞서 미국도 일관성 있는 외교정책 접근법을 제시해야 한다. 떠오르는 강대국으로서의 중국을 전략적으로 다루는 동시에 경제개발과 기후변화 등 개도국에 중요한 문제에서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지 않을 경우 이런 이슈의 세계 리더십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미국은 과연 그런 결과를 원하는가?
- 크레이그 하트
※ [필자는 미국의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 산하 글로벌 에너지 센터의 비상임 선임연구원이다. 이 글은 애틀랜틱 카운슬 웹사이트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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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은 지난 10월 18~24일 개최된 제19차 중국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국가주석으로 재선출됐다. 지도부 개편에 초점을 맞춘 이 대회는 그의 일인 집권 체제를 굳히면서 ‘시진핑 2기’를 열었다.
이번 대회에서 채택된 정책 선언을 보면 내부적으로 권력을 공고히 다진 그가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미래에 대한 공산당의 자신감을 더욱 북돋울 것이라는 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시 주석의 권력 강화는 국내만이 아니라 중국의 대외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에너지와 기후 분야에서 그런 점이 두드러질 것이다.
5년마다 열리는 당대회는 중국 공산당의 권력 최상층 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재편하는 행사다. 이번엔 기존의 상무위원 7명 중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를 제외한 5명 전원이 교체됐다. 그 자리가 시 주석의 측근으로 채워졌다는 뜻이다.
시 주석은 이미 지난해 10월 열린 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에서 ‘핵심 지도자’로 인정 받았다. 과거 중국 공산당 지도자였던 마오쩌둥·덩샤오핑·장쩌민에게만 부여됐던 호칭이다.
아울러 이번 당대회는 공산당 당장(당헌)에 ‘시진핑 신시대의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라는 용어를 새로 삽입해 시 주석을 마오쩌둥·덩샤오핑과 같은 반열에 올렸다. 시 주석은 이번 당대회 개막 연설에서 ‘신시대’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했다. 그의 ‘신시대’ 비전은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을 키우려는 열망을 바탕으로 한다.
권력 기반을 확고히 다져 2기를 출범시킨 시 주석은 새로 부여받은 형식적인 5년 임기를 넘어 장기적으로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 강화를 추진할 수 있다. 시 주석이 3기까지 장기 집권할 수 있다고 내다보는 분석가가 많다. 그러기 위해선 국가주석의 5년 연임만 허용한 중국 헌법인 공산당 당장의 개정이 필요하다. 그가 가진 중국 공산당중앙위원회 총서기,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은 임기 제한이 없다.
이제 시 주석은 막강한 권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대외 정책 의제를 추진할 수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일대일로’ 구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향적인 외교정책 접근법을 규정한 ‘미국 우선주의’와는 대조적으로 시 주석의 일대일로 구상은 매우 외향적인 전략이다.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를 중국과 통합시키고 더 폭넓은 개발과 발전을 도모하는 정책을 지향한다. 그 폭은 실로 광활하다. 중국 국영·민영 기업의 상업적 활동을 전 세계로 확장하겠다고 약속한다.
일대일로 구상은 국제질서의 재편을 위한 중국의 첫 수가 될 수 있다. 특히 이 구상이 이번 당대회에서 채택된 공산당 당장에도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 개별 정책을 당장에 포함시키는 전례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조치는 일대일로 구상을 중국의 비전을 실현하는 전략의 중심으로 삼겠다는 시 주석의 비전을 말해준다. 그가 당대회 연설에서 강조한 ‘인류운명공동체’ 형성에 필수적인 조치다. 중국이 개도국들의 지지를 받아 세계 리더십에서 중심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일대일로 구상은 대외원조 예산과 국영금융 체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신개발은행(NDB, 브릭스 은행의 후신) 등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다국적 기구의 막대한 재정으로 뒷받침된다. 이처럼 일대일로 구상은 중국이 국익을 강화하고 모든 산업 기반을 동원해 남-남 개발을 이끌겠다는 글로벌 정치적·경제적 의제를 추진하는 데 핵심 요소다.
글로벌 리더십과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이런 포괄적인 노력은 기후변화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 잘 반영돼 있다. 중국은 기후변화에 맞서는 세계적인 노력을 이끄는 리더십을 보여주려 한다. 미국이 뒷걸음질치며 생긴 공백을 중국이 메우겠다는 열망을 잘 보여준다.
사실 중국은 내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중국의 정책입안자들과 기술 전문가들이 그 해결책을 찾고 있다). 아울러 국제사회는 중국의 그런 노력에서 투명성이 보장될지 우려한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중국의 리더십 추구는 특히 대담한 발상이다.
다른 한편으로 시 주석은 공산당이 중국 사회를 다시 장악하기를 기대한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반부패 운동에 박차를 가했다(2013년 이래 관리 130만 명 이상을 처벌했다고 주장한다). 절실한 일이긴 하지만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
시 주석은 공격적인 소셜미디어 검열을 통해 공공적 표현의 통제도 강화했다. 그뿐이 아니라 ‘사회신용’ 시스템도 도입할 계획이다. 소셜미디어 활동부터 신용가치까지 국민의 모든 면을 평가하는 제도다. 특히 이 시스템은 대학 진학, 직장 내 승진, 주택 구입을 위한 신용 대출까지 많은 부분에서 중국인 각각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민간 부문의 통제도 강화하고 나섰다. 특히 중국의 번창하는 IT 부문을 대상으로 지분을 요구하고 당 세포 조직의 투입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싸우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경제성장을 추진하려는 다른 개도국들은 중국의 메시지를 환영한다. 중국이 수십 년에 걸쳐 지속적이고 인상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고 제조·IT 부문의 세계적인 중심지로 부상한 것이 다른 개도국들의 매력적인 모델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현실에다 공동 관심사에서 다른 국가들을 도우려는 관대한 제안,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으로 중국은 자연스럽게 세계의 개도국을 이끌고 있다.
중국의 최고 지도부는 기후정책이 대외관계의 기본이며, 청정 에너지 개발과 남-남 협력(중국과 다른 개도국 사이)이 일대일로 구상에 필수적이라고 천명했다. 따라서 파리 기후협정에서 미국이 탈퇴하면서 중국은 국제 지배구조의 중요한 시험대인 기후 문제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대체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시 주석의 추진력이 강해지면서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더 자신있게 목소리를 낼 것이다. 그에 맞서 미국도 일관성 있는 외교정책 접근법을 제시해야 한다. 떠오르는 강대국으로서의 중국을 전략적으로 다루는 동시에 경제개발과 기후변화 등 개도국에 중요한 문제에서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지 않을 경우 이런 이슈의 세계 리더십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미국은 과연 그런 결과를 원하는가?
- 크레이그 하트
※ [필자는 미국의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 산하 글로벌 에너지 센터의 비상임 선임연구원이다. 이 글은 애틀랜틱 카운슬 웹사이트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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