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경제지표…경기는 어디로] 상반기 수출은 역대 최고치 고용·소비 지표는 ‘쇼크’ 수준
[엇갈리는 경제지표…경기는 어디로] 상반기 수출은 역대 최고치 고용·소비 지표는 ‘쇼크’ 수준
경제성장률 연 3% 유지에도 경고등 … 청와대 경제·일자리수석 교체 초강수 한국 경제는 좋아지고 있는 걸까 아닐까. 요즘 각종 경제지표가 엇갈린 신호를 보내면서 경기 침체 논란이 일고 있다. 기업의 체감경기가 개선되고 있고, 상반기 수출액은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지만 또 다른 경제지표인 고용·투자 지표 등은 ‘쇼크’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 신규 취업자 수는 급감하고 있고, 청년실업률은 18년래(來) 최고치를 기록했다. 내수시장을 두고는 한국은행과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대외 상황은 좋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촉발된 글로벌 무역전쟁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으로 금융시장 역시 요동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목표로 하는 연 3% 경제 성장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더구나 이런 상황에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규제혁신 법안은 정치 알력에 치여 국회에 잠들어 있다. 정부는 아직은 괜찮다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는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전반적으로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근거는 한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수출이 호조세이기 때문이다. 6월 수출액이 512억3000만 달러로 사상 최초로 연 4회, 4개월 연속 5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조업일수 요인을 배제한 일평균 수출은 23억8000만 달러로 역대 2위 수준이다. 상반기 전체로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 증가한 2975억 달러로 반기로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상반기 일평균 수출도 22억4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 일반기계, 석유화학·석유제품, 차 부품, 섬유, 컴퓨터 등이 수출 증가세를 이끌고 있다. 특히 반도체(39%)와 석유화학(17.6%)·석유제품(72.1%), 컴퓨터(48.5%) 등 4개 품목은 전달에 비해 두 자릿 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기업의 체감경기도 좋아지고 있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6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6월 제조업황 BSI는 80으로 전월보다 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 4월(77) 반등한 이후 석 달 연속 개선된 것으로 지난해 12월(81)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BSI는 전국 3696개 법인기업(응답 3160곳)을 조사한 결과로 기업의 체감경기를 보여준다. 이 지수가 100 이상이면 기업 경영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한 업체가 부정적으로 답한 업체보다 많다는 뜻이다. 업종별로는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화학제품(102)이 전월보다 6포인트 하락했으나, 전자영상통신장비가 89로 11포인트 상승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지속된 데다 스마트폰 부품 등 전자부품의 해외 수주가 증가한 영향이다. 중국 철강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1차 금속도 7포인트 상승한 74로 집계됐다. BSI가 여전히 100 이하지만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디기는 하지만 어쨌든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제조업 공장 10곳 중 3곳은 사실상 놀고 있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제조업 가동률 장기 하락의 원인’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2010년부터 하락세를 보이다 올 1분기 71%로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이란 생산능력 대비 생산 실적을 뜻한다. 제조업 가동률이 71%라는 것은 100개를 생산할 능력이 있는데도 71개 밖에는 만들지 않았다는 의미다. 사실상 공장 10곳 중 3곳은 생산을 멈췄다는 것이다. 1990년부터 2011년까지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77.9%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71%는 크게 낮은 수준이다. 민성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2011년 이후 지속 감소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국내 주력 업종의 평균가동률이 부진하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기타운송장비의 평균가동률은 세계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전체 가동률 대비 50% 이상 높았으나 지금은 절반 이하 수준으로 하락했다. 기계장비 제조업도 고점 대비 30% 이상 급락했고, 자동차의 경우 2015년 이후 하락세다.
반도체 정도만 빼면, 전기전자 업종 가동률도 마찬가지다. 전기전자 업종의 평균가동률은 2010년 2분기 고점 대비 28% 하락했다. 같은 기간 반도체 가동률은 거의 변함이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제조업 위기 상황이 우리나라만 ‘나홀로’ 겪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유럽 주요국의 경우 세계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영향으로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하락했으나, 경기 회복기에 접어들며 빠르게 회복했다. 영국의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금융위기 이전에는 80.6%였다가 금융위기 때 73.3%로 급락했고 이후 81.1%까지 회복했다. 독일도 같은 기간 84.3→73.6→85.0%로 비슷한 흐름이었다. 스페인(79.0→72.6→78.4%), 이탈리아(76.1→71.2→76.4%)도 양호하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국내 경제 구조는 가뜩이나 제조업 비중이 큰데 평균가동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면서 향후 경제 전반의 생산력이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나라의 경우 28.4%에 달한다. 이는 중국(28.8%) 정도를 제외하면 주요국 중 가장 비중이 크다.
이처럼 경제지표가 엇갈리는 건 수출 품목이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 집중된 영향이다. 올 상반기 반도체 수출액은 612억7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다. 일반기계(265억 달러)·석유화학(249억6000만 달러)도 사상 최대 반기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수출 품목 다변화를 추진한 정부의 노력에도 품목별 수출 편중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상반기 반도체 수출액은 전체 수출액에서 20.6%를 차지했다. 이와 달리 다른 품목의 수출 실적은 매우 부진하다. 선박은 1월과 2월 각각 지난해 동기 대비 11.7%, 29.7% 성장했지만 3월부터 6월까지 31.1%, 75.1%, 67.1%, 82.7% 감소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지난해 동기 대비 55%나 줄었다. 한때 수출을 견인했던 휴대폰은 1월 30.7%, 2월 28.2% 감소하는 등 상반기에만 지난해보다 5.3% 줄었다. 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하며 상반기에만 지난해보다 15.7% 감소했다. 가전은 2016년 12월 이후 19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다. 가전 수출 감소율은 2016년만 해도 11.7%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2.1%에 이르렀다. 철강도 보호무역주의 여파로 상반기 기준 0.3% 줄었고, 자동차와 자동차부품도 수출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6월 수출액이 500억 달러를 넘어섰다지만 증가세가 꺾이는 지점에 와 있고, 반도체를 제외하면 오히려 7% 감소한 것”이라며 “정부는 수출 성과 홍보보다는 리스크 요인 관리와 대응방안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내수시장을 두고는 한국은행과 산업연구원이 정반대의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소비·투자 지표는 2개월 연속 동반 하락했다. 소비와 투자가 함께 감소한 것은 지난해 7~8월 이후 10개월여 만이다. 올 들어 3개월 연속 증가세였던 소매판매는 4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6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달보다 2.4포인트 하락한 105.5를 나타냈다. 2.4포인트 하락폭은 2016년 11월(6.4포인트) 이후 1년 7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CCSI는 소비자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로 지수가 100을 넘으면 소비자들의 심리가 낙관적임을, 100 미만이면 비관적임을 뜻한다. 아직 비관적인 전망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낙폭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소비 부진의 배경으로는 고용 불안을 꼽았다. 1월 신규 취업자 수는 33만4000명에 달했지만, 5월에는 7만2000명으로 급감했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10만 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1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문 대통령이 6월 26일 청와대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 동시 교체라는 초강수를 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다시 확전하고 있는 점도 소비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산업연구원은 6월 25일 내놓은 ‘2018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에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내수 경기가 점차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정부 재정 투입으로 소득 여건이 좋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은 “민간 소비는 가계부채부담, 높은 청년실업률 등의 구조적 문제들이 여전히 상존하지만 저소득층 및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기초연금인상과 아동수당지급 등 정부 지원책에 힘입어 지난해 하반기보다 높은 2.9%의 증가율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내수 확장세에 힘입어 수출·투자 둔화에도 연 3%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소비자의 체감경기가 악화하면서 지갑을 닫고 있다고 분석하는 반면, 산업연구원은 서비스업 경기의 회복 등으로 소비가 늘고 있다고 전망한 것이다.
다수와 경제전망기관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3%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하고 있다. 7월 1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을 포함한 36개 경제전망기관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9%였다. ING그룹은 2.6%, UBS와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2.7%, 도이체방크와 JP모건체이스, 소시에테 제네랄, 스탠다드차타드 등은 2.8%, 바클레이즈와 크레디트스위스, 모건스탠리, 씨디그룹은 2.9%를 각각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한국금융연구원도 2.8%,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9%를 예상했다. 이들 기관이 3% 미만의 경제성장률을 예측한 이유로는 투자와 소비 위축으로 내수 지표가 좋지 않은 데다, 한·미 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 가계부채 풍선효과, 부진한 고용 등이 꼽힌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정부는 우리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에 있다고 낙관하는데 모든 경제지표를 가지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마당에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혁신 5법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보고서에서 2018년까지를 국정과제 이행 혁신기로 규정했다. 기술혁명과 시장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직된 규제 체계가 혁신성장의 걸림돌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여당은 3월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혁신 5법을 패키지로 발의했다. 행정규제기본법과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산업융합촉진법, 정보통신진흥융합활성화특별법, 지역특화발전특구규제특례법 제·개정안이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상임위원회 차원의 논의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다. 규제를 풀어줄 법안이 캐비닛에서 잠자고 있는 것이다. 규제혁신 5법은 신산업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우선 허용·사후규제 원칙 적용,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제한되는 권리나 부과되는 의무를 한정적으로 열거, 그 밖의 사항은 원칙적 허용) 적용의 ‘규제 샌드박스 도입(규제혁신을 위해 일정기간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제도)’ 내용을 공통적으로 담고 있다. 행정기관에겐 신기술 활용 내용에 대해선 ‘신속 확인 의무’를 부여했다.
여야 모두 규제혁신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규제혁신을 위한 세부적인 방향에선 입장이 다르다. 특히 5법으로 제한한 규제혁신 신산업 대상과 규제 혁신 처리 과정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 측은 “가장 큰 문제점은 규제혁신 대상으로 정한 분야 외에도 신산업이 계속 생겨날 텐데 (규제혁신 5법대로라면) 그 때마다 법을 추가해서 발의해야 한다”며 “또 규제개혁 주체를 각 부처 장관으로 쪼개 놔서 개별 부처들은 규제를 강화하고 싶어한다”고 지적했다. 규제혁신 5법의 주무부처는 국무조정실,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로 각각 나뉘어 있다. 김 의원은 지난 5월 말 흩어진 컨트롤타워를 국무총리실로 합쳐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하는 ‘신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개혁 특례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여권은 법안이 상임위원회에서 논의가 되고 있지 않은 만큼 섣부른 판단은 유보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상임위에서 논의가 돼야 야당 입장과 업계 의견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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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반적으로 회복 흐름”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기업의 체감경기도 좋아지고 있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6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6월 제조업황 BSI는 80으로 전월보다 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 4월(77) 반등한 이후 석 달 연속 개선된 것으로 지난해 12월(81)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BSI는 전국 3696개 법인기업(응답 3160곳)을 조사한 결과로 기업의 체감경기를 보여준다. 이 지수가 100 이상이면 기업 경영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한 업체가 부정적으로 답한 업체보다 많다는 뜻이다. 업종별로는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화학제품(102)이 전월보다 6포인트 하락했으나, 전자영상통신장비가 89로 11포인트 상승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지속된 데다 스마트폰 부품 등 전자부품의 해외 수주가 증가한 영향이다. 중국 철강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1차 금속도 7포인트 상승한 74로 집계됐다. BSI가 여전히 100 이하지만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디기는 하지만 어쨌든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 평균가동률 2009년 이후 최저치
반도체 정도만 빼면, 전기전자 업종 가동률도 마찬가지다. 전기전자 업종의 평균가동률은 2010년 2분기 고점 대비 28% 하락했다. 같은 기간 반도체 가동률은 거의 변함이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제조업 위기 상황이 우리나라만 ‘나홀로’ 겪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유럽 주요국의 경우 세계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영향으로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하락했으나, 경기 회복기에 접어들며 빠르게 회복했다. 영국의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금융위기 이전에는 80.6%였다가 금융위기 때 73.3%로 급락했고 이후 81.1%까지 회복했다. 독일도 같은 기간 84.3→73.6→85.0%로 비슷한 흐름이었다. 스페인(79.0→72.6→78.4%), 이탈리아(76.1→71.2→76.4%)도 양호하다. 국회입법조사처 관계자는 “국내 경제 구조는 가뜩이나 제조업 비중이 큰데 평균가동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면서 향후 경제 전반의 생산력이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나라의 경우 28.4%에 달한다. 이는 중국(28.8%) 정도를 제외하면 주요국 중 가장 비중이 크다.
이처럼 경제지표가 엇갈리는 건 수출 품목이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 집중된 영향이다. 올 상반기 반도체 수출액은 612억7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다. 일반기계(265억 달러)·석유화학(249억6000만 달러)도 사상 최대 반기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수출 품목 다변화를 추진한 정부의 노력에도 품목별 수출 편중 현상은 심화하고 있다. 상반기 반도체 수출액은 전체 수출액에서 20.6%를 차지했다. 이와 달리 다른 품목의 수출 실적은 매우 부진하다. 선박은 1월과 2월 각각 지난해 동기 대비 11.7%, 29.7% 성장했지만 3월부터 6월까지 31.1%, 75.1%, 67.1%, 82.7% 감소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지난해 동기 대비 55%나 줄었다. 한때 수출을 견인했던 휴대폰은 1월 30.7%, 2월 28.2% 감소하는 등 상반기에만 지난해보다 5.3% 줄었다. 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 연속 수출이 감소하며 상반기에만 지난해보다 15.7% 감소했다. 가전은 2016년 12월 이후 19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다. 가전 수출 감소율은 2016년만 해도 11.7%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2.1%에 이르렀다. 철강도 보호무역주의 여파로 상반기 기준 0.3% 줄었고, 자동차와 자동차부품도 수출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6월 수출액이 500억 달러를 넘어섰다지만 증가세가 꺾이는 지점에 와 있고, 반도체를 제외하면 오히려 7% 감소한 것”이라며 “정부는 수출 성과 홍보보다는 리스크 요인 관리와 대응방안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수시장 확대? 위축?
하지만 산업연구원은 6월 25일 내놓은 ‘2018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에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내수 경기가 점차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정부 재정 투입으로 소득 여건이 좋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은 “민간 소비는 가계부채부담, 높은 청년실업률 등의 구조적 문제들이 여전히 상존하지만 저소득층 및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기초연금인상과 아동수당지급 등 정부 지원책에 힘입어 지난해 하반기보다 높은 2.9%의 증가율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내수 확장세에 힘입어 수출·투자 둔화에도 연 3%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소비자의 체감경기가 악화하면서 지갑을 닫고 있다고 분석하는 반면, 산업연구원은 서비스업 경기의 회복 등으로 소비가 늘고 있다고 전망한 것이다.
다수와 경제전망기관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3%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하고 있다. 7월 1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을 포함한 36개 경제전망기관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9%였다. ING그룹은 2.6%, UBS와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2.7%, 도이체방크와 JP모건체이스, 소시에테 제네랄, 스탠다드차타드 등은 2.8%, 바클레이즈와 크레디트스위스, 모건스탠리, 씨디그룹은 2.9%를 각각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한국금융연구원도 2.8%,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9%를 예상했다. 이들 기관이 3% 미만의 경제성장률을 예측한 이유로는 투자와 소비 위축으로 내수 지표가 좋지 않은 데다, 한·미 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 가계부채 풍선효과, 부진한 고용 등이 꼽힌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정부는 우리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에 있다고 낙관하는데 모든 경제지표를 가지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혁신 5법’은 국회서 낮잠
여야 모두 규제혁신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규제혁신을 위한 세부적인 방향에선 입장이 다르다. 특히 5법으로 제한한 규제혁신 신산업 대상과 규제 혁신 처리 과정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 측은 “가장 큰 문제점은 규제혁신 대상으로 정한 분야 외에도 신산업이 계속 생겨날 텐데 (규제혁신 5법대로라면) 그 때마다 법을 추가해서 발의해야 한다”며 “또 규제개혁 주체를 각 부처 장관으로 쪼개 놔서 개별 부처들은 규제를 강화하고 싶어한다”고 지적했다. 규제혁신 5법의 주무부처는 국무조정실,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로 각각 나뉘어 있다. 김 의원은 지난 5월 말 흩어진 컨트롤타워를 국무총리실로 합쳐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하는 ‘신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개혁 특례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여권은 법안이 상임위원회에서 논의가 되고 있지 않은 만큼 섣부른 판단은 유보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상임위에서 논의가 돼야 야당 입장과 업계 의견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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