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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중동’은 올해도 계속된다

‘불안한 중동’은 올해도 계속된다

시리아 내전, 사우디 개혁, IS의 향방, 이-팔 분쟁, 예멘 전쟁 등 위기는 이어질 전망
이슬람국가(IS)의 근거지를 표적으로 포격을 가하는 시리아 정부군. 시리아 내전은 조만간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 사진:XINHUA-NEWSIS
중동에 관한 예측은 언제나 위험하다. 알 수 없는 변수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977년 안와르 알-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의 예루살렘 방문은 아무도 예견하지 못했지만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사이의 첫 평화협정으로 이어졌다. 1978~79년의 이란 혁명이나 2010~11년의 아랍 봉기를 내다본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나는 지난 30년 동안 중동에 관해 가르치고 글을 써왔다.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올해 중동 지역에 관해 다음과 같이 예측해본다.
 1. 시리아 내전은 계속 이어진다
시리아 내전은 8년차에 접어들었다. 올해도 정부군은 반군에 빼앗긴 영토를 계속 탈환해 나갈 것이지만 시리아 전체로 통치권을 확장할 수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엔 4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반군들은 지난 7년 동안 아사드 정권의 잔혹한 만행을 겪었기 때문에 지금 와서 투쟁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이전에도 그들은 정부의 사면 제의를 비웃었다. 올해라고 그런 태도가 달라질 리 없다.

둘째, 시리아 정부는 너무 허약하다. 지난 2년 동안 대부분의 영토 탈환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란군, 또 이란군의 훈련을 받고 지휘를 받는 민병대 등 외부 지원세력에 의해 이뤄졌다. 정부군은 거의 오합지졸인 상황이다.

셋째, 반군 대부분은 하나의 주 안에서 활동한다. 현지 권력 중재자의 통제 아래 있다는 뜻이다. 그들은 지난 6년 동안 정부군의 통제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처럼 어렵게 얻은 자치권을 쉽게 내줄 생각이 없음이 분명하다.

넷째, 시리아 내전은 한쪽에선 반군을 지원하는 서방과 사우디아라비아, 페르시아만 동맹국들, 다른 쪽에선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와 이란 등 외부 세력들이 싸우는 대리전이다. 전쟁 피로감과 물자조달 문제로 반군에 대한 지원이 확실히 줄어들겠지만 완전히 중단되진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반군은 단지 지쳤다고 항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유엔과 아랍연맹의 시리아 특사를 지낸 라크다르 브라히미의 예언이 적중할 듯하다. 그는 몇 년 전 시리아 내전이 시리아의 ‘소말리아화’로 귀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소말리아처럼 시리아도 국제사회에서 인정 받는 정부가 들어서고 유엔에 영구 대표부를 가질 것이다. 또 여권을 계속 발행하고 출입국을 관리하며 원한다면 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것이다. 그러나 소말리아 정부처럼 시리아 정부도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국경선 안의 영토 전체를 통치할 순 없을 것이다.
 2. 사우디아라비아의 ‘개혁’은 흐지부지될 것이다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고, 영화관을 개장하는 등 사우디의 ‘개혁’은 왕세자 직계 가족에 권력을 집중시키려는 의도다. / 사진:AP-NEWSIS
사우디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주도 아래 개혁을 계속 추진하겠지만 그 개혁은 순전히 겉치레에 불과할 듯하다. 빈 살만 왕세자가 개혁가로 그려지지만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역시 한때 개혁가로 선전됐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빈 살만 왕세자는 계속 가문의 권력을 공고히 다질 것이다. 지금까지 그는 다른 왕자들과 경제 엘리트들을 부패 혐의로 투옥했지만 자신은 프랑스에서 호화 저택을 구입하는 데 3억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그는 사우디 지배집단의 또 다른 기둥인 성직자의 권력도 축소했다.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고, 영화관 등을 개장하며, 종교 경찰의 체포권을 회수하고, ‘좀 더 현대적인’ 이슬람을 홍보하는 것 등 사우디에서 흔히 말하는 속박의 ‘완화’는 종교 기득권층의 권력을 줄이고 왕세자 자신의 직계 가족에 권력을 집중시키려는 의도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 감옥에서 양심수를 석방하고 예멘에서 야만적인 전쟁을 끝내야만 자신이 진정한 개혁가임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사우디 경제 자유화도 실패할 것이다. 2년 전 그는 ‘비전 2030’을 발표했다. 거기엔 사우디를 14년 안에 시장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신자유주의 정책 여러 가지가 포함됐다.

‘비전 2030’에 따르면 보조금 지급과 고용을 통해 사우디 국민의 충성심을 얻는 오랜 전통을 끝내고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국경 없는 기자회’는 언론의 자유에서 사우디를 180개국 중 168위로 평가했다.

아울러 사우디 여성의 근로인력 참여를 현재의 22%에서 30%(그래도 전 세계의 표준인 49%에 크게 못미친다)로 올리고 민간 부문 일자리를 250만 개 추가하는 방안도 ‘비전 2030’에 포함돼 있다. 그뿐이 아니라 3D 업종 거의 전부를 1100만 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맡고 있는 사우디에서 일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정책도 거기에 들어 있다. 그 전부를 남은 12년 안에 해낼 수 있을까?
 3. 칼리프 제국은 사라지겠지만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살아 남는다
2014년이 IS의 전성기였다면 2015년은 IS의 칼리프 제국이 망각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기 시작한 해였다. IS는 전성기에 이라크 영토의 40%를 점령했다. 지난해 초 그 비율은 10%로 줄었다. 또 IS는 시리아의 점령지 중 70%를 잃었을 뿐 아니라 점령한 모든 주요 도시를 다시 빼앗겼다. 그들이 세우려던 칼리프 제국이 끝장났다는 뜻이다.

그러나 IS 운동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다. 물론 일부 IS 전사는 투쟁을 포기하고 현지 사회에 융합되거나 귀국을 선택했다. 그러나 현지 주민이 복수를 원하고 외국 정부가 극도로 경계하면서 그들은 상당한 반발에 직면했다.

나머지 IS 대원에겐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첫째, 지도부를 포함해 이라크 출신 IS 전사 중 상당수는 이라크의 시아파 정부에 대한 불만 때문에 IS에 합류했다. 따라서 그들은 앞으로도 계속 시아파 정부에 저항할 가능성이 크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정권이 미군에 의해 무너진 뒤 그곳의 탈레반도 그랬다.

둘째, IS 전사 출신들은 조직의 지원이 있든 없든 전 세계를 무대로 공격을 계속할 수 있다. 우리 세계엔 남의 말에 잘 속아넘어가고 경제적·사회적 여건이 좋지 않은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IS는 이제 근거지를 잃어 더는 정교한 선전전을 수행할 수 없다. 또 위험 부담이 크면서도 효과적이지 못한 이념의 매력은 시간이 흐르면서 힘을 잃게 마련이다.
 4. 트럼프 대통령이 제의한 이-팔 ‘최후의 합의’는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트럼프 정부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공존을 모색하기 위한 오슬로 평화협정이 존폐 기로에 섰다. / 사진:AP-NEWSIS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을 모색하기 위해 1993년 체결된 오슬로 평화협정이 존폐 기로에 섰다. 평화협정의 관에 대못을 박은 것과 다름없다.

트럼프 정부가 그렇지 않다고 아무리 항변해도 미국의 지지를 확보한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 측에 어떤 것도 양보할 이유가 없어졌다. 미국은 이전에도 여러 번 이와 비슷한 조치를 취했지만 문제를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아울러 중동의 양극화된 정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해결 가능성을 더욱 멀어지게 만든다. 2002년 사우디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화해할 경우 아랍 국가들도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중재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사우디와 페르시아만 국가들은 현재 이란에 맞서 사실상 이스라엘과 동맹 전선을 구축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문제가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이스라엘이 그들과 화해할 또 다른 이유마저 사라졌다.
 5. 예멘은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질 것이다
사우디의 예멘 반군에 대한 공습은 예멘인 약 1만2000명의 목숨을 앗아갔을 뿐 내전을 종식시키지 못했다. / 사진:AP-NEWSIS
앞으로 중동에서 가장 중요한 위기는 예멘에서 진행되는 전쟁이 될 것이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사우디가 예멘에서 현지 반군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고 있다. 그 끝은 보이지 않는다.

사우디는 주로 예멘 북부에 사는 시아파 부족인 후티 반군을 두고 ‘이란의 하수인’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사우디는 예멘 정부 편에서 전쟁을 치른다. 그 정부는 조작된 ‘범국가적 대화’ 후 사우디가 지지한 단일 후보를 두고 실시한 선거로 정권을 잡았다. 그러나 후티족의 반란은 사실상 2004년 시작됐다. 사우디가 중동 전역을 상대로 하는 이란의 음모를 알아채기 훨씬 전이다.

사우디는 예멘의 민간인 지역에 대규모 공습을 실시하고 식량의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이 나라의 항구들을 봉쇄했다. 예멘은 아랍 국가 중 가장 가난한 나라다. 사우디의 공습은 예멘인 약 1만2000명의 목숨을 앗아갔을 뿐 내전을 종식시키지도 못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어린이 약 5만 명이 기아에 직면했다. 심지어 지난해 4~8월엔 예멘인 약 2만 명이 콜레라로 숨졌다.

미국은 사우디의 예멘 전쟁을 지원한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동의 최대 테러지원국이 이란이라고 사우디와 한목소리로 주장한다.

- 제임스 L. 겔빈



※ [필자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LA 캠퍼스) 중동 현대사 교수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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