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그래도 전쟁으로 기우나?
미국은 그래도 전쟁으로 기우나?
대북 선제타격 주장한 존 볼턴의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은 북한과의 충돌 가까워졌다는 신호라는 우려 제기돼 2003년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 정부는 북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려는 새로운 노력을 전개했다. 한국·중국·일본·러시아 4개국과 연합전선을 펼쳤다. 이 이른바 ‘6자회담’ 외교노력은 여러 해에 걸쳐 종종 좌절을 겪으며 진행됐다. 회담이 한창일 때 나는 한 참가국의 협상대표와 마주앉았다. 지역에서 내 최고의 정보원 중 하나가 된 외교관이었다.
평소 차분한 그였지만 내가 존 볼턴을 언급하자 평정심을 잃고 말았다. 볼턴은 앞서 미-북간 핵협정의 좌초에 일조했던 부시 행정부의 전 관료였다. “볼턴은 북한이 오늘날 여러 개의 핵무기를 보유하는 원인”이라고 그 외교관은 내뱉듯이 말했다.
그 외교관의 말에는 과장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가 그런 말을 한 사실 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한 현 시점에는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이 조치는 4월 초 공식화되는데 대략 그 한 달 뒤 미국 역사상 손꼽히는 대담한 외교적 도박이 펼쳐진다. 바로 트럼프가 북한의 젊은 지도자 김정은과 만나는 미-북 정상회담이다.
H. R. 맥매스터의 후임인 예일대 출신 달변가 볼턴은 여전히 극단적인 강경파다. 부시 정부에서 국무부 관료와 유엔 대사를 지낸 그는 여러 해 동안 폭스 뉴스 분석가로 일한 바 있다. 그가 거의 모든 국가안보 문제에서 강경파임을 충분히 인식할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TV를 통해 그를 오래 지켜봤다는 의미다. 한 달 전 볼턴은 월스트리트저널에 ‘북한 선제 타격의 법적 근거’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대북 선제적 타격을 막으려 안간힘을 쓰는 워싱턴 정가 사람들에게 볼턴의 칼럼은 극도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제 그의 부상으로 상당수 워싱턴 정가(동아시아 전체는 말할 필요도 없이) 인사의 불안감이 커졌다. 10여년 전 핵협상을 좌초시키려 했듯이 트럼프와 김정은의 정상회담이 이뤄지기도 전에 결렬시키리라는 우려다. 빌 클린턴이 대통령 재임 시 서명한 그 협정에서 북한은 비핵화 대가로 2기의 경수로와 매달 연료유를 공급 받았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볼턴을 전면에 내세워 북한이 협정을 어겼다고 불평했다. 클린턴 시대의 협정은 북한의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 노력을 다뤘지만 북한은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해 비밀리에 무기를 개발하려 하고 있었다. 그것은 중대한 위반이었지만 각국의 외교 담당자들은 북한의 우라늄 프로그램을 조용히 중단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 부시 정부는 그들과 달리 북한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고(북한이 시인했다) 협정은 깨졌다. 그 뒤 북한은 여러 개의 핵무기를 만들겠다고 말했으며 이제 그들의 뜻을 이뤘다.
분석가들은 10여년 동안 부시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느냐를 두고 갑론을박해 왔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볼턴이 외교관으로서 상당히 비외교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행정부 내 그의 정적들도 그가 똑똑하고 치밀하고 집요하다는 점은 시인한다(플로리다주에서 부시와 알 고어 간의 최종 표결로 판가름 난 2000년 대선 당시 재검표 싸움에서 볼턴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뒤 부시가 그를 국무부로 불러들였다).
이제 관건은 역사적인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볼턴이 그런 역량을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것이냐는 점이다. 볼턴이 합법적인 수단이라며 선제공격을 선호한다는 지적이 이미 반대 진영에서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에서도 일부 지원을 받을지 모른다. 볼턴의 지명을 발표하기 몇 주 전 트럼프 대통령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해임하고 또 다른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그 자리에 앉혔다.
이를 종합해 볼 때 강경파들이 이제 주도권을 쥐고 있으며 북한과의 충돌이 멀지 않았다는 신호라고 반대 진영에선 말한다. 하지만 몇 달 전에도 트럼프 정부는 이미 북한을 겨냥해 ‘코피(bloody nose)’ 전략을 검토하고 있었다. 북한 핵시설 일부에 대한 제한적인 선제 타격으로 미국의 강력한 비핵화 의지를 그들에게 인식시키려는 목적이다. 맥매스터가 이끌던 국가안보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최근에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틸러슨 전 국무장관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쳐 트럼프 정부가 그 전략을 포기했다.
볼턴의 옹호자들은 그의 임명이 타당한 조치라고 말한다. 그와 트럼프 대통령이 운전대를 잡으면 2명의 예측 불가능한 강경파 지도자가 김정은과 마주하면서 앞으로는 선제공격 전략을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게 된다. 한국과 일본의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의 강경 발언이 전쟁을 부를 것이라고 우려할지 모르지만 어쩌면 그것이 노림수일지 모른다. 평양의 김정은과 그 일당을 떨게 만들려는 것이다.
열쇠는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난 뒤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다. 자칭 탁월한 협상가인 트럼프 대통령이 실망하고 돌아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로널드 레이건이 1986년 소련 지도자 미하일 고르바초프와의 역사적인 핵 정상회담에서 그랬듯이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능적으로 세계 역사상 가장 경이적이고 중요한 최상의 거래를 성사시켰다고 큰소리칠 것이다.
그 뒤 몇 달 사이 북한이 무엇이 됐든 합의 내용을 지키지 않는다는 증거가 발견될 경우 볼턴은 강력히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그날이 오게 되면 북한과의 전쟁 전망은 현실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 빌 파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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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차분한 그였지만 내가 존 볼턴을 언급하자 평정심을 잃고 말았다. 볼턴은 앞서 미-북간 핵협정의 좌초에 일조했던 부시 행정부의 전 관료였다. “볼턴은 북한이 오늘날 여러 개의 핵무기를 보유하는 원인”이라고 그 외교관은 내뱉듯이 말했다.
그 외교관의 말에는 과장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가 그런 말을 한 사실 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한 현 시점에는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이 조치는 4월 초 공식화되는데 대략 그 한 달 뒤 미국 역사상 손꼽히는 대담한 외교적 도박이 펼쳐진다. 바로 트럼프가 북한의 젊은 지도자 김정은과 만나는 미-북 정상회담이다.
H. R. 맥매스터의 후임인 예일대 출신 달변가 볼턴은 여전히 극단적인 강경파다. 부시 정부에서 국무부 관료와 유엔 대사를 지낸 그는 여러 해 동안 폭스 뉴스 분석가로 일한 바 있다. 그가 거의 모든 국가안보 문제에서 강경파임을 충분히 인식할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TV를 통해 그를 오래 지켜봤다는 의미다. 한 달 전 볼턴은 월스트리트저널에 ‘북한 선제 타격의 법적 근거’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대북 선제적 타격을 막으려 안간힘을 쓰는 워싱턴 정가 사람들에게 볼턴의 칼럼은 극도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제 그의 부상으로 상당수 워싱턴 정가(동아시아 전체는 말할 필요도 없이) 인사의 불안감이 커졌다. 10여년 전 핵협상을 좌초시키려 했듯이 트럼프와 김정은의 정상회담이 이뤄지기도 전에 결렬시키리라는 우려다. 빌 클린턴이 대통령 재임 시 서명한 그 협정에서 북한은 비핵화 대가로 2기의 경수로와 매달 연료유를 공급 받았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볼턴을 전면에 내세워 북한이 협정을 어겼다고 불평했다. 클린턴 시대의 협정은 북한의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 노력을 다뤘지만 북한은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해 비밀리에 무기를 개발하려 하고 있었다. 그것은 중대한 위반이었지만 각국의 외교 담당자들은 북한의 우라늄 프로그램을 조용히 중단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 부시 정부는 그들과 달리 북한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고(북한이 시인했다) 협정은 깨졌다. 그 뒤 북한은 여러 개의 핵무기를 만들겠다고 말했으며 이제 그들의 뜻을 이뤘다.
분석가들은 10여년 동안 부시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느냐를 두고 갑론을박해 왔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볼턴이 외교관으로서 상당히 비외교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행정부 내 그의 정적들도 그가 똑똑하고 치밀하고 집요하다는 점은 시인한다(플로리다주에서 부시와 알 고어 간의 최종 표결로 판가름 난 2000년 대선 당시 재검표 싸움에서 볼턴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뒤 부시가 그를 국무부로 불러들였다).
이제 관건은 역사적인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볼턴이 그런 역량을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것이냐는 점이다. 볼턴이 합법적인 수단이라며 선제공격을 선호한다는 지적이 이미 반대 진영에서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에서도 일부 지원을 받을지 모른다. 볼턴의 지명을 발표하기 몇 주 전 트럼프 대통령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해임하고 또 다른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그 자리에 앉혔다.
이를 종합해 볼 때 강경파들이 이제 주도권을 쥐고 있으며 북한과의 충돌이 멀지 않았다는 신호라고 반대 진영에선 말한다. 하지만 몇 달 전에도 트럼프 정부는 이미 북한을 겨냥해 ‘코피(bloody nose)’ 전략을 검토하고 있었다. 북한 핵시설 일부에 대한 제한적인 선제 타격으로 미국의 강력한 비핵화 의지를 그들에게 인식시키려는 목적이다. 맥매스터가 이끌던 국가안보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최근에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틸러슨 전 국무장관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쳐 트럼프 정부가 그 전략을 포기했다.
볼턴의 옹호자들은 그의 임명이 타당한 조치라고 말한다. 그와 트럼프 대통령이 운전대를 잡으면 2명의 예측 불가능한 강경파 지도자가 김정은과 마주하면서 앞으로는 선제공격 전략을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게 된다. 한국과 일본의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의 강경 발언이 전쟁을 부를 것이라고 우려할지 모르지만 어쩌면 그것이 노림수일지 모른다. 평양의 김정은과 그 일당을 떨게 만들려는 것이다.
열쇠는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난 뒤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다. 자칭 탁월한 협상가인 트럼프 대통령이 실망하고 돌아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로널드 레이건이 1986년 소련 지도자 미하일 고르바초프와의 역사적인 핵 정상회담에서 그랬듯이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본능적으로 세계 역사상 가장 경이적이고 중요한 최상의 거래를 성사시켰다고 큰소리칠 것이다.
그 뒤 몇 달 사이 북한이 무엇이 됐든 합의 내용을 지키지 않는다는 증거가 발견될 경우 볼턴은 강력히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그날이 오게 되면 북한과의 전쟁 전망은 현실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 빌 파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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