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투자가이드 | 증시] 은행·IT·화학·철강株에 베팅할 만
[하반기 투자가이드 | 증시] 은행·IT·화학·철강株에 베팅할 만
실적 대비 주가 낙폭 커서 매력...코스피 지수는 2200~2400 박스권 전망 앞으로 주식시장을 좌우할 수 있는 변수는 둘이다. 하나는 미국 경제. 양호한 경제를 기반으로 미국 주식시장이 상승하면서 우리와 다른 선진국 주가가 오른 만큼 미국 경제는 중요한 관심거리일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기업 실적. 연초에 코스피 지수를 2600선까지 밀어 올린 동력이지만 1분기를 기점으로 힘이 약해졌다. 주가가 재상승하려면 기업 실적이 늘어날 거란 확신이 있어야 한다.
OECD선행지수라는 게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나라들의 선행지수를 한 데 모은 것이다. 국가 간 경제 상황을 비교하는 데 쓴다. 지난해 중반 이후 해당 지표가 옆으로 누워버렸다. 국가별로는 조금 차이가 나 미국은 계속 상승하고 있는 반면 유럽은 하락하고 있다. 6월까지 미국 경제는 흠잡을 데 없이 좋았다. 매달 2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면서 실업률이 3%대로 떨어졌다. 임금 상승 속도도 빨라 소비를 늘리는 역할을 했다. 기업 부문 관련으로는 법인세 인하 효과를 빼놓을 수 없다. 세금 감면으로 상반기에 미국 기업의 이익이 20% 가까이 늘었다. 이 중 일부분이 투자에 쓰이고 있는데 자동차업종 약화에도 미국의 제조업 부문이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부담 요인이 없는 건 아니다. 완전 고용에도 물가상승률이 2%에 미치지 못하자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였다. 여기에 20여 개국이 동참하면서 금리 인상이 미국을 넘어 세계의 문제로 확대됐다.
앞으로 미국 경제는 계속 약해질 걸로 전망된다. 빠르면 4분기에 전환점을 맞을 수도 있다. 소비·투자와 함께 상반기에 미국 경제를 끌어올렸던 재고의 역할이 약해지고 있다. 지난해 많은 기업이 선진국 경기가 정점을 지났다는 전망 아래 재고를 줄였지만 실제 상황은 달랐다. 기업들이 다시 재고를 늘릴 수밖에 없었고 그 영향으로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디플레 압력이 줄었다. 우리도 그 효과를 봤다. 생산능력을 늘리기 위한 IT 투자로 반도체 등 소재부문의 수요가 급증했다. 상반기에 재고 수요가 상당 부분 채워졌다. 법인세 인하에 따른 투자 수요도 더 이상 늘어나기 힘들다. 투자의 영향력이 약해진 것이다.
금융정책이 완화에서 긴축으로 바뀐 영향은 반대로 커지고 있다. 연준의 연구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3.0%까지 인상할 경우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0.9% 정도 오르는 걸로 나왔다. 양적완화를 통해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규모를 3조5000억 달러에서 2조 달러대 초반으로 줄이는 것도 시중금리를 1.40~1.75%만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는 유동성 흡수 없이 기준금리 인상만으로 대처해왔지만 내년부터는 유동성 흡수가 예정돼 있다.
미국 경제에 대해 기대가 크지만 회복 강도는 과거보다 약하다. 경기 확장이 시작된 2009년 이후 9년 동안 평균 성장률이 1.7%에 지나지 않았다. 회복의 동력이 경제 내부보다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에 의존해 한계가 빨리 온 것이다. 경제를 끌고 가는 동력에 비해 확장 기간이 긴 걸 생각하면 지금 당장 미국 경제가 꺾이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 미국 경제가 어떻게 되느냐는 시장을 판단하는 핵심 요인이다. 미국의 경기 확장이 지속될 경우 우리 시장은 코스피 지수 2200선을 바닥으로 회복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 주가 동조화가 15년 이상 계속된 상황에서 우리와 미국 시장이 마냥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미국 경기가 꺾일 경우 코스피 지수는 2200선은 물론 더 낮은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2011년 이후 6년 간 주가가 머물렀던 1800~2200선 사이로 다시 들어갈 수도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유가증권시장 기업들이 213조원의 영업 이익을 올릴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사상 최고치다. 상반기 이익증가율이 최근 2, 3년에 비해 낮았던 걸 감안하면 하반기에 이익이 크게 늘어난다는 의미가 된다. 이 전망이 현실성이 있을까? 경제 상황을 보면 회의적이다. 지난해 국내 경제가 3년 만에 처음 3%대 성장을 기록했다. 투자가 2000년 이후 최대로 늘어 성장에 대한 기여율이 84%까지 높아진 덕분이다. 산업별로는 반도체의 역할이 컸다.
올해는 이런 흐름을 기대하기 힘들다. 부동산 공급 증가로 투자의 큰 축을 담당했던 건설업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IT 설비투자가 늘어나긴 했지만 그 규모가 건설 부문에서 줄어든 걸 메울 정도는 아니다. 소비라도 좋으면 문제가 덜할 텐데 아직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2011년 이후 우리 소비성향이 6.8%포인트 하락했다. 장기 침체를 겪었던 일본에서 15년 동안 하락했던 것과 비슷한 폭이다. 절대 수준도 70%대 초반으로 외환위기 때와 맞먹는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추진했지만 아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똑같은 2%대 후반의 성장이라도 우리 시장과 미국 시장의 반응은 다르다. 우리 주식시장은 경기 모멘텀의 영향을 주로 받기 때문에 경제가 크게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는 안정 국면에서는 주가가 오르지 못한다. 반면 미국은 안정적인 경제 상황일 때 주가가 상승한다.
지금은 상황이 지난해와 또 다르다. 지난해에는 안정적 성장에 낮은 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그리고 장기적인 주가 조정이 함께했기 때문에 주가가 2600선까지 상승할 수 있었다. 지금은 안정적인 성장만 남고 나머지는 다 사라졌다. 이런 변화 때문에 안정적인 경제 상황이 주가를 지지하는 역할을 할 수는 있어도 상승을 끌고 가는 동력이 될 수는 없다. 경제가 좋지 않을 때에 기업 이익이 늘어난 예가 없다. 이미 1분기에 그런 조짐이 나타났다. 1분기 제조 업체 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2% 늘었지만 반도체 2개사를 제외할 경우 오히려 8.3%가 줄었다.
이익 사이클도 좋지 않다. 올 1분기를 기점으로 우리 기업의 이익이 나빠지는 사이클에 들어갔다는 징후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기업의 매출과 이익 사이클은 네 국면으로 나눠진다. 첫 번째는 이익이 증가하는 반면 매출은 정체된 상황이다. 비용 절감 덕분인데, 경기 회복 초기에 많이 나타난다. 두 번째는 이익과 매출 증가율이 동시에 높아지는 국면이다. 경기 회복이 일정 단계에 들어가면 제품 판매가 늘고 가격도 상승하는데, 이때 주로 관찰된다. 네 국면 중 주가가 가장 강하게 오르는 시기다. 세 번째는 매출이 늘지만 이익 증가율이 둔화되는 국면이다. 수요 증가 이상으로 공급이 늘어나 제품 가격이 하락할 때 주로 나타난다. 마지막은 이익과 매출액 증가율 모두가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 네 국면을 지나면 매출과 이익 증가율의 순환 사이클이 완성된다.
2015년이 이번 이익 사이클의 출발점이었다. 그 때부터 2016년 중반까지 매출은 정체됐지만 이익이 15% 이상 늘어나는 첫 번째 국면이 진행됐다. 주가는 강하게 상승하던 과거와 달리 첫 번째 국면이 끝날 때까지 움직임이 없었다. 주가가 오랜 시간 박스권에 갇혀 있어 바닥이 낮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2016년 중반부터 지난해까지 두 번째 국면이 진행됐다. 이익 증가율이 30%에 육박했고 매출도 10% 넘게 늘었다. 영업을 통한 이익 증가가 본격화된 건데 주가는 박스권을 뚫고 2600선까지 상승했다. 반도체라는 핵심 산업이 부상하고 선진국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도 주가 상승에 힘이 됐다. 그리고 올해 1분기부터 세 번째 국면이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매출은 지난해보다 다소 늘어났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기업의 이익이 줄어들었다. 이런 우려로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시장이 이 국면을 인정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그 사이에 주가가 하락한다. 7월이 그런 상황이다.
올해 주가의 고점은 이미 지나갔다. 하반기 주식시장 역시 상반기보다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3분기 이후 주식시장은 새로운 박스권에 갇혀있었다. 이번에는 2350~2600 사이였다. 2600선을 뚫기 위한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실패했고 미·중 무역분쟁을 발단으로 오히려 하단이 무너졌다. 하반기에 주식시장은 2016년까지 박스권의 상단인 2200과 새로운 박스권의 하단인 2400 중 어느 쪽도 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나 기업 실적 같은 기초체력이 나아지면 상황이 달라질 텐데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힘들다. 미국 경제가 좋긴 하지만 언제까지 확장을 이어갈지 확신할 수 없다. 나스닥이 최고치를 경신해도 우리시장은 과거처럼 반응할 수 없다. 2000년 IT버블 때와 비교해 상승 종목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2000년에는 나스닥과 국내 IT종목을 1:1로 대응시킬 수 있었다. 상승이 기업 내용에 관계없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나스닥 상승 주역이 애플·구글 등으로 바뀌었다. 국내 시장에서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종목을 찾기 어렵다. 이런 한계 때문에 나스닥 상승은 우리 시장의 투자심리를 개선시키는 정도의 영향밖에 줄 수 없다.
금리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6월 미국의 금리 인상은 이전 인상과 주식시장의 반응이 달랐다. 이전에는 금리를 올리더라도 주가가 움직이지 않았던 반면 6월에는 금리 인상을 전후해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금리가 높아지면서 저금리 기간에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사실이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연준이 0.25%의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동안 미국 주가가 200% 가까이 올랐다. 이전에 금리가 바닥을 친 후 첫 번째 금리 인상이 있을 때까지 주가가 최대 20% 이상 오르지 않았던 것과 비교된다. 앞으로 금리 인상에 따른 주가의 반응은 더 민감할 것이다. 악영향을 받는 지역은 직접 당사자인 미국보다 이머징 마켓 등 다른 시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금리에 따라 주가가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경제가 금리 인상을 버텨낼 힘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좌우되는데, 그 부분에서 신흥국이 열세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투자 종목은 셋으로 좁혀 생각해야 한다. 첫 번째는 은행이다.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나을 걸로 전망되는 몇 안 되는 업종인데 주가는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부동산 경기 둔화로 가계대출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해 주가가 떨어졌는데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작다. 금리가 올라갈 때 예대마진이 확대돼 은행의 이익이 좋아지는 것이나 주가가 상당히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해도 문제될 부분이 별로 없다. 두 번째는 IT다. 하반기 국내 시장은 미국에 연동돼 움직일 수밖에 없다. 미국 시장 중에서도 나스닥의 영향이 클 텐데,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대응점이 IT업종이다. 문제는 반도체다. 그동안 하락폭을 감안할 때 이제는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마지막으로 실적이 좋지 않아 이미 주가가 크게 하락한 종목이다. 화학과 철강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업종의 이익이 당장 늘어나긴 힘들지만 주가는 이를 반영해 이미 크게 하락했다. 주가가 낮을 때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도 괜찮은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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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선행지수라는 게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나라들의 선행지수를 한 데 모은 것이다. 국가 간 경제 상황을 비교하는 데 쓴다. 지난해 중반 이후 해당 지표가 옆으로 누워버렸다. 국가별로는 조금 차이가 나 미국은 계속 상승하고 있는 반면 유럽은 하락하고 있다.
미국 경기와 국내 기업 실적이 변수
앞으로 미국 경제는 계속 약해질 걸로 전망된다. 빠르면 4분기에 전환점을 맞을 수도 있다. 소비·투자와 함께 상반기에 미국 경제를 끌어올렸던 재고의 역할이 약해지고 있다. 지난해 많은 기업이 선진국 경기가 정점을 지났다는 전망 아래 재고를 줄였지만 실제 상황은 달랐다. 기업들이 다시 재고를 늘릴 수밖에 없었고 그 영향으로 제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디플레 압력이 줄었다. 우리도 그 효과를 봤다. 생산능력을 늘리기 위한 IT 투자로 반도체 등 소재부문의 수요가 급증했다. 상반기에 재고 수요가 상당 부분 채워졌다. 법인세 인하에 따른 투자 수요도 더 이상 늘어나기 힘들다. 투자의 영향력이 약해진 것이다.
금융정책이 완화에서 긴축으로 바뀐 영향은 반대로 커지고 있다. 연준의 연구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3.0%까지 인상할 경우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0.9% 정도 오르는 걸로 나왔다. 양적완화를 통해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규모를 3조5000억 달러에서 2조 달러대 초반으로 줄이는 것도 시중금리를 1.40~1.75%만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는 유동성 흡수 없이 기준금리 인상만으로 대처해왔지만 내년부터는 유동성 흡수가 예정돼 있다.
미국 경제에 대해 기대가 크지만 회복 강도는 과거보다 약하다. 경기 확장이 시작된 2009년 이후 9년 동안 평균 성장률이 1.7%에 지나지 않았다. 회복의 동력이 경제 내부보다 저금리와 유동성 공급에 의존해 한계가 빨리 온 것이다. 경제를 끌고 가는 동력에 비해 확장 기간이 긴 걸 생각하면 지금 당장 미국 경제가 꺾이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 미국 경제가 어떻게 되느냐는 시장을 판단하는 핵심 요인이다. 미국의 경기 확장이 지속될 경우 우리 시장은 코스피 지수 2200선을 바닥으로 회복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 주가 동조화가 15년 이상 계속된 상황에서 우리와 미국 시장이 마냥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미국 경기가 꺾일 경우 코스피 지수는 2200선은 물론 더 낮은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2011년 이후 6년 간 주가가 머물렀던 1800~2200선 사이로 다시 들어갈 수도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유가증권시장 기업들이 213조원의 영업 이익을 올릴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사상 최고치다. 상반기 이익증가율이 최근 2, 3년에 비해 낮았던 걸 감안하면 하반기에 이익이 크게 늘어난다는 의미가 된다. 이 전망이 현실성이 있을까? 경제 상황을 보면 회의적이다. 지난해 국내 경제가 3년 만에 처음 3%대 성장을 기록했다. 투자가 2000년 이후 최대로 늘어 성장에 대한 기여율이 84%까지 높아진 덕분이다. 산업별로는 반도체의 역할이 컸다.
올해는 이런 흐름을 기대하기 힘들다. 부동산 공급 증가로 투자의 큰 축을 담당했던 건설업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와 IT 설비투자가 늘어나긴 했지만 그 규모가 건설 부문에서 줄어든 걸 메울 정도는 아니다. 소비라도 좋으면 문제가 덜할 텐데 아직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2011년 이후 우리 소비성향이 6.8%포인트 하락했다. 장기 침체를 겪었던 일본에서 15년 동안 하락했던 것과 비슷한 폭이다. 절대 수준도 70%대 초반으로 외환위기 때와 맞먹는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추진했지만 아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사이클상으로 이익 증가율 둔화 국면
지금은 상황이 지난해와 또 다르다. 지난해에는 안정적 성장에 낮은 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그리고 장기적인 주가 조정이 함께했기 때문에 주가가 2600선까지 상승할 수 있었다. 지금은 안정적인 성장만 남고 나머지는 다 사라졌다. 이런 변화 때문에 안정적인 경제 상황이 주가를 지지하는 역할을 할 수는 있어도 상승을 끌고 가는 동력이 될 수는 없다. 경제가 좋지 않을 때에 기업 이익이 늘어난 예가 없다. 이미 1분기에 그런 조짐이 나타났다. 1분기 제조 업체 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2% 늘었지만 반도체 2개사를 제외할 경우 오히려 8.3%가 줄었다.
이익 사이클도 좋지 않다. 올 1분기를 기점으로 우리 기업의 이익이 나빠지는 사이클에 들어갔다는 징후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기업의 매출과 이익 사이클은 네 국면으로 나눠진다. 첫 번째는 이익이 증가하는 반면 매출은 정체된 상황이다. 비용 절감 덕분인데, 경기 회복 초기에 많이 나타난다. 두 번째는 이익과 매출 증가율이 동시에 높아지는 국면이다. 경기 회복이 일정 단계에 들어가면 제품 판매가 늘고 가격도 상승하는데, 이때 주로 관찰된다. 네 국면 중 주가가 가장 강하게 오르는 시기다. 세 번째는 매출이 늘지만 이익 증가율이 둔화되는 국면이다. 수요 증가 이상으로 공급이 늘어나 제품 가격이 하락할 때 주로 나타난다. 마지막은 이익과 매출액 증가율 모두가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 네 국면을 지나면 매출과 이익 증가율의 순환 사이클이 완성된다.
2015년이 이번 이익 사이클의 출발점이었다. 그 때부터 2016년 중반까지 매출은 정체됐지만 이익이 15% 이상 늘어나는 첫 번째 국면이 진행됐다. 주가는 강하게 상승하던 과거와 달리 첫 번째 국면이 끝날 때까지 움직임이 없었다. 주가가 오랜 시간 박스권에 갇혀 있어 바닥이 낮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2016년 중반부터 지난해까지 두 번째 국면이 진행됐다. 이익 증가율이 30%에 육박했고 매출도 10% 넘게 늘었다. 영업을 통한 이익 증가가 본격화된 건데 주가는 박스권을 뚫고 2600선까지 상승했다. 반도체라는 핵심 산업이 부상하고 선진국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도 주가 상승에 힘이 됐다. 그리고 올해 1분기부터 세 번째 국면이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매출은 지난해보다 다소 늘어났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기업의 이익이 줄어들었다. 이런 우려로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시장이 이 국면을 인정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그 사이에 주가가 하락한다. 7월이 그런 상황이다.
올해 주가의 고점은 이미 지나갔다. 하반기 주식시장 역시 상반기보다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3분기 이후 주식시장은 새로운 박스권에 갇혀있었다. 이번에는 2350~2600 사이였다. 2600선을 뚫기 위한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실패했고 미·중 무역분쟁을 발단으로 오히려 하단이 무너졌다. 하반기에 주식시장은 2016년까지 박스권의 상단인 2200과 새로운 박스권의 하단인 2400 중 어느 쪽도 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나 기업 실적 같은 기초체력이 나아지면 상황이 달라질 텐데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힘들다. 미국 경제가 좋긴 하지만 언제까지 확장을 이어갈지 확신할 수 없다. 나스닥이 최고치를 경신해도 우리시장은 과거처럼 반응할 수 없다. 2000년 IT버블 때와 비교해 상승 종목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2000년에는 나스닥과 국내 IT종목을 1:1로 대응시킬 수 있었다. 상승이 기업 내용에 관계없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나스닥 상승 주역이 애플·구글 등으로 바뀌었다. 국내 시장에서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종목을 찾기 어렵다. 이런 한계 때문에 나스닥 상승은 우리 시장의 투자심리를 개선시키는 정도의 영향밖에 줄 수 없다.
금리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6월 미국의 금리 인상은 이전 인상과 주식시장의 반응이 달랐다. 이전에는 금리를 올리더라도 주가가 움직이지 않았던 반면 6월에는 금리 인상을 전후해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금리가 높아지면서 저금리 기간에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사실이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연준이 0.25%의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동안 미국 주가가 200% 가까이 올랐다. 이전에 금리가 바닥을 친 후 첫 번째 금리 인상이 있을 때까지 주가가 최대 20% 이상 오르지 않았던 것과 비교된다. 앞으로 금리 인상에 따른 주가의 반응은 더 민감할 것이다. 악영향을 받는 지역은 직접 당사자인 미국보다 이머징 마켓 등 다른 시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금리에 따라 주가가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경제가 금리 인상을 버텨낼 힘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좌우되는데, 그 부분에서 신흥국이 열세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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