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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천만한 ‘코피’ 전략

위험천만한 ‘코피’ 전략

백악관은 북한의 미사일·핵을 표적으로 하는 제한된 선제공격 고려하지만 재앙적인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11일 서울 국립중앙극장에서 북한 예술단의 공연을 관람한 후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악수를 나눴다. / 사진:NEWSIS
지난 2월 9일 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한 선수단은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동시 입장했다. 북한은 평창 올림픽에 선수 22명, 임원 24명 등 46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개막식 VIP 박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지도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그 곁에서 어색하게 앉아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애써 외면했다.

당연한 일이다. 그 짧고 의례적인 광경은 워싱턴에서 진행되는 치열한 논쟁을 가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공언한 정책은 변함이 없다. 북한이 지금까지 만든 핵무기를 전부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그 무기가 머지않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미국은 어떻게 이룰까? 또는 그런 일이 가능할까?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워싱턴에서 거론되는 한 가지 방안이 소위 말하는 ‘코피(bloody nose)’ 전략이다. 북한의 특정 미사일 기지나 핵무기 저장소를 표적으로 하는 ‘제한된’ 공격을 일컫는다. ‘트럼프 정부는 북핵을 묵인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북한에 던지려는 의도다.

‘코피’ 전략의 목표는 북한 모든 핵시설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전략을 재고하도록 압박하는 것이다. 이 방안은 김정은 위원장이 합리적인 사고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공격당했을 때 대대적으로 보복하다가는 미국과 전면전을 치를 수밖에 없으며 그럴 경우 정권이 무너진다는 두려움에서 북한이 쉽사리 강하게 반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논리를 바탕으로 한다는 뜻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지난해 이 방안을 하나의 가능성 있는 조치로 제시했지만 그 이래 폐기되지 않고 계속 남아 있다. 이 전략을 지지하는 논리는 핵무장한 북한을 용인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용인할 경우 악몽 같은 핵무기 확산이 불 보듯 뻔하다. 일본과 한국이 핵무장 결단을 내릴 수 있고, 북한의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WMD)가 다른 불량 국가들로 흘러들어갈 수도 있다.

트럼프 정부에선 그 누구도 핵무장한 북한의 위험을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그들은 전임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또는 ‘전략적 무시’ 정책을 맹비난했다(한 백악관 관리는 익명을 전제로 “오바마 정부의 그런 정책이 이처럼 엉망인 상황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관리 다수는 제한된 선제공격이 효과 있으리라고 보지 않는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모두 선제공격에 반대한다. 지난 1월 중순 북한과 관련한 동맹국 외무장관 회동에서 매티스 장관은 “현재 우리의 노력은 확고히 외교 영역에 있다”며 “우린 외교적인 해법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일본 외교관은 다른 나라의 외무장관들이 듣고 싶어 하던 언급이었다고 돌이켰다. “트럼프 정부엔 전쟁의 가능성이 실제로 있다는 상당히 일관된 저류가 흐르고 있고, 다른 나라들은 그런 상황을 심히 우려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앞줄 가운데)은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의도적으로 외면했다. / 사진:NEWSIS
특히 트럼프 정부가 빅터 차 조지타운대학 교수의 주한 미국대사 내정을 최근 들어 철회하면서 미국 동맹국들 사이의 불안이 고조됐다. 조지 W. 부시 백악관에서 NSC 아시아담당 국장을 지낸 그는 오랫동안 북한 문제를 다뤘다. 그는 오바마 정부 시절보다 더 단호한 대북 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코피’ 전략은 지지하지 않는다.

초조한 외부자들은 그의 주한 미국대사 내정 철회가 ‘코피’ 전략을 둘러싼 견해차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실제는 그보다 더 복잡한 이유가 있을지 모른다. 그의 가족 일원이 사업과 관련해 한국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어 이익충돌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한 소식통은 “바로 그점이 그를 낙마시킨 ‘경고등’이었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백악관은 여전히 ‘코피’ 전략을 검토하면서 많은 내부자들을 당황케 한다. 특히 비판자들은 트럼프 정부가 ‘김정은이 제한적인 타격에 어떻게 대응할지 안다’고 생각하는데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고 미국 중앙정보국(CIA) 북한 분석가 출신으로 현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인 슈 미 테리가 말했다. “우리가 반드시 정확히 아는 것도 아닌데 위험하게도 왜 그걸 테스트하려 드는지 모르겠다.”

트럼프 정부 내부에서 더 강경한 ‘봉쇄와 억지’ 전략을 옹호하는 인사들은 백악관을 위해 여러 옵션을 준비 중이다. 지금보다 더 강도 높은 경제제재, 북한이 경화 수입을 위해 해외에 판매하는 물품을 운송하는 화물선을 대상으로 하는 좀 더 적극적인 차단, 한·미·일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강화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현재의 남·북한 분위기로 볼 때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미국 정부는 ‘남·북한이 하나 된’ 평창 동계올림픽 후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더 엄격한 입장을 취하길 꺼릴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지난 2월 10일 예상한 대로 김여정 부부장은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함께 청와대를 예방한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문 대통령을 이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초청 의사를 구두로 전달했다. 트럼프 정부는 올림픽 개막식에서 보여준 좋은 분위기를 고려하면 대북 온건 노선을 견지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문 대통령이 그 초청에 덥석 응하리라고 걱정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며 절묘하게 넘겼다. 그러자 미국 정부도 안도했다. 하지만 그로써 마무리가 된 건 결코 아니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라는 국내의 정치적 압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불안해 하는 동맹국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그런 계획을 지지해야 할지 모른다. 어쩌면 북한과 직접 대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김정은의 올림픽 전략은 성공하는 셈이다.

- 빌 파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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