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중의 사진, 그리고 거짓말] 카메라 가리는 손 사이로도 촬영
[주기중의 사진, 그리고 거짓말] 카메라 가리는 손 사이로도 촬영
주인공 돋보이게 하는 ‘프레임 효과’...열쇠구멍·문틈·나뭇가지·울타리 등도 활용 가능 프레임(frame)은 ‘틀’이나 ‘테두리’를 뜻하는 말입니다. 사진에서는 사각형 틀을 프레임이라고 합니다. 구도의 개념을 이야기 할 때는 ‘프레이밍(framing)’이라는 용어를 씁니다. 이는 이미지를 미적으로 꾸미고, 주제를 강조하기 위한 기술입니다.
프레임은 액자라는 뜻도 있습니다. 그림·사진·판화 등 예술작품을 담는 틀입니다. 현대적인 의미의 액자는 15세기 르네상스 시대 때부터 사용했습니다. 이전의 회화작품은 주로 벽화였습니다. 액자는 작품을 주변 환경과 분리해 돋보이게 해줍니다. 시각적인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액자는 프랑스 루이 왕조시대에 발달했습니다. 화가들은 액자를 화려한 조각으로 장식했습니다. 건축물의 실내 장식과 어울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주로 나무로 액자를 만들었습니다. 목각을 하고 금박을 입혀 액자로 사용했습니다. 나무틀에 석고 장식을 한 후 금박을 한 것도 있습니다.
현대는 장식이 없고, 가늘고 단순한 디자인의 액자를 선호합니다. 소재도 나무, 알루미늄, 아크릴 등 종류가 많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건축물과 인테리어 디자인이 다양하게 변했기 때문입니다. 또 화려하고 요란한 액자 장식이 작품 감상을 해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사진이나 수채화의 경우에는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유리를 끼우기도 합니다. 작품이 점점 커지면서 액자를 쓰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초대형 작품은 뒤틀림 때문에 액자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테두리가 없어도 눈에 잘 들어옵니다. 사진은 액자 안에 밝은 색 종이 액자를 넣기도 합니다. 빈 공간을 두면 몰입도가 더 높아지고, 여백의 미가 우러나기 때문입니다.
사진 용어인 ‘프레임 효과’는 여기서 나온 말입니다. 피사체를 에워싸는 형태의 틀을 이용해 주제를 부각시키는 기법입니다. 액자의 원리와 비슷합니다. 예를 들면 기차나 버스에서 차창을 내다 보는 인물을 찍을 경우에 창틀과 사람을 함께 찍으면 시각적으로 편안해질 뿐 아니라 인물이 돋보입니다.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포토존’도 프레임 효과를 노린 구조물입니다. 대개 아름다운 곳을 배경으로 사각형이나 원형, 하트 모양의 틀을 설치합니다. 이 틀이 액자 역할을 합니다. 사진을 찍으면 사각형 안에 또 하나의 프레임이 나타나며 인물로 향하는 시각동선을 만듭니다.
[사진1]은 덕수궁에서 찍은 것입니다. 눈이 펑펑 내리는 가운데 젊은 남녀가 데이트를 즐기고 있습니다. 궂은 날씨지만 포근한 분위기가 납니다. 사각형으로 된 대문이 두 인물을 액자처럼 에워싸기 때문입니다.
사각형만 프레임 효과가 나는 것은 아닙니다. 가려진 틈새나 구멍으로 들여다 보는 형식의 사진도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며 집중력을 높여 줍니다. 프레임 한 켠에 어떤 구조물을 걸치거나 그 너머로 찍는 이른바 ‘어깨걸이 샷’도 비슷한 효과를 냅니다. 어깨걸이 샷은 스냅샷으로 인물을 찍을 때 사진과 관련 없는 어떤 사람의 어깨 너머로 사진을 찍은 데서 비롯된 말입니다. 이렇게 하면 인물이 중첩돼 입체감을 줍니다. 사진에 걸쳐진 앞 사람의 어깨가 프레임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열쇠구멍, 문틈, 나뭇가지, 울타리, 터널, 대문, 회랑 등 프레임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소재는 매우 다양합니다. 심지어 ‘사진을 찍지 말라’며 손으로 카메라를 가리면 손가락 사이로 사진을 찍습니다. 손가락을 프레임으로 활용합니다.
프레임은 구도의 뼈대가 됩니다. 복잡한 대상을 정리하고, 미적으로 꾸밀 뿐 아니라 긴장감을 줍니다. 프레임을 잘 이용하면 시각동선을 만들 수 있습니다. 프레임은 시선을 빼앗지 않도록 흐리고, 어둡고, 단순한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주인공’을 향해 시선을 모아줄 수 있습니다.
프레임은 공간 감각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사진은 눈과 달리 평면적입니다. ‘프레임 안의 프레임’을 배치하면 중첩효과를 내며 입체감이 살아납니다. 정서적인 깊이감을 강조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사진2]는 아마추어 사진가인 김혜린씨의 작품 ‘지나온 날들, 다가 올 날들’입니다. 거울에 비친 골목 안 모습입니다. 왼쪽에 있는 흰색 창틀이 프레임 역할을 합니다. 시선을 자연스럽게 가운데로 이끕니다. 사각형 틀 속에 노인이 웅크리고 앉아 있습니다. 사진 속에 또 하나의 사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깨 위에 내려 앉은 빛이 라인라이트를 만듭니다. 쓸쓸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또 다른 사각형 액자 안에는 유령 같은 푸른 얼굴이 있습니다. 골목에 있는 간판이 유리에 반영된 것입니다. 사각의 프레임이 여러 차례 겹쳐지며 초현실적인 분위기가 됩니다. 실상과 허상의 프레임이 허구적인 피안의 세계를 만들어 냈습니다.
※ 필자는 중앙일보 사진부장을 역임했다. 현재 아주특별한사진교실의 대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프레임은 액자라는 뜻도 있습니다. 그림·사진·판화 등 예술작품을 담는 틀입니다. 현대적인 의미의 액자는 15세기 르네상스 시대 때부터 사용했습니다. 이전의 회화작품은 주로 벽화였습니다. 액자는 작품을 주변 환경과 분리해 돋보이게 해줍니다. 시각적인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액자에 작품 넣으면 시각적 집중력 높이는 효과
현대는 장식이 없고, 가늘고 단순한 디자인의 액자를 선호합니다. 소재도 나무, 알루미늄, 아크릴 등 종류가 많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건축물과 인테리어 디자인이 다양하게 변했기 때문입니다. 또 화려하고 요란한 액자 장식이 작품 감상을 해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습니다.
사진이나 수채화의 경우에는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유리를 끼우기도 합니다. 작품이 점점 커지면서 액자를 쓰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초대형 작품은 뒤틀림 때문에 액자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테두리가 없어도 눈에 잘 들어옵니다. 사진은 액자 안에 밝은 색 종이 액자를 넣기도 합니다. 빈 공간을 두면 몰입도가 더 높아지고, 여백의 미가 우러나기 때문입니다.
사진 용어인 ‘프레임 효과’는 여기서 나온 말입니다. 피사체를 에워싸는 형태의 틀을 이용해 주제를 부각시키는 기법입니다. 액자의 원리와 비슷합니다. 예를 들면 기차나 버스에서 차창을 내다 보는 인물을 찍을 경우에 창틀과 사람을 함께 찍으면 시각적으로 편안해질 뿐 아니라 인물이 돋보입니다.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포토존’도 프레임 효과를 노린 구조물입니다. 대개 아름다운 곳을 배경으로 사각형이나 원형, 하트 모양의 틀을 설치합니다. 이 틀이 액자 역할을 합니다. 사진을 찍으면 사각형 안에 또 하나의 프레임이 나타나며 인물로 향하는 시각동선을 만듭니다.
[사진1]은 덕수궁에서 찍은 것입니다. 눈이 펑펑 내리는 가운데 젊은 남녀가 데이트를 즐기고 있습니다. 궂은 날씨지만 포근한 분위기가 납니다. 사각형으로 된 대문이 두 인물을 액자처럼 에워싸기 때문입니다.
사각형만 프레임 효과가 나는 것은 아닙니다. 가려진 틈새나 구멍으로 들여다 보는 형식의 사진도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며 집중력을 높여 줍니다. 프레임 한 켠에 어떤 구조물을 걸치거나 그 너머로 찍는 이른바 ‘어깨걸이 샷’도 비슷한 효과를 냅니다. 어깨걸이 샷은 스냅샷으로 인물을 찍을 때 사진과 관련 없는 어떤 사람의 어깨 너머로 사진을 찍은 데서 비롯된 말입니다. 이렇게 하면 인물이 중첩돼 입체감을 줍니다. 사진에 걸쳐진 앞 사람의 어깨가 프레임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열쇠구멍, 문틈, 나뭇가지, 울타리, 터널, 대문, 회랑 등 프레임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소재는 매우 다양합니다. 심지어 ‘사진을 찍지 말라’며 손으로 카메라를 가리면 손가락 사이로 사진을 찍습니다. 손가락을 프레임으로 활용합니다.
프레임은 구도의 뼈대가 됩니다. 복잡한 대상을 정리하고, 미적으로 꾸밀 뿐 아니라 긴장감을 줍니다. 프레임을 잘 이용하면 시각동선을 만들 수 있습니다. 프레임은 시선을 빼앗지 않도록 흐리고, 어둡고, 단순한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주인공’을 향해 시선을 모아줄 수 있습니다.
프레임은 공간 감각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사진은 눈과 달리 평면적입니다. ‘프레임 안의 프레임’을 배치하면 중첩효과를 내며 입체감이 살아납니다. 정서적인 깊이감을 강조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프레임 안의 프레임’ 배치로 입체감 살려
※ 필자는 중앙일보 사진부장을 역임했다. 현재 아주특별한사진교실의 대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0명 중 6명 바란다..."내년 10월 10일 공휴일 되길"
2인텔 빼고, 엔비디아 넣고...美 다우지수 변동
3'AI 기본법' 제정 논의...AI 의료기기 걸림돌 될까
4"통장에 10억 넣었다"...이자만 '수천만원' 고액 예금 늘었다
5내년 말까지 한국 여권 소지자 15일 이내 中 방문시 무비자
6"더 들어왔네"...유튜버 수익 늘어난 이유는
7보르도의 와이너리와 교황 '클레멘스 5세'의 전설
8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 신동국 회장 등 '3자 연합' 지지
9전국 흐리고 어제보다 포근…일부 지역 강풍 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