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코미디언
이탈리아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코미디언
의회 최대 정당으로 부상한 오성운동의 창립자 그릴로 “인터넷 직접민주주의 확대하라” 주세페 ‘베페’ 그릴로(69)는 코미디언으로서 이탈리아 정계의 위선과 부패를 날카롭게 풍자하면서 서서히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고교 졸업 후 우연히 코미디언의 길로 들어선 그는 이탈리아의 유명 TV 진행자에게 발탁된 뒤 각종 버라이어티 쇼에 출연해 활발하게 정치·사회 풍자를 하며 이름을 알렸다. 1986년엔 자신의 이름을 담은 ‘그릴로 메트로 쇼’를 맡기도 했다.
그러나 1987년 베티노 크락시 당시 총리를 TV 쇼에서 비판했다가 공영방송 RAI 등에서 퇴출당했다. 그 후 1993년 잠시 RAI의 라이브쇼에 출연했다가 1500만 명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그의 풍자를 참지 못했고 결국 1990년대 이후 그는 거의 TV 방송에 나오지 못했다. 그릴로는 공적 재원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집권 정당의 선전 목적에 따라 남용된다고 비판했다.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국내외 거리 공연이었다. 그는 욕설을 섞은 거침없는 개그로 기성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을 신랄하게 비판해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그릴로는 2009년 ‘오성운동’이라는 정당을 결성했다. 직접민주주의 확대와 반부패, 유럽연합(EU) 탈퇴를 기치로 내건 그 신생 정당은 곧바로 이탈리아 정치에서 영향력 있는 존재로 부상했다. 오성이란 좌우 이데올로기를 거부하고 오직 시민을 위한 일을 하겠다는 뜻으로 내세운 다섯 가지 새로운 목표로 공공수도, 인터넷 접속권리, 지속가능한 교통수단, 지속가능한 개발, 생태주의를 상징한다. 그를 지지하는 이탈리아인은 대부분 전통적인 좌파의 환상에서 깨어난 젊은 근로계층이다. 지난 3월 총선에서 32%의 득표율을 올린 오성운동은 이탈리아 의회에서 최대 단일 정당이 됐다. 그러나 그릴로 자신은 의회나 연립정부에 참여를 거부했다. 외부에서 오성운동을 이끌겠다는 뜻이다. 동료들은 그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탈리아 경제가 계속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오성운동은 연립정부 구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정치적 교착상태를 더는 지속할 수 없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릴로는 낙관한다. 그는 “다시 토해내는 쾌락을 위해 기자들을 집어삼키기를 즐긴다”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로 언론을 싫어한다. 하지만 최근 그는 이탈리아 안코나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기 직전 뉴스위크와 인터뷰를 가졌다.
오성운동은 어떻게 시작됐나?
작은 인터넷 회사를 운영하는 잔로베르토 카살레조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그가 칭기즈칸과 인터넷에 관한 책을 낸 직후였다. 나는 블로그를 만들면서 그의 도움을 받았다. 우리는 함께 인기 있는 블로그를 만들었다. 난 코미디언으로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기술이 있었다. 그는 내게 인터넷의 위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 실험이 결국 성공했다.
그처럼 새로운 정치 실험이 이탈리아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는 직접 마을 광장을 찾아다니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이탈리아의 모든 문화적·정신적 부적응자를 포용하려 했다. 나는 캠핑밴을 타고 이탈리아 남부 전역을 누볐다. 오성운동은 인터넷의 힘과 마을 광장이 합쳐진 것이다. 그런 공생관계가 열쇠다.
왜 직책을 맡지 않았는가? 오성운동에서 지금 당신의 역할은 뭔가?
체스에서 ‘불멸의 수’라고 들어봤는가? 중요한 말들을 희생시키고 졸 하나로 승리하는 수다. 그게 바로 내 경우다. 후원자로서 뒤에서 도움을 주는 역할이다. 나는 외부에서 보고 있다가 우리 운동이 궤도에서 벗어나려 할 때만 개입할 것이다.
코미디언이자 정치인이라는 이중 생활을 어떻게 해나 가나?
난 내면의 이중성 때문에 밤잠을 못 이룬다. 사람들은 코미디를 보러 오는지 정치 집회에 참석하는지 이제 더는 모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TV 예능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게 그의 대통령 당선에 도움이 됐다고 보는가?
주류 언론이 그를 너무 반대하다 보니 결국은 그를 도와주는 꼴이 됐다. 오성운동도 언론이 의도한 것과 정반대로 이탈리아 의회의 최대 정당이 됐다. 브렉시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오성운동은 좌익인가 우익인가?
좌익이나 우익, 또는 포퓰리즘이란 것은 전부 의미 없는 개념일 뿐이다. 신세대는 그런 개념을 배격한다. 인공지능이 전통적인 일자리의 세계를 파괴하고 있다. 우리는 보편적인 기본 소득이 보장돼야 한다. 전통적인 국가는 속이 비었다. 지금 우리는 도시국가의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가짜뉴스와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스캔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린아이처럼 행동하지 않으면 스캔들은 생길 수 없다. 우리가 광고 산업에서나 정치에서 끊임없이 감시당하고 조작된다는 것은 너무도 뻔한 일 아닌가?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에 대한 입장은?
난민 유입은 통제돼야 한다. 우린 누가 이탈리아에 오는지 알아야 한다. 비대하고 기능장애에 걸린 비정부기구에 맡겨서 될 일이 아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어떻게 생각하나?
명확한 아이디어를 가진 인물이 분명하다. 난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러시아는 장사를 하려 하지 전쟁할 생각은 없다. 반(反)푸틴 제재로 우리가 엄청난 피해를 본다.
오성운동의 유럽에 대한 비전은?
EU는 과거엔 장점이 많았지만 지금은 기능장애에 걸렸다. 개혁이 필요하다. 유럽의회는 아무런 힘이 없다. 결정은 EU 집행위원들이 내린다. 집행위원회에 누가 있는지 살펴보면 정치인 1명을 로비스트 7명이 둘러싸고 있다. 실제로 누가 결정을 내리는지 추측해보라. 유럽에 대한 우리의 비전은 스위스의 직접민주주의 모델에서 영감을 받았다. 우리는 유로화 사용에 관한 국민투표를 원한다. 경제적으로 서로 다른 북유럽과 남유럽으로 나눠 두 가지 유로화를 사용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오성운동이 극우노선의 동맹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 있을까?
시간이 좀 더 필요하겠지만 반드시 이뤄질 것이다. 중소기업의 세금을 낮추고 국민의 기본소득을 보장하고 국민의 삶을 증진하는 것이 목표라면 연정 파트너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만프레드 마네라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러나 1987년 베티노 크락시 당시 총리를 TV 쇼에서 비판했다가 공영방송 RAI 등에서 퇴출당했다. 그 후 1993년 잠시 RAI의 라이브쇼에 출연했다가 1500만 명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그의 풍자를 참지 못했고 결국 1990년대 이후 그는 거의 TV 방송에 나오지 못했다. 그릴로는 공적 재원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집권 정당의 선전 목적에 따라 남용된다고 비판했다.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국내외 거리 공연이었다. 그는 욕설을 섞은 거침없는 개그로 기성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을 신랄하게 비판해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그릴로는 2009년 ‘오성운동’이라는 정당을 결성했다. 직접민주주의 확대와 반부패, 유럽연합(EU) 탈퇴를 기치로 내건 그 신생 정당은 곧바로 이탈리아 정치에서 영향력 있는 존재로 부상했다. 오성이란 좌우 이데올로기를 거부하고 오직 시민을 위한 일을 하겠다는 뜻으로 내세운 다섯 가지 새로운 목표로 공공수도, 인터넷 접속권리, 지속가능한 교통수단, 지속가능한 개발, 생태주의를 상징한다. 그를 지지하는 이탈리아인은 대부분 전통적인 좌파의 환상에서 깨어난 젊은 근로계층이다. 지난 3월 총선에서 32%의 득표율을 올린 오성운동은 이탈리아 의회에서 최대 단일 정당이 됐다. 그러나 그릴로 자신은 의회나 연립정부에 참여를 거부했다. 외부에서 오성운동을 이끌겠다는 뜻이다. 동료들은 그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탈리아 경제가 계속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오성운동은 연립정부 구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정치적 교착상태를 더는 지속할 수 없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릴로는 낙관한다. 그는 “다시 토해내는 쾌락을 위해 기자들을 집어삼키기를 즐긴다”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로 언론을 싫어한다. 하지만 최근 그는 이탈리아 안코나에서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기 직전 뉴스위크와 인터뷰를 가졌다.
오성운동은 어떻게 시작됐나?
작은 인터넷 회사를 운영하는 잔로베르토 카살레조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그가 칭기즈칸과 인터넷에 관한 책을 낸 직후였다. 나는 블로그를 만들면서 그의 도움을 받았다. 우리는 함께 인기 있는 블로그를 만들었다. 난 코미디언으로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기술이 있었다. 그는 내게 인터넷의 위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 실험이 결국 성공했다.
그처럼 새로운 정치 실험이 이탈리아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는 직접 마을 광장을 찾아다니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이탈리아의 모든 문화적·정신적 부적응자를 포용하려 했다. 나는 캠핑밴을 타고 이탈리아 남부 전역을 누볐다. 오성운동은 인터넷의 힘과 마을 광장이 합쳐진 것이다. 그런 공생관계가 열쇠다.
왜 직책을 맡지 않았는가? 오성운동에서 지금 당신의 역할은 뭔가?
체스에서 ‘불멸의 수’라고 들어봤는가? 중요한 말들을 희생시키고 졸 하나로 승리하는 수다. 그게 바로 내 경우다. 후원자로서 뒤에서 도움을 주는 역할이다. 나는 외부에서 보고 있다가 우리 운동이 궤도에서 벗어나려 할 때만 개입할 것이다.
코미디언이자 정치인이라는 이중 생활을 어떻게 해나 가나?
난 내면의 이중성 때문에 밤잠을 못 이룬다. 사람들은 코미디를 보러 오는지 정치 집회에 참석하는지 이제 더는 모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TV 예능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게 그의 대통령 당선에 도움이 됐다고 보는가?
주류 언론이 그를 너무 반대하다 보니 결국은 그를 도와주는 꼴이 됐다. 오성운동도 언론이 의도한 것과 정반대로 이탈리아 의회의 최대 정당이 됐다. 브렉시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오성운동은 좌익인가 우익인가?
좌익이나 우익, 또는 포퓰리즘이란 것은 전부 의미 없는 개념일 뿐이다. 신세대는 그런 개념을 배격한다. 인공지능이 전통적인 일자리의 세계를 파괴하고 있다. 우리는 보편적인 기본 소득이 보장돼야 한다. 전통적인 국가는 속이 비었다. 지금 우리는 도시국가의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가짜뉴스와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스캔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린아이처럼 행동하지 않으면 스캔들은 생길 수 없다. 우리가 광고 산업에서나 정치에서 끊임없이 감시당하고 조작된다는 것은 너무도 뻔한 일 아닌가?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에 대한 입장은?
난민 유입은 통제돼야 한다. 우린 누가 이탈리아에 오는지 알아야 한다. 비대하고 기능장애에 걸린 비정부기구에 맡겨서 될 일이 아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어떻게 생각하나?
명확한 아이디어를 가진 인물이 분명하다. 난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러시아는 장사를 하려 하지 전쟁할 생각은 없다. 반(反)푸틴 제재로 우리가 엄청난 피해를 본다.
오성운동의 유럽에 대한 비전은?
EU는 과거엔 장점이 많았지만 지금은 기능장애에 걸렸다. 개혁이 필요하다. 유럽의회는 아무런 힘이 없다. 결정은 EU 집행위원들이 내린다. 집행위원회에 누가 있는지 살펴보면 정치인 1명을 로비스트 7명이 둘러싸고 있다. 실제로 누가 결정을 내리는지 추측해보라. 유럽에 대한 우리의 비전은 스위스의 직접민주주의 모델에서 영감을 받았다. 우리는 유로화 사용에 관한 국민투표를 원한다. 경제적으로 서로 다른 북유럽과 남유럽으로 나눠 두 가지 유로화를 사용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오성운동이 극우노선의 동맹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수 있을까?
시간이 좀 더 필요하겠지만 반드시 이뤄질 것이다. 중소기업의 세금을 낮추고 국민의 기본소득을 보장하고 국민의 삶을 증진하는 것이 목표라면 연정 파트너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만프레드 마네라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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