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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도 무인조종 시대 온다

여객기도 무인조종 시대 온다

거의 모든 비행은 자동조종 장치가 맡아 … 소프트웨어 ‘조종사’의 비행시간이 곧 모든 인간 조종사 통산 기록 넘어서
완전 자동비행의 최대 걸림돌은 기술이 아니라 어떻게 대중의 신뢰를 얻느냐는 점이다. 사진은 부조종석에 앉은 로봇 파일럿. / 사진:CLIFF OWEN-AP-NEWSIS
사람이 조종하지 않는 비행기라면 탈 의향이 있는가? 지난해 조사한 비행기 여행자의 절반은 항공권 값이 싸더라도 이용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요즘엔 조종사의 비행실적이 우수해 거의 어떤 항공사고도 빅뉴스가 된다. 지난 4월 17일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엔진 고장 사고가 대표적이다(항공사는 사고기 탑승객에게 일인당 500여만원씩 지불했다).

그러나 음주·폭언·싸움·한눈팔기는 아무리 드물게 발생하더라도 조종사 역시 사람임을 일깨워준다.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에서 사고 비행기를 허드슨강에 안전하게 착륙시킨 주인공 첼시 ‘설리’ 슐렌버거 기장처럼 재앙을 막는 조종사가 모든 비행기를 몰 수는 없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언제나 더 많이 배우는 고도로 숙련된 유도 시스템을 모든 비행기에 장착하는 방법이다.

실제로 많은 항공편에서 이미 거의 모든 비행을 자동조종장치가 맡는다. 그리고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조종사가 비행기의 위치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보이지 않을 때 소프트웨어가 가장 아슬아슬한 착륙을 담당한다. 그러나 여전히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사람이 대기한다.

자율비행체 즉 무인기용으로 개발된 신세대 소프트웨어 조종사의 비행시간이 곧 모든 인간의 통산 기록을 넘어서게 된다. 무인기 조종 소프트웨어 앱들이 엄청난 양의 비행 데이터와 경험을 결합해 단시일 내에 세계 최고 경력의 파일럿으로 자리매김할 태세다.
 스스로 비행하는 무인기
영화 ‘설리:허드슨강의 기적’에선 인간 조종사가 상황을 파악하는 데 1분이 걸렸지만 컴퓨터는 몇 초만에 끝낼 수 있다. / 사진:JOONGANG PHOTO
무인기는 미니 쿼드콥터(4개의 회전날개를 가진 무인기) 완구로부터 미사일을 발사하는 날개 달린 비행기 또는 한 번에 34시간씩 공중 체류가 가능한 7t짜리 항공기까지 여러 가지 형태를 띤다. 무인기가 처음 나왔을 때는 사람이 원격으로 조종했다. 그러나 이는 조종사의 위치를 공중에서 지상으로 바꿨을 뿐이다. 그리고 무인기와 관제센터 간에 무인기의 실시간 동영상을 내려받고 관제사의 지시를 전송하는 상당한 통신 대역폭이 필요하다.

상당수 최신형 무인기에는 더 이상 조종사가 필요 없다. 일부 취미용·사진작가용 무인기는 인간이 지정한 노선을 따라 스스로 비행할 수 있다. 사람은 자유롭게 구경하거나 카메라를 조작하며 최고의 풍경을 담을 수 있다.

대학 연구원, 기업, 군사기구들이 현재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더 대형의 고성능 무인기를 테스트한다. 수십 또는 수백 명의 인간이 조종하지 않아도 무인기가 무리 지어 비행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의 조작으로는 연출할 수 없는 조율된 동작을 수행할 수 있다. 단체비행이든 단독 비행이든 이들 무인기를 조종하는 소프트웨어가 급속히 비행 경험을 쌓고 있다.
 조종사 경험의 중요성
조종사에게 경험은 가장 중요한 자질이다. 상업적이 아닌 개인적인 용도로 소형 비행기를 띄우고자 하는 사람이라도 40시간의 비행강습을 받아야 자가용기 조종사 면허를 받을 수 있다. 민항기 조종사는 최소 1000시간 이상 비행해야 부조종사석에 앉을 수 있다.

조종사는 지상 훈련과 비행 중 경험을 통해 이례적인 비상 상황에 대비한다. 이상적으로는 ‘허드슨강의 기적’ 같은 상황에서 인명구조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설리’ 슐렌버거처럼 경험 많은 조종사는 많지 않다. 그는 신속하고 창의적인 사고로 많은 비행기 탑승자의 생명을 구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모든 비행기에 그만한 심지어 더 경험 많은 조종사를 둘 수 있다. 많은 항공기에 동시에 사용되는 보편적인 소프트웨어 조종 시스템에는 사람 한 명의 1년치 기록보다 많은 비행시간이 매일 축적된다.

무인기·자동차·로봇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용도뿐 아니라 기술정책을 연구하는 입장에서 경솔하게 그런 추가적인 작업의 통제권을 소프트웨어에 넘겨주자는 제안을 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조종사에게 통제권을 더 많이 넘겨주면 훈련·테스트·신뢰성 면에서 인간에 대한 컴퓨터의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조종사의 훈련과 테스트
컴퓨터는 사람과 달리 매번 같은 방식으로 소프트웨어의 지시를 따른다. 개발자는 그에 따라 지시를 작성하고 반응을 테스트하고 항공기의 대응방식을 개선한다. 예컨대 테스트를 통해 금성을 접근하는 제트기로 오인하고 컴퓨터가 그것을 피하려 비행기를 수직낙하하게 만들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가장 큰 이점은 규모다. 수천 명의 조종사에게 일일이 새 기술을 가르쳐야 하는 대신 최신 소프트웨어를 내려받기만 하면 수천 대의 비행기가 업데이트된다. 이들 시스템은 현실세계 상황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철저한 테스트가 필요하다. 광범위한 비행 상황에 대처하고 사이버 공격을 이겨내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일단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하면 소프트웨어 조종사는 집중력과 방향감각을 잃지 않으며 평범한 상황에서도 문제나 실수를 유발할 수 있는 피로감 등 인간이 가진 약점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신속한 반응과 적응
이미 항공기 규제당국자들은 인간 조종사가 자력으로 비행하는 법을 잊어버려 비상시 자동조종 장치로부터 조종간을 넘겨받는 데 어려움이 있을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예컨대 ‘허드슨강의 기적’의 경우 사고의 핵심 요인은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인간 조종사가 파악하는 데 얼마나 걸리느냐였다. 비행기가 일단의 새떼와 충돌해 두 엔진이 손상됐으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신속히 파악해야 한다. 인간은 대략 1분이 걸렸지만 컴퓨터는 몇 초 만에 상황을 판단할 수 있다. 잠재적으로 넉넉한 시간을 절약해 비행기를 강이 아닌 활주로에 착륙시킬 수 있었다.

항공기 손상은 인간 조종사에게 또 하나의 특히 어려운 문제를 안겨줄 수 있다. 조종장치가 비행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손상으로 비행기가 통제 불능에 빠질 경우 종종 비극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충분히 고도화된 자동비행 시스템은 비행기의 조종장치에 미세한 변화를 주고 센서들을 이용해 그런 변화의 영향을 신속하게 측정할 수 있다. 사실상 손상된 비행기로 나는 법을 다시 배우는 셈이다.
 신뢰 향상
완전 자동비행의 최대 걸림돌은 기술이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다. 많은 사람이 컴퓨터 시스템에 목숨을 맡기고 싶어 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조종사의 비행경험이 어떤 인간 조종사보다 수십 수백 또는 수천 시간 더 많다는 믿음을 심어주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른다.

다른 자율주행기술도 대중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발전해가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도로주행을 허용하는 지역이 많아졌다. 그러나 자율주행차 이용을 원치 않는 미국인이 절반을 넘는다. 대체로 자율주행 기술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조종사 없는 비행기를 이용하겠다는 여행자가 17%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자율주행차의 도로주행과 무인기 택배를 경험하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소프트웨어 조종사가 더 널리 받아들여질 수 있다.

항공업계는 분명 사람들에게 이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려 애쓸 것이다. 자동조종 시스템으로 연간 수백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조종사 구인난을 겪는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조종사가 더 작은 도시로 향하는 노선 신설의 열쇠를 쥐고 있을지 모른다.

보잉과 에어버스 모두 자동비행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결과적으로 인간 조종사 수요가 없어지거나 줄게 된다. 보잉은 실제로 무인기 제조사를 인수해 차세대 여객기에 소프트웨어 조종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기존 항공기에 로봇 조종사를 추가 탑재하기 위한 테스트도 실시했다).

일반 탑승자들이 소프트웨어 조종사를 마음 편히 받아들이게 하는(또한 그 시스템의 훈련과 테스트에 도움을 주는) 한 가지 방법은 인간 조종사 곁에서 부조종사로 일하도록 하는 것이다. 출발지 게이트에서 목적지 게이트까지 소프트웨어가 비행기를 조작한다. 조종사는 시스템이 고장 날 경우에만 조종간을 잡도록 한다. 언젠가는 비행기에서 조종사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 전 세계 공항에서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무인 기차에서 마침내 운전기사가 사라졌듯이 말이다.

- 제레미 스트럽



※ [필자는 노스다코타주립대학의 컴퓨터과학 조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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