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업인 연봉 랭킹의 특징은…
日 기업인 연봉 랭킹의 특징은…
“그 사람은 도대체 얼마나 받는거야?” 타인의 수입은 언제나 최대 관심사다. 그래서 프로 스포츠 선수의 연봉은 매년 가을부터 연말에 걸쳐 큰 뉴스거리가 된다. 기업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과 일본의 미디어 모두 매년 ‘연봉 랭킹’을 크게 보도한다. 한국의 상장기업은 5억원 이상 보수를 받는 등기임원의 이름과 함께 수령한 금액을 밝혀야 한다. 일본의 경우 ‘유가증권 보고서’를 제출하는 기업은 1억엔 이상의 보수를 받은 등기 및 집행 임원의 성명과 보수액을 공표한다.
한국과 일본의 순위를 비교해 보면, 등기임원의 연봉에는 큰 차이가 없다. 최신 순위인 2017년으로 따지면 한국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사람은 삼성전자의 권오현 회장으로 243억8100만원을 받았다. 일본은 소니의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 회장이 27억1300만엔으로 최고 연봉자에 올랐다. 1엔을 10원으로 환산하면 271억3000만원으로 권 회장보다 28억원가량 많이 받았다.
한국과 일본 상위 연봉자의 가장 큰 차이라면 국적 구성이다. 한국의 상위 연봉자는 모두 한국인이다. 권 회장을 시작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신종균 삼성전자 부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기업 오너든 전문경영인이든 모두 한국인이다. 일본의 경우 1위는 히라이 소니 회장이지만 소프트뱅크의 임원과 다케다약품공업 사장, 도요타자동차 임원 등 상위 10명 중 5명이 외국인이다. 10위에 들지 않았지만 고액 연봉을 받는 외국인 임원은 많다.
언제부터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걸까. 일본에서도 과거에는 고액 연봉을 받는 임원은 대부분 일본인이었다. 거품경제가 정점에 달했던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토박이주의’가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었다. 한 회사에 입사해 30~40년 간 장기 근속하면서 한발씩 출세가도를 달려 임원, 사장에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샐러리맨으로 출세한 인물들 모두 그랬다. 그랬던 모습은 버블경제 붕괴 이후 크게 바뀌었다. 시기적으로는 1990년대 초중반 일이다. ‘단기간에 경기가 회복한다’는 기대를 배반 당한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10년에 접어들었다. 10년은 금방 15년이 됐고 20년이 됐다. 장기 침체에 빠졌다. 이 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리더십 부족’이었다. 기업의 경영 방식을 바꾸고 혁신해야 하는 점을 모두 알고 있었고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그러나 자신감을 갖고 비전을 제시하며 강한 리더십을 갖고 실행하는 경영자가 나타난 기업은 드물었다. 당시 많은 일본 기업은 ‘과거 경영’과의 결별이 필요했다. 그런 개혁을 한 회사에서 20~30년씩 근무한 ‘샐러리맨’이 할 수 있을까.
닛산자동차는 1990년대 말 파산 직전의 위기에 처했다. 이 위기를 타개한 것은 제휴사인 르노자동차에서 초빙한 브라질 출신 카를로스 곤이었다. 곤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과거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인사·개발·구매·생산 등 모든 ‘닛산 방식’을 재검토 했다. 닛산 계열의 부품 업체에는 닛산 출신 임직원들이 많이 재직한다. 이에 곤 사장은 거센 저항에 부딪혔지만 ‘성역 없는 개혁’을 추진했다. 닛산은 르노·미쓰비시자동차와 ‘3사 연합’을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3사 연합은 지난해 세계 판매 대수 1061만대를 기록해 도요타와 폴크스바겐을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올 초 일본에서는 산업계를 뒤흔드는 초대형 인수·합병(M&A) 발표가 있었다. 다케다약품공업이 아일랜드 제약사 샤이아(Shire)를 약 7조엔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일본 기업의 M&A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샤이아는 유전자 치료 분야의 첨단 의약품 생산 회사다. 성장성이 기대되는 우량 기업이지만 7조엔이라는 금액에 적지 않은 논란도 있었다. 다케다약품공업은 1781년 설립해 230년 이상 이어온 역사와 전통 있는 기업이다. 오너 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보수적 문화가 강한 기업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2000년 이후 글로벌 제약 업계에서 벌어지고 대규모 산업 재편에 위기감을 느꼈다. 일본 최대의 제약 회사라는 것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다케다약품공업은 2015년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서 간부를 역임한 프랑스인 크리스토프 웨버를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받아들였다. 웨버 사장은 다케다약품공업의 CEO로서 높은 실적을 올리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12억엔 넘는 보수를 받았다. 웨버 사장은 세계 제약산업에 구축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케다약품공업의 미래 전략를 짜고 M&A를 단행했다.
다케다약품공업 전에 일본 기업의 최대 M&A는 소프트뱅크가 기록했다. 2016년 반도체 대기업 영국의 암 홀딩스를 3조3000억엔에 사들였다. 소프트뱅크는 손정의 회장의 카리스마 경영이 유명하지만, 경영진 중에는 외국인이 많다. 미국 사업 책임자 미국인 로널드 피셔는 지난해 20억1500만엔의 보수를 받았다. 피셔를 비롯해 소프트뱅크에서 손 회장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외국인 임원이 적지 않다. “최고의 인재를 초빙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대우를….” 손 회장은 필요한 최고의 인재를 기용하기 위해 보상을 아끼지 않는다. 소프트뱅크는 세계적으로 1000개 이상의 회사에 투자하는데, 투자의 의사결정은 외국인 임원들이 중요한 역할을 발휘한다. 또 투자 기업에서도 유능한 경영자를 흡수하면서 인재풀을 키워간다. 일본 기업에는 회장과 사장, 창업자보다 더많은 보수를 받는 외국인 임원이 많다. 도요타자동차도 그렇다. 도요타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의 보수는 3억8000만엔인데, 유럽 사업을 총괄하는 프랑스인 디디에 르로이 부사장은 10억2600만엔을 받는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프로야구에서 4번 타자가 없으면 외국에서 데려 오는 일이 오래 전부터 일반화 됐다. 일본의 경우 경영을 맡길 적임자가 없다면 외국에서 데려 오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물론 성공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니가 경영 부진의 늪에 빠졌을 때 영국인 CEO를 기용했지만 결과적으로 실적 회복에는 실패했다. 외국인 CEO 기용과 성공 간에 반드시 등식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 기업의 글로벌화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전체 임원 중 외국인과 여성의 비율은 여전히 매우 낮다. 그래도 이제 등기이사에 외국인을 앉혀 세계화 등과 관련해 활발하게 논의를 시작한 기업이 속속 나오고 있다. 세계 경영에서 눈부신 실적을 올려온 한국 기업은 현재 대부분이 새로운 성장 전략 구축에 고민하고 있다. 브랜드·인재·기술·자금…. 이만큼의 조건이 갖추어져 있음에도 성장 전략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관리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기업도 새로운 ‘4번 타자’가 필요하다면 세계로 눈을 돌려 인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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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순위를 비교해 보면, 등기임원의 연봉에는 큰 차이가 없다. 최신 순위인 2017년으로 따지면 한국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사람은 삼성전자의 권오현 회장으로 243억8100만원을 받았다. 일본은 소니의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 회장이 27억1300만엔으로 최고 연봉자에 올랐다. 1엔을 10원으로 환산하면 271억3000만원으로 권 회장보다 28억원가량 많이 받았다.
한국과 일본 상위 연봉자의 가장 큰 차이라면 국적 구성이다. 한국의 상위 연봉자는 모두 한국인이다. 권 회장을 시작으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신종균 삼성전자 부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기업 오너든 전문경영인이든 모두 한국인이다. 일본의 경우 1위는 히라이 소니 회장이지만 소프트뱅크의 임원과 다케다약품공업 사장, 도요타자동차 임원 등 상위 10명 중 5명이 외국인이다. 10위에 들지 않았지만 고액 연봉을 받는 외국인 임원은 많다.
언제부터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걸까. 일본에서도 과거에는 고액 연봉을 받는 임원은 대부분 일본인이었다. 거품경제가 정점에 달했던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토박이주의’가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었다. 한 회사에 입사해 30~40년 간 장기 근속하면서 한발씩 출세가도를 달려 임원, 사장에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샐러리맨으로 출세한 인물들 모두 그랬다. 그랬던 모습은 버블경제 붕괴 이후 크게 바뀌었다. 시기적으로는 1990년대 초중반 일이다. ‘단기간에 경기가 회복한다’는 기대를 배반 당한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10년에 접어들었다. 10년은 금방 15년이 됐고 20년이 됐다. 장기 침체에 빠졌다. 이 위기를 단기간에 극복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리더십 부족’이었다. 기업의 경영 방식을 바꾸고 혁신해야 하는 점을 모두 알고 있었고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그러나 자신감을 갖고 비전을 제시하며 강한 리더십을 갖고 실행하는 경영자가 나타난 기업은 드물었다. 당시 많은 일본 기업은 ‘과거 경영’과의 결별이 필요했다. 그런 개혁을 한 회사에서 20~30년씩 근무한 ‘샐러리맨’이 할 수 있을까.
닛산자동차는 1990년대 말 파산 직전의 위기에 처했다. 이 위기를 타개한 것은 제휴사인 르노자동차에서 초빙한 브라질 출신 카를로스 곤이었다. 곤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과거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인사·개발·구매·생산 등 모든 ‘닛산 방식’을 재검토 했다. 닛산 계열의 부품 업체에는 닛산 출신 임직원들이 많이 재직한다. 이에 곤 사장은 거센 저항에 부딪혔지만 ‘성역 없는 개혁’을 추진했다. 닛산은 르노·미쓰비시자동차와 ‘3사 연합’을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3사 연합은 지난해 세계 판매 대수 1061만대를 기록해 도요타와 폴크스바겐을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올 초 일본에서는 산업계를 뒤흔드는 초대형 인수·합병(M&A) 발표가 있었다. 다케다약품공업이 아일랜드 제약사 샤이아(Shire)를 약 7조엔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일본 기업의 M&A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샤이아는 유전자 치료 분야의 첨단 의약품 생산 회사다. 성장성이 기대되는 우량 기업이지만 7조엔이라는 금액에 적지 않은 논란도 있었다. 다케다약품공업은 1781년 설립해 230년 이상 이어온 역사와 전통 있는 기업이다. 오너 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보수적 문화가 강한 기업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2000년 이후 글로벌 제약 업계에서 벌어지고 대규모 산업 재편에 위기감을 느꼈다. 일본 최대의 제약 회사라는 것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다케다약품공업은 2015년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서 간부를 역임한 프랑스인 크리스토프 웨버를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받아들였다. 웨버 사장은 다케다약품공업의 CEO로서 높은 실적을 올리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12억엔 넘는 보수를 받았다. 웨버 사장은 세계 제약산업에 구축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케다약품공업의 미래 전략를 짜고 M&A를 단행했다.
다케다약품공업 전에 일본 기업의 최대 M&A는 소프트뱅크가 기록했다. 2016년 반도체 대기업 영국의 암 홀딩스를 3조3000억엔에 사들였다. 소프트뱅크는 손정의 회장의 카리스마 경영이 유명하지만, 경영진 중에는 외국인이 많다. 미국 사업 책임자 미국인 로널드 피셔는 지난해 20억1500만엔의 보수를 받았다. 피셔를 비롯해 소프트뱅크에서 손 회장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외국인 임원이 적지 않다. “최고의 인재를 초빙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대우를….” 손 회장은 필요한 최고의 인재를 기용하기 위해 보상을 아끼지 않는다. 소프트뱅크는 세계적으로 1000개 이상의 회사에 투자하는데, 투자의 의사결정은 외국인 임원들이 중요한 역할을 발휘한다. 또 투자 기업에서도 유능한 경영자를 흡수하면서 인재풀을 키워간다. 일본 기업에는 회장과 사장, 창업자보다 더많은 보수를 받는 외국인 임원이 많다. 도요타자동차도 그렇다. 도요타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의 보수는 3억8000만엔인데, 유럽 사업을 총괄하는 프랑스인 디디에 르로이 부사장은 10억2600만엔을 받는다.
일본이든 한국이든 프로야구에서 4번 타자가 없으면 외국에서 데려 오는 일이 오래 전부터 일반화 됐다. 일본의 경우 경영을 맡길 적임자가 없다면 외국에서 데려 오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물론 성공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니가 경영 부진의 늪에 빠졌을 때 영국인 CEO를 기용했지만 결과적으로 실적 회복에는 실패했다. 외국인 CEO 기용과 성공 간에 반드시 등식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 기업의 글로벌화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전체 임원 중 외국인과 여성의 비율은 여전히 매우 낮다. 그래도 이제 등기이사에 외국인을 앉혀 세계화 등과 관련해 활발하게 논의를 시작한 기업이 속속 나오고 있다. 세계 경영에서 눈부신 실적을 올려온 한국 기업은 현재 대부분이 새로운 성장 전략 구축에 고민하고 있다. 브랜드·인재·기술·자금…. 이만큼의 조건이 갖추어져 있음에도 성장 전략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관리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기업도 새로운 ‘4번 타자’가 필요하다면 세계로 눈을 돌려 인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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