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이는 골프 가족 누가 있나] 프레지던츠컵 빛낸 하스 父子
[돋보이는 골프 가족 누가 있나] 프레지던츠컵 빛낸 하스 父子
2015년 대회 때 미국팀 단장·선수로 우승 일궈 … 톰 모리스 부자는 디오픈 8승 골프는 나이가 들어도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이면서 대를 물려 함께 하는 레저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아버지와 아들은 물론 친척까지 골퍼인 가족이 제법 많다. 마치 골프 DNA 가계가 따로 있는 것처럼 대를 이어 우승도 한다.
세계 최고(最古)의 골프대회인 디오픈이 시작된 1860년 전후, 영국 스코틀랜드에서의 프로 골퍼는 그린키퍼이면서 동시에 클럽 제조업자이기도 했다. 선수는 곧 장인(匠人)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아버지의 대를 이어 골퍼가 되는 경우도 빈번했다. 초창기의 대표적인 골퍼 2대를 꼽으라면 톰 모리스와 윌리 파크 부자(父子)다. 올드 톰 모리스는 19세기 후반 최고의 골퍼였다. 디오픈 4승을 거둔 그는 평생 그린키퍼로 일하면서 75세까지 이 대회에 출전했다. 그의 아들인 영톰 모리스는 13세부터 골프 대회에 출전했다. 아버지가 우승한 이듬해 1868년부터 3년 연속 디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챔피언 벨트를 영구 보관했다. 대회가 없었던 한 해를 걸러 1872년에도 우승했다. 톰 모리스 부자가 10년 동안 디오픈 8승을 엮어낸 것이다. 하지만 1875년 영 모리스는 아내가 산통으로 죽은 후 실의에 빠져 술만 마시다 몇 달 후에 24세 나이로 요절하고 만다.
1860년 디오픈 초대 챔피언인 윌리 파크 시니어는 1875년까지 3승을 했다. 그 역시 골프 클럽과 볼 제조업자이자 코스 설계가였다. 참여한 코스만도 170여 곳에 달한다. 동생인 멍고 파크는 1874년 디오픈을 한 번 우승했다. 아들인 윌리파크 주니어는 1887, 89년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했고, 나중에 최초의 골프 종합안내서인 [골프 게임]을 저술하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골프장인 스코틀랜드 머슬버러 인근에 살던 윌리 던은 1849년 비공식 대회에서 앨런 로버트슨, 톰 모리스와 경합을 벌인 골퍼로 아들 윌리 던 주니어는 1894년 US오픈을 우승하고 시네콕 힐스 등 코스 설계가로도 활약했다. 초창기의 프로 골퍼들은 클럽 장인이면서 코스 설계도 하는 만능인이었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미국 골프가 황금기를 맞는다. 베이비붐과 함께 미국 각지에 골프장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미국인의 삶에 골프는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2~3대 골퍼 가족이 나왔다. 그중 뛰어난 자식은 프로 선수가 되었고, 큰 돈을 벌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티칭 프로 출신 그린키퍼 디콘 파머의 아들이 아놀드 파머였다. 1948년 마스터스 우승자 클로드 하먼은 네 아들을 두었는데 그들은 커서 모두 골프 교습가가 됐다. 첫째 아들이 미국 교습가 사이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부치 하먼이며, 그 아래로 크레이그·딕·빌이 모두 티칭프로다. 심지어 부치의 아들인 부치 하먼 2세는 현재 더스틴 존슨 등을 가르치고 있어서 3대의 골프 가족이 된다.
미국의 투네사 집안은 7형제 중 6명이 프로선수였다. 가장 성공한 짐 투네사는 1952년 메이저인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프로가 아닌 단 한 명의 형제였던 윌리 투네사마저도 1938, 48년 US아마추어선수권에서 우승했다.
토미 아머와 그의 손자 아머 3세가 합쳐서 PGA투어 29승으로 역대 가장 많은 가족 승수를 올렸다.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태생인 토미 아머는 미국으로 이주해 메이저 3승을 거두며 생애 25승을 올렸다. 그가 쓴 골프 교습서는 수십년 동안 베스트 셀러가 됐다. 그의 골프 감각은 아들을 건너 뛰어 손자인 토미 아머 3세에게 이어졌고, 손자는 PGA투어 총 4승을 거두었다.
지난해 PGA투어에서만 5승을 하면서 ‘올해의 선수’에 선정된 저스틴 토머스 역시 3대가 골프 가족이다. 아버지 마이크와 할아버지 폴까지 3대가 선수다. 부친인 마이크는 2008년부터 3년 간 PGA챔피언십과 라이더컵의 스코어 기록을 담당했다. 조부인 폴은 오하이오의 잰스빌컨트리클럽에서 25년 이상 헤드프로를 지냈다. US오픈 예선전에 출전했고 시니어 투어에서는 선수로 뛰면서 아놀드 파머와 한 조로 경기하기도 했다. 조부는 US오픈과 US시니어오픈에 출전했고, 부친은 US주니어 선수로 뛰었다. 그렇게 보면 토마스의 지난해 성과는 3대에 걸쳐서 다듬어 낸 결과다.
PGA투어에서 4승을 한 데이비스 러브 2세의 아들인 러브 3세는 PGA투어 21승에 일본투어에서 1승을 거두었고 라이더컵 단장을 맡기도 했다. 지난 2015년 11월 열린 PGA투어 RSM클래식에서는 데이비스 러브 3세와 외아들인 러브 4세(드루 러브)가 한 조로 출전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1, 2라운드에 러브 부자를 같은 조로 편성했다. 러브 4세는 PGA투어 2부 리그인 웹닷컴투어를 5번 출전하는 등 프로의 꿈을 키우고 있다.
2015년 프레지던츠컵의 미국팀 단장 제이 하스는 대회 기간 내내 마음을 졸여야 했다. 아들 빌 하스를 단장 추천 선수로 뽑았기 때문이다. 당시 실력으로도 빌은 충분히 출전할 수 있었지만 아들을 뽑았다는 건 아버지 하스로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대회 마지막 날 빌은 배상문을 상대로 귀중한 승점을 따내며 미국팀 우승에 공을 세웠고, 그제서야 부친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제이 하스는 1980년대 PGA투어에서 활약하며 9승을 올렸고, 동생 제리는 2부 투어인 네이션와이드에서 3승을 했다. 제이 하스의 외삼촌은 1968년 마스터스 우승자 밥 골비다. 수많은 우승을 거둔 위대한 선수 주변에 골프 선수가 많다. 하지만 당대에 이름을 날린 선수의 아들, 손자는 큰 나무 그늘에 가려 햇볕도 못 보는 경우도 허다하다. 원조 골프황제 잭 니클라우스의 아들 니클라우스 2세는 1985년 아마추어대회에서 우승한 게 전부다. 게리 니클라우스는 2000년 벨사우스클래식에서 필 미컬슨에게 연장전에서 패해 1승을 거둘 기회를 놓쳤다. 부친은 PGA 72승을 했으나 골프를 한 자식 넷이 1승도 못 올렸다. 아놀드 파머의 외손자인 샘 손더스 역시 PGA투어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아직 우승이 없다.
한국에도 골퍼 가족이 많다. 1958년 6월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선수권은 올해로 61회째를 맞이한다. 선수들의 가계도를 따져 보면 국내에도 부자 2대를 넘어 3대 프로 골퍼와 형제 골퍼도 제법 된다.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톰 모리스 부자가 나왔듯이 한국에서는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 있던 군자리 코스(현재 고양시 서울한양CC로 이전) 주변에 살던 소년들이 골프 1세대가 됐다. 능동에서는 박명출·이일안·강영일·김승학이 나왔고, 모진동에서는 연덕춘·신봉식·김복만·홍덕산, 송정동에서는 한장상·김학영, 화양동에서는 조태운 3형제와 문기수가 배출됐다. 이들은 형제이거나 친척간인 경우도 많다. 전후의 어려웠던 시절, 골프 1세대는 군자리 코스에서 아르바이트로 캐디를 하면서 틈틈이 골프를 배웠고, 그중에 실력이 두드러지면 자연스럽게 연습생으로 지내다 프로까지 됐다.
부산 골프계에서는 김석봉을 중심으로 ‘독수리 5형제’로 불리는 석근·석합·석종·석노의 5형제 프로 골퍼가 있다. 김석봉은 1959년 부산CC가 개장하면서 캐디로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부친이 선장이어서 타고난 건강과 체력으로 금세 실력이 늘었고 곧 선수가 됐다. 김석봉은 KPGA가 창립되던 1968년에 프로에 입문했고, 74년 PGA선수권 등 국내 투어에서 4승을 거두었다. 1977년부터는 동래 온천 근처에서 12타석의 온천골프연습장을 운영했는데 그 뒤로 5살, 2살 터울의 동생들이 골프에 뛰어들었다. 형제들은 중간에 다른 사업도 했으나, 1988년 셋째인 김석합 프로가 44세 나이에 정회원이 되면서 5형제 모두 프로 골퍼가 됐다. 게다가 김석봉의 처남 4명 중 2명이 티칭 프로(김종복·김익봉)이고 아들 김창문씨가 세미 프로, 조카딸 김소라 씨가 KLPGA 정회원으로 친척 중에 9명이 프로 골퍼였다.
능동에 살던 김승만 4형제(김승만·승완·승학·성호)도 모두 프로가 됐다. 김승만씨가 투어 생활을 겸하며 연습장을 20여년 운영하면서 자식들에게도 골프를 가르쳤다. KPGA 협회장까지 지낸 셋째 김승학은 국내 8승, 해외 1승을 거둔 1970년대 대표 골프 선수였다. 김승만씨의 세 아들 용균·도균·학균씨는 세미 프로이고, 외조카 곽유현씨는 KPGA 플레잉 프로, 조카 사위 한용석·신승철 프로까지 합치면 모두 10명에 이르는 골프 대가족이다. 한국에도 벌써 골프 프로 3대에 이른다. 한국의 첫번째 프로였던 연덕춘의 외조카는 문기수였고, 아들 문성욱 프로가 1996년 4월 정회원이 되면서 골프 명문가를 이었다. 신인상인 ‘명출’상의 주인공인 박명출은 최대 골프 가문이다. 박정웅·박동만과는 사촌 간에 최금천이 처조카다. 외사촌으로 조태운 3형제, 처가로 임충상 3형제와는 당숙 지간이다. 조카뻘로 박운태·박연태 형제가 있다. 박연태 프로가 정회원이 되던 해에 태어난 아들 박제경 프로가 2003년 정회원이 되면서 골프 3대를 이뤘다. 세미 프로인 사촌들까지 합치면 박명출 가문에는 골퍼만 무려 15명이 넘는다.
여자 프로들 계통을 보면 창립 멤버인 한명현·구옥희를 따라 친척들이 선수가 됐다. 1975년부터 프로 생활을 시작한 한명현의 친척 7명이 프로 골퍼다. 남동생 한동호 세미 프로와 외조카 이상선(티칭 프로) 외에 질녀로 한소영·한정희가 있고, 한민지는 조카뻘 친척이었다.
KPGA 15승을 거둔 최광수의 아들 최형규, 국내 9승에 일본서 4승을 거둔 김종덕의 아들 김민제, 국내 8승 이강선의 아들 이현 등이 골프선수다. 하지만 이들 아들 딸들에게는 윗세대가 이룩한 다승의 그늘이 깊고 넓다. 지난해 KLPGA투어에서 루키 시즌을 보낸 전우리는 양친을 프로 골퍼로 뒀다. 부친 전규정(56)씨는 1988년 프로에 데뷔해 2부투어에서 1승(2001년 KTF 8차 대회)을 했고 어머니 노유림(59) 씨는 KLPGA 시니어투어에서 2승을 올렸다. KLPGA투어의 윤슬아는 3승을 했고 남동생인 윤정호는 2016년 대구 경북오픈에서 우승한 KPGA투어프로다. 미국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박희영과 국내 KLPGA의 박주영은 자매 지간이다. PGA투어에서 8승을 거둔 최경주의 아들 최강준군도 주니어 선수로 골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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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最古)의 골프대회인 디오픈이 시작된 1860년 전후, 영국 스코틀랜드에서의 프로 골퍼는 그린키퍼이면서 동시에 클럽 제조업자이기도 했다. 선수는 곧 장인(匠人)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아버지의 대를 이어 골퍼가 되는 경우도 빈번했다. 초창기의 대표적인 골퍼 2대를 꼽으라면 톰 모리스와 윌리 파크 부자(父子)다. 올드 톰 모리스는 19세기 후반 최고의 골퍼였다. 디오픈 4승을 거둔 그는 평생 그린키퍼로 일하면서 75세까지 이 대회에 출전했다. 그의 아들인 영톰 모리스는 13세부터 골프 대회에 출전했다. 아버지가 우승한 이듬해 1868년부터 3년 연속 디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챔피언 벨트를 영구 보관했다. 대회가 없었던 한 해를 걸러 1872년에도 우승했다. 톰 모리스 부자가 10년 동안 디오픈 8승을 엮어낸 것이다. 하지만 1875년 영 모리스는 아내가 산통으로 죽은 후 실의에 빠져 술만 마시다 몇 달 후에 24세 나이로 요절하고 만다.
1860년 디오픈 초대 챔피언인 윌리 파크 시니어는 1875년까지 3승을 했다. 그 역시 골프 클럽과 볼 제조업자이자 코스 설계가였다. 참여한 코스만도 170여 곳에 달한다. 동생인 멍고 파크는 1874년 디오픈을 한 번 우승했다. 아들인 윌리파크 주니어는 1887, 89년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했고, 나중에 최초의 골프 종합안내서인 [골프 게임]을 저술하기도 했다.
클럽 제조부터 코스 설계까지 만능
2차 대전이 끝난 후 미국 골프가 황금기를 맞는다. 베이비붐과 함께 미국 각지에 골프장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미국인의 삶에 골프는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2~3대 골퍼 가족이 나왔다. 그중 뛰어난 자식은 프로 선수가 되었고, 큰 돈을 벌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티칭 프로 출신 그린키퍼 디콘 파머의 아들이 아놀드 파머였다. 1948년 마스터스 우승자 클로드 하먼은 네 아들을 두었는데 그들은 커서 모두 골프 교습가가 됐다. 첫째 아들이 미국 교습가 사이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부치 하먼이며, 그 아래로 크레이그·딕·빌이 모두 티칭프로다. 심지어 부치의 아들인 부치 하먼 2세는 현재 더스틴 존슨 등을 가르치고 있어서 3대의 골프 가족이 된다.
미국의 투네사 집안은 7형제 중 6명이 프로선수였다. 가장 성공한 짐 투네사는 1952년 메이저인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프로가 아닌 단 한 명의 형제였던 윌리 투네사마저도 1938, 48년 US아마추어선수권에서 우승했다.
토미 아머와 그의 손자 아머 3세가 합쳐서 PGA투어 29승으로 역대 가장 많은 가족 승수를 올렸다.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태생인 토미 아머는 미국으로 이주해 메이저 3승을 거두며 생애 25승을 올렸다. 그가 쓴 골프 교습서는 수십년 동안 베스트 셀러가 됐다. 그의 골프 감각은 아들을 건너 뛰어 손자인 토미 아머 3세에게 이어졌고, 손자는 PGA투어 총 4승을 거두었다.
지난해 PGA투어에서만 5승을 하면서 ‘올해의 선수’에 선정된 저스틴 토머스 역시 3대가 골프 가족이다. 아버지 마이크와 할아버지 폴까지 3대가 선수다. 부친인 마이크는 2008년부터 3년 간 PGA챔피언십과 라이더컵의 스코어 기록을 담당했다. 조부인 폴은 오하이오의 잰스빌컨트리클럽에서 25년 이상 헤드프로를 지냈다. US오픈 예선전에 출전했고 시니어 투어에서는 선수로 뛰면서 아놀드 파머와 한 조로 경기하기도 했다. 조부는 US오픈과 US시니어오픈에 출전했고, 부친은 US주니어 선수로 뛰었다. 그렇게 보면 토마스의 지난해 성과는 3대에 걸쳐서 다듬어 낸 결과다.
PGA투어에서 4승을 한 데이비스 러브 2세의 아들인 러브 3세는 PGA투어 21승에 일본투어에서 1승을 거두었고 라이더컵 단장을 맡기도 했다. 지난 2015년 11월 열린 PGA투어 RSM클래식에서는 데이비스 러브 3세와 외아들인 러브 4세(드루 러브)가 한 조로 출전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1, 2라운드에 러브 부자를 같은 조로 편성했다. 러브 4세는 PGA투어 2부 리그인 웹닷컴투어를 5번 출전하는 등 프로의 꿈을 키우고 있다.
2015년 프레지던츠컵의 미국팀 단장 제이 하스는 대회 기간 내내 마음을 졸여야 했다. 아들 빌 하스를 단장 추천 선수로 뽑았기 때문이다. 당시 실력으로도 빌은 충분히 출전할 수 있었지만 아들을 뽑았다는 건 아버지 하스로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대회 마지막 날 빌은 배상문을 상대로 귀중한 승점을 따내며 미국팀 우승에 공을 세웠고, 그제서야 부친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제이 하스는 1980년대 PGA투어에서 활약하며 9승을 올렸고, 동생 제리는 2부 투어인 네이션와이드에서 3승을 했다. 제이 하스의 외삼촌은 1968년 마스터스 우승자 밥 골비다.
골프황제 잭 니클라우스 아들·손자는 우승 기록 없어
한국에도 골퍼 가족이 많다. 1958년 6월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선수권은 올해로 61회째를 맞이한다. 선수들의 가계도를 따져 보면 국내에도 부자 2대를 넘어 3대 프로 골퍼와 형제 골퍼도 제법 된다. 세인트 앤드루스에서 톰 모리스 부자가 나왔듯이 한국에서는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 있던 군자리 코스(현재 고양시 서울한양CC로 이전) 주변에 살던 소년들이 골프 1세대가 됐다. 능동에서는 박명출·이일안·강영일·김승학이 나왔고, 모진동에서는 연덕춘·신봉식·김복만·홍덕산, 송정동에서는 한장상·김학영, 화양동에서는 조태운 3형제와 문기수가 배출됐다. 이들은 형제이거나 친척간인 경우도 많다. 전후의 어려웠던 시절, 골프 1세대는 군자리 코스에서 아르바이트로 캐디를 하면서 틈틈이 골프를 배웠고, 그중에 실력이 두드러지면 자연스럽게 연습생으로 지내다 프로까지 됐다.
부산 골프계에서는 김석봉을 중심으로 ‘독수리 5형제’로 불리는 석근·석합·석종·석노의 5형제 프로 골퍼가 있다. 김석봉은 1959년 부산CC가 개장하면서 캐디로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부친이 선장이어서 타고난 건강과 체력으로 금세 실력이 늘었고 곧 선수가 됐다. 김석봉은 KPGA가 창립되던 1968년에 프로에 입문했고, 74년 PGA선수권 등 국내 투어에서 4승을 거두었다. 1977년부터는 동래 온천 근처에서 12타석의 온천골프연습장을 운영했는데 그 뒤로 5살, 2살 터울의 동생들이 골프에 뛰어들었다. 형제들은 중간에 다른 사업도 했으나, 1988년 셋째인 김석합 프로가 44세 나이에 정회원이 되면서 5형제 모두 프로 골퍼가 됐다. 게다가 김석봉의 처남 4명 중 2명이 티칭 프로(김종복·김익봉)이고 아들 김창문씨가 세미 프로, 조카딸 김소라 씨가 KLPGA 정회원으로 친척 중에 9명이 프로 골퍼였다.
능동에 살던 김승만 4형제(김승만·승완·승학·성호)도 모두 프로가 됐다. 김승만씨가 투어 생활을 겸하며 연습장을 20여년 운영하면서 자식들에게도 골프를 가르쳤다. KPGA 협회장까지 지낸 셋째 김승학은 국내 8승, 해외 1승을 거둔 1970년대 대표 골프 선수였다. 김승만씨의 세 아들 용균·도균·학균씨는 세미 프로이고, 외조카 곽유현씨는 KPGA 플레잉 프로, 조카 사위 한용석·신승철 프로까지 합치면 모두 10명에 이르는 골프 대가족이다.
국내에서도 2~3대 골프 대가족
여자 프로들 계통을 보면 창립 멤버인 한명현·구옥희를 따라 친척들이 선수가 됐다. 1975년부터 프로 생활을 시작한 한명현의 친척 7명이 프로 골퍼다. 남동생 한동호 세미 프로와 외조카 이상선(티칭 프로) 외에 질녀로 한소영·한정희가 있고, 한민지는 조카뻘 친척이었다.
KPGA 15승을 거둔 최광수의 아들 최형규, 국내 9승에 일본서 4승을 거둔 김종덕의 아들 김민제, 국내 8승 이강선의 아들 이현 등이 골프선수다. 하지만 이들 아들 딸들에게는 윗세대가 이룩한 다승의 그늘이 깊고 넓다. 지난해 KLPGA투어에서 루키 시즌을 보낸 전우리는 양친을 프로 골퍼로 뒀다. 부친 전규정(56)씨는 1988년 프로에 데뷔해 2부투어에서 1승(2001년 KTF 8차 대회)을 했고 어머니 노유림(59) 씨는 KLPGA 시니어투어에서 2승을 올렸다. KLPGA투어의 윤슬아는 3승을 했고 남동생인 윤정호는 2016년 대구 경북오픈에서 우승한 KPGA투어프로다. 미국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박희영과 국내 KLPGA의 박주영은 자매 지간이다. PGA투어에서 8승을 거둔 최경주의 아들 최강준군도 주니어 선수로 골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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