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학각색(各學各色)’ | 온라인 댓글 논란 어디로? - 정치외교학] 여론 조작 막을 정교한 규제 고민해야
[‘각학각색(各學各色)’ | 온라인 댓글 논란 어디로? - 정치외교학] 여론 조작 막을 정교한 규제 고민해야
정보의 폭포현상, 동조화현상에 조작 유혹 … 위축효과 끌어낼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 필요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격변기를 맞이해 정치적으로 새로운 쟁점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최근 정치권의 중요한 화두가 된 드루킹 인터넷 댓글 조작 사건도 그중 하나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고 여론의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민주국가에서 인터넷 댓글을 둘러싼 갈등을 어떻게 현명하게 처리할 것인가는 중요한 문제다.
인터넷 댓글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우리가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은 과연 인터넷 댓글이 정치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이다.
과거 국정원 댓글 사건이나 이번 드루킹 댓글 사건을 놓고 보면 정치권은 댓글을 통해 인터넷 공간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오프라인에서 활동해 지지세력을 결집하는 것보다 온라인에서 여론을 형성해 지지세력을 확장하는 것이 더욱 유용하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러한 정치권의 인식은 다음과 두 가지 이론적 근거를 통해 형성됐을 가능성이 크다.
첫째, 정보의 폭포현상이다. 특정 사안에 대해 어떠한 입장이 먼저 정해졌는가에 따라 그 이후의 결정이 영향을 받는다. 특히 그 사안에 대해 정보가 없어 특별한 입장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 그 영향을 더욱 많이 받게 된다. 형편없는 노래라도 많은 사람이 다운로드했다는 정보를 주면 그 노래를 다운로드 받아 듣고 좋아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원리다. 이와 같은 정보의 폭포현상을 고려할 때 특정 사안에 대해 여론을 선점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인터넷 댓글을 통해 조직적으로 여론을 선점하고자 하는 유인이 발생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 동조화현상이다. 사람들은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는 것에 편안함을 느낀다. 다수의 의견이 주류적 인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의 판단에 대한 확고한 논리나 확신이 없을 경우 다수의 주류 의견에 편승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더욱 크다. 인터넷 댓글을 통해 단기간에 여론을 선점해 다수의 주류적 의견을 형성한다면 그 입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지를 더욱 좁혀 정치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정치권은 변화된 정치환경 속에서 인터넷 댓글을 통한 정보의 선점과 확산을 추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는 개인이 갖는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의 보호라는 가치와 충돌하게 된다. 인터넷 댓글이 문제라고 하지만 이것이 정치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한 명확한 분석은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현명한 해결책은 무엇이 있을까?
이 문제와 관련해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서 규제정보국 책임자로 활동한 선스타인(Cass R. Sunstein) 교수의 지적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선스타인 교수는 이런 상황을 방조하는 것보다는 위축효과를 이끌 수 있는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불필요하고 덜 효과적인 규제를 남발하기보다는 건전한 여론 형성에 방해가 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똘똘하고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치적 영역에서 인터넷 댓글 전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그리고 현재 댓글 조작 방지법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위축효과를 낼 수 있는 효과적인 규제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소수가 인터넷 댓글을 통해 여론을 왜곡하려는 시도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해서는 곤란하다. 인터넷이라는 공론장에서 여론을 왜곡하고자 하는 빈대만을 박멸할 수 있는 규제를 현명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 조진만 교수는…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위원, 한국정당학회보 편집위원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 댓글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우리가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은 과연 인터넷 댓글이 정치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이다.
과거 국정원 댓글 사건이나 이번 드루킹 댓글 사건을 놓고 보면 정치권은 댓글을 통해 인터넷 공간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오프라인에서 활동해 지지세력을 결집하는 것보다 온라인에서 여론을 형성해 지지세력을 확장하는 것이 더욱 유용하고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러한 정치권의 인식은 다음과 두 가지 이론적 근거를 통해 형성됐을 가능성이 크다.
첫째, 정보의 폭포현상이다. 특정 사안에 대해 어떠한 입장이 먼저 정해졌는가에 따라 그 이후의 결정이 영향을 받는다. 특히 그 사안에 대해 정보가 없어 특별한 입장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경우 그 영향을 더욱 많이 받게 된다. 형편없는 노래라도 많은 사람이 다운로드했다는 정보를 주면 그 노래를 다운로드 받아 듣고 좋아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원리다. 이와 같은 정보의 폭포현상을 고려할 때 특정 사안에 대해 여론을 선점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인터넷 댓글을 통해 조직적으로 여론을 선점하고자 하는 유인이 발생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 동조화현상이다. 사람들은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는 것에 편안함을 느낀다. 다수의 의견이 주류적 인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의 판단에 대한 확고한 논리나 확신이 없을 경우 다수의 주류 의견에 편승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더욱 크다. 인터넷 댓글을 통해 단기간에 여론을 선점해 다수의 주류적 의견을 형성한다면 그 입장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지를 더욱 좁혀 정치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정치권은 변화된 정치환경 속에서 인터넷 댓글을 통한 정보의 선점과 확산을 추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는 개인이 갖는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의 보호라는 가치와 충돌하게 된다. 인터넷 댓글이 문제라고 하지만 이것이 정치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한 명확한 분석은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현명한 해결책은 무엇이 있을까?
이 문제와 관련해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서 규제정보국 책임자로 활동한 선스타인(Cass R. Sunstein) 교수의 지적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선스타인 교수는 이런 상황을 방조하는 것보다는 위축효과를 이끌 수 있는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불필요하고 덜 효과적인 규제를 남발하기보다는 건전한 여론 형성에 방해가 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똘똘하고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치적 영역에서 인터넷 댓글 전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그리고 현재 댓글 조작 방지법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위축효과를 낼 수 있는 효과적인 규제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소수가 인터넷 댓글을 통해 여론을 왜곡하려는 시도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해서는 곤란하다. 인터넷이라는 공론장에서 여론을 왜곡하고자 하는 빈대만을 박멸할 수 있는 규제를 현명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 조진만 교수는…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위원, 한국정당학회보 편집위원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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