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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리 손에 어린이의 피를 묻혔다”

“러시아가 우리 손에 어린이의 피를 묻혔다”

러시아가 지원하는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 의혹에 미국이 응징할 조짐 보여 …
지난 4월 7일 시리아 정부군은 수도 다마스쿠스 교외 동구타의 두마 구역의 반군 거점에 포탄 공격을 퍼부었다. / 사진:XINHUA-NEWSIS
내전이 8년째로 접어든 시리아의 반군 거점 지역에서 지난 4월 7일 시리아 정부군 소행으로 추정되는 화학무기 의심 공격이 또다시 발생했다. 의료구호단체와 구조대의 주장에 따르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의 동구타에 위치한 두마 구역에서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으로 수십 명이 사망했다.

시리아미국의료협회(SAMS)와 반군 장악 지역에서 활동하는 민간구조대는 공동 성명을 통해 49명이 숨졌다고 밝혔지만 단체마다 사상자 수치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반군을 지지하는 단체 구타미디어센터(GMC)는 75명 넘게 질식사하고 1000명 이상이 가스 공격으로 고통스러워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사망자 수가 수백 명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시리아 반정부 단체가 온라인에 올린 동영상은 어린이와 여성, 남성 10여 명의 시신을 보여줬다. 일부는 입가에 거품이 보였다. 그 동영상에 깔린 목소리는 “4월 7일 두마 구역에선 심한 냄새가 진동한다”고 말했다.

시리아 시민방위대(‘화이트 헬멧’)는 지하실에 숨져 있는 시신들을 보여주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화이트 헬멧’의 라이드 알살레 대표는 알자지라 방송에 “70명이 질식사했고 수백 명이 지금도 호흡곤란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누가 화학무기로 민간인을 공격했을까?
GMC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헬기에서 통폭탄으로 투하된 독가스에 의해 사망했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당국은 정부군이 화학무기로 공격한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시리아 정부는 두마 구역의 반군이 가짜뉴스를 퍼뜨린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운영 중인 ‘분쟁당사자중재센터’ 소장 유리 예프투셴코도 “우리는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정보를 단호히 반박한다”면서 “두마가 반군으로부터 해방되는 대로 화생방 전문가들을 이 지역으로 파견해 해당 정보가 조작됐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료를 수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보도가 확인된다면 국제사회의 즉각적인 반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8일 오전 트위터를 통해 시리아의 화학무기 공격에 책임 있는 쪽이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시리아에서 터무니없는 화학무기 공격으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사망했다. 만행이 자행된 구역은 시리아 정부군이 완전히 포위하고 있어 외부에서 접근할 수 없다.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이란은 짐승 같은 아사드를 지원한다. 큰 대가를 치를 것이다. 의료 지원과 사상자 확인을 위해 즉시 피해 구역을 개방하라. 어떤 의미도 없는 인도주의적 재난이 또 발생했다. 역겨운 사건이다!”

화학무기 사용을 군사행동으로 응징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약속은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직접적인 충돌 위험을 제기한다. 러시아는 미국의 어떤 군사 행동에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경고했다. 이번 공격을 받은 두마는 동구타에서 마지막 남은 반군 거점으로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 정부군의 격렬한 폭격에 시달려 왔다. 관련 국가들과 유엔이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하는 상황에서 뉴스위크는 시리아 내전을 둘러싼 핵심 사안들을 짚어본다.
 내전은 어떻게 시작됐나?
2010년 12월 17일 튀니지 남동부 시디부지드 시청 앞에서 청과물 노점상을 하던 청년 무함마드 부아지지가 노점 압수에 항의하며 분신했다. 그가 2011년 1월 4일 숨지자 대중의 분노가 터져 나오면서 민주화 운동 ‘아랍의 봄’이 시작됐다. 그해 4월 반정부 민중 봉기는 시리아로 번졌다. 시리아의 2200만 인구는 독재자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물려 받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아래서 11년 동안 억압당하고 있었다.

그들도 튀니지와 이집트의 평화 시위처럼 거리로 나가 비폭력적으로 독재에 항의했다. 그러나 시리아 정부의 보안군은 잔혹하게 그들을 진압했다. 정부군은 전국에 배치돼 시위대를 향해 발포를 서슴지 않았다. 그에 대항해 시리아 시민의 무장 봉기가 일어났고 지역 동맹국들과 무장세력들이 서로 이익을 챙기려고 나서면서 내전은 갈수록 치열해졌다.
 누가 누구와 싸우는가?
지난해 4월 트럼프 대통령은 화학무기 사용을 이유로 시리아 공군기지에 토마호크 미사일 59발을 발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 사진:AP-NEWSIS
상황이 아주 복잡하다. 재래식 전쟁은 서로 대치한 양측이 명확하지만 시리아 내전은 민족과 종교 분파로 나눠진 여러 전선에서 치러지는 전투다. 게다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외부 세력들도 이 싸움에 끼어들어 대리전 양상까지 빚어졌다.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은 이슬람 시아파 분파인 알라위파에 속한다. 따라서 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군은 이란과 헤즈볼라(레바논 무장정파) 등 시아파 세력의 지원을 받는다.

그 반대쪽에서 싸우는 반군은 미국이 지원하는 자유시리아군(FSA)을 포함해 매우 다양한 세력으로 구성됐다. 알카에다와 연계된 누스라전선의 잔당으로 구성된 타히르 알샴도 반군에 합류했다. 또 지난해까지 시리아에서 주된 군사적 존재로 활동한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도 있다. IS는 지난해 시리아 거점 라카를 잃었지만 여전히 시리아에 일부 세력을 유지한다.

아라르 알샴 세력도 이 전쟁에 뛰어들었다. 그들은 아사드 정권을 무너뜨리려 하지만 다른 반군과 달리 시리아에 강경 이슬람 정부를 세우려 한다. 그들은 시리아 정부군만이 아니라 IS와 타히르 알샴을 상대로도 전투를 벌인다.
 시리아는 화학무기를 폐기하지 않았나
지난 4월 7일 시리아 두마에서 정부군의 독가스 공격이 있었다고 알려진 직후 어린이를 치료하는 의료 대원들. / 사진:AP-NEWSIS
이번 독가스 공격은 2013년 8월의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다마스쿠스 외곽에서 신경가스 사린이 공격에 사용돼 민간인 80여 명이 숨졌다. 이란-이라크 전쟁이래 가장 치명적인 화학무기 사용이었다.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행정부는 이 공격의 배후로 시리아 정부를 지목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스스로 설정한 레드라인을 아사드 정권이 넘어섰는데도 공습 같은 중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아 비판 받기도 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그해 9월 시리아의 화학무기를 2014년 중순까지 폐기 또는 파괴하기로 합의했고 시리아도 그에 따르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 정책연구소인 군축·비확산센터는 시리아 정권이 거짓말을 했거나 새로 화학무기를 제조했을 수 있다고 본다. 그 이래 시리아 반군 지역에서는 화학무기 노출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참혹한 인명 피해가 여러 차례 반복됐기 때문이다. 이때마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의심을 받아왔지만 러시아와 시리아 정부는 이를 줄곧 부인해 왔다.

2014년 4월 시리아 이들리브 주와 인접한 하마주 크파르 지타 마을에 화학무기가 담긴 폭탄이 상공에서 투하됐다고 반군이 주장했고, 이를 뒷받침하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당시 반군에 따르면 정부군 헬기가 그 마을에 ‘유독물질을 퍼뜨리는 장치’를 공중에서 투하했고 이후 짙은 연기와 함께 염소가스 냄새가 퍼졌다. 유엔 산하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2014년 9월 성명을 통해 시리아에서 “염소가스가 무기로서 조직적이고 반복적으로 사용됐다”고 밝혔다.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 폐기에 합의한 지 2년이 지난 뒤인 2015년 5월에도 반군이 장악한 사르민 마을에 헬기가 통폭탄을 투하한 뒤에 주민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같은 해 8월 시리아 북부 최대도시 알레포에서 겨자가스를 이용한 화학무기 공격이 벌어졌는데 이때는 IS의 소행으로 추정됐다. 2016년 9월에도 알레포에서 염소가스가 담긴 통폭탄 투하로 최소 2명이 숨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년 전에도 시리아의 반군 장악 구역인 칸셰이쿤에서 독가스 공격으로 8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유엔과 OPCW의 합동 조사에서 그 공격의 책임이 시리아 정부에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시리아는 또다시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았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화학무기 사용을 이유로 시리아 공군기지를 표적으로 토마호크 미사일 59발을 발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아사드 정권을 향한 미국 정부의 첫 직접적인 군사행동이었다.

또 시리아 정부는 지난 1월에도 동구타에서 반군을 표적으로 여러 차례 염소가스로 공격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화이트 헬멧’의 살레 대표는 알자지라 방송에 이번 공격에서도 염소가스와 더 강한 독성물질인 사린가스가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비난 받는 이유는?
2013년 시리아 알레포 시민이 방호복을 입고 화학무기 공격에 대비한 훈련을 실시했다. / 사진:AP-NEWSIS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부터 시리아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했다. 소련은 1946년 시리아 독립을 지원했고 1971년엔 시리아 타르투스에 해군 기지를 건설했다. 옛 소련 해체 후의 러시아도 석유·천연가스 시추 시설 등 시리아에 거액을 투자했다.

2011년 러시아 동맹국이던 리비아에서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졌다. 러시아는 그 사건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때부터 크렘린은 중동에서 영향권을 유지하기 위한 다른 수단을 물색하면서 시리아에 공을 많이 들였고 결국 시리아 내전에 뛰어들어 정부군을 지원하기 위해 반군 표적을 공습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월 러시아군이 시리아에서 장거리 순항 미사일 칼리브르-X-101을 포함해 첨단무기 시스템 215종을 테스트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아사드 정권이 러시아의 도움 없었다면 버틸 수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최근 시리아에서 발생한 화학무기 공격을 두고 “그 공격을 저지른 괴물은 죽은 어린이의 사진에 충격 받지 않을 정도로 양심이 없다”면서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는 러시아가 손에 시리아 아이들의 피를 묻혔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떻게 대응할까?
트럼프 대통령은 상당히 충동적인 것으로 잘 알려졌다. 그는 이번 두마 구역에서 독가스로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는 어린이의 사진을 보고 지난해 4월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공격 때와 비슷하게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고 알려졌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공군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하도록 명령했다.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행동으로 대응할 의사가 강한 듯하다. 그는 “이런 잔혹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며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시리아의 화학무기 공격에 강력 대응하기로 뜻을 같이했다.

지난 4월 10일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 사태’의 진상조사를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이 부결됐다. 이 문제가 안보리를 거치면서 오히려 미국과 러시아의 대결 전선이 뚜렷해졌고, 시리아의 군사적 위기감은 한층 고조된 양상이다. 그에 따라 시리아에 대한 서방의 독자적인 군사행동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항공모함 전단을 중동에 파견하기로 했다.
 국제사회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시리아의 화학무기 공격에 대한 응징과 관련해 세계 각국의 입장은 미국과의 관계와 역내 영향력에 따라 다르다.

영국 언론은 영국이 미국의 시리아 응징 공격에 동참하지 않으면 미국에 대한 영향력을 프랑스에 빼앗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는 미국 정부에 단호한 응징을 촉구하는 반면 영국은 독자적으로 미사일 공격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옵션엔 미사일을 장착한 해군 잠수함이나 공군 전폭기를 동원해 시리아를 공격하는 것이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화학무기 공격이 시리아 정부군의 소행인지 좀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며 국제법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이중 스파이 출신으로 영국에서 독살기도를 당한 세르게이 스크리팔 사건 후 서방과 러시아의 관계는 근래 들어 최악으로 치달았지만 이번의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으로 더 악화될지 모른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날조된 구실 아래 군사력을 사용한다면 중대한 파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런 입장을 유의미한 채널을 통해 미국에도 전달했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러시아군은 정통성 있는 시리아 정부의 요청에 따라 배치돼 있다. 시리아에서 화학무기 공격은 없었다. 시리아에 화학무기 공격이 있었다는 보도는 가짜뉴스다. 미국은 진상조사를 하기도 전에 유죄를 단정해놓고 있다.”

- 톰 포터, 브렌던 콜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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