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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독립영화 산업 죽인다”

“구글이 독립영화 산업 죽인다”

미국 현행법은 인터넷 서비스 플랫폼이 불법복제물 유통에 이용돼도 업체에 책임 안 물어
엘위스에 따르면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극장 상영 기간 동안만 해도 불법 다운로드 횟수가 2200만 건에 달했다. / 사진:TRUTH ENTERTAINMENT-VOLTAGE PICTURES
지난해 9월 토론토 국제영화제(TIFF)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한 행사에서 내가 “구글은 연예산업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하자 장내가 갑자기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실리콘밸리가 갖가지 스캔들로 비난 받는 요즘 내 발언이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줬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어쨌든 미국의 지도자들은 저작권 보호가 무시될 때 누가 타격을 받는지 알아야 한다. 그뿐 아니라 무더기 저작권 침해가 사상 최대의 기업 중 일부에 의해 일어나고 촉진된다는 사실 또한 명심해야 한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이 진행 중인 현재 특히 시급한 문제다.

난 30년 동안 영화산업에 종사해 왔다. 1980년대에 독립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윌리엄 모리스 에이전시(WMA)의 독립영화 부문 공동 책임자가 됐다. 그동안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2013)과 ‘머드바운드’(2017) 등의 영화를 제작하면서 인터넷 저작권 침해가 독립영화 산업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목격했다.

문제는 1998년 미 의회에서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DMCA)이 통과되면서 시작됐다. DMCA는 인터넷이 지금과 같은 기능을 하기 이전에 나왔다. 1998년은 구글이 창업한 해로 당시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는 갓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의회는 인터넷이라는 신생산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DMCA 안에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 면책조항(Safe Harbor)’을 넣었다. 온라인 서비스업체의 플랫폼이 불법복제 저작물의 유통에 이용돼도 그 책임을 업체 측에 묻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 조항이 없었다면 신생업체였던 구글은 수많은 불법복제물과 관련한 저작권 침해의 책임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당시 미 의회는 창작가들이 인터넷 서비스 업체에 불법복제물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생각이었다.

당초 신생산업에 도움을 줄 의도로 마련된 이 법은 그 사이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한 몇몇 기업이 몸을 숨길 수 있는 방패가 됐다. 요즘 인터넷에는 불법복제가 만연해 창작가들이 그 사례를 일일이 확인하기는 불가능하다.

구글은 매년 9억 건의 불법복제물 삭제 요청을 받는다. 하지만 구글이 해당 링크를 삭제해도 그 자리에 새로운 링크가 또 나타나기 때문에 별 도움이 안 된다. 결국 창작가들은 끊임없이 생겨나는 불법복제 링크를 일일이 찾아낼 여력이 없어지고 구글은 DMCA 덕분에 이 문제에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영화 제작자인 캐시언 엘위스는 “인터넷에 만연한 불법복제가 독립영화업계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말한다. / 사진:YOUTUBE.COM
DMCA가 제정된 지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 구글을 비롯한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 정부가 주요 국제 시장에서 유지해온 창작가에 대한 지원을 약화시키려 한다. 그들은 NAFTA 재협상을 통해 캐나다·멕시코 등지에서도 DMCA를 제정하도록 힘쓴다. 창작가들이 자사의 플랫폼을 통해 저작권을 침해당해도 모른 척할 수 있는 권한을 국제 무대로 넓히려는 노골적인 시도다.

영화 제작자인 난 이 문제의 당사자다. 내가 제작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세계적으로 5000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관람권으로는 약 700만 장이 팔렸다는 말이다. 이 영화는 극장 상영 기간 동안만 해도 불법 다운로드 횟수가 2200만 건에 달했다. 합법적인 관람의 3배가 넘는다.

구글에서 이 영화를 검색하면 무료로 불법 다운로드나 스트리밍이 가능한 웹사이트가 수두룩하게 뜬다. 만약 이 불법복제의 5%만이라도 유료 관람권이나 다운로드, 비디오 대여 등으로 대체됐다면 이 영화는 적어도 440만 달러를 더 벌어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정도면 독립 영화나 영화감독에겐 사느냐 죽느냐를 판가름하는 액수다.

NAFTA는 창작산업 분야에서 일하는 미국인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 저작권은 그들 수백만 명을 지원한다. 연예산업 부문의 회사 중 84%가 10명 이하의 종업원(트럭 운전기사·편집자·제작 조수·작가·메이컵 아티스트 등)을 둔 영세 업체다. 이들 모두가 회사의 명맥을 유지하려면 저작권 보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내가 가장 최근에 제작한 영화 ‘머드바운드’는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서 촬영했다. 이 영화는 그 지역에서 1000만 달러의 수익을 창출하고 100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냈으며 500만 달러의 임금을 지불하는 효과를 냈다. 만약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이 국내외에서 저작권을 약화시키는 행위를 계속한다면 루이지애나 같은 주들은 이런 경제적 호기를 가질 기회가 훨씬 더 적어질 것이다.

NAFTA 재협상은 세계 저작권 규정의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지도자들은 연예산업이 국가 경제의 약 7%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우리는 농업이나 항공산업, 제약업보다 더 많은 수출 수입을 올린다. 실리콘밸리나 해외 불법복제자에게 넘겨주기엔 너무도 큰 액수다.

난 저작권 보호 조치가 강화돼야 한다고 믿는다. NAFTA 재협상은 저작권에 의존하는 연예산업에 종사하는 550만 명의 미국인에게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이것은 매우 기본적인 선택의 문제다. NAFTA는 저작물에 대한 창작가의 권한을 지켜줄 것인가 아니면 계속해서 그 권한을 실리콘밸리나 다른 통제 받지 않는 세력에게 넘겨줄 것인가?

- 캐시언 엘위스



※ [필자는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과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2013), ‘머드바운드’ 등의 제작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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