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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펀드매니저가 꼽는 ‘무역전쟁 내성주’

국제 펀드매니저가 꼽는 ‘무역전쟁 내성주’

수입 관세의 영향 크게 받지 않는 탄탄한 내수 기업, 관세로 가격 올라도 수요 줄지 않는 지적재산 보유 기업 등 추천
제이너스 헨더슨 펀드는 국내시장을 장악하는 중국 전자상거래 대기업 알리바바 그룹 홀딩스 같은 종목의 매수를 확대해 왔다. / 사진:NG HAN GUAN-AP-NEWSIS
글로벌 무역정책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자 일부 일류 국제 펀드 매니저들은 그 수혜 종목을 물색하고 있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 코스웨이 캐피털 매니지먼트, 제이너스 헨더슨 같은 기업의 펀드 매니저가 이탈리아 최대 은행부터 중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까지 각종 기업에 대한 매수 포지션을 확대하고 있다. 모두 글로벌 무역전쟁의 후폭풍을 피하기 위해서다.

펀드 매니저들이 요즘 물색 중인 기업 특성 중 첫 번째는 수입 관세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탄탄한 내수 기업, 또는 시장에서의 지배적 지위 또는 관세로 가격이 올라도 고객이 계속 구입할 만한 지적재산이 꼽힌다.

22억 달러를 운용하는 제이너스 헨더슨 글로벌 설렉트 펀드의 조지 마리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관세가 우리의 의사결정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관세의 위협 때문에 평소보다 “전술적으로” 거래해 왔다는 마리스 매니저는 국내시장을 장악하는 중국 전자상거래 대기업 알리바바 그룹 홀딩스 같은 종목의 매수를 확대해 왔다. 그는 “매번 장기적인 성장 재료가 무역마찰 확대의 위협을 능가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 15일 500억 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하면서 세계 양대 경제대국 간에 무역전쟁이 점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중국은 약 500억 달러의 미국산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상무부가 같은 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를 포함해 오는 7월 6일부터 25%의 관세가 부과될 중국산 전략적 중요 수입품목 800여 종의 리스트를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방들과 언쟁을 벌이면서 무역에 강경 입장을 취해 왔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상순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담 후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대단히 부정직하고 나약하다”고 맹비난하며 자동차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을 제기했다. 캐나다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조치다. 한편 유럽연합(EU)은 트럼프 정부가 부과한 알루미늄·철강 관세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보복관세를 부과할 품목 리스트를 작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15일 500억 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 사진:STEPHEN B. MORTON-AP-NEWSIS
지난 2월 미국의 금리인상과 함께 관세 위협으로 글로벌 증시가 침체된 이후 세계 주요 증시 지수는 하락폭을 대부분 만회했다. 미국 증시의 벤치마크인 S&P 500 지수는 연초 대비 4.91%, 유럽연합의 스톡스 600 지수는 같은 기간 동안 2.51% 상승했다.

87억 달러를 운용는 코스웨이 인터내셔널 밸류 펀드의 코너 멀둔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무역과 기타 거시경제적 우려가 “단기적인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의 펀드는 예컨대 이탈리아 은행 우니크레디트(CRDI.M)에 대한 매수 포지션을 확대해 왔다. 지난 3월 총선 후 이탈리아의 유로존(유로화 사용권) 탈퇴 가능성에 관한 우려가 되살아나면서 투매가 발생한 뒤였다.

멀둔의 펀드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일본의 다케다 제약처럼 개발 단계의 신약이 많은 제약회사에 대해서도 매수 포지션을 확대한다고 말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주가는 올초 대비 19.5% 상승했다. 다케다제약 주가는 런던 시장에 상장된 샤이어사 인수가를 620달러로 올린 뒤 같은 기간 동안 32% 하락했다.

7700만 달러 규모의 AB 인터내셔널 스트래터직 코어 펀드의 공동 포트폴리오 매니저 새미 스즈키는 일부 시장에서 와해성 기술혁신의 위협이 일부 글로벌 기업에 고율 관세의 영향만큼이나 시급한 우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펀드는 이른바 ‘후방기업(enablers)’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마존닷컴이나 넷플릭스 같은 기업처럼 높은 밸류에이션에 거래되지 않는 후방 IT 기업을 가리킨다.

예컨대 스페인 IT 기업 아마데우스 IT 그룹은 브리티시항공·사우스웨스트·루트프한자그룹 등의 항공사가 이용하는 예약 시스템 지원기술을 제공한다. 주가는 올초 대비 20% 상승했다. 그는 “그렇게 하려 해도 이 회사를 그 항공사들과 떼어놓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스즈키도 이탈리아 의류 업체 몽클레르와 영국 주류 업체 다이아지오 같은 유럽 고급 명품 업체에 대한 매수 포지션을 확대해 왔다. 두 기업 모두 글로벌 무역 비용 증가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틈새 시장에 있는 ‘관세 내성(tariff-resistant)’ 기업을 찾을 수 있지만 그만한 공을 들여야 한다.”

- 데이비드 랜덜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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