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논란] 스텝 꼬인 정부의 또 다른 무리수?
[때 아닌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논란] 스텝 꼬인 정부의 또 다른 무리수?
최저임금 인상에 뿔난 소상공인 달랠 고육책 … 카드 사용자에 피해 전가될 수도 최저임금 인상에 뿔난 소상공인을 달래기 위해 정부가 영세·중소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0%대로 내리고, 껌 한 통을 살 때도 카드 사용을 가능하게 한 카드의무사용제 폐지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당장은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고, 중장기적으로는 고비용 결제시스템을 저비용 시스템으로 바꿔 사회적 비용을 경감한다는 복안이다. 이면에는 신용카드 체제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하면서 각종 수수료가 붙는 고비용 시스템이 구축됐고, 이 비용이 모두 소상공인 등 가맹점에 전가돼 현재 수수료 논란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알리페이나 위쳇페이, 인도의 페이티엠(PayTM) 등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국내에 활성화해야 한다는 다급함도 있다. 그러나 카드사 등 관련 업계는 물론 카드 이용자들도 불만을 터뜨린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촉발된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불똥’이 소비자의 결제 패턴 전환으로 옮겨붙는 양상이다.
신용카드 수수료는 가맹점이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카드사에 내는 형태다. 수수료율은 여신금융전문업법에 따라 3년마다 재산정을 하는데, 정부는 올해 재산정해 내년 1월 31일부터 새 수수료율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신용카드 수수료는 법에서 정하고 있는데 현재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은 매출액의 0.8%, 3억원 초과∼5억원 미만 중소가맹점은 1.3%, 5억원 이상 일반가맹점은 2.5% 이내다. 금융당국은 0.8~1.3%인 영세·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모두 0%대로 낮추는 방안을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한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하고 있다. 정부가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 방안을 꺼낸 건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 감소로 타격을 입을 영세·중소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한 손실액을 신용카드 수수료를 줄여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이면에는 카드사가 수수료율을 인하할 여력이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최근 몇 년 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자금 조달 비용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용카드사의 수수료 이익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용카드사의 수수료 수익은 2014년 9조7000억원에서 2015년 10조7000억원, 2016년 11조1000억원, 지난해 11조7000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신용카드사는 손사래를 친다. 그동안 수 차례 반복된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호소한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연매출 3억∼5억원인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2%에서 1.3%로 내린 바 있다. 또 연매출 2억∼3억원인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은 1.3%에서 0.8%로 낮췄다. 8월부터는 밴(VAN·결제대행업체)의 수수료율을 평균 2.22%에서 2%로 내렸다. 수수료율은 계속 낮췄는데 인건비 등 투입 비용은 계속 늘고 있다는 게 카드사들의 항변이다. 카드사 7곳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감소한 4599억원을 기록했다. 한 신용카드사 관계자는 “수수료는 2007년 이후 올해 밴 수수료 산정체계 개편까지 이미 10번 이상 인하했다”며 “카드 수수료를 더 낮추게 되면 본업 자체를 포기하라는 의미나 다름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물론 정부가 무조건 수수료율을 내리라는 건 아니다. 수수료 인하로 인한 카드사의 손해 일부를 정부 재정을 투입해 보전해주겠다는 입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7월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카드 사용으로 더 걷히는 세금이 5조~6조원 규모이고 매출세액 등으로 돌려주는 게 3조원 규모”라며 “정부도 이익을 얻는 부분이 있으니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정부가 부담할 여지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카드 사용자(소비자)도 카드 사용으로 얻는 편의성을 감안해 일정 부분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카드 연회비를 더 내거나 카드 포인트 혜택을 줄이는 식이다. 금융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가 연회비 인상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추가 이익이 별로 없어 보인다”며 “반면 연회비를 인상하면 사용자 이탈 등 손해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카드사에 새로운 사업 영역을 허용하는 ‘빅딜’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카드사의 신용평가업 진출 등이다. 최 위원장은 “카드사들이 빅데이터를 토대로 검토해 볼 만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반응은 회의적이다. 결국 카드사에 비용을 전가한 후 ‘알아서’ 소비자에게 떠넘기라는 것인데, 이는 소비자 불만으로 이어져 더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가 연회비 인상이나 부가서비스 축소·폐지 등을 통해 손실 보전에 나서면 소비자의 불만은 결국 카드사로 향하게 된다는 것이다. 신용평가업 진출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미 자리를 잡은 대형 신용평가사의 영업 노하우가 상당한 데다 카드사가 한꺼번에 신용평가사업에 뛰어들면 출혈경쟁만 있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카드 수수료율 인하와 함께 카드 의무수납제를 폐지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의무수납제란 카드 가맹점이 1000원 이하의 소액까지도 카드 결제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인데, 이 제도가 소상공인에게 부담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의무수납제는 1998년 신용카드 사용을 활성화해 소비를 진작하고 자영업자의 세원을 투명화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카드 가맹점이 1000원 이하의 소액까지도 카드결제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의무수납제로 현금을 소지할 필요가 없고 잔돈을 들고 다니지 않게 되는 등 결제의 편의성이 높아지면서 신용카드 사용은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가맹점들은 생수·담배·껌 등 소액 물품을 카드로 결제하면 수수료 때문에 남는 게 없다며 의무수납제 폐지를 요구해왔다. 예컨대 가격의 74%가 세금인 담배 한 갑을 카드로 결제하면, 카드 가맹점은 한 갑에 대한 이익 405원 중 카드 수수료로만 112.5원을 내야 한다. 여기에 각종 부대비용을 제하면 담배 한 갑을 카드로 판매할 경우 200원 정도 밖에는 남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카드사도 의무수납제 폐지 방침은 반기는 분위기다. 의무수납제가 폐지되면 정부의 카드 수수료 산정 개입이 줄어 수수료 협상에서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융 당국은 의무수납제를 이유로 가맹점과 카드사간 수수료율 협상에 개입해왔다. 의무수납제가 폐지되면 정치적 이슈가 아닌 시장 논리에 따라 카드 수수료율을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수익이 감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의무수납제가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신용카드 결제에 익숙해져 있어 별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더 우세하다. 하지만 의무수납제 폐지까지는 갈 길이 험난하다. 소비자들의 저항 또한 만만찮기 때문이다. 2011년에도 1만원 이하 금액은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게 하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소비자단체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그래서 정부가 추진하는 게 이른바 ‘제로페이(수수료가 없는 결제 시스템)’ 등 새로운 소액결제 시스템이다. 제로페이 등은 신용카드 결제망을 사용하지 않고 QR코드(격자무늬 바코드)나 바코드 등으로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결제대금이 이체되는 방식의 플랫폼을 활용하는 형태로 현재의 신용카드 결제 구조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신용카드의 경우 인프라 유지·관리 비용에 고객 신용평가, 연체시 대손처리, 카드매출전표 관리 등의 업무로 추가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 가맹점과 카드사간 네트워크 업무를 밴사가 대행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수수료 등의 부담이 가맹점에 전가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결국 신용카드의 과도한 이용이 이어지면서 지급 결제 과정에서의 비효율이 발생하고, 사회적 비용이 높아지게 된 것이다. 금액 기준으로 지난해 신용카드의 이용 비중은 80.4%로, 체크카드(19.5%)나 선불카드(0.1%)를 한참 앞질렀다.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현재 서울시와 경남·부산·인천 등 지자체 일부가 QR코드나 바코드를 이용한 제로페이를 도입해 운영 중이거나 추진 중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한국은행이 뛰어 들었다. 한국은행과 금융기관·유관기관 등 28곳이 소속된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는 7월 31일 “은행 예금계좌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직불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협의회 의장은 윤면식 한은 부총재로, 한은은 은행권 모바일 직불서비스와 관련한 기술표준을 개발하고 플랫폼을 구축해 2019년 상반기 중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은 QR코드를 통한 모바일 기기 간 통신(앱 투 앱)을 기반으로 한다. 소비자가 스마트폰 앱으로 상점에 부착된 QR코드를 찍은 뒤 결제금액과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소비자의 은행 계좌에서 상점 주인의 계좌로 돈이 이체된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서울페이’와 같은 방식이다. 협의회 측은 “현재 지급결제 시장은 신용카드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 형태”라며 “소비자가 결제 수단을 자유롭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큰 틀에서는 결제수단을 늘리고 고비용 구조를 저비용 구조로 탈바꿈하는 게 맞지만 당장 소상공인 부담 경감 차원에서 카드사를 쥐어짜는 건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현재 영세·중소가맹점은 정부의 매출 세액공제제도로 사실상 수수료 부담이 거의 없다. 연매출 10억원 이하인 개인사업자는 부가가치세 납부 때 카드 매출의 1.3% 내에서 연간 500만원을 공제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불공정한 수수료를 재편하는 게 우선이라는 주장도 그래서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카드 수수료는 불공정·불균형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대형 가맹점에 대한 우대 수수료율 적용 등으로 오히려 역차별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김한표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카드사가 편의점에 매긴 수수료율은 2.3~2.4%에 이르지만 대기업인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2% 정도에 그친다. 편의점은 2014년 이후 평균 연매출액이 5억원을 넘으면서 중소가맹점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매출의 40%가 담배인데, 담배는 74%가 세금이어서 매출은 크게 잡히지만 실제 버는 돈은 적은 구조다. 그럼에도 대형마트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내고 있는 것이다. 김한표 의원실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카드사와 개별적으로 협상을 해서 수수료율을 정하지만 편의점은 별도로 협상을 하지 않는다”며 “협상력이 약한 편의점 운영자는 카드사에서 수수료율을 일방적으로 통보받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나의 문제를 덮으려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카드 수수료를 무조건 내리면 카드사의 경쟁력은 물론 서비스의 질 저하만 부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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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수수료는 가맹점이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카드사에 내는 형태다. 수수료율은 여신금융전문업법에 따라 3년마다 재산정을 하는데, 정부는 올해 재산정해 내년 1월 31일부터 새 수수료율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신용카드 수수료는 법에서 정하고 있는데 현재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은 매출액의 0.8%, 3억원 초과∼5억원 미만 중소가맹점은 1.3%, 5억원 이상 일반가맹점은 2.5% 이내다. 금융당국은 0.8~1.3%인 영세·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모두 0%대로 낮추는 방안을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한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하고 있다. 정부가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 방안을 꺼낸 건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 감소로 타격을 입을 영세·중소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한 손실액을 신용카드 수수료를 줄여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소상공인 카드 수수료 0%대로
하지만 신용카드사는 손사래를 친다. 그동안 수 차례 반복된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호소한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연매출 3억∼5억원인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2%에서 1.3%로 내린 바 있다. 또 연매출 2억∼3억원인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은 1.3%에서 0.8%로 낮췄다. 8월부터는 밴(VAN·결제대행업체)의 수수료율을 평균 2.22%에서 2%로 내렸다. 수수료율은 계속 낮췄는데 인건비 등 투입 비용은 계속 늘고 있다는 게 카드사들의 항변이다. 카드사 7곳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감소한 4599억원을 기록했다. 한 신용카드사 관계자는 “수수료는 2007년 이후 올해 밴 수수료 산정체계 개편까지 이미 10번 이상 인하했다”며 “카드 수수료를 더 낮추게 되면 본업 자체를 포기하라는 의미나 다름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물론 정부가 무조건 수수료율을 내리라는 건 아니다. 수수료 인하로 인한 카드사의 손해 일부를 정부 재정을 투입해 보전해주겠다는 입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7월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카드 사용으로 더 걷히는 세금이 5조~6조원 규모이고 매출세액 등으로 돌려주는 게 3조원 규모”라며 “정부도 이익을 얻는 부분이 있으니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정부가 부담할 여지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카드 사용자(소비자)도 카드 사용으로 얻는 편의성을 감안해 일정 부분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카드 연회비를 더 내거나 카드 포인트 혜택을 줄이는 식이다. 금융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가 연회비 인상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추가 이익이 별로 없어 보인다”며 “반면 연회비를 인상하면 사용자 이탈 등 손해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카드사에 새로운 사업 영역을 허용하는 ‘빅딜’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카드사의 신용평가업 진출 등이다. 최 위원장은 “카드사들이 빅데이터를 토대로 검토해 볼 만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반응은 회의적이다. 결국 카드사에 비용을 전가한 후 ‘알아서’ 소비자에게 떠넘기라는 것인데, 이는 소비자 불만으로 이어져 더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가 연회비 인상이나 부가서비스 축소·폐지 등을 통해 손실 보전에 나서면 소비자의 불만은 결국 카드사로 향하게 된다는 것이다. 신용평가업 진출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미 자리를 잡은 대형 신용평가사의 영업 노하우가 상당한 데다 카드사가 한꺼번에 신용평가사업에 뛰어들면 출혈경쟁만 있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카드 수수료율 인하와 함께 카드 의무수납제를 폐지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의무수납제란 카드 가맹점이 1000원 이하의 소액까지도 카드 결제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인데, 이 제도가 소상공인에게 부담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의무수납제는 1998년 신용카드 사용을 활성화해 소비를 진작하고 자영업자의 세원을 투명화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카드 가맹점이 1000원 이하의 소액까지도 카드결제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의무수납제로 현금을 소지할 필요가 없고 잔돈을 들고 다니지 않게 되는 등 결제의 편의성이 높아지면서 신용카드 사용은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가맹점들은 생수·담배·껌 등 소액 물품을 카드로 결제하면 수수료 때문에 남는 게 없다며 의무수납제 폐지를 요구해왔다. 예컨대 가격의 74%가 세금인 담배 한 갑을 카드로 결제하면, 카드 가맹점은 한 갑에 대한 이익 405원 중 카드 수수료로만 112.5원을 내야 한다. 여기에 각종 부대비용을 제하면 담배 한 갑을 카드로 판매할 경우 200원 정도 밖에는 남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제로페이’ 안착될까?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현재 서울시와 경남·부산·인천 등 지자체 일부가 QR코드나 바코드를 이용한 제로페이를 도입해 운영 중이거나 추진 중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한국은행이 뛰어 들었다. 한국은행과 금융기관·유관기관 등 28곳이 소속된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는 7월 31일 “은행 예금계좌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직불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협의회 의장은 윤면식 한은 부총재로, 한은은 은행권 모바일 직불서비스와 관련한 기술표준을 개발하고 플랫폼을 구축해 2019년 상반기 중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은 QR코드를 통한 모바일 기기 간 통신(앱 투 앱)을 기반으로 한다. 소비자가 스마트폰 앱으로 상점에 부착된 QR코드를 찍은 뒤 결제금액과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소비자의 은행 계좌에서 상점 주인의 계좌로 돈이 이체된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서울페이’와 같은 방식이다. 협의회 측은 “현재 지급결제 시장은 신용카드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 형태”라며 “소비자가 결제 수단을 자유롭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큰 틀에서는 결제수단을 늘리고 고비용 구조를 저비용 구조로 탈바꿈하는 게 맞지만 당장 소상공인 부담 경감 차원에서 카드사를 쥐어짜는 건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현재 영세·중소가맹점은 정부의 매출 세액공제제도로 사실상 수수료 부담이 거의 없다. 연매출 10억원 이하인 개인사업자는 부가가치세 납부 때 카드 매출의 1.3% 내에서 연간 500만원을 공제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불공정한 수수료를 재편하는 게 우선이라는 주장도 그래서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카드 수수료는 불공정·불균형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대형 가맹점에 대한 우대 수수료율 적용 등으로 오히려 역차별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김한표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카드사가 편의점에 매긴 수수료율은 2.3~2.4%에 이르지만 대기업인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2% 정도에 그친다.
수수료율 불공정·불균형부터 바로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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