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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건설·조선·통신서비스업에 관심을

[증시 맥짚기] 건설·조선·통신서비스업에 관심을

신흥국 위기설은 심리적 악영향에 그칠 듯… 시장 에너지 약해 종목별 순환매 예상
터키 리라화 가치 폭락으로 아시아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은 8월 13일, 명동 KEB하나은행 본점 전광판. 신흥국 위기설이 불거지지만 우리 경제에는 심리적 악영향에 그칠 전망이다. / 사진:연합뉴스
터키 리라화 가치 급락으로 주식시장이 요동쳤다. 시장에서는 터키의 취약한 경제 구조를 리라화 가치 급락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로 필요한 자금을 해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미국과 마찰이 발생해 리라화 가치가 급변했다는 것이다.

환율 변동은 터키에 국한되지 않을 걸로 전망된다. 앞으로 상당수 신흥국이 통화 절하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이유는 둘이다. 먼저 금리 인상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국제 유동성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런 자금 움직임은 1년 전과 방향이 다르다. 지난해에는 유동성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이동했었다.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신흥국도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하지만 경기 둔화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신흥국의 부채 규모도 문제다. 2000년 이후 7년 동안 세계 부채 증가액 중 선진국이 차지한 비중이 78% 정도였다. 신흥국은 22%쯤이었다. 경제 규모가 커 자금 수요가 많은 데다 신용이 좋아 돈을 빌리기 쉬웠던 게 선진국을 중심으로 부채가 늘어난 이유였다. 금융위기 이후 상황이 변했다. 이번에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부채가 늘었는데 2008년 이후 7년 동안 세계 부채 증가액 중 선진국과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53%대 47%로 거의 비슷했다. 신흥국 중에서 중국의 부채 증가가 특히 커 연평균 증가율이 20%를 넘었다. 다른 신흥국보다도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신흥국 부채 증가의 주범은 기업
선진국과 신흥국은 돈을 빌린 주체도 달랐다. 선진국은 재정을 동원해 위기 극복에 나섰기 때문에 정부 부문의 부채 증가율이 높았던 반면 신흥국은 기업이 중심이었다. 이들이 빌린 돈의 규모가 2008년 6조 달러에서 2014년 말 9조4600억 달러가 됐다. 신흥국은 이렇게 조성한 돈을 가지고 자원 개발에 나섰다. 다른 산업의 기반이 취약해 자원 개발 말고는 채산성을 맞추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직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올라간 것도 자원 개발에 나서게 만든 동력이었다. 그 결과 신흥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이 1999년 38%에서 2014년에 90%로 높아졌다. 선진국의 경우 같은 기간 77%에서 87%로 10%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문제는 투자가 끝난 후 발생했다. 해외에서 돈을 빌려 자원 개발에 나섰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15년에는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떨어져 대규모 부실이 발생했고 그 후유증이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신흥국의 경제 구조를 감안할 때 터키가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앞으로 상당 기간 다른 신흥국에서도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런 상태에서 경기가 나빠졌다. 불안이 내부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금융위기 발생 직후만 해도 신흥국은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위기가 선진국에서 발생해 동일한 부양책을 쓰더라도 신흥국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격차가 줄더니 지금은 2%포인트 밑으로 떨어졌다. 고도성장을 이끄는 주체로서 신흥국의 역할이 약해진 것이다.

신흥국이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건 2000년대 10년이 유일하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브라질·러시아 등이 높은 성장을 누린 때다. 이 시기를 말고는 둘 사이에 성장률 격차가 3%포인트를 넘은 적이 없다. 이런 사실을 감안할 때 최근 선진국과 신흥국의 성장률 격차 축소는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나타난 현상일 수도 있다.

당분간 신흥국의 두드러진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0%대 초반에서 6%대로 떨어졌다. 금융위기 직후 급증했던 원자재 개발 투자도 기대할 수 없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올랐지만 판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 세계 경제가 주춤해 원자재 수요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점도 신흥국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다행히 우리는 신흥국 위기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을 것이다. 앞에서 본 신흥국 위기의 원인 모두가 우리와 관계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해도 우리 시장에서 자금 이탈은 거의 없었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일부 매도를 하긴 했지만 규모가 크지 않았다. 자금 이동보다 주가 하락에 대비해 투자 규모를 조정한 정도였다. 채권 쪽으로는 반대로 자금이 들어왔다. 기업 부채 증가도 우리와 상관없는 얘기다. 금융위기 직후 원자재 개발을 위해 해외에서 자금을 빌린 곳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의 낮은 금리와 기업의 유보 규모를 감안할 때 해외에서 자금을 빌릴 이유가 없었다. 신흥국에서 위기 가능성이 커지면 우리 시장도 흔들릴 수밖에 없지만 그 기간은 길지는 않을 것이다. 직접적 영향보다 심리적 영향 정도로 보는 게 맞다.

신흥국 위기에서 한 발 벗어나 있다 해서 주가가 오르는 건 아니다. 시장 에너지가 약해 당분간 지지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걸로 전망된다. 박스권을 유지하는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종합주가지수 2250을 지켜낼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종목별로는 순환매가 예상된다. 주가 하락이 상당 기간 진행돼 투자자들의 기대가 낮아졌다. 에너지 보강이 힘들어지면서 여러 종목을 움직일 정도로 힘이 모이지 않고 있다. 순환매를 만드는 요인들이다. 2004년과 2006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2004년에는 종합주가지수 700대에서, 2006년에는 1300대에서 순환매가 시작됐는데 주가 상승으로 많은 종목의 가격이 높아져 투자 종목을 찾기 힘들었던 게 원인이었다. 당시 시장은 13~14 영업일에 한 번씩 주도 종목이 바뀔 정도로 변동이 심했다. 지금은 상황이 그 때보다 더 좋지 않다. 종합주가지수가 상승추세에서 벗어나 있어 시장을 끌고 갈 종목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2분기 실적 발표 이전에 주가가 올랐던 디스플레이·자동차·화학 업종은 주가가 하락하면서 이익 전망이 따라서 나빠졌다. 건설·조선·통신서비스는 반대로 이익 전망이 올라갔다.
 박스권 유지도 다행인 상황
평가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할 종목도 있다. 2분기에 IT와 바이오의 실적 충족 비율이 다른 업종보다 낮았다. IT가 특히 심한데 기대를 충족시킨 비율이 50%도 되지 않았다. 제약과 바이오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한미약품을 제외한 대부분이 기대를 채우지 못했다. 실제 이익이 좋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주가 상승으로 실적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높았던 것도 예상을 채우지 못하는 이유가 됐다. 시장의 기대는 실적 발표가 끝난 후 사후적으로 조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이익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줄어드는 동안 두 업종은 순환매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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