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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블 vs 틴더’ 어떤 데이팅앱 선택해야 할까

‘범블 vs 틴더’ 어떤 데이팅앱 선택해야 할까

틴더는 범블이 자신들의 아이디어 도용했다고 비난하고 범블은 틴더에 여성혐오와 괴롭힘의 문화가 있다고 주장
틴더의 페미니즘적인 대항마를 자처하는 범블에선 여성만 먼저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 사진:WWW.BUMBLE.COM
틴더와 범블, 두 데이팅 앱 간의 법적 투쟁을 지켜보면서 역설적으로 우리 친구들의 막장으로 치닫는 로맨스를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지난 3월 20일 IT 전문매체 리코드는 틴더의 범블 인수 노력을 ‘오랜 구애’로 불렀지만 범블은 틴더가 페어플레이를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여성이 어떤 데이팅앱을 사용하느냐에 양사간의 분쟁이 영향을 미칠까? 그것은 어느 쪽의 주장을 받아들이느냐에 달렸다. 한쪽 코너에선 틴더의 소유주 매치 그룹이 범블 쪽에서 틴더의 아이디어를 도용해 경쟁 관계의 데이팅 앱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반대쪽 코너에선 범블이 틴더에 여성혐오와 괴롭힘의 문화가 있다고 주장한다. 양사의 분쟁이 기묘하게 사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지적재산권법을 뛰어넘어 더 뿌리 깊은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틴더를 소유한 매치 그룹은 지난해 8월 4억5000만 달러에 범블의 인수를 시도했다. 그리고 11월에 또다시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의 보도에 따르면 “10억 달러를 훨씬 넘는” 금액을 제시하며 문을 두드렸다. 범블은 두 번째도 거부했다. 범블의 퇴짜는 제시된 인수가보다는 창업자의 원칙과 관계 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범블 창업자 위트니 울프 허드는 2012~2014년 틴더의 고위 마케팅 임원으로 일했다. 틴더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데 여전히 법적으로 제약을 받지만 그녀는 업무 환경이 여성에게 해로웠다고 시사했다. 2014년 가십 사이트 고커는 울프 허드와 저스틴 마틴 틴더 공동창업자가 주고받은 놀라운 일련의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문자를 그만 보내고 “일에 집중하라”고 울프 허드가 마틴에게 간청하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지난해 공영라디오방송(NPR)과 인터뷰에서 소송을 둘러싼 언론보도의 후유증으로 ‘멘붕’ 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 “솔직히 말해 인생의 바닥에 이르렀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살고 싶지 않은 날들이 있었다. 침대 밖으로 나오고 싶지 않았다.”

울프 허드는 몇 년 전부터 틴더 내부적으로 여성혐오 문제가 있다고 강력히 시사했다. 그런 문제는 괴롭힘과 모욕을 주는 메시지를 걸러내지 않고 이용자 수신함으로 전달하는 틴더 앱의 인터페이스와 그들의 업무환경에 반영됐다.

수신되는 메시지의 성격을 통제하고자 하는 여성에게는 범블이 분명한 선두주자다. 그러나 범블의 인터페이스는 틴더를 상당히 많이 모방했다. 범블이 틴더에서 차용한 지적재산권의 규모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는 불확실하다. 그리고 지난해 5월 온라인 매체 바이스가 보도했듯이 범블을 포함해 어떤 앱을 이용해서든 골수 여성혐오자가 여성을 추적할 방법은 여러 가지 있다.

소비자 데이터 그룹 렌드에듀의 지난해 조사에선 ‘대다수의 틴더 이용자’는 연애 상대가 아니라 즉석 섹스상대를 찾는다고 답했다. 보고서에선 ‘틴더는 섹스용, 범블은 데이트 용’이라는 답변이 40.1%에 달했다.
틴더의 고위 마케팅 임원 출신인 범블 창업자 위트니 울프 허드는 틴더 내부적으로 여성혐오 문화가 있다고 시사했다. / 사진:FLICKR
많은 이용자가 지적하듯 틴더에선 남녀를 가리지 않고 동등하게 권한을 준다. 남성이 파트너에게 얼마든 원하는 만큼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허용해 여성이 방어적인 입장에 놓인다. 여성은 r/niceguys 또는 r/creepyasterisks 같은 서브레딧(소셜뉴스 사이트 레딧의 하위 분류)에 이들 부정적인 틴더 메시지 중 다수를 게시한다. ‘소름 돋는’ 것부터 ‘노골적으로 위협적인’ 내용까지 다양하다. 각 하위레딧을 대강 훑어보면 틴더에서의 만남 성사는 상대 여성이 어떤 종류의 메시지에든 동의한 것으로 믿는 남성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런던대학에서 올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틴더에 만연하는 여성혐오는 적어도 일정부분 상대가 동의했다는 가정이 원인일 수 있다. 여성과의 매치가 이뤄지면 남성 이용자는 상대가 어떤 성격의 메시지에도 동의했다고 가정한다는 것이다. 마치 오른쪽 쓸어넘기기(호감 표시)를 ‘내 이름을 무엇이든 당신이 원하는 대로 불러도 좋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듯 말이다.

틴더의 페미니즘적인 대항마를 자처하는 범블에선 여성만 먼저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여성의 권리확대를 장려하고 괴롭힘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한다고 범블이 항상 말해온 범블 앱 사용자경험(UX)의 한 구성요소다. 범블은 틴더에서 부정적인 메시지를 받는 데 넌더리 난 여성의 피난처를 자처한다. 범블이 보란 듯이 무례한 이용자를 더 냉혹하게 금지한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2월 매치 그룹은 여성만 첫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범블 식 업데이트를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다. 틴더도 나름의 안전 공간을 구축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게 다가 아니다. 지난 3월 16일 매치 그룹은 저작권 침해로 범블을 고소한다고 리코드에 공개하며 공세적인 입장을 취했다.

틴더는 솟장에서 ‘전 틴더 임원 3명이 창업한 범블은 틴더의 세상을 바꾸는 쓸어넘기기 기반의 사전동의 방식을 베꼈다’고 지적했다. ‘범블은 출시 당시 제3자 매체들이 인정했듯이 기능 그리고 전체적인 외관과 느낌이 틴더와 거의 동일하다. 경쟁관계의 원인은 뻔하다.’

그 상황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범블은 지난 3월 16일 저녁 리코드 기사를 통해 소송에 관해 알게 됐다”며 “틴더는 소송을 발표하기 전에 범블에게 알리지도 않았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범블은 주말 사이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해 20일자 뉴욕타임스에 전면 광고를 내보냈다. 매치 그룹에 보내는 공개서한 형식의 성명서였다.

성명서에서 범블은 그 소송을 가리켜 틴더의 ‘협박 전술’과 ‘끝없는 게임’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라고 묘사했다. 서한은 범블에 대한 틴더의 갑질을 강력히 시사하며 범블을 여성 역할로 묘사하기까지 했다. 광고는 ‘모든 여성에게 먼저 행동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고, 두려움 없이 ‘노’라고 말할 권한이 있음을 알게 될 때까지 향상심을 잃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두 앱의 위상을 볼 때 괴롭힘을 최소화하려는 여성에게는 범블이 더 유리한 대안이다. 그러나 틴더가 범블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결과에 따라 운동장에 다시 격변이 일어날 수 있다. 별일이다 싶겠지만 당신의 다음 데이트 상대를 어떤 식으로 찾을지가 법원에서 결정될지도 모른다.

- 에밀리 거뎃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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