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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가 좋아”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가 좋아”

수공예품 제작 경쟁 리얼리티쇼 ‘메이킹 잇’ 진행 맡은 배우 닉 오퍼먼, “만드는 행위에서 나오는 긍정적인 힘 전달하고파”
닉 오퍼먼(왼쪽)은 코미디언 에이미 폴러와 함께 NBC TV의 수공예품 제작 경쟁 리얼리티쇼 ‘메이킹 잇’을 공동 진행한다. / 사진:COURTESY OF NBC
배우 닉 오퍼먼은 부드러운 신사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지난 7월 말부터 그는 NBC TV의 수공예품 제작 경쟁 리얼리티쇼 ‘메이킹 잇(Making It)’을 코미디언 에이미 폴러와 공동 진행한다. 오퍼먼은 매회 경쟁자들이 탈락하는 순간을 견디기 힘들어 한다. “우린 처음부터 ‘아무도 탈락시키지 않고 이 프로를 진행하는 방법은 없을까?’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다”고 폴러는 말했다. “불가능하다는 건 알지만 우리 마음이 정말 그랬다.”

‘메이킹 잇’에는 또 바니스 뉴욕 백화점의 크리에이티브 앰배서더 사이먼 두넌과 엣시(수공예품 쇼핑몰)의 트렌드 전문가 데이너 아이섬 존슨이 심사위원으로 출연한다. 오퍼먼은 “난 정이 많은 집안에서 자랐고 모두가 서로 알고 지내는 시카고 좁은 연극계에서 연기자로서 잔뼈가 굵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격려하는 습관이 몸에 뱄다.” 그는 두넌과 존슨에 대해 “그들은 공정한 심사위원이지만 참가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까지 배려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오퍼먼은 ‘배철러’(독신남 짝 찾기 리얼리티쇼)처럼 독설이 난무하는 저급한 리얼리티쇼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가끔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준 NBC 시트콤 ‘파크스 앤 레크리에이션’의 캐릭터 론 스완슨과 흡사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사냥과 육식을 좋아하고 목공예를 즐기는 스완슨은 나뭇가지로 오두막 짓기 등 원시적 기술이 필요한 ‘서바이버’ 같은 리얼리티 프로를 좋아할 것 같지 않은가?

오퍼먼이 가장 좋아하는 리얼리티쇼가 바로 ‘서바이버’다. 그는 자신이 이 프로를 좋아하게 된 게 아내(배우 메건 멀랠리) 덕분이라고 말했다. “아내는 우리 집의 예술감독이다. 다음에 어떤 프로를 볼지 그녀가 정한다. 그러면 난 ‘아주 좋은 생각이야. 고마워’라고 말한다.” 오퍼먼은 처음에 리얼리티쇼 진행이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폴러(그녀는 ‘메이킹 잇’의 크리에이터이며 그녀가 운영하는 프로덕션 회사가 이 프로의 제작을 맡았다)의 말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폴러는 ‘우린 참가자를 일부러 탈락시키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구도 속이거나 함정에 빠뜨리지 않겠다. 우린 누구도 엉망으로 망가지거나 울기를 바라지 않는다.’”

‘메이킹 잇’은 PBS의 ‘그레이트 아메리칸 베이킹쇼’와 넷플릭스의 ‘퀴어 아이’처럼 진심이 느껴지고 긍정적인 리얼리티쇼의 본을 따른다. ‘메이킹 잇’의 참가자들은 깊은 유대감을 형성한다. 서로 자주 농담을 주고받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한 탈락자는 “지금까진 늘 혼자 일해 왔다”며 “동료 참가자들과의 우정이 그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오퍼먼과 폴러는 ‘파크스 앤 레크리에이션’에 함께 출연하면서 특별한 케미(두 사람은 잘못한 일은 서로 꾸짖기도 하면서 플라토닉한 애정 관계를 유지한다)를 형성했다. 그 시트콤에서 오퍼먼(스완슨)은 폴러(레슬리 노프)의 상사로 나왔다. 노프는 기지가 뛰어나고 매우 낙천적인 캐릭터다. 오퍼먼은 폴러가 ‘메이킹 잇’에서도 그와 흡사하게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 프로에는 8명의 경쟁자[‘메이커스(makers)’라고도 불린다]가 참가해 솜씨를 겨룬다.

각각의 참가자는 2개의 과제를 완성해야 한다. 3시간 안에 완성하는 ‘패스트 크래프트(faster craft, 각자의 고향을 대표하는 테라리엄 등)’와 12시간 안에 완성하는 ‘마스터 크래프트(master craft, 어린이를 위한 장난감 집이나 장난감 등)’다. 매회 우승자는 걸스카웃 유니폼에 다는 것 같은 패치를 받고 시즌이 끝날 때 ‘마스터 메이커’로 뽑히면 10만 달러의 상금을 받는다.

뭔가를 만드는 행위에서 치유의 힘을 느끼는 오퍼먼은 ‘메이킹 잇’에서 이런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실제로 이런 경험을 했다. 오퍼먼은 연기를 하지 않을 때 목공장을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코트니 콕스의 인테리어 디자인 프로 ‘믹스 잇 업(Mix It Up)’에 ‘재치 있는 목수’로 출연하기도 했다. “아주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오퍼먼은 말했다. “내 (목공) 작업을 빠르게 진행되는 TV 스케줄에 맞추는 건 끔찍한 일이라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그 후 몇몇 목공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오퍼먼은 프로그램 진행 중에 부정적인 평을 내놓는 걸 싫어한다. 참가자들이 느꼈을 창작의 고통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는 또 8개의 다양한 부문에서 승자를 가리는 어려운 일을 자신이 하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라고 여긴다. 1회 참가자 중엔 펠트 아티스트와 목공예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종이 소품 제작자 등이 포함됐다. 어떻게 우아한 목각과 만화 같은 펠트 태피스트리를 비교할 수 있겠는가? 참가자들은 각자가 익숙하고 편안하게 여기는 범위에서 성공적으로 벗어날 수 있어야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다. “과감한 뭔가를 시도하지 않으면 점수를 잃는다”고 오퍼먼은 말했다.

하지만 오퍼먼은 자신의 진행에 대해서 비평하는 건 좋아한다. “이 프로는 해롤드 핀터(영국 극작가)의 연극처럼 ‘포즈(pause, 잠시 멈춤)’를 활용할 시간이 없다.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 모두가 내게 ‘목소리를 더 키우고 말을 빨리 하라’고 요구한다.”

오퍼먼은 ‘메이킹 잇’ 시즌 2가 제작된다면 그때는 그 요청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예의에 신경 쓰지 않는 어두운 시대에 이렇게 정서적이고 인간적인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 프로에는 누군가 마약 주사를 맞는 장면도 없고 AK-47 소총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 애나 멘타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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