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대 단속보다 어구 수거하라
빨대 단속보다 어구 수거하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엄격한 단속 결정했지만 “빨대는 전체 쓰레기 중 0.03%에 불과해”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거대한 악’과 싸우기로 결정했다. 샌프란시스코 같은 대도시의 거리에서 부쩍 눈에 많이 띄는 사람 배설물이냐고? 아니다. 로스앤젤레스 주택지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재사용 주사바늘이냐고? 그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에이즈 바이러스(HIV)를 의도적으로 옮기는 사람들? 완전히 잘못 짚었다. 말세인 듯 캘리포니아주는 고의로 HIV를 감염시키는 행위를 오히려 중범죄로 처벌하지 않고 경범죄로 다루기로 했다.
내가 말하는 거대한 악이란 그런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 빨대다. 캘리포니아주의 지자체 의원들이 플라스틱 빨대 퇴출을 의결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시의회는 내년부터 식당과 상점이 플라스틱 빨대와 휘젓개, 이쑤시개를 제공하지 못하게 하는 조례가 나올 수 있다고 발표했다. 상점은 일회용 용기에 담긴 음식도 판매가 금지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이제 아이스커피용 투명컵도 사라진다는 뜻이다. 아샤 사파이 시의원은 “주민의 행동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당국이 개인의 생활을 통제하려는 전형적인 ‘내니 스테이트(nanny state, 보모처럼 사사건건 주민을 과보호하려는 주정부라는 뜻)’식 표현 아닌가?
만약 샌프란시스코가 ‘내니 스테이트’라면 샌타바바라는 ‘빅브라더’다. 그 아름다운 도시에선 고객에게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하다간 최고 1000달러의 벌금과 6개월 징역형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캘리포니아주가 교도소 초만원 덕분에 중범죄를 경범죄로 격하하고 범죄자를 거리로 돌려보내는 일에 바쁜 한편 이젠 거꾸로 스타벅스에서 교도소로 직행하는 새로운 통로가 생길 수 있는 형편이다. 그건 그렇다치고 시애틀(워싱턴 주)과 말리부(로스앤젤레스 서부의 고급 주택가)도 플라스틱 빨대 금지 정책을 채택했다.
그런 플라스틱 빨대 금지가 과연 필요할까? 그렇지 않다. 미국에서 하루 5억 개의 플라스틱 빨대가 사용된다는 통계가 자주 인용되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며 어린 아이의 조사를 근거로 한다. 지금 17세인 마일로 크레스는 9세 때 빨대 제조사들을 조사한 뒤 ‘빨대를 없애자’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잘 조사해보라. 정말이다.
미국 비영리기구 해양보존센터와 매킨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60%가 중국·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베트남 5개국에서 배출된다.게다가 블룸버그 오피니언의 칼럼니스트 애덤 민터가 지적하듯이 바다의 해양생물을 위협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대부분은 빨대가 아니다. 83억 개의 플라스틱 빨대가 바다에 떠돈다고 해도 대양 플라스틱 쓰레기 800만t의 0.03%에 불과하다. 태평양에 떠다니는 쓰레기 더미인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PGP)’의 거의 절반은 어망이다. 해양생물을 포획하기 위한 도구라는 뜻이다. 버려진 어구를 수거하는 것이 빨대를 단속하는 것보다 시간과 자원을 훨씬 더 잘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문제에 머리를 썩히며 시간을 보내면 사람들은 별로 기분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자동차에 ‘고래를 구하자’라는 거창한 범퍼 스티커를 붙이고 터무니없이 빨대 사용을 금지하면 우리가 특별하다는 뿌듯한 느낌을 갖는다. 물론 가게 업주들은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좀 더 비싼 대체품을 구입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로선 실제적인 희생이 거의 없이 박애주의 흉내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공상적 박애주의가 환경 보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까? 전혀 그렇지 않다. 빨대 사용을 범죄시하면 범죄자만 빨대를 사용할 것이다. 대형 할인매장에 가서 빨대를 사재기해서 밀거래하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 마약처럼 플라스틱 카르텔의 두목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불법 이민자’가 아니라 ‘체류허가증이 없는 이민자’라고 부르는 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표현이듯이 빨대도 ‘불법 빨대’가 아니라 ‘사용허가증이 없는 도구’일 뿐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요점은 이것이다. 플라스틱 빨대를 아무리 금지해도 캘리포니아주의 지자체 의원들은 양분 빨아먹기를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 벤 섀피로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빨대를 금지한 도시와 음식점 체인이 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지역은 새 법을 위반하면 다른 어떤 곳보다 더 가혹한 처벌을 부과한다.
지난 6월 샌타바바라는 술집, 식당 등의 가게에서 플라스틱 빨대의 제공이나 판매를 금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플라스틱 휘젓개와 식기 도구는 요청할 때만 제공할 수 있다. 내년 1월 1일부터 발효되는 이 조례는 또 건강상의 문제로 빨대 사용이 불가피한 장애인 등에 한해 1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지급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샌타바바라는 플라스틱 빨대 금지 조례를 어기면 행정법규 위반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처음은 경고로 끝나지만 두 번째 적발되면 최고 1000달러 벌금과 6개월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에 비해 지난 7월 미국에서 처음으로 플라스틱 빨대를 금지한 도시가 된 시애틀은 최대 벌금이 250달러로 처벌이 훨씬 가볍다.
한편 미국 최대 커피회사 스타벅스를 비롯해 맥도날드, 디즈니 등도 빠른 속도로 플라스틱 빨대를 퇴출시키고 있다. 스타벅스는 2020년까지 모든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없앤다고 발표했다.
- 이완 팔머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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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하는 거대한 악이란 그런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 빨대다. 캘리포니아주의 지자체 의원들이 플라스틱 빨대 퇴출을 의결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시의회는 내년부터 식당과 상점이 플라스틱 빨대와 휘젓개, 이쑤시개를 제공하지 못하게 하는 조례가 나올 수 있다고 발표했다. 상점은 일회용 용기에 담긴 음식도 판매가 금지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이제 아이스커피용 투명컵도 사라진다는 뜻이다. 아샤 사파이 시의원은 “주민의 행동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당국이 개인의 생활을 통제하려는 전형적인 ‘내니 스테이트(nanny state, 보모처럼 사사건건 주민을 과보호하려는 주정부라는 뜻)’식 표현 아닌가?
만약 샌프란시스코가 ‘내니 스테이트’라면 샌타바바라는 ‘빅브라더’다. 그 아름다운 도시에선 고객에게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하다간 최고 1000달러의 벌금과 6개월 징역형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캘리포니아주가 교도소 초만원 덕분에 중범죄를 경범죄로 격하하고 범죄자를 거리로 돌려보내는 일에 바쁜 한편 이젠 거꾸로 스타벅스에서 교도소로 직행하는 새로운 통로가 생길 수 있는 형편이다. 그건 그렇다치고 시애틀(워싱턴 주)과 말리부(로스앤젤레스 서부의 고급 주택가)도 플라스틱 빨대 금지 정책을 채택했다.
그런 플라스틱 빨대 금지가 과연 필요할까? 그렇지 않다. 미국에서 하루 5억 개의 플라스틱 빨대가 사용된다는 통계가 자주 인용되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며 어린 아이의 조사를 근거로 한다. 지금 17세인 마일로 크레스는 9세 때 빨대 제조사들을 조사한 뒤 ‘빨대를 없애자’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잘 조사해보라. 정말이다.
미국 비영리기구 해양보존센터와 매킨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60%가 중국·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베트남 5개국에서 배출된다.게다가 블룸버그 오피니언의 칼럼니스트 애덤 민터가 지적하듯이 바다의 해양생물을 위협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대부분은 빨대가 아니다. 83억 개의 플라스틱 빨대가 바다에 떠돈다고 해도 대양 플라스틱 쓰레기 800만t의 0.03%에 불과하다. 태평양에 떠다니는 쓰레기 더미인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PGP)’의 거의 절반은 어망이다. 해양생물을 포획하기 위한 도구라는 뜻이다. 버려진 어구를 수거하는 것이 빨대를 단속하는 것보다 시간과 자원을 훨씬 더 잘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문제에 머리를 썩히며 시간을 보내면 사람들은 별로 기분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자동차에 ‘고래를 구하자’라는 거창한 범퍼 스티커를 붙이고 터무니없이 빨대 사용을 금지하면 우리가 특별하다는 뿌듯한 느낌을 갖는다. 물론 가게 업주들은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좀 더 비싼 대체품을 구입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로선 실제적인 희생이 거의 없이 박애주의 흉내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공상적 박애주의가 환경 보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까? 전혀 그렇지 않다. 빨대 사용을 범죄시하면 범죄자만 빨대를 사용할 것이다. 대형 할인매장에 가서 빨대를 사재기해서 밀거래하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 마약처럼 플라스틱 카르텔의 두목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불법 이민자’가 아니라 ‘체류허가증이 없는 이민자’라고 부르는 것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표현이듯이 빨대도 ‘불법 빨대’가 아니라 ‘사용허가증이 없는 도구’일 뿐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요점은 이것이다. 플라스틱 빨대를 아무리 금지해도 캘리포니아주의 지자체 의원들은 양분 빨아먹기를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 벤 섀피로
[박스기사] 플라스틱 빨대 제공하다가 감옥 갈 수 있다 - 샌타바바라에선 재차 위반시 최대 1000달러의 벌금과 6개월 징역형 처벌 가능해
지난 6월 샌타바바라는 술집, 식당 등의 가게에서 플라스틱 빨대의 제공이나 판매를 금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플라스틱 휘젓개와 식기 도구는 요청할 때만 제공할 수 있다. 내년 1월 1일부터 발효되는 이 조례는 또 건강상의 문제로 빨대 사용이 불가피한 장애인 등에 한해 1회용 플라스틱 빨대를 지급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샌타바바라는 플라스틱 빨대 금지 조례를 어기면 행정법규 위반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처음은 경고로 끝나지만 두 번째 적발되면 최고 1000달러 벌금과 6개월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에 비해 지난 7월 미국에서 처음으로 플라스틱 빨대를 금지한 도시가 된 시애틀은 최대 벌금이 250달러로 처벌이 훨씬 가볍다.
한편 미국 최대 커피회사 스타벅스를 비롯해 맥도날드, 디즈니 등도 빠른 속도로 플라스틱 빨대를 퇴출시키고 있다. 스타벅스는 2020년까지 모든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없앤다고 발표했다.
- 이완 팔머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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