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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안방 파고든 중국 모바일 게임] 막대한 자본·인력 앞세워 한국 턱밑 추격

[한국 안방 파고든 중국 모바일 게임] 막대한 자본·인력 앞세워 한국 턱밑 추격

국내 매출 상위 10개 중 4개가 중국산...중국색 뺀 중국 게임에 사용자 만족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 대한 중국 제작사들이 공세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 2~3년 새 개발 역량이 개선된 데다, 중국색도 진하지 않아 국내 소비자들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 사진:각 사
모바일 게임 안방 시장이 위태롭다. 국산 게임은 촘촘한 과금 구조와 판에 박힌 세계관 때문에 인기가 시들하다. 이에 비해 자본력을 바탕으로 전방위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중국산 게임이 대거 쏟아지며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5월 말 기준 한국 구글 앱스토어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 매출 10위 가운데 해외 게임이 4개가 포진했다. 1위 리니지M(엔씨소프트), 2위 검은사막 모바일(펄어비스), 3위 리니지2 레볼루션(넷마블), 4위 페이트 그랜드 오더(넷마블) 등 수위권은 국산 게임이 차지하고 있다. 5위는 일본계 게임사 그라비티와 중국계 심동네트워크 등이 공동 개발에 참여한 라그나로크M이었다. 6·7·10위는 중국계 게임인 삼국지M(이펀컴퍼니)·소녀전선(엑스디글로벌)·이터널라이트(가이아모바일)이 각각 차지했다. 올 초만 해도 구글 앱스터어 매출 상위 10위 안에는 국산 게임이 8개, 중국과 일본 게임이 각각 1개에 불과했다.
 중국산 대작 게임 순위 수직상승
특히 중국계 게임사의 약진이 무섭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10위권에 진입한 중국산 게임은 소녀전선이 유일했다. 그러나 4~5월 들어 공격적인 마케팅을 앞세운 중국산 대작 게임들의 순위가 수직 상승했다. 이에 비해 세븐나이츠·테라M(이상 넷마블), 오버히트·엑스(이상 넥슨) 등 국산 게임들은 순위에서 밀려났다. 삼국지M은 지난 3월 출시 이후 3개월 동안 매출 순위 5~6위권을 지키고 있다.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친숙한 삼국지 영웅들을 통해 다른 게이머들과 연맹을 맺고 전쟁을 벌이는 점이 흥행 요인이다. 삼국지 조조전 등 국내 제작사들이 삼국지를 배경으로 한 게임을 쏟아내고 있지만, 삼국지M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6월 국내 출시된 소녀전선의 경우 매출 순위 20~40위에 머물다 지난해 말부터 인기가 치솟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대폭 업데이트를 벌인 후 매출 순위 3위까지 오르며 뒤늦게 흥행에 성공했다. 캐릭터를 일본 애니메이션처럼 표현해 마니아층이 점점 두터워지고 있어 장기 흥행이 예상된다.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매출 10위 안에 국산 게임은 5개에 불과하며, 중국은 3개, 일본은 2개를 차지했다. 모바일 앱 분석 회사인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구글플레이 매출 랭킹 20위 안에 진입한 중국 게임은 16개로 전년 대비 5개 늘었고, 같은 기간 총매출액은 74% 증가했다. 출시작 수도 136개로 전년 대비 19% 늘어나는 등 중국 모바일 게임의 한국 공략이 속도가 붙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대작 게임들은 흥행에 줄줄이 실패하고 있다.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이 올 1월 출시한 듀랑고는 매출 순위 249위까지 처졌다. 이 게임은 공룡 시대에 떨어진 주인공의 생존기라는 이색적인 설정과 뛰어난 그래픽으로 게이머들의 관심을 불러모았다. 출시 초기 서버가 마비될 정도였다. 초반에는 매출 순위 4위까지 올랐지만 3월부터 인기가 크게 꺾이기 시작했다. 인기 순위는 이미 3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게임빌이 제작한 로열블러드도 흥행에 참패하며 매출 500위권 밖으로 밀렸다. 카카오게임즈가 상장을 앞두고 야심차게 출시한 드래곤네스트M과 그랜드체이스 등도 매출 상위 30위권에 불과하다. 세계적으로 4200만장 이상 판매한 PC게임 배틀그라운드(블루홀)도 5월 16일 모바일로 출시됐지만 매출 순위는 35위로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중소 게임제작사 관계자는 “국산 대작 게임들도 외산 게임에 밀려 흥행에 참패하고 있다. 유럽과 미주 지역 히트작이 상위권에 오른 적은 있지만 중국산 게임이 이처럼 힘을 발휘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제작사들의 개발 역량이 크게 향상된 점을 부상의 이유로 꼽는다. 과거 중국 게임은 식상한 세계관과 조악한 그래픽으로 혹평을 받았다. 그러나 중국 현지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자금력 확보 등으로 불과 2~3년 새 개발 경쟁력이 크게 향상됐다. 이민아 KTB 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모바일 게임 퀄리티와 개발 경쟁력이 과거에 비해 한층 향상됐다”며 “트래픽이 많음에도 안정적으로 게임을 운영하는 점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 역량은 한국이 아직 한 수 위지만, 프로젝트에 30~40명이 붙는 한국에 비해 중국은 7배 많은 200~250명가량 동원된다”며 “중국 회사들이 거액의 연봉을 제시하고 국내 개발자들을 스카우트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 넷마블게임즈의 평균 근속연수는 3.7년, 엔씨소프트는 4.7년에 불과하다. 국내 개발사들의 이직율이 높은 편이다. 중국 텐센트가 클래시오브클랜을 만든 슈퍼셀과 PC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 제작사 라이엇게임즈 등을 인수하는 등 중국 제작사가 글로벌 게임사를 대거 인수·합병(M&A)한 점도 경쟁력 강화의 이유로 꼽힌다. 텐센트는 국내에서도 넷마블게임즈 지분을 17.77% 확보하며 3대 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또 중국 제작사들이 국내 퍼블리셔 이용을 늘리는 등 적극적으로 현지화 작업을 벌인 점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홍성민 아이지에이웍스 중국사업부장은 “중국산 게임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중국적 색채에서 벗어나 아시아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는 일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산 게임의 부분 유료화 구조도 인기 걸림돌
상대적으로 국산 게임들이 사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측면도 크다. 국산 모바일 게임은 대부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지만, 게임을 수월하게 진행하려면 아이템을 구매해야 하는 ‘부분 유료화’ 구조다. 지출 여부에 따라 게임 내 사용자 간 경쟁에서 격차가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벌어져 사용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과금구조가 촘촘해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믿고 거르는 국산 게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다수의 아이템을 확률형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사행성 논란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넷마블의 마블퓨처파이트의 경우 프리미엄 아이템을 얻을 확률은 약 750원을 지출했을 때 0.01% 밖에 되지 않는다. 산술적으로 좋은 아이템을 하나 얻으려면 750만원을 지출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체로 과금없이 즐길 수 있는 중국 게임으로 사용자들이 몰리는 이유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95%의 무료 사용자가 게임의 생태계를 조성하고 5% 사용자가 매출을 일으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국내 게임은 기획 단계부터 결제를 늘리는 방향에 초점을 맞춘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여당을 중심으로 모바일 게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게임학회 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게임 내에서 돈을 지불한 사용자가 압도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다른 사용자도 돈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라 아이템 판매에 지나치게 열을 올린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며 “참신한 작품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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