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삼성그룹] 반도체 호황 꺾이고 스마트폰 점유율 줄면…

[삼성그룹] 반도체 호황 꺾이고 스마트폰 점유율 줄면…

기술 격차 더 벌리는 ‘초(超)격차 전략’으로 대응 … 경영난 처한 일부 계열사도 고민거리
서울 강남의 삼성전자 서초 사옥. 총수의 구속 수감으로 지난 한 해를 어수선하게 보냈던 삼성전자는 우려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 사진:연합뉴스
삼성그룹의 지난 한 해는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뇌물 공여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총수 부재라는 초대형 오너 리스크에 휩싸인 삼성은 고강도의 쇄신안을 꺼내들었다. 1959년 고 이병철 창업주 시절부터 그룹 컨트롤타워로 기능해온 미래전략실(미전실)을 58년 만인 지난해 3월부로 공식 해체했다. 총수 일가와 미전실 중심의 구시대적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겠다는 취지에서다.

미전실은 삼성이 본격적인 성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 그룹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면서 중심을 잡아주는 기능을 했다. 그런 미전실의 해체는 삼성의 59개 전 계열사가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한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총수 부재에다 그룹의 신사업 발굴과 브랜드 관리, 계열사 간 중복 사업 정리 같은 순기능을 했던 미전실까지 해체되면서 전례 없던 리더십 공백 상황에 처하게 된 삼성의 위기감은 그만큼 고조됐다.

잇단 악재와 우려에도, 삼성은 삼성이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240조원의 매출, 54조원의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세계적인 호황을 맞은 반도체 부문이 선봉에서 전체 실적을 이끌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52.6% 증가한 약 65조원(잠정치)에 달했다. 미국의 인텔을 제치고 24년만에 반도체 매출 세계 1위 자리에 올랐다. 다른 계열사도 삼성중공업 등 일부를 제외하면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8500억원대로 전년(1395억원) 대비 6배 수준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기·삼성SDI·삼성SDS 등도 실적이 개선됐다.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
다만 앞으로가 문제다. 우선 핵심 회사인 삼성전자가 ‘반도체 착시’에서 벗어났을 때, 즉 호황을 누렸던 반도체 부문에서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실적 거품이 꺼졌을 때도 여전히 고무적인 성과를 낼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장 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호황에도 2017~2022년 사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매출의 연평균 성장률이 5.2%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세계 메모리 반도체 매출이 전년 대비 58% 급증한 것은 일시 현상에 불과했다는 진단이다.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D램이 주력 제품인 삼성전자로선 달갑지 않은 전망이다.

다른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도 올해를 지나 내년부터 메모리 반도체시장이 과잉 공급으로 고전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가트너의 앤드루 노드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1위는 사상누각(built on sand)”이라며 “치솟았던 낸드플래시·D램의 평균판매단가(ASP)가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능력 확충으로 올해와 내년부터 하락해 수익성이 떨어지고, (추격자인) 미국 업체 브로드컴이 퀄컴과 NXP 인수·합병(M&A)을 마무리하면 삼성전자는 3위로 내려앉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수입국인 중국은 2015년 정부가 나서 10년 간 1조 위안(약 167조원)을 반도체산업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하면서 JHICC 같은 기업이 한국과 기술 격차를 줄이는 데 나섰다.

삼성전자는 경쟁 상대와의 격차를 더 벌리는 ‘초(超)격차 전략’으로 맞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약했던 파운드리(위탁생산)와 인텔의 주력 제품인 시스템 반도체 부문 강화에도 힘쓴다는 전략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열린 반도체 부문 글로벌전략회의에서 이런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적어도 반도체시장의 성장세가 한풀 꺾일 것 같다는 데 대한 위기의식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가 된 가운데 인터넷·모바일(IM) 부문에서 실적이 기대에 다소 못 미치고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IM 부문 영업이익이 2조5000억원대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비자가전(CE) 등 주요 사업 부문 중 유일하게 전분기 대비 감소했다. 지난 수년 간 세계 스마트폰시장은 신규 수요가 줄면서 성장세가 둔화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화웨이 같은 중국 업체의 공세도 거세졌다. CE 부문에서도 극복할 과제가 있다. 야심차게 내세운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가 LG전자를 필두로 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진영의 협공에 고전하고 있어서다.

이 두 가지 문제에도 삼성전자는 초격차 전략으로 맞선다는 방침이다. 화면을 펼쳤다가 접을 수 있는 신기술로 만든 일명 ‘폴더블(foldable) 스마트폰’이 올해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압도적인 기술 우위로 교체 수요 확대와 신규 수요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계획이다. 또 ‘마이크로 LED’라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적용, 화질이 개선된 TV 제조로 OLED 진영에 반격할 채비를 했다.
 삼성생명의 금융 지주사 전환 속도 낼까
그룹 차원에서 또 다른 고민거리는 업황 침체로 경영난에 처한 일부 계열사들의 상태를 어떻게 호전시키느냐다. 삼성중공업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7조9000억원대의 매출, 46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올해 매출이 2조8000억원가량 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회사 측은 최근 임직원 임금 삭감과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나섰다. 또 오는 5월까지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1월 주주총회에서 “앞으로는 좋아질 일만 남았다”며 주주들에게 계속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이 밖에 삼성은 금융 부문 계열사의 재편이라는 현안을 안고 있다. 그룹 측은 금융 계열사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의 금융 지주사 전환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카드가 2016년 이후 잇따라 사들인 자사주가 금융 계열사 재편에 쓰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이 금융 지주사가 되려면 자회사들 지분 30% 이상을 보유해야 하는데, 현재 삼성증권(29.41%)과 삼성화재(14.98%)에 대한 지분율을 추가로 높여야만 금융 지주사 요건이 충족되는 상황이어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카드는 이익잉여금이 풍부한 회사”라며 “삼성생명이 삼성카드의 자본을 활용하면 자회사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데 수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현대차그룹, 英 ‘탑기어 어워즈’ 4년 연속 수상

2롯데, 임원인사서 CEO 21명 교체..."계열사 혁신 가속화"

3기업은행, TV광고 론칭…배우 이제훈 내레이션 참여

4“공채 서류 면제 혜택” 국민은행, 동계 체험형 인턴 채용

5HD현대, 대형선박 ‘자율운항·원격제어’ 실증 성공

6이석준 농협금융 회장 “ESG 확대에 전 계열사 힘 모아달라”

7케이뱅크, 지하철 역사 ATM 리뉴얼해 고객 편의 강화

8한은 기준금리 ‘깜짝 인하’…이창용 “어려운 결정했다”(종합)

9"피임 잘해야겠다…" 이선옥 작가, 문가비 정우성에 일침?

실시간 뉴스

1현대차그룹, 英 ‘탑기어 어워즈’ 4년 연속 수상

2롯데, 임원인사서 CEO 21명 교체..."계열사 혁신 가속화"

3기업은행, TV광고 론칭…배우 이제훈 내레이션 참여

4“공채 서류 면제 혜택” 국민은행, 동계 체험형 인턴 채용

5HD현대, 대형선박 ‘자율운항·원격제어’ 실증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