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법무부는 암호화폐 트레이더가 이더리움 시세 조작해 부당 이득 취하는지 범죄 수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비트코인은 주식과 달리 손익계산서·대차대조표· 실적보고서 같은 전통적인 기초 측정자료가 없다. / 사진:GETTY IMAGES BANK지난해 암호화폐 시장의 비상은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었다. 불과 12개월 사이 모든 암호화폐 시세를 합친 총 가치가 177억 달러에서 약 6130억 달러로 3300% 이상 증가했다. 참고로 암호화폐가 불과 1년 사이 올린 수익을 주식시장에서 창출하려면 수십 년이 걸렸을 것이다.
━
뭐, 비트코인 시세가 떨어질 수 있다고?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암호화폐 비트코인 시세가 올 초를 앞두고 불과 한 달 사이 절반 이상 증발한 뒤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그 배경이 궁금하다고? 규제강화에서 일부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투자자는 암호화폐의 익명성과 탈규제적인 성격을 높이 사는 편이다. 그러나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전반의 성공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장인 한국에 새로운 규제가 생겼다. 은행들이 고객의 계좌를 암호화폐 거래소로 연결하기 전에 신원을 확인해야 하는 법이다. 이런 새로운 투명성은 비트코인이 자산으로서 인정받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암호화폐 커뮤니티 내 일각에선 플러스 요인으로 보지 않는다.
비트코인의 가격하락은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된 이른바 개념증명(proof-of-concept, 현실세계에서의 가능성 증명) 수수께끼에도 일부 원인이 있을지 모른다. 블록체인은 대다수 암호화폐의 토대를 이루며 모든 데이터를 안전하고 바꿀 수 없게 기록하는 분권적인 디지털 원장이다. 비트코인은 수많은 소규모 프로젝트에서 가치를 입증했지만 현실세계에선 아직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이 기술을 도입하려 하고 블록체인이 대규모로 능력을 입증할 수 있을 때까지는 여전히 제약이 따를 전망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법적인 우려가 비트코인의 발목을 잡았다.
━
트레이더가 비트코인 시세 갖고 장난치나
지난 5월 말 미국 법무부는 암호화폐 트레이더들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시세를 조작해 부당 이득을 취하는지 범죄 수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법무부는 현재 비트코인과 관련된 모든 파생상품 거래를 취급하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와 공조 수사를 펼치게 된다.
미국 법무부는 비트코인이 여러 가지 이유에서 사기에 취약하다고 본다. 특히 규제당국은 시스템 조작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추적하는 적절한 수단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갖춰졌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규제당국은 스푸핑(spoofing, 위장하기)과 가장매매(wash-sale trade) 두 가지 특정 유형의 조작을 조사한다. 스푸핑에서는 트레이더 또는 일단의 트레이더가 낸 주문이 새 최고가 입찰이거나 자산 유동성이 확대됐다는 인식을 키워놓는다. 그 직후 트레이더는 당초의 매수 주문을 취소하고(스푸핑) 반대쪽 매도 거래를 집행한다. 이는 트레이더가 스푸핑 입찰을 이용해 암호화폐 지분을 높은 가격에 팔아 넘기려는 노림수다. 스푸핑 입찰로 다른 트레이더들이 자산가격을 끌어올리도록 유도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스푸핑 매도 주문을 걸어 궁극적으로 트레이더가 어떤 자산에 대해 더 낮은 가격에 자산을 매수할 수 있게 한다.
반면 가장매매에선 개인 또는 일단의 트레이더가 자기들끼리 자산을 사고팔면서 시세를 끌어올리고 유동성이 확대됐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려 한다.
━
비트코인을 피해야 할 또 다른 이유
비트코인이 지난 2년 사이 믿기지 않는 부를 창출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위험천만하다는 사실이 상당히 명백해졌다. 암호화폐 트레이더가 조작할 가능성 말고도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속도가 다른 화폐들에 비해 굼벵이처럼 느려졌다.
그래픽 뉴스 사이트 하우머치닷넷이 실시한 초당 거래 속도 분석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초당 거래건수는 7건이 최고다. 반면 선두 글로벌 결제처리업체 비자는 기존 인프라를 이용해 초당 최대 2만4000건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
비트코인의 블록 처리 시간도 10분 정도로 다른 화폐들보다 훨씬 긴 편이다. 결과적으로 평균 인증·결제 시간이 78분에 달한다. 물론 그래도 전통 은행 네트워크를 이용한 해외송금보다는 여전히 빠르다. 하지만 거의 모든 다른 암호화폐보다 훨씬 느리다. 결제처리 속도를 향상시키는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비트코인의 규모 문제를 해결해준다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진 뒤다.
어떤 피해가 있었냐고? 몇몇 가맹점이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늦은 처리 속도 때문에 비트코인을 거래수단에서 제외시켰다. 2014년 비트코인을 받아들인 최초의 대기업인 결제 처리업체 스트라이프가 지난 4월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비트코인을 평가할 전통적인 기초 측정자료가 없다. 주식의 경우엔 손익계산서·대차대조표·실적보고서·경영평가서를 훑어볼 수 있지만 비트코인에는 거래속도와 하루 평균 거래건수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장기적인 생존전망에 관해서는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놀라운 상승률을 보여줬지만 점궤는 비트코인을 피하라고 예고하는 듯하다.
- 션 윌리엄스 모틀리 풀 기자
※ [이 기사는 금융정보 사이트 모틀리풀에 먼저 실렸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