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학각색(各學各色)’- 사회학] 언어 이질성 극복해 소통·이해 장벽 낮춰야
[각학각색(各學各色)’- 사회학] 언어 이질성 극복해 소통·이해 장벽 낮춰야
탈북민, 언어 격차에 어려움 호소 … 2030세대의 북한 경시 비율도 높아져 남한과 북한은 하나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종류의 대답이 가능하다. 하나는 규범적·당위적인 대답이다. 남과 북은 하나여야 한다거나 반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는 대답이다. 그동안 이 질문에 대한 상반된 규범적·당위적 입장에서의 대답은 종종 평행선을 그리며 충돌해왔다. 남과 북이 하나여야 한다는 주장을 반대 입장에서는 ‘종북’이라 몰아붙였고, 남과 북이 하나일 수 없다는 주장을 반대 측에서는 ‘분단주의’로 비판했다.
규범적·당위적인 대답과 달리 좀 더 객관적이고 사실에 근거한 답변도 가능하다. 남한과 북한이 서로 갈라진 후 70년이 넘게 지나면서 여전히 비슷한 특질을 갖거나 서로 공동운명체라고 느끼는 정도와, 반대로 서로 달라져서 무관심하거나 적대적으로 느끼는 정도를 따져볼 수 있다. 이 대답은 각자의 이념이나 가치가 아닌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한다. 자료 분석 결과에 대한 해석에서 어느 정도 견해차는 있을 수 있지만 그 정도는 규범적·당위적 대답 때에 비해 훨씬 적다.
남한과 북한이 하나인가 아닌가에 대한 이 글에서의 사회학적 대답은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고자 한다. 당위적·규범적 대답을 하려다 보면 논거나 증거를 주관적 입장에 따라 자의적으로 취사선택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한과 북한의 동질성과 이질성을 가늠하게 해줄 객관적 기준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학계에서 남한과 북한의 문화적 동질성과 이질성을 가늠하는 기준으로는 언어를 많이 사용한다. 언어는 의사소통과 문화적 표현의 중요한 기초이다. 비슷한 언어를 공유하면 사고와 소통에서 큰 장벽 없이 서로 동질성을 느낄 수 있는 반면, 언어가 달라져 서로 생각이 어긋나고 소통의 애로를 겪는다면 이질성을 피할 수 없다.
2016년 국립국어원 연구 결과를 보면 남한 표준국어대사전과 북한 조선말대사전을 비교한 결과 일반어는 38%, 전문어는 66% 차이를 보였다. 사용하는 단어가 서로 다르다 보니 남한 사람과 북한 사람이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며 교류하는 데 장애의 소지가 많다. 2016년 국립국어원 ‘남북언어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탈북 응답자의 70%가 “북한 말씨 때문에 구직이나 이웃과의 교류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서 남한 적응에 가장 큰 어려움으로 언어 격차를 꼽았다. 남한 일반 응답자 역시 62%가 북한말을 사용하는 사람을 ‘불편하고 낯설게’ 느낀다고 응답했다.
남한과 북한의 이질성과 동질성을 가늠하는 또 하나의 기준은 남북한 간 상호인식이다. 북한 사람이 남한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기 어렵지만 남한 사람이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각종 설문조사 결과로부터 알 수 있다. 동아시아연구원에서 실시하는 ‘한국인의 정체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과 북한 주민에 관심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2005년 36.8%에서 2015년 53.4%로 10년 사이 16.6%포이트 늘었다. 이와 달리 북한을 ‘우리’(23.4%), ‘형제’(20.9%), ‘이웃’(21%) 등 우호적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적’(16.1%), ‘남’(13.5%) 등 경원시하는 태도의 비율보다 높았지만, 2005년에 비해 경원시하는 태도가 크게 늘었다.
주목할 점은 20대 젊은 세대에서 북한을 적이나 남으로 보는 비율이 다른 세대보다 크게 높다는 사실이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통일의식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북한을 협력대상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2007년 56.6%에서 2017년 41.9%로 14.7%포인트 줄어든 반면, 북한을 경계대상이나 적대대상으로 보는 비율은 2007년 11.8%와 6.6%에서 2017년 22.6%와 16.2%로 각각 10%포인트 가까이 늘어났다.
요약하자면 아직 남한과 북한은 일상생활 언어에서 차이점보다 유사점이 더 많고, 서로에 대한 우호적 인식이 적대적 인식보다 앞서지만, 최근 들어 언어 이질성이 빠르게 높아져서 소통과 이해의 장벽이 커졌으며 젊은층을 중심으로 북한을 경원시하는 태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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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범적·당위적인 대답과 달리 좀 더 객관적이고 사실에 근거한 답변도 가능하다. 남한과 북한이 서로 갈라진 후 70년이 넘게 지나면서 여전히 비슷한 특질을 갖거나 서로 공동운명체라고 느끼는 정도와, 반대로 서로 달라져서 무관심하거나 적대적으로 느끼는 정도를 따져볼 수 있다. 이 대답은 각자의 이념이나 가치가 아닌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한다. 자료 분석 결과에 대한 해석에서 어느 정도 견해차는 있을 수 있지만 그 정도는 규범적·당위적 대답 때에 비해 훨씬 적다.
남한과 북한이 하나인가 아닌가에 대한 이 글에서의 사회학적 대답은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고자 한다. 당위적·규범적 대답을 하려다 보면 논거나 증거를 주관적 입장에 따라 자의적으로 취사선택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한과 북한의 동질성과 이질성을 가늠하게 해줄 객관적 기준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학계에서 남한과 북한의 문화적 동질성과 이질성을 가늠하는 기준으로는 언어를 많이 사용한다. 언어는 의사소통과 문화적 표현의 중요한 기초이다. 비슷한 언어를 공유하면 사고와 소통에서 큰 장벽 없이 서로 동질성을 느낄 수 있는 반면, 언어가 달라져 서로 생각이 어긋나고 소통의 애로를 겪는다면 이질성을 피할 수 없다.
2016년 국립국어원 연구 결과를 보면 남한 표준국어대사전과 북한 조선말대사전을 비교한 결과 일반어는 38%, 전문어는 66% 차이를 보였다. 사용하는 단어가 서로 다르다 보니 남한 사람과 북한 사람이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며 교류하는 데 장애의 소지가 많다. 2016년 국립국어원 ‘남북언어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탈북 응답자의 70%가 “북한 말씨 때문에 구직이나 이웃과의 교류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서 남한 적응에 가장 큰 어려움으로 언어 격차를 꼽았다. 남한 일반 응답자 역시 62%가 북한말을 사용하는 사람을 ‘불편하고 낯설게’ 느낀다고 응답했다.
남한과 북한의 이질성과 동질성을 가늠하는 또 하나의 기준은 남북한 간 상호인식이다. 북한 사람이 남한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기 어렵지만 남한 사람이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각종 설문조사 결과로부터 알 수 있다. 동아시아연구원에서 실시하는 ‘한국인의 정체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과 북한 주민에 관심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2005년 36.8%에서 2015년 53.4%로 10년 사이 16.6%포이트 늘었다. 이와 달리 북한을 ‘우리’(23.4%), ‘형제’(20.9%), ‘이웃’(21%) 등 우호적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적’(16.1%), ‘남’(13.5%) 등 경원시하는 태도의 비율보다 높았지만, 2005년에 비해 경원시하는 태도가 크게 늘었다.
주목할 점은 20대 젊은 세대에서 북한을 적이나 남으로 보는 비율이 다른 세대보다 크게 높다는 사실이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통일의식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북한을 협력대상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2007년 56.6%에서 2017년 41.9%로 14.7%포인트 줄어든 반면, 북한을 경계대상이나 적대대상으로 보는 비율은 2007년 11.8%와 6.6%에서 2017년 22.6%와 16.2%로 각각 10%포인트 가까이 늘어났다.
요약하자면 아직 남한과 북한은 일상생활 언어에서 차이점보다 유사점이 더 많고, 서로에 대한 우호적 인식이 적대적 인식보다 앞서지만, 최근 들어 언어 이질성이 빠르게 높아져서 소통과 이해의 장벽이 커졌으며 젊은층을 중심으로 북한을 경원시하는 태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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