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근 동산’이 무너진다
‘남근 동산’이 무너진다
남성 권력자들은 수세기 동안 여성을 희롱·학대·폭행하고도 아무 탈이 없었다. 그러나 그 괴물들이 마침내 심판 받는 기적이 일어날까 “여자는 개똥처럼 다뤄야 해.”
― 도널드 트럼프, 뉴욕 매거진, 1992년 11월 9일수세기 동안 성희롱·성학대 또는 성폭행에 대한 무관심 또는 나아가 암묵적인(그리고 때로는 공개적인) 인정 끝에 느닷없이 미국 사회에 남근 전쟁의 광풍이 불어 닥쳤다. 할리우드·정계·언론계와 다른 많은 분야의 남성 권력자들이 여성을 향한 탐욕스러운 심지어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로 손가락질당하고 해고당하거나 잡혀 들어간다.
이 들불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이해하려면 남성 두뇌 중 야만성을 관장하는 부위의 신화적인 장소인 ‘남근 동산(Garden of Dicks)’에 관해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 또 다른 태고적 천국인 에덴동산처럼 남자들은 수천 년 동안 지구 상에 남근 동산을 조성하려 애써 왔다.
남근 동산은 ‘후터스’(탱크톱과 핫팬츠 차림의 후터스걸을 내세운 식당 체인), 프로미식축구(NFL) 라커룸, 바티칸, 록그룹 롤링스톤즈의 전용기, 트라이베카 그랜드 호텔에 있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특실 같은 곳이다. 수년간 관리하는 모델들을 농락한 뒤 미성년자와의 성행위로 몰락한 남자가 운영하던 뉴욕시의 선두 모델 에이전시 같은 곳이다. 그는 “나는 욕정을 가진 남자”라고 변명했다.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오사마 빈 라덴 은신처에서 가져온 벽돌을 포함해 막강한 권력의 기념물로 장식된 폭스 뉴스의 임원실 같은 곳이다. 그 방의 주인은 여성 동료에게 집요하게 추근거리고, 강제로 키스하고, 일자리 대가로 성접대를 요구한 탐욕스러운 중역이다. 그는 “말하자면, 힘 있는 사람들과 놀려면 그들과 잠자리를 같이해야 해”라든가 “뭐랄까, 가끔씩 오럴 섹스도 해주면 금상첨화지” 같은 말도 했다. 복도 아래 쪽 방에선 그 중역이 관리하던 스타가 게이 포르노를 보내고, 여성 부하 직원들에게 심야 전화를 하며 자위를 하고, 그 밖에 일방적인 성적 추파를 수없이 던졌다고 한다.
상당수가 화이트칼라 IT 업계 근로자로 알려진 약 1만8000명의 남성이 한국인 성매매 여성들의 섹스 기교 순위를 매긴 온라인 ‘리뷰 보드’ 같은 곳이다. 1997년 미스 USA 대회 참가자가 대회 소유주를 만난 미인대회 뒤풀이 파티 같은 곳이다. 템플태거트는 현재 미국 대통령인 남자와의 만남을 뉴욕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다짜고짜로 입술에 키스했다. 나는 ‘세상에, 역겹다’고 생각했다. 당시 그는 말라 메이플스와 결혼한 기혼자였다. 그가 입에 키스한 여자들이 몇 명 더 있었던 것 같다. ‘야, 막 나가네’라고 생각했다.”
남근 동산에선 여성의 몸에 관한 특권의식이 하늘을 찌른다. 여자들이 “뭐든지 허용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남자들이 수두룩하다. 도널드 트럼프도 그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번은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하워드 스턴에게 “여자들이 제 발로 다가와 상의를 벗고 팬티를 벗어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근 동산에선 남자가 그런 말을 할 수 있고 또 믿어준다. 언제나 그런 남자들의 말에 낄낄거리며 부추기는 스턴이나 빌리 부시(NBC 방송 연예 프로그램 ‘액세스 할리우드’ 진행자) 같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10여년 전 ‘액세스 할리우드’의 한 ‘코너를 촬영하던 중 켜진 마이크에 대고 아첨하는 부시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녀에게 심하게 들이댔지. 그런데 하지는 못했어. 유부녀이기도 하고. 그래도 여자들은 상대가 스타라면 마음대로 하게 놔둬. 뭐든지 할 수 있지. 사타구니도 손으로 움켜쥐고 뭐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지난해 3월 프라임타임 TV에 생중계된 공화당 대선 토론 중(무대에 4명의 남성이 있었다) 트럼프가 자신의 성기 크기에 관해 자랑한 일도 있었다.
남근 동산에선 항상 남근이 주제였다. 남근 동산에선 그럴 듯한 부정(plausible deniability)으로 오리발을 내미는 게 당연시된다. 지난해 트럼프의 선거유세 중 17명의 여성이 전면으로 나서 그가 바로 그 사타구니 움켜쥐기, 강제 키스, 입 안 깊숙이 혀 밀어 넣기 등을 했다고 주장하자 그는 모두를 거짓말쟁이로 불렀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몇 주 전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스버그에서 연설 중 “그런 일은 결코 없었다”며 “선거가 끝난 뒤 이 거짓말쟁이들을 모두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팬들은 야수처럼 포효했다.
트럼프는 아직 그 “거짓말쟁이들”을 고소하지 않았다. 필시 백악관 집무실로 이주해 곧바로 남근 로즈가든을 조성하느라 너무 바빴기 때문일 듯하다. 그의 수석 고문이었던 스티브 배넌은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늘어진 남근의 XXXX”로,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를 “줏대 없는 남근 XX”로 불렀다. 비공식 고문 로저 스톤은 트럼프 비판자들을 가리켜 수도 없이 “남근 XX”로 불렀다가 트위터 계정을 잃었다. 그리고 트럼프가 임명한 공보국장은 뉴요커 잡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나는 스티브 배넌이 아니다. 나는 내 남근을 빨려 하지 않는다”고 말한 직후 사퇴했다.
남근 동산에선 여자는 일하고 시중들고 서비스하면서 스쳐 지나가는 존재다. 생활비를 벌고, 남편이나 일자리 또는 그저 재밋거리를 찾고, 벤처 자본을 구하고, 더 높은 학위 또는 영화의 배역을 따려 애쓴다. 종종 여자들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방에 들어가면 곧바로 ‘아, 바로 여기가 거기구나’ 감이 온다. 언제나 여자의 기를 죽이는 기운이 감돈다. 마치 그곳의 남자들이 여자는 들어서는 안될 우스개에 막 킬킬거리며 웃은 듯한 분위기다.
우리는 외면한 채 하던 일을 계속한다. 지난해 11월 트럼프의 대선 승리는 그의 성폭행 또는 희롱을 비난했다가 거짓말쟁이로 불렸던 모든 여성에게는 모욕적인 결과였다. 그것은 또한 여성이 당한 성적 희롱이나 공격에 관한 트럼프의 비하 발언에서 같은 느낌을 받은 수백만 여성에게는 악몽의 현실화이기도 했다. 많은 사람이 그의 승리를 페미니즘의 부정으로 평했다. 하지만 취임 1년 뒤 그의 자극적인 여성혐오 브랜드가 코너에 몰렸다. 마침내 여성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사상 처음으로 세계 각지에서 많은 분야의 권력자가 탐욕에 발목 잡혀 추락하고 있다.
이번의 봉기는 만시지탄의 감이 있다. 40년 전 법학자 캐서린 매키넌이 로스쿨 강의 목적으로 ‘직장 여성 대상 성희롱’이라는 기념비적인 논문을 작성했다. 그녀는 논문에서 성희롱은 성별·인종·피부색·출신국가·종교에 근거한 직원 차별을 금지하는 연방법인 1964년 민권법 7조의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1986년 미국 대법원에서 성희롱은 법에 저촉되는 형태의 성차별이며 강간과 기타 일방적인 성적 공격을 통한 적대적인 근무 환경의 조성을 포함한다고 판결했다. 고용균등위원회(EEOC)는 성희롱을 ‘일방적인 성적 접근, 성접대 요구, 그리고 기타 성적인 성격의 언어적 또는 신체적 희롱’으로 정의했다.
그 판결 이후 직장에서 성희롱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의 소송 제기가 늘어났다. 기업들이 그 대책으로 다양성 교육을 실시했다. 피고들을 고소하고 변호하기 위한 완전히 새로운 법적 하위문화가 형성됐다. 그와 함께 강제 중재조항(forced arbitration)이 등장하면서 재판까지 가는 소송 건수가 크게 줄었다. 남자에게는 좋지만 여자에게는 불리했다.
그 대법원 판결 후 30년이 지난 지금 성희롱이 여전히 횡행하면서 신고되지 않는 사건도 많다. 대다수 사례(75%)가 보복의 두려움 때문에 신고되지 않는다. 트럼프·웨인스타인 그리고 브렛 래트너 할리우드 감독 같은 유명인사를 고발했던 여성에 대한 사회의 반응과 설문조사에 따르면 충분히 근거 있는 두려움이다.
법정에서 성희롱법의 골격이 잡혀가던 수십 년 동안 트럼프는 의기양양한 포식자로 캐릭터를 형성해가고 있었다. 그는 공개 토론마당에서 여성을 깎아 내리고 성추행에 관해 떠벌렸다(그것을 그의 매력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 그는 자신처럼 희롱을 일삼는 사람들을 지지했다. 성희롱 의혹으로 불명예 퇴진한 로저 에일스 폭스뉴스 전 회장 겸 CEO를 선거운동 보좌관으로 영입했다.
지난해 7월 에일스에게 성폭행당했다는 주장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할 때 트럼프는 “비난하는 여성 중 몇몇이 그에게서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았는지 나는 안다”고 NBC에 말했다. 인기절정의 폭스뉴스 쇼 진행자 빌 오라일리에게 성희롱당했다는 여성의 입막음 비용으로 소속사 폭스뉴스가 수천만 달러를 지불했다는 설이 나도는 가운데 그의 방송 퇴출이 추진되는 동안 트럼프는 뉴욕타임스에 “나는 빌에게 아무런 잘못도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지지하지 않는 성적 포식자가 한 명 있다. 그는 여성 스타와 어린 아랫사람에 대한 추행이 부지기수인 데다 스타일과 내용이 너무 알려져 ##MeToo(나도 당했다)라는 해시태그를 주제로 한 온라인 저항운동을 낳았다. 그리고 웨인스타인 그리고 100만 명이 참여한 #MeToo 운동이 눈깜짝할 새 미국 최초의 ‘남근통령’ 당선 1주년을 기념하는 완벽한 케이크를 구워냈다. 여자는 성희롱 이야기를 하고는 떠나간다.
우리의 트위터 동정, 뉴스 피드, 커피 타임에 그렇게 많은 다른 권력자의 부도덕한 행위가 넘쳐나는데 이 ‘#MeToo의 봄’에 트럼프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공정할까? 어쨌든 그는 웨인스타인과 달리 뉴욕 경찰의 조사를 받지는 않는다. 공영 라디오 NPR의 마이크 오레스케스 뉴스국장과 달리 사임을 강요 받지 않았다. 알렉 볼드윈, 더스틴 호프만, 그리고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과 달리 여성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에 사과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이고, 수백만 남녀의 존경을 받고, 반성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를 증인석에 세우는 게 공정하다고 본다.
트럼프가 동의 없이 자신들의 몸에 성적인 접촉을 했다고 주장한 여성이 17명에 달한다. 대다수 주에서 성폭력의 법적 정의에 해당되는 행동이다. 여성이 추행 사실을 공개할 당시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였지만 상황 설명이 모두 비슷해 똑같은 행동 패턴이 수십 년간 지속됐음을 보여줬다.
트럼프를 역사적인 시각에서 살펴보면 1996년 빌 클린턴이 백악관 인턴을 유혹하고 있을 때 트럼프는 뉴욕시 레스토랑에서 테이블 위를 가로질러 가는 여성들의 스커트 속을 올려다보며 모델 에이전트 존 카사블랑카스와 함께 그들의 생식기를 평가했다고 알려졌다(카사블랑카스가 5~6명의 모델을 데려와 트럼프에게 검사를 받도록 했다).
1997년 백악관 집무실에서 그 인턴과 성행위를 한 혐의로 특별검사 켄 스타가 클린턴을 조사하는 동안 캐시 헬러는 플로리다 주의 트럼프 소유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어머니 날 브런치를 먹는 자리에서 트럼프를 만났다. 그녀에 따르면 트럼프는 곧바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 그녀가 몸을 빼려 하자 팔에 더 힘을 줬다. 같은 해 미인대회 10대 소녀 참가자들은 그가 탈의실을 어슬렁 거렸다고 돌이켰다. 1998년 클린턴의 탄핵 문제가 떠오를 때 트럼프는 유에스 오픈 테니스 경기장 앞에서 차를 기다리던 카레나 버지니아의 가슴을 만졌다고 한다. 그녀가 움찔하며 몸을 피하자 그는 “내가 누군지 몰라? 내가 누군지 모르냐고?”라고 말했다고 한다.
미인대회 참가자들은 트럼프가 1997년·200년·2001년 아무런 사전 통보도 없이 불쑥 탈의실에 들어섰다고 비난했다. 당시 여성들은 단계는 제각각이었지만 모두 옷을 벗는 과정에 있었다. 트럼프는 그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은 “그런 일을 하고도 탈이 나지 않는다”고 스턴에게 자랑했다(스턴은 그를 가리켜 “의사 같다”며 낄낄거렸다). 대다수 남성은 포식자가 아니다. 그리고 성추행을 고발하는 대다수 여성은 남성혐오증 환자가 아니다. 그러나 그 권력자들 클럽에서 왕따당할 각오를 하고 성추행을 비판하는 남자는 극히 드물었다. 이제 할리우드·정계·언론계 등 일부 산업에서 남자들끼리 비밀을 지켜주는 그 침묵의 벽에 금이 가고 있는 듯하다. 여배우 아나벨라 시오라가 웨인스타인에게 강간당한 이야기를 뉴요커 잡지에 한 뒤 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 브라이언 코플먼(‘오션스 13’ 드라마 ‘빌리언스’)은 그 스토리를 읽고 ‘거의 앓아 누울 뻔했다’고 트윗에 올렸다. 그는 “전에도 포커 테이블·골프장 등에서 모든 남자가 어떻게 공모해 여자를 깎아내리는지 쓴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여자가 남자에게 구제받기를 기다리는 건 아니다. 웨인스타인이 모든 미디어 플랫폼에서 난도질당한 뒤 익명의 여기자들이 의견을 모아 ‘엿 같은 언론계 남자들’ 명단을 작성했다. 주로 뉴욕·워싱턴D.C.·로스앤젤레스의 현역 기자 수십 명이 실린 이 리스트는 지금은 널리 퍼졌다. ‘닭살 돋는 트위터 쪽지’로부터 ‘강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차별 행위가 고발됐다.
이 리스트가 공개된 뒤 일부 여성은 그 스토리를 실명으로 뒷받침했다. 진보의 기수 더 뉴 리퍼블릭의 사장 겸 발행인 해밀턴 피시는 지난 11월 초 사임했다. 뉴 리퍼블릭의 리온 위즐티어 전 편집장은 여자 동료를 대상으로 ‘추행’이 있었음을 시인한 뒤 새 프로젝트의 자금줄을 날렸다. X세대 힙스터(유행에 민감한 사람)이자 대중문화 잡지 롤링 스톤의 기자인 매트 타이비는 올가을 자신의 신저 홍보활동을 진행 중이었는데 약 20년 전에 공동 저술한 회고록 때문에 몇몇 행사를 취소했다. 그는 회고록에서 1990년대 후반 모스크바에서 거주할 때 러시아 여성들을 희롱했던 일을 자랑했다. 다음은 발췌문이다.
“너는 항상 마샤와 스베트를 테이블 아래로 밀어 넣어 네게 오럴 섹스를 하게 하려 하잖아. 그건 재미 없어. 걔들은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카라가 불평했다.
“하지만 … 재미있는데.” 매트가 말했다.
우리는 여자를 상당히 거칠게 대했다. 러시아인 직원들에게 우리가 볼 수 있도록 엉덩이나 가슴을 드러내도록 요구했다. 일자리를 잃고 싶지 않으면 우리와 콘돔 없이 항문성교를 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우리는 거의 매일 여직원들에게 항문성교를 싫어하지 않냐고 물었다. 우리는 거기에 병적으로 집착했다. “엉덩이에 해도 돼? 응? 내 말은, 콘돔 없이도? 괜찮지?” 모두 재미로 한 일이었다
남근 동산에는 한 가지 특유의 두려움이 있다. 권력상실, 다른 수단에 의한 거세다.
1997년의 저서 ‘트럼프, 귀환의 기술(Trump: The Art of the Comeback)’에서 미래의 미국 대통령은 이렇게 썼다. ‘여자는 역사상 손꼽히는 훌륭한 연기력을 보유한다. 똑똑한 여자는 아주 여성스럽고 애정에 굶주린 척하지만 속으로는 진짜 킬러다. 여성을 가리키는 ‘약한 인간(the weaker sex)’이라는 표현을 만들어낸 사람은 아주 순진하거나 분명 농담이었을 것이다. 눈을 깜박거리거나 어쩌면 다른 신체 부위를 이용해 남자를 조종하는 여자를 많이 봤다.’
그리고 (그의 말에 따르면) 이들 ‘킬러들’ 중 하나의 ‘거시기’에서 피가 언제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웨인스타인과 관련해 더 놀라운 주장 중 하나는 그가 TV 방송의 여기자 앞에서 화분에 자위를 했다는 내용이다. 지난 10월 ‘발정난 하비’의 성적 무용담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던 중에도 다른 남녀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성기를 꺼내는 황당무계한 행동은 독특한 악행인 듯했다. 그즈음 #MeToo 캠페인에 힘입어 여기자들이 정상급 정치기자 마크 핼퍼린을 성폭력과 성희롱으로 공개 비난했다. 한번은 근무 중 젊은 여성 앞에서 자위를 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폭스뉴스 여직원들이 밝힌 수십 건의 증언에 따르면 에일스 CEO도 예쁜 젊은 여직원이 자기 사무실로 찾아올 때 곧잘 바지를 내렸다. 권력자 남성이 부하 여직원들에게 신체를 노출하는 행위는 제임스 길리건에게는 쇼킹한 일이 아니다. 정신과 의사이자 저술가인 그는 수십 년 동안 강간범을 연구해 왔으며 ‘폭력, 전국적인 유행병에 관한 고찰(Violence: Reflections on a National Epidemic)’을 포함해 남성 폭력에 관한 책들을 써냈다. 길리건 박사는 성희롱이 정력 또는 세속적인 권력이 없다는 인식에 대한 남자의 수치심과 관계가 있다고 믿는다. “이런 행위는 여성에게 모욕을 줌으로써 남자가 자신의 무력감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방법으로 그것을 해소하려는 목적이다. 누군가에게 가장 심한 굴욕감을 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상대의 성기를 공격하거나 자신의 성기를 상대에게 노출시키는 방법이다. 누군가를 성적으로 압도하고, 일방적으로 성행위를 당하게 하는 것보다 더 굴욕적인 것은 없다.”
길리건 박사는 샌프란시스코 교도소의 강간범을 대상으로 10년 동안 조사했다. 그 연구를 통해 희롱부터 강간을 비롯한 기타 폭력까지 온갖 성폭력 행위의 저변에 임포텐스(말 그대로 성적인 의미뿐 아니라 세속적인 권력의 비유적인 의미도 포함)의 두려움이 도사린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남자의 이 같은 충동적인 성적 공격의 저변에는 자신이 충분히 강하지 않다는 두려움이 깔려 있다. 성폭력범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로는 당사자가 얼마나 성적 무기력을 느끼느냐에 비례해 권력 의지가 과장된다.”
트럼프는 모욕을 느끼고 그 수치심을 여성에게 벗어 던져야 하는 유형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길리건 박사는 말한다. “수치심을 갖지 않는 한 다른 사람에게 모욕을 주려는 사람은 없다. ‘사타구니 움켜쥐기’뿐 아니라 (일차 공화당 예비선거) 토론 중 ‘작은 손(성기 암시)’에 관한 언급도 마찬가지다. 미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자기 물건이 충분히 크다고 사람들을 설득하려 했다. 자신의 무력감에 그렇게 집착한 대통령은 일찍이 없었다.”
트럼프의 재임기간 중 여성의 분노가 계속 분출했다. 그들의 분노는 먼저 지난 1월 여성 행진, 지금은 #MeToo 운동의 형태로 나타났다. 트럼프가 선거운동을 펼치던 지난해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성희롱’이라는 용어의 언급 빈도는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소셜미디어 조사분석업체 크림슨 헥사곤에 따르면 전해의 380만 건에서 660만 건으로, 올 들어 다시 100만 건 더 증가했다. 올해 언론매체에선 ‘성희롱’ 언급이 전년에 비해 줄었는데도 그렇다.
분노와 속죄가 유럽으로 확산됐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성희롱 혐의가 불거진 뒤 국방장관을 교체해야 했다. 그 밖에도 최소 2명의 저명한 영국 정치인이 여성의 성희롱 주장 후 정치생명을 연장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스코틀랜드 보수당 지도자 루스 데이빗슨 대표는 “이번 일로 댐이 무너지면서 남자만의 라커룸 문화가 지배하던 남성 중심의, 압도적으로 남성이 좌지우지하던 직업들은 웃음거리가 됐다”며 “그런 문화는 여기서 끝내야 한다”고 공언했다.
그레첸 칼슨 기자는 이번 혁명의 물결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폭스 뉴스에서 근무할 때 로저 에일스 CEO의 성희롱 문제로 회사를 고소해 2000만 달러를 받아냈다. 그녀는 “언론계에선 필요하더라도 같은 뉴스를 계속 보도하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언론매체들이 여자로부터 더 많은 스토리를 발굴해내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는 걸 보면 전환점에 이른 듯하다”고 말했다.
남녀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일부 베테랑들은 그렇게 상황을 낙관하지 않는다. 그들은 여성운동에서 1보 전진 후 2보 후퇴하는 패턴이 숱하게 반복됐음을 안다. 해시태그 캠페인도 한때의 유행처럼 지나간다는 사실도 안다. 2014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엘리엇 로저가 총기를 난사해 6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친 사건은 여성혐오에서 비롯된 감정이 기폭제가 됐다. 그 뒤 #YesAllWomen(여자들은다겪는다) 해시태그 캠페인을 통해 여성 대상의 증오와 폭력 사례가 수백만 건 공개되며 #MeToo보다 더 많은 소셜미디어 대화가 촉발됐다. 그런 폭발적인 반응에서 미국이 수백만 명의 여성이 희생되는 국가적인 정신건강 위기에 처했음이 드러났다.
그 해시태그는 뜨겁게 타올랐다가 사그라들었다.
오랫동안 거의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한 여성이 유명인 남성을 성희롱으로 고발하고 그 유명인은 여성을 거짓말쟁이로 부른다. 언론에 보도되고 거액을 받는 변호사가 뛰어들어 또 다시 그 여성을 거짓말쟁이 나아가 크게 한 건을 올리려는 꽃뱀으로 부른다. 그 뒤 양쪽이 슬그머니 커튼 뒤로 돌아가 담합으로 사건을 마무리 짓는다. 대체로 그전까지 알려지지 않던 그 여성은 때로는 금액을 공개하지 않는 합의금 또는 평생 동안 입을 다물도록 하는 함구령 판결에 따라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여성이 목소리를 높일 때는 예외 없이 또 다른 리얼리티 쇼의 원치 않는 참가자가 됐다. 익명의 웨인스타인 고발자는 자신의 스토리를 실명으로 공개하고 싶지 않았다고 뉴요커 잡지의 로난 패로 기자에게 말했다. 공개적으로 나서는 것은 “다른 인생 경로를 선택하는 격”이라는 이유에서다. 언론 실세와 줄이 닿는 권력자 남성은 항상 고발자들보다 더 오래 그리고 더 크게 스토리를 전달하도록 조절할 수 있다. 그리고 여성은 흔히 까탈스럽거나 음모를 꾸미거나 정신이상인 사람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자신들의 아픔을 삼켰다.
지난해 뉴요커 잡지의 제시카 리즈는 1980년대 초 비행기 안에서 있었던 일을 뉴욕타임스에 털어놓았다. 옆에 앉았던 트럼프가 비행 중 그녀의 몸을 더듬었다. 트럼프는 훗날 선거유세 중 그녀가 주장한 대로 하기에는 그녀가 너무 못생겼다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투표일 밤 리즈 기자는 최초의 여자 대통령 당선 축하 파티에 초대받았다. 그녀는 “오후 10시께 자리에서 털고 일어났다”며 “다음날 아침 신문을 읽으면서 복부에 강한 훅을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고 돌이켰다.
그러나 성희롱·성학대·성폭행을 저지른 자들은 이번 가을엔 자신들의 사냥감이 겁먹은 눈으로 숲 속으로 숨어 들어가 시야에서 사라지리라고 가정할 수 없게 됐다. 여성이 범죄자의 손아귀에서 공개모욕의 곤봉을 빼앗았다. 그리고 언론은 더 이상 과거처럼 늑대와 돼지들의 유순한 도구 노릇을 하지 않는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그를 고발한 사람들은 큰 타격을 받았고 모두 언론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서머 제보스는 달랐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수습사원’ 참가자였던 그녀는 비공개 미팅 중 트럼프가 강제적으로 키스하고 그녀의 가슴을 만졌다고 말했다. 그녀는 현재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부른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TV 연예 프로그램 ‘액세스 할리우드’의 테이프 공개 1주년을 맞아 여성단체 울트라바이올렛은 백악관 근처에 300X490㎝ 스크린을 설치하고 그 동영상을 12시간 동안 계속 보여줬다. 트럼프가 백악관 테라스에서 그것을 지켜봤는지 스스로는 밝히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있을까? 그에게는 여성의 이야기를 ‘가짜 뉴스’로 낙인 찍을 대통령이라는 공적 지위가 있다. 지난 10월 백악관 로즈가든 기자회견에서 성희롱 고발에 관한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완전히 가짜뉴스라는 것뿐이다. 그냥 가짜다. 날조된 가공의 스토리이며 수치스럽지만 정치판에선 흔히 있는 일이다.”
기자 겸 저술가인 나타샤 스토이노프는 팩트를 우선하도록 직업적으로 훈련 받았다. 트럼프의 액세스 할리우드 테이프가 공개된 후 스토이노프 기자는 2005년 피플 잡지에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있었던 사건에 관해 썼다. 당시 그녀는 트럼프와 멜라니아 부부 결혼 1주년 전날에 두 사람을 인터뷰하러 찾아갔다. 임신한 새 부인이 다른 방에 있는 동안 트럼프가 그녀를 어떤 방으로 안내하고 벽으로 밀어부친 뒤 혀를 자신의 입 안으로 밀어넣었다고 스토이노프 기자는 썼다. 그러고는 두 사람이 관계를 갖게 될 것이라고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에게는 그것을 입증할 증인들이 있었다. 당시 그 일에 관해 친구·가족·동료들 그리고 한 저널리즘 교수에게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녀는 공개 고발하지는 않았으며 잡지는 태어날 예정인 그들의 아기에 관한 그녀의 기사를 내보냈다.
캠페인 도중 트럼프는 그답게 조롱하는 말투로 그녀의 고발을 부정했다. 한 유세에서 “그녀 얼굴을 보면 그러고 싶겠는가”라고 말했다. 그 말에 기분이 상했지만 스토이노프 기자는 기사가 나간 뒤 많은 사람이 연락해와 자신이 당한 성폭력과 성희롱 스토리를 털어놓은 데 놀라고 위안을 받았다. “그렇게 많은 여성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남자들이 아주 많다. 나도 그랬으니까! #MeToo 운동이 그 일을 해냈다. 숫자가 많을수록 힘이 커진다.”
지난 1년 사이 스토이노프 기자는 그 일과 무관한 책을 저술하면서 피플 잡지에 ‘여성들이 목소리를 높인다(Women Speak Out)’는 활자·동영상 시리즈를 게재해 왔다. 그녀는 세계 최고의 권력자에게 거짓말쟁이로 낙인 찍힌 많은 여성 중 한 명이면서도 미래를 낙관한다. “이 정부가 현재 여성에게 어떤 피해를 주더라도 이 정부가 물러나자마자 우리가 바로잡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들이 우리 머리끄덩이를 부여잡고 그들의 동굴로 끌고 가려 한다 해도 그들은 역사와 여성의 발전과정에서 하나의 점에 불과하며 그들은 우리가 얻은 지식이나 우리가 이룬 발전을 절대 되돌리지 못할 것이다. 결코.”
캐서린 매키넌은 40년 동안 이 싸움을 계속해 왔다. 이제 71세가 된 그녀는 여전히 열렬한 반포르노 페미니스트로 미시건 대학에서 법학을 가르친다. 그녀는 여성(그리고 남성)이 진정한 변화를 원한다면 양성평등헌법 수정조항의 형태로 성문화된 권리의 확대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강제중재와 비밀유지합의(NDAs)는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또한 #MeToo 운동가들이 불쾌한 역풍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면에 나선 여성(의식고취 운동의 진정한 동력)이 공격·매도당하지 않으리라고 가정해선 안 된다. 세력이 크기 때문에 한번 의식을 고취해 놓으면 되돌릴 수 없다고 가정해선 안 된다. 이들 남성의 자발적인 행동으로 그런 결과가 초래됐으니 많은 동정을 받지 못하리라고 가정해선 안 된다. 백인 남성 우월주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방식으로 오늘에 이른 게 아니다.”
- 니나 벌리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도널드 트럼프, 뉴욕 매거진, 1992년 11월 9일수세기 동안 성희롱·성학대 또는 성폭행에 대한 무관심 또는 나아가 암묵적인(그리고 때로는 공개적인) 인정 끝에 느닷없이 미국 사회에 남근 전쟁의 광풍이 불어 닥쳤다. 할리우드·정계·언론계와 다른 많은 분야의 남성 권력자들이 여성을 향한 탐욕스러운 심지어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로 손가락질당하고 해고당하거나 잡혀 들어간다.
이 들불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이해하려면 남성 두뇌 중 야만성을 관장하는 부위의 신화적인 장소인 ‘남근 동산(Garden of Dicks)’에 관해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 또 다른 태고적 천국인 에덴동산처럼 남자들은 수천 년 동안 지구 상에 남근 동산을 조성하려 애써 왔다.
남근 동산은 ‘후터스’(탱크톱과 핫팬츠 차림의 후터스걸을 내세운 식당 체인), 프로미식축구(NFL) 라커룸, 바티칸, 록그룹 롤링스톤즈의 전용기, 트라이베카 그랜드 호텔에 있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특실 같은 곳이다. 수년간 관리하는 모델들을 농락한 뒤 미성년자와의 성행위로 몰락한 남자가 운영하던 뉴욕시의 선두 모델 에이전시 같은 곳이다. 그는 “나는 욕정을 가진 남자”라고 변명했다.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오사마 빈 라덴 은신처에서 가져온 벽돌을 포함해 막강한 권력의 기념물로 장식된 폭스 뉴스의 임원실 같은 곳이다. 그 방의 주인은 여성 동료에게 집요하게 추근거리고, 강제로 키스하고, 일자리 대가로 성접대를 요구한 탐욕스러운 중역이다. 그는 “말하자면, 힘 있는 사람들과 놀려면 그들과 잠자리를 같이해야 해”라든가 “뭐랄까, 가끔씩 오럴 섹스도 해주면 금상첨화지” 같은 말도 했다. 복도 아래 쪽 방에선 그 중역이 관리하던 스타가 게이 포르노를 보내고, 여성 부하 직원들에게 심야 전화를 하며 자위를 하고, 그 밖에 일방적인 성적 추파를 수없이 던졌다고 한다.
상당수가 화이트칼라 IT 업계 근로자로 알려진 약 1만8000명의 남성이 한국인 성매매 여성들의 섹스 기교 순위를 매긴 온라인 ‘리뷰 보드’ 같은 곳이다. 1997년 미스 USA 대회 참가자가 대회 소유주를 만난 미인대회 뒤풀이 파티 같은 곳이다. 템플태거트는 현재 미국 대통령인 남자와의 만남을 뉴욕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다짜고짜로 입술에 키스했다. 나는 ‘세상에, 역겹다’고 생각했다. 당시 그는 말라 메이플스와 결혼한 기혼자였다. 그가 입에 키스한 여자들이 몇 명 더 있었던 것 같다. ‘야, 막 나가네’라고 생각했다.”
남근 동산에선 여성의 몸에 관한 특권의식이 하늘을 찌른다. 여자들이 “뭐든지 허용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남자들이 수두룩하다. 도널드 트럼프도 그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번은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하워드 스턴에게 “여자들이 제 발로 다가와 상의를 벗고 팬티를 벗어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근 동산에선 남자가 그런 말을 할 수 있고 또 믿어준다. 언제나 그런 남자들의 말에 낄낄거리며 부추기는 스턴이나 빌리 부시(NBC 방송 연예 프로그램 ‘액세스 할리우드’ 진행자) 같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10여년 전 ‘액세스 할리우드’의 한 ‘코너를 촬영하던 중 켜진 마이크에 대고 아첨하는 부시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녀에게 심하게 들이댔지. 그런데 하지는 못했어. 유부녀이기도 하고. 그래도 여자들은 상대가 스타라면 마음대로 하게 놔둬. 뭐든지 할 수 있지. 사타구니도 손으로 움켜쥐고 뭐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지난해 3월 프라임타임 TV에 생중계된 공화당 대선 토론 중(무대에 4명의 남성이 있었다) 트럼프가 자신의 성기 크기에 관해 자랑한 일도 있었다.
남근 동산에선 항상 남근이 주제였다. 남근 동산에선 그럴 듯한 부정(plausible deniability)으로 오리발을 내미는 게 당연시된다. 지난해 트럼프의 선거유세 중 17명의 여성이 전면으로 나서 그가 바로 그 사타구니 움켜쥐기, 강제 키스, 입 안 깊숙이 혀 밀어 넣기 등을 했다고 주장하자 그는 모두를 거짓말쟁이로 불렀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몇 주 전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스버그에서 연설 중 “그런 일은 결코 없었다”며 “선거가 끝난 뒤 이 거짓말쟁이들을 모두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팬들은 야수처럼 포효했다.
트럼프는 아직 그 “거짓말쟁이들”을 고소하지 않았다. 필시 백악관 집무실로 이주해 곧바로 남근 로즈가든을 조성하느라 너무 바빴기 때문일 듯하다. 그의 수석 고문이었던 스티브 배넌은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늘어진 남근의 XXXX”로,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를 “줏대 없는 남근 XX”로 불렀다. 비공식 고문 로저 스톤은 트럼프 비판자들을 가리켜 수도 없이 “남근 XX”로 불렀다가 트위터 계정을 잃었다. 그리고 트럼프가 임명한 공보국장은 뉴요커 잡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나는 스티브 배넌이 아니다. 나는 내 남근을 빨려 하지 않는다”고 말한 직후 사퇴했다.
남근 동산에선 여자는 일하고 시중들고 서비스하면서 스쳐 지나가는 존재다. 생활비를 벌고, 남편이나 일자리 또는 그저 재밋거리를 찾고, 벤처 자본을 구하고, 더 높은 학위 또는 영화의 배역을 따려 애쓴다. 종종 여자들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방에 들어가면 곧바로 ‘아, 바로 여기가 거기구나’ 감이 온다. 언제나 여자의 기를 죽이는 기운이 감돈다. 마치 그곳의 남자들이 여자는 들어서는 안될 우스개에 막 킬킬거리며 웃은 듯한 분위기다.
우리는 외면한 채 하던 일을 계속한다.
마침내 곪아 터지다
이번의 봉기는 만시지탄의 감이 있다. 40년 전 법학자 캐서린 매키넌이 로스쿨 강의 목적으로 ‘직장 여성 대상 성희롱’이라는 기념비적인 논문을 작성했다. 그녀는 논문에서 성희롱은 성별·인종·피부색·출신국가·종교에 근거한 직원 차별을 금지하는 연방법인 1964년 민권법 7조의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1986년 미국 대법원에서 성희롱은 법에 저촉되는 형태의 성차별이며 강간과 기타 일방적인 성적 공격을 통한 적대적인 근무 환경의 조성을 포함한다고 판결했다. 고용균등위원회(EEOC)는 성희롱을 ‘일방적인 성적 접근, 성접대 요구, 그리고 기타 성적인 성격의 언어적 또는 신체적 희롱’으로 정의했다.
그 판결 이후 직장에서 성희롱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의 소송 제기가 늘어났다. 기업들이 그 대책으로 다양성 교육을 실시했다. 피고들을 고소하고 변호하기 위한 완전히 새로운 법적 하위문화가 형성됐다. 그와 함께 강제 중재조항(forced arbitration)이 등장하면서 재판까지 가는 소송 건수가 크게 줄었다. 남자에게는 좋지만 여자에게는 불리했다.
그 대법원 판결 후 30년이 지난 지금 성희롱이 여전히 횡행하면서 신고되지 않는 사건도 많다. 대다수 사례(75%)가 보복의 두려움 때문에 신고되지 않는다. 트럼프·웨인스타인 그리고 브렛 래트너 할리우드 감독 같은 유명인사를 고발했던 여성에 대한 사회의 반응과 설문조사에 따르면 충분히 근거 있는 두려움이다.
법정에서 성희롱법의 골격이 잡혀가던 수십 년 동안 트럼프는 의기양양한 포식자로 캐릭터를 형성해가고 있었다. 그는 공개 토론마당에서 여성을 깎아 내리고 성추행에 관해 떠벌렸다(그것을 그의 매력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 그는 자신처럼 희롱을 일삼는 사람들을 지지했다. 성희롱 의혹으로 불명예 퇴진한 로저 에일스 폭스뉴스 전 회장 겸 CEO를 선거운동 보좌관으로 영입했다.
지난해 7월 에일스에게 성폭행당했다는 주장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할 때 트럼프는 “비난하는 여성 중 몇몇이 그에게서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았는지 나는 안다”고 NBC에 말했다. 인기절정의 폭스뉴스 쇼 진행자 빌 오라일리에게 성희롱당했다는 여성의 입막음 비용으로 소속사 폭스뉴스가 수천만 달러를 지불했다는 설이 나도는 가운데 그의 방송 퇴출이 추진되는 동안 트럼프는 뉴욕타임스에 “나는 빌에게 아무런 잘못도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지지하지 않는 성적 포식자가 한 명 있다. 그는 여성 스타와 어린 아랫사람에 대한 추행이 부지기수인 데다 스타일과 내용이 너무 알려져 ##MeToo(나도 당했다)라는 해시태그를 주제로 한 온라인 저항운동을 낳았다. 그리고 웨인스타인 그리고 100만 명이 참여한 #MeToo 운동이 눈깜짝할 새 미국 최초의 ‘남근통령’ 당선 1주년을 기념하는 완벽한 케이크를 구워냈다.
‘내가 누군지 몰라?’
우리의 트위터 동정, 뉴스 피드, 커피 타임에 그렇게 많은 다른 권력자의 부도덕한 행위가 넘쳐나는데 이 ‘#MeToo의 봄’에 트럼프에만 초점을 맞추는 게 공정할까? 어쨌든 그는 웨인스타인과 달리 뉴욕 경찰의 조사를 받지는 않는다. 공영 라디오 NPR의 마이크 오레스케스 뉴스국장과 달리 사임을 강요 받지 않았다. 알렉 볼드윈, 더스틴 호프만, 그리고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과 달리 여성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에 사과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이고, 수백만 남녀의 존경을 받고, 반성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를 증인석에 세우는 게 공정하다고 본다.
트럼프가 동의 없이 자신들의 몸에 성적인 접촉을 했다고 주장한 여성이 17명에 달한다. 대다수 주에서 성폭력의 법적 정의에 해당되는 행동이다. 여성이 추행 사실을 공개할 당시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였지만 상황 설명이 모두 비슷해 똑같은 행동 패턴이 수십 년간 지속됐음을 보여줬다.
트럼프를 역사적인 시각에서 살펴보면 1996년 빌 클린턴이 백악관 인턴을 유혹하고 있을 때 트럼프는 뉴욕시 레스토랑에서 테이블 위를 가로질러 가는 여성들의 스커트 속을 올려다보며 모델 에이전트 존 카사블랑카스와 함께 그들의 생식기를 평가했다고 알려졌다(카사블랑카스가 5~6명의 모델을 데려와 트럼프에게 검사를 받도록 했다).
1997년 백악관 집무실에서 그 인턴과 성행위를 한 혐의로 특별검사 켄 스타가 클린턴을 조사하는 동안 캐시 헬러는 플로리다 주의 트럼프 소유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어머니 날 브런치를 먹는 자리에서 트럼프를 만났다. 그녀에 따르면 트럼프는 곧바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 그녀가 몸을 빼려 하자 팔에 더 힘을 줬다. 같은 해 미인대회 10대 소녀 참가자들은 그가 탈의실을 어슬렁 거렸다고 돌이켰다. 1998년 클린턴의 탄핵 문제가 떠오를 때 트럼프는 유에스 오픈 테니스 경기장 앞에서 차를 기다리던 카레나 버지니아의 가슴을 만졌다고 한다. 그녀가 움찔하며 몸을 피하자 그는 “내가 누군지 몰라? 내가 누군지 모르냐고?”라고 말했다고 한다.
미인대회 참가자들은 트럼프가 1997년·200년·2001년 아무런 사전 통보도 없이 불쑥 탈의실에 들어섰다고 비난했다. 당시 여성들은 단계는 제각각이었지만 모두 옷을 벗는 과정에 있었다. 트럼프는 그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은 “그런 일을 하고도 탈이 나지 않는다”고 스턴에게 자랑했다(스턴은 그를 가리켜 “의사 같다”며 낄낄거렸다).
닭살 돋는 쪽지와 일상적인 폄하
그렇다고 여자가 남자에게 구제받기를 기다리는 건 아니다. 웨인스타인이 모든 미디어 플랫폼에서 난도질당한 뒤 익명의 여기자들이 의견을 모아 ‘엿 같은 언론계 남자들’ 명단을 작성했다. 주로 뉴욕·워싱턴D.C.·로스앤젤레스의 현역 기자 수십 명이 실린 이 리스트는 지금은 널리 퍼졌다. ‘닭살 돋는 트위터 쪽지’로부터 ‘강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차별 행위가 고발됐다.
이 리스트가 공개된 뒤 일부 여성은 그 스토리를 실명으로 뒷받침했다. 진보의 기수 더 뉴 리퍼블릭의 사장 겸 발행인 해밀턴 피시는 지난 11월 초 사임했다. 뉴 리퍼블릭의 리온 위즐티어 전 편집장은 여자 동료를 대상으로 ‘추행’이 있었음을 시인한 뒤 새 프로젝트의 자금줄을 날렸다. X세대 힙스터(유행에 민감한 사람)이자 대중문화 잡지 롤링 스톤의 기자인 매트 타이비는 올가을 자신의 신저 홍보활동을 진행 중이었는데 약 20년 전에 공동 저술한 회고록 때문에 몇몇 행사를 취소했다. 그는 회고록에서 1990년대 후반 모스크바에서 거주할 때 러시아 여성들을 희롱했던 일을 자랑했다. 다음은 발췌문이다.
“너는 항상 마샤와 스베트를 테이블 아래로 밀어 넣어 네게 오럴 섹스를 하게 하려 하잖아. 그건 재미 없어. 걔들은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카라가 불평했다.
“하지만 … 재미있는데.” 매트가 말했다.
우리는 여자를 상당히 거칠게 대했다. 러시아인 직원들에게 우리가 볼 수 있도록 엉덩이나 가슴을 드러내도록 요구했다. 일자리를 잃고 싶지 않으면 우리와 콘돔 없이 항문성교를 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우리는 거의 매일 여직원들에게 항문성교를 싫어하지 않냐고 물었다. 우리는 거기에 병적으로 집착했다. “엉덩이에 해도 돼? 응? 내 말은, 콘돔 없이도? 괜찮지?” 모두 재미로 한 일이었다
남근 동산에는 한 가지 특유의 두려움이 있다. 권력상실, 다른 수단에 의한 거세다.
1997년의 저서 ‘트럼프, 귀환의 기술(Trump: The Art of the Comeback)’에서 미래의 미국 대통령은 이렇게 썼다. ‘여자는 역사상 손꼽히는 훌륭한 연기력을 보유한다. 똑똑한 여자는 아주 여성스럽고 애정에 굶주린 척하지만 속으로는 진짜 킬러다. 여성을 가리키는 ‘약한 인간(the weaker sex)’이라는 표현을 만들어낸 사람은 아주 순진하거나 분명 농담이었을 것이다. 눈을 깜박거리거나 어쩌면 다른 신체 부위를 이용해 남자를 조종하는 여자를 많이 봤다.’
그리고 (그의 말에 따르면) 이들 ‘킬러들’ 중 하나의 ‘거시기’에서 피가 언제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웨인스타인과 관련해 더 놀라운 주장 중 하나는 그가 TV 방송의 여기자 앞에서 화분에 자위를 했다는 내용이다. 지난 10월 ‘발정난 하비’의 성적 무용담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던 중에도 다른 남녀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성기를 꺼내는 황당무계한 행동은 독특한 악행인 듯했다. 그즈음 #MeToo 캠페인에 힘입어 여기자들이 정상급 정치기자 마크 핼퍼린을 성폭력과 성희롱으로 공개 비난했다. 한번은 근무 중 젊은 여성 앞에서 자위를 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폭스뉴스 여직원들이 밝힌 수십 건의 증언에 따르면 에일스 CEO도 예쁜 젊은 여직원이 자기 사무실로 찾아올 때 곧잘 바지를 내렸다.
대안 리얼리티 쇼
길리건 박사는 샌프란시스코 교도소의 강간범을 대상으로 10년 동안 조사했다. 그 연구를 통해 희롱부터 강간을 비롯한 기타 폭력까지 온갖 성폭력 행위의 저변에 임포텐스(말 그대로 성적인 의미뿐 아니라 세속적인 권력의 비유적인 의미도 포함)의 두려움이 도사린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남자의 이 같은 충동적인 성적 공격의 저변에는 자신이 충분히 강하지 않다는 두려움이 깔려 있다. 성폭력범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로는 당사자가 얼마나 성적 무기력을 느끼느냐에 비례해 권력 의지가 과장된다.”
트럼프는 모욕을 느끼고 그 수치심을 여성에게 벗어 던져야 하는 유형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길리건 박사는 말한다. “수치심을 갖지 않는 한 다른 사람에게 모욕을 주려는 사람은 없다. ‘사타구니 움켜쥐기’뿐 아니라 (일차 공화당 예비선거) 토론 중 ‘작은 손(성기 암시)’에 관한 언급도 마찬가지다. 미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자기 물건이 충분히 크다고 사람들을 설득하려 했다. 자신의 무력감에 그렇게 집착한 대통령은 일찍이 없었다.”
트럼프의 재임기간 중 여성의 분노가 계속 분출했다. 그들의 분노는 먼저 지난 1월 여성 행진, 지금은 #MeToo 운동의 형태로 나타났다. 트럼프가 선거운동을 펼치던 지난해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성희롱’이라는 용어의 언급 빈도는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소셜미디어 조사분석업체 크림슨 헥사곤에 따르면 전해의 380만 건에서 660만 건으로, 올 들어 다시 100만 건 더 증가했다. 올해 언론매체에선 ‘성희롱’ 언급이 전년에 비해 줄었는데도 그렇다.
분노와 속죄가 유럽으로 확산됐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성희롱 혐의가 불거진 뒤 국방장관을 교체해야 했다. 그 밖에도 최소 2명의 저명한 영국 정치인이 여성의 성희롱 주장 후 정치생명을 연장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스코틀랜드 보수당 지도자 루스 데이빗슨 대표는 “이번 일로 댐이 무너지면서 남자만의 라커룸 문화가 지배하던 남성 중심의, 압도적으로 남성이 좌지우지하던 직업들은 웃음거리가 됐다”며 “그런 문화는 여기서 끝내야 한다”고 공언했다.
그레첸 칼슨 기자는 이번 혁명의 물결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폭스 뉴스에서 근무할 때 로저 에일스 CEO의 성희롱 문제로 회사를 고소해 2000만 달러를 받아냈다. 그녀는 “언론계에선 필요하더라도 같은 뉴스를 계속 보도하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언론매체들이 여자로부터 더 많은 스토리를 발굴해내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는 걸 보면 전환점에 이른 듯하다”고 말했다.
남녀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일부 베테랑들은 그렇게 상황을 낙관하지 않는다. 그들은 여성운동에서 1보 전진 후 2보 후퇴하는 패턴이 숱하게 반복됐음을 안다. 해시태그 캠페인도 한때의 유행처럼 지나간다는 사실도 안다. 2014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엘리엇 로저가 총기를 난사해 6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친 사건은 여성혐오에서 비롯된 감정이 기폭제가 됐다. 그 뒤 #YesAllWomen(여자들은다겪는다) 해시태그 캠페인을 통해 여성 대상의 증오와 폭력 사례가 수백만 건 공개되며 #MeToo보다 더 많은 소셜미디어 대화가 촉발됐다. 그런 폭발적인 반응에서 미국이 수백만 명의 여성이 희생되는 국가적인 정신건강 위기에 처했음이 드러났다.
그 해시태그는 뜨겁게 타올랐다가 사그라들었다.
오랫동안 거의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한 여성이 유명인 남성을 성희롱으로 고발하고 그 유명인은 여성을 거짓말쟁이로 부른다. 언론에 보도되고 거액을 받는 변호사가 뛰어들어 또 다시 그 여성을 거짓말쟁이 나아가 크게 한 건을 올리려는 꽃뱀으로 부른다. 그 뒤 양쪽이 슬그머니 커튼 뒤로 돌아가 담합으로 사건을 마무리 짓는다. 대체로 그전까지 알려지지 않던 그 여성은 때로는 금액을 공개하지 않는 합의금 또는 평생 동안 입을 다물도록 하는 함구령 판결에 따라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여성이 목소리를 높일 때는 예외 없이 또 다른 리얼리티 쇼의 원치 않는 참가자가 됐다. 익명의 웨인스타인 고발자는 자신의 스토리를 실명으로 공개하고 싶지 않았다고 뉴요커 잡지의 로난 패로 기자에게 말했다. 공개적으로 나서는 것은 “다른 인생 경로를 선택하는 격”이라는 이유에서다. 언론 실세와 줄이 닿는 권력자 남성은 항상 고발자들보다 더 오래 그리고 더 크게 스토리를 전달하도록 조절할 수 있다. 그리고 여성은 흔히 까탈스럽거나 음모를 꾸미거나 정신이상인 사람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자신들의 아픔을 삼켰다.
지난해 뉴요커 잡지의 제시카 리즈는 1980년대 초 비행기 안에서 있었던 일을 뉴욕타임스에 털어놓았다. 옆에 앉았던 트럼프가 비행 중 그녀의 몸을 더듬었다. 트럼프는 훗날 선거유세 중 그녀가 주장한 대로 하기에는 그녀가 너무 못생겼다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투표일 밤 리즈 기자는 최초의 여자 대통령 당선 축하 파티에 초대받았다. 그녀는 “오후 10시께 자리에서 털고 일어났다”며 “다음날 아침 신문을 읽으면서 복부에 강한 훅을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고 돌이켰다.
그러나 성희롱·성학대·성폭행을 저지른 자들은 이번 가을엔 자신들의 사냥감이 겁먹은 눈으로 숲 속으로 숨어 들어가 시야에서 사라지리라고 가정할 수 없게 됐다. 여성이 범죄자의 손아귀에서 공개모욕의 곤봉을 빼앗았다. 그리고 언론은 더 이상 과거처럼 늑대와 돼지들의 유순한 도구 노릇을 하지 않는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그를 고발한 사람들은 큰 타격을 받았고 모두 언론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서머 제보스는 달랐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수습사원’ 참가자였던 그녀는 비공개 미팅 중 트럼프가 강제적으로 키스하고 그녀의 가슴을 만졌다고 말했다. 그녀는 현재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부른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말하라, 가슴아
기자 겸 저술가인 나타샤 스토이노프는 팩트를 우선하도록 직업적으로 훈련 받았다. 트럼프의 액세스 할리우드 테이프가 공개된 후 스토이노프 기자는 2005년 피플 잡지에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있었던 사건에 관해 썼다. 당시 그녀는 트럼프와 멜라니아 부부 결혼 1주년 전날에 두 사람을 인터뷰하러 찾아갔다. 임신한 새 부인이 다른 방에 있는 동안 트럼프가 그녀를 어떤 방으로 안내하고 벽으로 밀어부친 뒤 혀를 자신의 입 안으로 밀어넣었다고 스토이노프 기자는 썼다. 그러고는 두 사람이 관계를 갖게 될 것이라고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에게는 그것을 입증할 증인들이 있었다. 당시 그 일에 관해 친구·가족·동료들 그리고 한 저널리즘 교수에게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녀는 공개 고발하지는 않았으며 잡지는 태어날 예정인 그들의 아기에 관한 그녀의 기사를 내보냈다.
캠페인 도중 트럼프는 그답게 조롱하는 말투로 그녀의 고발을 부정했다. 한 유세에서 “그녀 얼굴을 보면 그러고 싶겠는가”라고 말했다. 그 말에 기분이 상했지만 스토이노프 기자는 기사가 나간 뒤 많은 사람이 연락해와 자신이 당한 성폭력과 성희롱 스토리를 털어놓은 데 놀라고 위안을 받았다. “그렇게 많은 여성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남자들이 아주 많다. 나도 그랬으니까! #MeToo 운동이 그 일을 해냈다. 숫자가 많을수록 힘이 커진다.”
지난 1년 사이 스토이노프 기자는 그 일과 무관한 책을 저술하면서 피플 잡지에 ‘여성들이 목소리를 높인다(Women Speak Out)’는 활자·동영상 시리즈를 게재해 왔다. 그녀는 세계 최고의 권력자에게 거짓말쟁이로 낙인 찍힌 많은 여성 중 한 명이면서도 미래를 낙관한다. “이 정부가 현재 여성에게 어떤 피해를 주더라도 이 정부가 물러나자마자 우리가 바로잡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들이 우리 머리끄덩이를 부여잡고 그들의 동굴로 끌고 가려 한다 해도 그들은 역사와 여성의 발전과정에서 하나의 점에 불과하며 그들은 우리가 얻은 지식이나 우리가 이룬 발전을 절대 되돌리지 못할 것이다. 결코.”
캐서린 매키넌은 40년 동안 이 싸움을 계속해 왔다. 이제 71세가 된 그녀는 여전히 열렬한 반포르노 페미니스트로 미시건 대학에서 법학을 가르친다. 그녀는 여성(그리고 남성)이 진정한 변화를 원한다면 양성평등헌법 수정조항의 형태로 성문화된 권리의 확대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강제중재와 비밀유지합의(NDAs)는 없애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또한 #MeToo 운동가들이 불쾌한 역풍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면에 나선 여성(의식고취 운동의 진정한 동력)이 공격·매도당하지 않으리라고 가정해선 안 된다. 세력이 크기 때문에 한번 의식을 고취해 놓으면 되돌릴 수 없다고 가정해선 안 된다. 이들 남성의 자발적인 행동으로 그런 결과가 초래됐으니 많은 동정을 받지 못하리라고 가정해선 안 된다. 백인 남성 우월주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방식으로 오늘에 이른 게 아니다.”
- 니나 벌리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겨울철 효자 ‘외투 보관 서비스’...아시아나항공, 올해는 안 한다
2SK온, ‘국내 생산’ 수산화리튬 수급...원소재 조달 경쟁력↑
3‘국내산’으로 둔갑한 ‘중국산’...김치 원산지 속인 업체 대거 적발
4제뉴인글로벌컴퍼니,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두번째 글로벌 기획전시
5의료현장 스민 첨단기술…새로운 창업 요람은 ‘이곳’
6와인 초보자라면, 병에 붙은 스티커를 살펴보자
7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삼성전자 HBM 승인 위해 최대한 빨리 작업 중”
8‘꽁꽁 얼어붙은’ 청년 일자리...10·20대 신규 채용, ‘역대 최저’
9'로또' 한 주에 63명 벼락 맞았다?...'네, 가능합니다', 추첨 생방송으로 불신 정면돌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