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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은 지역 안정군”

“주한미군은 지역 안정군”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미국, 한미 공조 방해하는 주한미군 감축설 조기 진화에 나서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되는 상황에서 약 2만8500명에 이르는 주한미군에 관한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다. / 사진:AP-NEWSIS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이후 주한미군의 역할과 성격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는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방부에 주한미군 감축안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5월 3일자 신문에서 그 문제에 관여한 익명의 관리들을 인용하며 그렇게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는 언론 브리핑에서 그런 사실을 부인했다. 한국 청와대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뉴욕타임스 기사를 오보라고 해명했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5월 4일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백악관 NSC 핵심 관계자가 그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기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조금 전 백악관 핵심 관계자와 통화한 후 이 같이 전해왔다.”

볼턴 보좌관도 같은 날 한국의 연합뉴스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방부에 주한미군 병력감축 옵션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연합뉴스에 보낸 본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미국 뉴욕타임스의 관련 보도를 “완전한 난센스(utter nonsense)”라고 일축한 뒤 이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백악관이 NSC 보좌관 명의로 언론 보도에 대한 반박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공조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주한미군 감축설의 파장을 조기 진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한, 미국, 중국 사이에서 외교적 교류가 급증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되는 상황에서 약 2만8500명에 이르는 주한미군에 관한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다. 최근 들어 여러 보도를 통해 주한미군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양면성이 드러났다. 5월 7일 NBC 방송은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완전 철수를 지시하려 했지만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대통령을 강하게 만류해 단념시켰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제공하는 안보 우산과 관련해 한국이 방위비를 충분히 분담하는지 오래 전부터 의문을 표했다. 지난 3월 그는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비공개 정치자금 모금 행사장 연설에서 “우리는 무역에서 돈을 잃고, 군대(주한미군)에서도 돈을 잃는다”며 “지금 한국과 북한 사이에 미군 병사가 주둔해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한미 해군은 동해상에서 연합 훈련을 실시했다. / 사진:NEWSIS
미국의 전략자산 한국 배치도 논의의 대상이다. 5월 5일 한국의 영자지 코리아타임스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하며 미국이 한국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철수 가능성을 두고 중국과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은 미군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이 주둔하는 나라다. 서울에서 약 65㎞ 떨어진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는 미군이 가진 최대 규모의 해외 기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방위비를 공정하게 분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한국 정부는 캠프 험프리스의 최근 확장 공사에 필요한 107억 달러 중 91%를 부담했다.

한국 정부는 미군의 주둔과 한국전쟁을 공식 종료하는 평화협정 체결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지난 5월 2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다.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의 안정을 위한 미군의 주둔으로 본다는 뜻이다. 북한도 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에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반미 입장을 견지하지만 오랫동안 주한미군이 지역의 ‘안정 장치’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 역사적으로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 위원장은 주한미군을 인정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의 회고록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냉전 이후 북한 정부의 관점이 바뀌었다”면서 “미군은 이제 (동북아 질서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랜덜 슈라이버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는 지난 5월 15일 상원 외교위원회(동아시아·태평양·국제 사이버안보 정책 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주한미군이 지역 평화를 유지하는 데 중요하냐는 에드워드 마키 의원의 질문에 “매티스 국방장관이 최근 주한미군을 ‘안정군(stabilizing force)’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북한의 위협이 제기되는 현시점에선 미군의 한국 주둔이 명백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외교적 노력이 성과를 거둔 이후에도 미국은 동북아시아에 장기적인 전략적 이익이 있다면서 “전진 배치된 미군 (forwarddeployed force)을 미국은 계속 원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이날 제출한 서면보고서에서 미군의 역할은 준비태세 유지와 힘을 바탕으로 한 외교적 노력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한편 미국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한미군 감축론’에 제동을 걸었다. 의회의 승인 없이 주한미군 감축을 못하도록 국방수권법(NDAA) 개정에 나선 것이다. 북미 회담의 결과와 상관없이 한반도 방위공약을 공고히 하고, 북미 간 협상 테이블에서 주한미군 문제를 완전히 배제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방수권법은 당면한 안보 문제를 명시하고, 이에 따른 예산을 총괄하는 1년짜리 한시법으로 매년 개정된다.

지난 5월 10일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 루벤 가예고(민주당) 의원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의회의 승인 없이는 주한미군을 줄일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NDAA 수정안이 찬성 60표, 반대 1표로 전날 하원 군사위원회를 통과했다. 국방수권법 수정안은 ‘주한미군 감축이 국가 안보 이익에 부합하고 지역의 동맹 안보를 심각하게 저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국방장관의 보증 없이는 주한미군을 2만2000명 아래로 줄여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초당적 지지 속에서 통과된 이 수정안은 앞으로 하원 전체회의에 넘겨질 전망이어서 최종 표결 결과가 주목된다.

- 소피아 로토 퍼시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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