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2017년 게임의 승자 톱10

2017년 게임의 승자 톱10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슈퍼마리오 오디세이’ 등은 어떤 스토리로 게이머를 사로잡았을까지난해는 비디오게임 출시의 전설로 기록될 만한 해였다. 역대 최고를 논할 때마다 2017년 작품이 언급될 게 분명하다. 갖가지 주제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질 높은 출시작이 부지기수로 많았다.

2017년은 탁월했을 뿐 아니라 그런 추세가 꾸준히 지속된 해이기도 했다. 1월 ‘레지던트 이블 7’의 출시에서 출발해 닌텐도의 신형 스위치 게임기를 구입해야 할 일반적인 이유로 꼽히는 작품들, 분주했던 10월~11월과 12월 사랑 받는 코미디 멀티플레이어 게임 갱 비스트(Gang Beasts)가 마침내 게임기용으로 출시되기까지 재미있는 뭔가를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IB타임스가 지난해 비디오 게임 베스트 10을 선정했다.
 10.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사진:PUBG CORPORATION
2017년 최대 성공 스토리는 의심할 바 없이 서바이벌 슈터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PUBG)였다. 다른 ‘모드’(Game Modification, 사용자가 직접 변형한 게임)에서 탄생한 이 모드는 사실상 아무런 기대 없이 다듬어지지 않은 얼리 액세스(early access, 아직 공개하지 않은 개발 중인 제품을 희망자에 제공하는 제도) 상태로 공개됐지만 곧 명실상부한 글로벌 히트작으로 떠올랐다. 아직 완성되지도 않았다.

PUBG는 플레이어들(이 경우엔 100명)이 거대한 맵 위로 낙하해 생존에 필요한 자원과 무기를 찾는 확실한 ‘배틀 로얄’ 게임이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무작위로 정해진 안전 플레이 구역이 줄어들면서 플레이어들의 거리가 좁혀진다. 최종적으로 한 사람 또는 한 팀만 남게 된다.

PC 버전은 해본 적이 없었지만 이 게임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쏟아부었다. 처음에는 인터넷의 ‘레츠 플레이’ 비디오 포맷을 통하다가 마침내 지난해 12월 X박스 원 게임기 버전을 즐겼다. 기능상 문제투성이였으며 엄밀히 말해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다. 파이널 10 플레이어 단계에서 짜증나는 시스템 다운을 두 번이나 겪었다. 하지만 거의 비할 데 없는 긴장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으며 금방 손에서 내려 놓는 일은 없을 것이다.
 9. 나이트 인 더 우드
사진:ATLUS
이 게임을 두어 시간 즐긴 뒤 개발사 인피니트 폴스의 어드벤처 게임이 어디로 향하는지 궁금해졌다. 나는 더 빠르고 강한 서술을 원했지만 의도적인 슬로 스타트 형식으로 등장인물들의 진용을 구성하고 후반부 미스터리가 전개되는 동안 그들의 관계를 설정한 효과가 게임의 나머지 부분에서 빛을 발한다.

미스터리는 기다린 보람이 있다. 예상치 못하게 쇼킹한 방식으로 보상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반부의 온갖 반전에도 불구하고 이 스토리 전반에 걸쳐 빛을 발하는 것은 등장인물들이 성장하고 미래를 두려워하고 소중하지만 간직할 수 없는 과거를 되찾으려는 시도에 관한 작업이다.

메이(이 성장 스토리의 재치 있지만 방황하는 문제아 주인공)부터 그녀의 부모와 친구들(욱하는 성격의 그레그, 그의 과묵한 친구 앵거스, 세상사에 무관심한 비)까지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기대 이상으로 뛰어나고 매력적인 서술의 덕을 본다.
 8.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는 2년 전 IB타임스에서 올해의 게임으로 선정됐다. 따라서 새 개발사 데크 나인은 2015년 돈트낫이 아주 탁월하게 서술한 스토리의 앞선 시대 스토리를 파헤치는 프리퀄 시리즈 작업을 하면서 상당히 높은 기준에 맞춰야 했다. 반항적인 십대 클로 프라이스와 레이첼 앰버(첫 게임 줄거리의 핵심을 이루는 실종 소녀)의 관계는 항상 불분명한데 플레이어들은 3개 에피소드에 걸쳐 그것을 경험하게 된다. 에피소드가 전개되는 동안 팬들이 선호하는 클로의 캐릭터에 살이 붙으면서 오리지널 시리즈가 풍성해진다. 때로는 어색하고 약간 도를 넘지만 자신들의 정체성을 파악하려는 방황하는 십대들의 스토리와 기이하게 맞아떨어진다. ‘비포 더 스톰’ 편은 등장인물의 방어기제 이면이 드러날 때, 클로와 레이첼이 정직하고 진정성을 보일 때 탁월함이 빛난다. 그뿐 아니라 클로가 짧은 시간 ‘던전 앤 드래곤’ 게임을 할 때 또는 학교에서 셰익스피어 연극 ‘템페스트’ 공연이 코 앞에 닥친 시점에 참가 권유를 받을 때 같은 더 독창적인 장면에서도 빛을 발한다. 훌륭한 프리퀄이나 속편의 특징은 전편의 스토리를 풍성하게 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정당화한다는 점이다. ‘비포 더 스톰’은 전편의 특성을 물려받으면서도 그런 개성을 보여준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시리즈의 이번 버전에서 돈트낫은 거의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그런 차이점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7. 페르소나 5
사진:SONY
페르소나 5는 7년간의 개발과정을 거쳐 2016년 본거지 일본에서 출시됐다. 전 세계 다른 지역에서 아틀라스의 히트시리즈 팬들은 인고의 7개월을 보내야 했다.

그만한 보람이 있었다. 페르소나 5는 일본에서 2017년 최고의 게임 후보로 꼽힐 뿐 아니라 역대 걸작들 중에서 입지를 굳히는 강렬한 역할게임(RPG) 걸작이다. 도쿄의 고등학생이 ‘마음의 괴도단’으로 이중생활을 하며 보여주는 ‘페르소나’ 능력에 현란한 배경과 사운드를 간접 체험하게 된다. 끊임없이 펼쳐지는 현란한 과시에 못지않게 주제에도 깊이가 있다. 이 게임이 이용자의 마음을 훔치려 할 때 당신은 순순히 응하게 될 것이다.
 6. 호라이즌: 제로 돈
사진:INFINITE FALLS
‘제로 돈’의 출시 전 나는 스토리보다 플레이 방식에 더 관심이 많았다. 개발사 게릴라 게임즈가 이 로봇 공룡의 세계를 어떻게 설명하는지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이 게임을 탐구하면서 그 로봇 괴물들을 물리치고 싶었다.

위험한 야생동물과 격렬한 전쟁이 벌어지는 역동적인 경기장 호라이즌에는 아름다운 오픈 월드(공간적 제약이 없는 시스템)가 있다. 그러나 게임의 결말은 그 스토리에 관한 나의 예상을 뒤엎었다. 작가 존 곤잘레스는 주인공 알로이가 품은 많은 의문에 만족스러울 뿐 아니라 기막힌 답변을 제시한다.

세계를 구축하는 제로 돈의 솜씨는 경이적이다. 전도 유망한 프랜차이즈 상품으로 호라이즌의 입지를 굳게 다진다. 또한 개발사 게릴라가 이런 유의 게임을 처음 시도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알로이가 다음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빨리 보고 싶다.
 5. 헬블레이드: 세누아의 희생
사진:NINJA THEORY
헬블레이드가 시작될 때 상당히 긴 오프닝 크레딧이 뜬다. 맨 앞에 나오는 인물은 게임 기획자나 디자인 책임자가 아니라 영국 개발사 ‘닌자 시오리’에 역사적 정확성과 정신건강 문제를 조언한 두 사람이다.

두 사람 모두 헬블레이드 정체성의 토대를 이룬다. 따라서 처음에는 이들 크레딧이 플레이어에게 뭔가를 보여주기보다는 어떤 게임인지를 설명하는 거대한 의사표시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런 우려는 세누아의 여행이 전개되면 오래 가지 않아 사라진다.

헬블레이드의 메카닉스(게임의 규칙·절차와 데이터)는 빈약하지만 다른 모든 면에서 거의 모두 부족함이 없다. 가족과의 사별과 정신병 주제의 스토리는 악령을 극복하는 효과적인 비유다. 화려한 비주얼, 탁월한 서술 그리고 배우 멜리나 유르겐스의 훌륭한 목소리 연기로 생명력을 갖는다.
 4. 데스티니 2
사진:BUNGIE
데스티니 2에 관해 좋게 평하는 사람은 나뿐인 듯하다. 개발사 번지가 이 광범위한 공유세계(shared-world, 여러 사람이 그린 세계를 겹친 작품) 슈터 게임의 종반부를 더 가다듬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게임 관련 토론이 종종 게임을 즐기며 보낸 많은 시간보다 앞으로의 20시간 그리고 그 다음 20시간에 더 초점이 맞춰진 듯 느껴진다.

데스티니 2는 첫 번째 게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처음에는 훨씬 더 흡인력 있는 스토리, 이어 그 뒤로는 사운드 디자인, 예술적 방향성, 그리고 전형적인 슈터 메카닉스 등 번지가 인정받는 모든 강점 덕분이다. 하지만 이 리스트에서 이 게임의 순위가 그렇게 높은 이유는 지금껏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데스티니 체험을 이 속편을 통해 제대로 즐겼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 훌륭한 슈터 게임이지만 친구들과 함께할 때 장점이 더 두드러진다. 아마도 매일 즐기기보다는 기분 날 때 집어 들고 벼락치기로 즐기기 쉬운 소셜 게임이다. 친구들과 함께하면 그 경험이 한없이 풍성해진다.
 3.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사진:NINTENDO
도시 왕국 ‘뉴 동크 시티’를 지나는 달리기가 끝날 무렵이 거대한 메트로폴리스의 역사를 기념하는 범도시적인 페스티벌에 폴린 시장이 마리오를 초대한다. 알고 보니 그것은 포동포동한 주인공 마리오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 뒤 전개되는 스토리에서 얻는 재미에 견줄 만한 것은 2017년 나오자마자 닌텐도의 클래식으로 자리매김한 ‘오디세이’의 순간들뿐이다.

오디세이는 15년 만에 처음으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오픈 월드 기반의 마리오 어드벤처 게임이다. 그 15년에 걸친 개발 기간 동안 통과할 세계가 수십 개 더 추가되는 것 말고는 결과물이 어떻게 달리 더 좋아질 수 있을지 상상하기 힘들다.

오디세이를 만드는 것은 작은 요소들이다. 업루트와 포키오가 콩콩 뛰어갈 때 내는 소음, 맨발의 마리오가 젖은 모래 위를 걸을 때 내는 퍽퍽 소리, 탁월한 사운드트랙의 세련미, 그리고 끄덕임과 윙크 같은 일단의 간접적인 신호들. 혁신적인 변화는 없지만 오디세이는 디자인과 즐거움의 승리다.
 2. 왓 리메인스 오브 에디스 핀치
사진:ANNAPURNA INTERACTIVE
자이언트 스패로사의 ‘에디스 핀치(What Remains of Edith Finch)’는 갖가지 넘치는 아이디어를 아름답게 엮어 가족과 상실에 관한 흡인력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에디스 핀치는 표면상 어드벤처 게임 ‘파이어와치’와 ‘디어 에스더(Dear Esther)’ 같은 일인칭 모험 게임이지만 그보다 더 복잡하며 쌍방향 단편집에 더 가깝게 구성된다. 초반부 수 세대가 거주해온 핀치 일가의 대저택으로 올라갈 때 이 특정 장르의 개척자였던 게임 ‘곤 홈(Gone Home)’의 지문이 뚜렷하게 묻어난다. 그러나 에디스 핀치가 처음 본색을 드러낼 때는 처음 보기보다 훨씬 더 풍부하고 독창적인 측면을 보여준다. 이 크고 허름한 집 안에는 필시 ‘가족의 저주’로 몰락한 핀치 가족 구성원들이 생활하던 방들이 있다. 각 방은 그들의 기억 속에 고이 보존돼 외부 손길이 닿지 않게 모셔져 있다. 플레이어가 몰래 잠입해 각 친척의 스토리를 파헤칠 때까지는. 각각의 스토리는 엄선된 특유의 게임플레이 메카닉스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초반부에선 토끼를 사냥하는 새로 플레이를 하다가 뒤에는 연을 날리고 그네를 탄다. 이 같은 전개는 호소력 있고 독창적이고 비상한 전개다. 이런 게임 중에서 기억하건대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된 스토리 중 하나를 만들어낸다.
 1. 2017년 베스트 게임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사진:NINTENDO
닌텐도는 ‘젤다의 전설’에서 변화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제작자 아오누마 에이지와 기획자 후지바야시 히데마로는 이 30년 역사의 시리즈를 개편하기 위해 과거를 돌아봤다. 미야모토 시게루의 NES(패밀리 컴퓨터) 오리지널에서 젤다 본연의 특성을 찾아냈다. 탐험·발견·생존이다. ‘야생의 숨결’의 모든 측면에 이 같은 요소가 스며들어 있다. 초반부 거대하고 위압적인 하이랄 왕국에 발을 들여놓을 때부터 주인공 링크가 가논과 최후의 전투에 돌입할 때 그 한복판에 자리 잡은 성으로 들어가는 문턱을 넘을 때까지.

울타리 처진 구역에서 1시간 여 동안 요령을 터득한 뒤 가논을 격파하는 최종 목표가 수립되고 게임이 시작된다. 플레이어들은 어디든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 모두 한 가지 주요 목표를 위해서다. 개량된 무기 또는 발견된 갑옷, 도중에 만나 물리친 강적, 풀려난 신수(Divine Beast) 모두 그 한 번의 대결을 지향한다. 도중에 옆길로 빠지기도 하지만 세계의 운명을 정하는 단 한 번의 싸움을 위한 준비과정은 닌텐도의 최신판에 서서히 불타오르는 극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극적이라는 말이 남용되는 편이지만 ‘야생의 숨결’의 경우엔 적절한 표현이다. 링크가 100년 동안 하이랄을 위협하던 악을 몰아내는 데 필요한 힘·지식·아군을 모으면서 이 게임은 여러모로 장편의 몽타주 시퀀스처럼 전개된다.

플레이어가 펼치는 여행의 장엄함은 방대한 대지의 규모에도 반영된다. 닌텐도는 처음 시도한 현대 오픈 월드 게임에서 탐구할 만한 새 랜드마크를 비롯해 온갖 장소를 양껏 펼쳐놓는 독창적 디자인 환경을 조성했다. 정말로 놀라운 해방감은 가장 참된 의미의 오픈 월드임을 의미한다.

환상적인 디자인 능력을 보여준 ‘야생의 숨결’은 IB타임스 선정 2017년 최고의 게임으로 사상 최대 걸작으로 꼽히며 우리가 볼 때 역대 최고의 오픈 월드 비디오 게임으로 손색없다.

- 벤 스키퍼 아이비타임즈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기아, ‘The 2025 K5’ 출시…가격 2766만원 부터

2 尹 대통령, 오는 7일 대국민 담화·기자회견

3한데 모인 ‘삼성전자 역사’...합격 통지서부터 식권까지 각양각색

4 ‘강남 8중 추돌 사고’ 무면허 운전자 구속

510번째 논의에도 ‘합의 불발’...배달앱 상생협의체, 7일 추가 논의

6우크라 당국자 “北 파병 군인, 이미 러 쿠르스크서 공격 받았다”

7尹, 중앙아시아 5개국 만나…“北파병, 위험하고 전례 없는 일”

8‘북한강 시신 훼손’ 완전범죄 꿈꿨나...피의자 軍 장교, ‘피해자 행세’ 문자

9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위해 “주주환원 높이고 공매도 재개 돼야”

실시간 뉴스

1기아, ‘The 2025 K5’ 출시…가격 2766만원 부터

2 尹 대통령, 오는 7일 대국민 담화·기자회견

3한데 모인 ‘삼성전자 역사’...합격 통지서부터 식권까지 각양각색

4 ‘강남 8중 추돌 사고’ 무면허 운전자 구속

510번째 논의에도 ‘합의 불발’...배달앱 상생협의체, 7일 추가 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