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월드컵의 경제학] 힘 없고 가난해도 축구로는 선진국과 대등
[FIFA 월드컵의 경제학] 힘 없고 가난해도 축구로는 선진국과 대등
영국 국민소득 4분의 1 수준의 브라질 영원한 우승 후보…미국·중국도 축구판에서는 고전 뜨거운 축구 시즌이 다시 돌아왔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으로 세계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6월 14일 개막식과 개막전으로 시작된 2018년 FIFA 월드컵이 7월 15일 결승전과 폐막식까지 한 달 간 이어진다. 211개 FIFA 회원국 중에서 32개국을 뽑아 펼치는 FIFA 월드컵 본선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즐기는 스포츠 행사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 때는 세계 인구의 9분의 1에 해당하는 7억 명 이상이 생중계를 봤을 정도다. 그야말로 세계인의 축제다.
1930년 7월 남미대륙 우루과이에서 처음 열렸던 FIFA 월드컵은 제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1942년과 1946년을 빼고는 빠짐없이 4년마다 열려왔다. 올해 제21회 대회인 러시아 FIFA 월드컵은 동유럽에서 열리는 첫 대회이자 유럽 대회로는 11번째다. 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 양 대륙에 걸쳐 있으니만큼 이번 대회는 두 대륙을 오가며 열리는 첫 대회라는 의미도 있다. 경제적으로는 전체 비용이 142억 달러에 이르러 역대 가장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대회로도 평가된다. 11개 도시에 걸쳐 있는 12개의 구장에서 경기가 벌어져 오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FIFA 월드컵은 사실 좁은 문이다. 세계의 수많은 나라 중에서 아직까지 우승을 한 번이라도 해본 나라는 8개국에 지나지 않는다. 브라질이 5차례(1958·1962·1970·1994·2002년)로 가장 많고, 독일(1954·1974·1990·2014년)과 이탈리아(1934·1938·1982·2006년)가 각각 4차례로 그 다음이다.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1978·1986년)와 초대 개최국 우루과이(1930·1950년)이 각각 두 차례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축구가 탄생한 종가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축구리그인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EPL)를 보유한 유럽의 강호 잉글랜드(1966년), 프랑스(1998년),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를 거느린 스페인(2010년)이 각각 1차례 우승컵을 들어봤다. 이 가운데 이탈리아는 예선에서 탈락해 올해 러시아 FIFA 월드컵에 참가하지도 못하고 있다. 올해 러시아 FIFA 월드컵에 참가한 32개 팀 중 20개팀만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이어 연속 참가했다. 심지어 아이슬란드와 파나마는 사상 첫 본선 진출이다. 월드컵은 본선 진출 자체가 대단한 영광이다.
축구는 ‘돈 열매’가 열리는 ‘유실수’이지만 돈이 없는 선수나 나라도 축구를 잘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세계가 더욱 열광한다고 할 수 있다. FIFA 월드컵 결과를 살펴보면 스포츠에선 부자 나라, 힘 있는 나라가 반드시 힘을 쓰지도 못한다. 아무리 강대국이라도 개최국을 제외하곤 지역 예선을 통과하지 않으면 FIFA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없다.
진출한 다음의 전적도 국력과는 무관해 보인다. 예로 브라질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 정도로 잉글랜드의 4분에 1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영원한 우승 후보다. 하지만 잉글랜드를 우승 후보로 치는 도박사는 드물다. 엄청난 돈을 들여 세계 최고의 선수를 영입해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프리미어 리그를 운영하는 잉글랜드도 국가축구팀이 월드컵에서 거둔 성적은 1966년 우승과 1990년 4위가 고작이다. 경제력이 떨어지는 남미의 우루과이·멕시코·아르헨티나는 유럽의 부자나라인 독일·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 등과 비교해 경기력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 이탈리아와 네덜란드는 심지어 이번 러시아 FIFA 월드컵에 나오지도 못했지 않은가. 한 나라의 경제력이 그 나라 축구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거두는 성적과는 별 연관성이 없다. 가난한 나라도 축구에서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돈으로 국가 대표팀의 월드컵 성적을 올리지는 못한다. 최근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자리를 중국에 내준 일본도 마찬가지다. 2위로 올라선 중국도 축구에선 아직 힘을 쓰지 못한다. 미국은 참가국의 경제력과 인구가 월드컵 결과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나라다. 미국은 부자 나라이고 인구도 세계 3위나 되는 데다 월드컵까지 개최했지만 대회에서 거둔 성적은 부끄러운 수준이다. 반대로 우루과이(330만)·스웨덴(930만)·크로아티아(440만) 등 인구가 적은 나라도 두터운 선수층을 바탕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부자 나라 중에선 독일이 가까스로 체면을 살리고 있을 뿐이다.
과거 축구의 경제성을 분석한 경영컨설팅 전문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거시경제 담당자인 존 호크워스는 “축구 기량이 훌륭한 스포츠센터가 없어도 뒷골목에서도 쉽게 익힐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국에서 ‘귀족은 럭비와 크리켓, 대중은 축구에 열광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축구가 특별히 부자가 아니더라도 개인의 노력에 따라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호크워스는 “축구에 대한 전통과 열정이야말로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강력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축구장에서는 종종 다윗이 골리앗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한 나라의 축구 문화와 국민적 열정이야말로 가난하고 작은 나라라도 월드컵 경기장에서 경제와 인구 대국을 무너뜨릴 수 있게 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라고 말했다. 이것이야말로 축구의 매력일 것이다. 물론 수 많은 스타 선수, 그리고 스타는 아니더라도 자기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참가국 선수들의 땀이 모여 FIFA 월드컵, 나아가 축구의 아름다움을 더하는 요소다.
축구는 사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높은 스포츠다.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은 211개국으로 193개국인 유엔 회원국보다 많다. 세계에는 유엔 회원이 아닌데도 FIFA에선 회원 자격을 누리는 국가나 지역이 26개나 있다. 예로 대만은 중국의 반대로 유엔 회원국 자격을 얻지 못하고 있지만 중국타이베이(Chinese Taipei)라는 이름으로 FIFA 회원국이다. 중국의 특별 행정구인 홍콩과 마카오도 FIFA에 가입하고 있어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만날 수 있다. 세르비아에서 사실상 분리된 코소보는 세르비아의 반대로 아직 유엔 회원국은 아니지만 FIFA 회원이다. 팔레스타인은 유엔에서 회원국 아래 단계인 옵서버이면서 FIFA에 가입하고 있다.
영국 해외 영토로 고도의 자치를 누리는 북대서양의 앵귈라, 몬트세랫,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터크스 케이커스 제도, 버뮤다, 케이맨 제도, 그리고 유럽의 지브롤터 등 7개 회원국은 유엔 회원국이 아니지만 당당한 FIFA 회원이다. 쿡 아일랜드는 뉴질랜드와 협정을 맺고 주권과 자치를 누리면서도 외교, 국방은 위임한 자유연합 국가인데 FIFA에는 독자적으로 가입해 회원국 자격을 누린다. 프랑스의 해외 영토인 뉴칼레도니아와 타히티도 같은 경우다. 네덜란드의 해외 구성영토인 아루바와 퀴라소, 덴마크령인 파로 제도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도서지역인 미국령 사모아, 괌, 푸에르토리코, 미국령 버진아일랜드도 FIFA 회원국이다.
유엔 회원국인 데다 국가대표팀까지 있는데 FIFA 회원국이 아닌 나라도 있다. 축구 종가인 영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데도 FIFA 회원국이 아니다. 대신 잉글랜드·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웨일스의 4개 지역이 FIFA 회원으로 각각 가입하고 있다. FIFA 월드컵 예선에도 영국 단위가 아닌 이들 4개 회원 단위로 따로 참가한다. 하지만 영국 국가대표팀도 별도로 있어 올림픽이나 친선경기에 나서고 있다.
당당한 주권 국가로 유엔 회원국인 모나코와 남태평양 섬나라 미크로네시아 연방, 팔라우도 국가대표팀이 있지만 FIFA 회원국은 아니다. 바티칸은 유엔 회원국도, FIFA 회원국도 아니지만 국가대표 축구팀은 있다. 나우루는 공식 국가대표팀이 없으며 비공식 경기를 한 기록만 있다. 마샬군도는 국가대표팀이 구성된 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는 인간 본성과 가장 닮았다는 평가를 얻는다. 행동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에겐 공격 본능이 있고, 이런 본능을 분출할 출구를 늘 찾고 있다고 한다. 인간에겐 사냥이나 싸움, 전쟁이 분출구에 속한다. 여기에 더해 몸과 두뇌를 사용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승리를 추구하는 스포츠, 그중에서도 축구는 더할 나위 없이 속 시원한 분출구라고 할 수 있다. 축구는 공과 골대 이외에 아무런 장치가 없는 직사각형의 공간에서 전신을 치열하게 사용해서 벌이는 단순한 경기이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질주는 원시시대 인간이 벌판에서 벌였던 사냥을 연상시킨다. 몸싸움과 태클이 어느 정도 허용돼 부상도 잦다. 인간 이성의 상징인 손을 사용하지 못하는 축구 고유의 규칙이 원시 본능 분출을 극대화한다는 주장도 있다. 인류는 이 원시적인 스포츠에 공정하고 합리적인 규칙을 보태 지구에서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로 승화시켜왔다. 팀 경기인 축구는 팀을 이뤄 조직적으로 사냥했던 인간 본성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겠다. 3000년쯤 전의 고대 이집트의 그림에서 공을 차는 사람의 모습이 발견된다. 이때는 각자 공을 갖고 노는 건지, 팀을 짜서 경기를 하는 건지가 불분명하지만 기원전 7∼6세기 무렵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팀을 짜서 경기를 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그리스에서는 에피스키로스라는 이름의 공차기 놀이가 있었고 공을 차는 남자를 새긴 조각상도 남아있다. 고대 그리스의 극작가 안티파네스가 작품에서 에피스키로스를 언급하는데 FIFA는 이 경기를 초기 형태의 축구로 인정한다. 고대 로마 때는 밖에서 찬 공이 인근 이발소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마침 면도를 받던 사람이 다쳤다는 기록도 있을 정도다. 예나 지금이나 축구에 대한 인기가 뜨거웠음을 보여준다.
축구는 협동력이 중요한 경기다. 협동력은 군사 작전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이다. 게다가 이는 인간이 문명을 창조하는 바탕이다. 집단의 단결과 협동심을 기르는 데 축구만한 게 있을까 싶다. 군대 축구가 고대로 기원이 올라가는 이유다. 동양에서는 고대 한나라 때 군인들이 축구를 했다는 흥미로운 기록이 남아있다. 기원전 3세기에서 기원전 1세기 사이에 나온 ‘전국책’에선 군인들이 편을 나눠 축구를 하면서 훈련했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고조선이나 고구려, 백제, 신라에서도 군사훈련의 일환으로 공을 찼을 가능성도 있다. 군대 축구는 전통이 있는 스포츠가 아닐까.
오늘날 축구의 형태와 경기규칙은 영국에서 나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16세기 이후 이튼이나 윈체스터 같은 영국의 유서 깊은 사립학교는 학생들의 체력과 단체정신을 길러주기 위해 공차기를 장려했다. 지도자가 되려면 솔선수범이나 희생정신과 함께 체력과 팀워크가 필수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현대 축구와 비슷한 각종 규칙이 생기기 시작해 현대적 스포츠로 발전한 것으로 본다. 영국을 ‘축구 종가’라고 부르는 이유다. 신사적으로 규칙을 지키고 상대를 배려하며 최선을 다한다는 스포츠 정신도 그렇게 싹텄다. 그런 영국이 세계로 진출하면서 현대 축구도 함께 퍼져 나갔다. 세계적인 축구 열풍은 ‘제국주의’의 연장선이라는 주장도 있다. 통일된 경기 규칙 없이 무질서하게 행해지던 축구는 1863년 영국의 축구협회(FA: Football Association)가 창립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스포츠로서의 형식을 갖추게 됐다. 협회가 공식적인 규칙을 제정해 보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어로 축구의 정식 명칭은 ‘협회축구’라는 뜻의 어소시에이션 풋볼(Association Football)이다. 한국에도 19세기 말 인천에 도착한 영국인 선원들이 축구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 축구 영국 기원설에 도전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 소설 [수호지]가 근거다. 여기에는 축국(蹴鞠)이라는 공놀이가 등장한다. 축은 찬다는 뜻이고, 국은 가죽으로 만든 공이다. 미천한 신분의 고구라는 남자가 뛰어난 축구 기술을 선보인 덕분에 황제의 눈에 들어 출세하는 내용이 소설 초반에 등장한다. 고구는 머리, 어깨, 배, 무릎, 발 등 몸의 여러 부위로 자유자재로 공을 찬 것은 물론 공이 마치 아교처럼 몸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묘기까지 선보였다고 한다. 이렇게 다양한 기술을 선보인 걸로 봐서 중국에서도 이미 오래 전에 축국이 하나의 스포츠로 자리 잡았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고려 중기에 해당하는 북송(960~1127년) 말기로 지금부터 900년 전쯤이니 이미 그때부터 축국이 상당히 발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기록 때문에 중국은 자국이 축구 종주국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렇게 전통 있는 중국 축구가 오늘날에는 왜 국제무대에서 맥을 추지 못하는 것일까? 잉글랜드 축구도 그다지 뛰어난 건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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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 7월 남미대륙 우루과이에서 처음 열렸던 FIFA 월드컵은 제2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1942년과 1946년을 빼고는 빠짐없이 4년마다 열려왔다. 올해 제21회 대회인 러시아 FIFA 월드컵은 동유럽에서 열리는 첫 대회이자 유럽 대회로는 11번째다. 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 양 대륙에 걸쳐 있으니만큼 이번 대회는 두 대륙을 오가며 열리는 첫 대회라는 의미도 있다. 경제적으로는 전체 비용이 142억 달러에 이르러 역대 가장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대회로도 평가된다. 11개 도시에 걸쳐 있는 12개의 구장에서 경기가 벌어져 오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러시아 월드컵 개최 비용 142억 달러
축구는 ‘돈 열매’가 열리는 ‘유실수’이지만 돈이 없는 선수나 나라도 축구를 잘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세계가 더욱 열광한다고 할 수 있다. FIFA 월드컵 결과를 살펴보면 스포츠에선 부자 나라, 힘 있는 나라가 반드시 힘을 쓰지도 못한다. 아무리 강대국이라도 개최국을 제외하곤 지역 예선을 통과하지 않으면 FIFA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없다.
진출한 다음의 전적도 국력과는 무관해 보인다. 예로 브라질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 정도로 잉글랜드의 4분에 1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영원한 우승 후보다. 하지만 잉글랜드를 우승 후보로 치는 도박사는 드물다. 엄청난 돈을 들여 세계 최고의 선수를 영입해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프리미어 리그를 운영하는 잉글랜드도 국가축구팀이 월드컵에서 거둔 성적은 1966년 우승과 1990년 4위가 고작이다.
경기력·전적 국력과 무관
돈으로 국가 대표팀의 월드컵 성적을 올리지는 못한다. 최근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자리를 중국에 내준 일본도 마찬가지다. 2위로 올라선 중국도 축구에선 아직 힘을 쓰지 못한다. 미국은 참가국의 경제력과 인구가 월드컵 결과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나라다. 미국은 부자 나라이고 인구도 세계 3위나 되는 데다 월드컵까지 개최했지만 대회에서 거둔 성적은 부끄러운 수준이다. 반대로 우루과이(330만)·스웨덴(930만)·크로아티아(440만) 등 인구가 적은 나라도 두터운 선수층을 바탕으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부자 나라 중에선 독일이 가까스로 체면을 살리고 있을 뿐이다.
과거 축구의 경제성을 분석한 경영컨설팅 전문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거시경제 담당자인 존 호크워스는 “축구 기량이 훌륭한 스포츠센터가 없어도 뒷골목에서도 쉽게 익힐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국에서 ‘귀족은 럭비와 크리켓, 대중은 축구에 열광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축구가 특별히 부자가 아니더라도 개인의 노력에 따라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호크워스는 “축구에 대한 전통과 열정이야말로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강력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축구장에서는 종종 다윗이 골리앗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한 나라의 축구 문화와 국민적 열정이야말로 가난하고 작은 나라라도 월드컵 경기장에서 경제와 인구 대국을 무너뜨릴 수 있게 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라고 말했다. 이것이야말로 축구의 매력일 것이다. 물론 수 많은 스타 선수, 그리고 스타는 아니더라도 자기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참가국 선수들의 땀이 모여 FIFA 월드컵, 나아가 축구의 아름다움을 더하는 요소다.
축구는 사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높은 스포츠다.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은 211개국으로 193개국인 유엔 회원국보다 많다. 세계에는 유엔 회원이 아닌데도 FIFA에선 회원 자격을 누리는 국가나 지역이 26개나 있다. 예로 대만은 중국의 반대로 유엔 회원국 자격을 얻지 못하고 있지만 중국타이베이(Chinese Taipei)라는 이름으로 FIFA 회원국이다. 중국의 특별 행정구인 홍콩과 마카오도 FIFA에 가입하고 있어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만날 수 있다. 세르비아에서 사실상 분리된 코소보는 세르비아의 반대로 아직 유엔 회원국은 아니지만 FIFA 회원이다. 팔레스타인은 유엔에서 회원국 아래 단계인 옵서버이면서 FIFA에 가입하고 있다.
영국 해외 영토로 고도의 자치를 누리는 북대서양의 앵귈라, 몬트세랫,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터크스 케이커스 제도, 버뮤다, 케이맨 제도, 그리고 유럽의 지브롤터 등 7개 회원국은 유엔 회원국이 아니지만 당당한 FIFA 회원이다. 쿡 아일랜드는 뉴질랜드와 협정을 맺고 주권과 자치를 누리면서도 외교, 국방은 위임한 자유연합 국가인데 FIFA에는 독자적으로 가입해 회원국 자격을 누린다. 프랑스의 해외 영토인 뉴칼레도니아와 타히티도 같은 경우다. 네덜란드의 해외 구성영토인 아루바와 퀴라소, 덴마크령인 파로 제도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도서지역인 미국령 사모아, 괌, 푸에르토리코, 미국령 버진아일랜드도 FIFA 회원국이다.
유엔 회원국인 데다 국가대표팀까지 있는데 FIFA 회원국이 아닌 나라도 있다. 축구 종가인 영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데도 FIFA 회원국이 아니다. 대신 잉글랜드·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웨일스의 4개 지역이 FIFA 회원으로 각각 가입하고 있다. FIFA 월드컵 예선에도 영국 단위가 아닌 이들 4개 회원 단위로 따로 참가한다. 하지만 영국 국가대표팀도 별도로 있어 올림픽이나 친선경기에 나서고 있다.
당당한 주권 국가로 유엔 회원국인 모나코와 남태평양 섬나라 미크로네시아 연방, 팔라우도 국가대표팀이 있지만 FIFA 회원국은 아니다. 바티칸은 유엔 회원국도, FIFA 회원국도 아니지만 국가대표 축구팀은 있다. 나우루는 공식 국가대표팀이 없으며 비공식 경기를 한 기록만 있다. 마샬군도는 국가대표팀이 구성된 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는 인간 본성과 가장 닮았다는 평가를 얻는다. 행동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에겐 공격 본능이 있고, 이런 본능을 분출할 출구를 늘 찾고 있다고 한다. 인간에겐 사냥이나 싸움, 전쟁이 분출구에 속한다. 여기에 더해 몸과 두뇌를 사용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승리를 추구하는 스포츠, 그중에서도 축구는 더할 나위 없이 속 시원한 분출구라고 할 수 있다. 축구는 공과 골대 이외에 아무런 장치가 없는 직사각형의 공간에서 전신을 치열하게 사용해서 벌이는 단순한 경기이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질주는 원시시대 인간이 벌판에서 벌였던 사냥을 연상시킨다. 몸싸움과 태클이 어느 정도 허용돼 부상도 잦다. 인간 이성의 상징인 손을 사용하지 못하는 축구 고유의 규칙이 원시 본능 분출을 극대화한다는 주장도 있다. 인류는 이 원시적인 스포츠에 공정하고 합리적인 규칙을 보태 지구에서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로 승화시켜왔다.
인간 본성과 가장 닮은 스포츠라는 평가
축구는 협동력이 중요한 경기다. 협동력은 군사 작전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덕목이다. 게다가 이는 인간이 문명을 창조하는 바탕이다. 집단의 단결과 협동심을 기르는 데 축구만한 게 있을까 싶다. 군대 축구가 고대로 기원이 올라가는 이유다. 동양에서는 고대 한나라 때 군인들이 축구를 했다는 흥미로운 기록이 남아있다. 기원전 3세기에서 기원전 1세기 사이에 나온 ‘전국책’에선 군인들이 편을 나눠 축구를 하면서 훈련했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고조선이나 고구려, 백제, 신라에서도 군사훈련의 일환으로 공을 찼을 가능성도 있다. 군대 축구는 전통이 있는 스포츠가 아닐까.
오늘날 축구의 형태와 경기규칙은 영국에서 나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16세기 이후 이튼이나 윈체스터 같은 영국의 유서 깊은 사립학교는 학생들의 체력과 단체정신을 길러주기 위해 공차기를 장려했다. 지도자가 되려면 솔선수범이나 희생정신과 함께 체력과 팀워크가 필수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현대 축구와 비슷한 각종 규칙이 생기기 시작해 현대적 스포츠로 발전한 것으로 본다. 영국을 ‘축구 종가’라고 부르는 이유다. 신사적으로 규칙을 지키고 상대를 배려하며 최선을 다한다는 스포츠 정신도 그렇게 싹텄다. 그런 영국이 세계로 진출하면서 현대 축구도 함께 퍼져 나갔다. 세계적인 축구 열풍은 ‘제국주의’의 연장선이라는 주장도 있다. 통일된 경기 규칙 없이 무질서하게 행해지던 축구는 1863년 영국의 축구협회(FA: Football Association)가 창립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스포츠로서의 형식을 갖추게 됐다. 협회가 공식적인 규칙을 제정해 보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어로 축구의 정식 명칭은 ‘협회축구’라는 뜻의 어소시에이션 풋볼(Association Football)이다. 한국에도 19세기 말 인천에 도착한 영국인 선원들이 축구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 공놀이 ‘축국’ 근거로 축구 종주국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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